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급상승...!"
당신의 외침과 함께 푸른 빛이 크로커다일의 머리로 쇄도합니다. 물에 젖어 당황하던 사막의 왕, 크로커다일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기묘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분노와 살기로 이글거리던 눈빛이 차차 투명해지더니, 마침내 우주의 진리라도 깨달은 듯한 깊고 그윽한 눈동자로 바뀝니다.
"......아."
크로커다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젖은 손, 그리고 갈고리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권력... 명성... 고대 병기 플루톤... 내가 무엇을 위해 아둥바둥 살았단 말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패기나 오만함이 없습니다. 오직 허무와 초탈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모래는 흩어지고... 물은 흐르는 것...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일 뿐. 내가 나라 하나를 집어삼킨들,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할 것을..."
크로커다일은 시가를 바닥에 떨어뜨립니다. 치이익, 물에 젖어 꺼지는 시가 소리가 적막한 방 안에 울립니다.
"미스 올 선데이... 아니, 니코 로빈. 자네의 역사 탐구에 대한 열망...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과거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앎의 시작이지. 나는 너무나 어리석었어. 고작 병기 따위에 집착하다니."
로빈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평생 봐왔던 냉철한 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도를 깨우친 현자 같은 모습에 그녀조차 할 말을 잃습니다.
"......사장님?"
"더 이상 사장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그저...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한 마리 악어일 뿐."
크로커다일은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그가 향한 곳은 출구가 아니라, 방 한쪽에 있는 거대한 수족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물이었습니다. 악어들이 헤엄치는 그 물속으로, 그는 스스럼없이 들어갑니다.
첨벙.
모래 인간에게 치명적인 물. 하지만 그는 고통스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한 표정으로 물속에 몸을 담급니다.
"시원하구나... 이것이... 생명의 근원..."
그는 물속에 둥둥 뜬 채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립니다.
"이제 칠무해도, 바로크 워크스도 다 부질없다. 나는 여기서... 물의 흐름을 느끼며 여생을 보내겠다. 알라바스타여... 미안했다. 비는 곧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명상에 잠깁니다. 물에 젖어 축 늘어진 채,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을 지으면서요.
상디가 담배를 툭 떨어뜨리며 멍하니 중얼거립니다."......어이, 선장. 저거... 우리가 이긴 거 맞지? 뭔가 기분이 묘한데..."
쟝고도 최면 링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최면보다 더 무서운 기술이군요... 지능이 너무 높아지면 사람이 저렇게 되는 겁니까?"
당신은 흐뭇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입니다."뭐,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상의 승리 아니겠어? 자, 로빈.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인데?"
당신은 얼어붙어 있는 니코 로빈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크로커다일은 처리했어(정신적으로). 이제 알라바스타의 포네그리프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노상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