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큐브를 캐시로 직접 판매하지 않고 잠재능력 재설정을 메소 기반으로 전환하면서, 메이플스토리의 수익 구조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 변화는 겉으로만 보면 유저 친화적인 개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넥슨 입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었다. 이후에 큰손들의 유입으로 크크크 열풍과 하루 종일 잠재능력을 재설정하는 방송인들을 보면서 넥슨 입장에선 상당히 손해가 컸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은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BM 구조를 새로 짤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참고하게 된 것이 리부트 서버의 구조였다. 리부트로 유저가 몰렸던 것은 메소 획득량 5배를 기반으로 한 자급자족 구조와, 본섭의 악랄한 BM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에 있었다. 자석펫과 전투복을 판매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유지비처럼 지출하게 만드는 BM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지점에서부터 김창섭의 본섭 리부트화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저가 메소를 자급자족하고, 패스처럼 캐시로만 구매 가능한 요소를 통해 고정 매출을 확보하는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메소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반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메이플에서는,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값으로 유지되는 요소가 두 가지 존재한다. 하나는 캐시샵의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장비 제작 비용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물가가 올라 실질 소득이 변하지 않는 것이 성립하지 않으며, 메소를 현금화하려고 하지 않는한 캐시샵의 가격 상승은 체감할 수 없음.
흔히들 메소값이 떨어지면 에픽 던전이나 몬스터파크 같은 메포 소모 컨텐츠로 나가는 메소가 늘어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넥슨은 신규 보스 출시와 기존의 보스 완화, 그리고 스펙 인플레이션을 통해 메소 공급량 자체를 계속 늘려왔다. 그 결과 메포 구매를 위해 추가로 소모되는 메소보다 유저들의 총 수익 증가분이 더 컸다.
반대로 메소값이 높아서도 안되는 이유는, 메소값이 높다는 것은 곧 메포, 즉 현금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기에 이 경우 넥슨 입장에서는 보스 출시나 완화를 통해 메소 공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며 유저가 메포를 충전할 매력 역시 크게 떨어지게 된다.
결론은 큐브를 캐시로 팔지 않게 되면서 발생한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넥슨은 리부트에서 반응이 좋았던 구조와 BM을 본섭에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신규 보스를 출시하고 기존 보스를 완화해 게임의 재미와 추가 메소 공급을 통한 성장의 재미를 유도하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메소값이 낮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 결국 메소값이 낮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메포의 가치를 높여 현질의 매력을 높이고, 패스를 통해 고정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이다.
이 구조를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가 바로 아즈모스 협곡이다. 단순한 컨텐츠를 넘어서, 메포를 소각하고 메소를 공급함으로써 메소 인플레를 일으키고 늘어난 현금의 가치를 기반으로 보너스를 '충전'하여 지불하기만 한다면 유저는 더 많은 메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창섭의 판단에는 한 가지 오판이 있었다. 본섭에는 과금 유저도 많지만, 리부트식 고정비 지출에 익숙하지 않은, 캐시 충전을 거의 하지 않는 유저들 역시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현금의 가치가 올랐음에도 메포 충전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상당수 유저가 메소마켓을 통한 메포 수급을 하면서 메소 하락은 가속화 되었다.
넥슨은 메소 인플레를 고의적으로 일으킨다. 하지만 동시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순적인 듯한 이유를 보이는 이유는 넥슨이 의도적으로 늘리려는 메소 공급량보다 메소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경우, 유저 입장에서는 일부의 주장대로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늘어나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성장체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넥슨 입장에서 아즈모스 협곡은 위의 목적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면서도 메포 충전을 유도하는 컨텐츠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