지금 시점에서 읽어보면 엄청 공감가고 재밌는 글인듯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Dc3iVk62Sec
글 전문
<한국 부동산에 대한 고찰>
난 어릴 때 메이플스토리라는 MMORPG 게임에 푹 빠졌었음. 이 게임은 정점을 찍고 점점 망해가면서 유저 수가 줄어들었는데, 왠지 유저 수가 줄어드는 모습이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느꼈어. 당시 나는 가장 유저 수가 많은 ‘스카니아’라는 서버에서 비숍을 키우고 있었거든? 메이플을 하는 유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당연히 더 편하게 사냥을 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
그런데 뭐지? 메이플 유저 수는 분명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사냥터가 더 붐비는 거야. 당시엔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음. ‘왜 메이플을 접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사람이 많지?’ 이유는 간단했어. 내가 사람이 가장 많은 스카니아 서버에 있어서였기 때문이야. 다른 서버들은 사냥터가 텅텅 빌 정도로 유저 수가 급감한 반면, 스카니아 서버에선 그걸 못 느낀 거지. 유저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메이플 유저들이 그나마 사람이 붐비는 스카니아 서버로 모이기 시작한 거야. 스카니아 이외의 서버에서는 아이템을 거래하기도, 파티원을 구하기도 힘들었으니까.
이게 인구가 줄어들수록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모이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메이플스토리 개발진도 스카니아 서버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 싶어 해서, 다른 서버로 이전을 하면 혜택을 주기 시작했어. 개발진의 의도는 스카니아에서 다른 서버로 이전하라는 거였는데, 오히려 다른 서버에 조금 남은 유저들마저 “기회다!” 하면서 스카니아로 서버를 이전하더라. 공기업을 지방으로 보내든, 지방에 인프라를 깔든 지방 사람들이 다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메이플을 접는 유저들이 많아질수록 메이플의 아이템 가치도 싸질 거라 생각했어. 근데 이 생각은 반만 맞더라. 낮은 가치의 아이템은 공짜로 줘도 안 가질 만큼 가치가 폭락했는데, 고레벨, 높은 가치의 아이템은 오히려 가격이 자꾸만 오르는 거야. 특히 최고급 코디나 최고 성능의 아이템은 MESO(게임 머니)로 거래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어. 이유는? 주로 저레벨 유저들이 메이플을 접었으니까. 한국 부동산에 비유하자면, 가난한 집안에서는 아이들을 안 낳으니까 낮은 가치의 아이템, 즉 하급지 부동산의 수요는 떨어지는데, 높은 가치의 아이템, 즉 상급지 부동산의 수요는 그대로인 거지. 그리고 게임 머니와 비슷하게 돈은 계속 풀리니까 자꾸 가격이 오르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