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디스 사가에서 유독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하나 있음

바로 '
에르다'임
우리는 에르다라고 하면 다조 썬데이는.. 쎅쓰다 같은 맛있는 재화 딱 그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 라고 함
현실의 지구에 비유하면 조금 이해하기 쉬움
지구가 처음 탄생할 때 지각, 대기 바다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
원시 지구 시절에 있었던 금속들이 맨틀을 형성하고
지구가 식으면서 지각이 생기고 물이 고이고 대기가 생기고,
이렇게 일정한 형태와 질서를 가지면서 우리가 아는 지구가 만들어진 것임
메이플 세계에서 그 원시지구의 금속이나 물, 먼지 등에 해당하는 것이 에르다라고 볼 수 있을듯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을 비롯한 평범한 생명체들 역시 에르다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건데
기어드락에서의 스토리를 보면
고대신을 제외한 필멸자들은 아무리 죽어봤자
에르다 자체는 소멸하지 않는다 는듯한 묘사가 나옴
그렇다면 예를 들면
>인간이 죽으면 에르다로 흩어짐,
>근데 그 흩어진 에르다가 소멸되지 않는거라면
>그걸 다시 모아서 다른 사람으로 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좀 막말로 하면
메이플 세계관은
생명체를 인체 연성하듯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관이다(?)
물론 지금까지 스토리에서 다 그런식으로 죽었다 나온 사례가 많지는 않음
카링이 얌얌 아일랜드에서 했던 실험작들 정도가 있을듯
음... 굳이 따지자면 그건 부활보단 환생이 아닐까 한데
그리고 울티마 폴리스 내용을 보자
일단 작성자에게 가장 이목이 끌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제른의 시그니처 대사인 "가엾도다"의 대상이 생명 -> 에르다로 바뀌었음
이렇게 변한 이유는 불명이지만 나는 생명의 초월자 시점에서
생명과 에르다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 같기도 함
오버시어가 구축한 현재 세계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힐난이 섞인 말 같기도 하고
(아닐수도 있고)
울티마 폴리스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별이 이루어짐
그리고 그 주민들은
>낙인에 의해 강제로 에르다가 활성화됨
>생명의 나무가 그 에르다를 빨아들임
>비선별 주민들은 그대로 형체도 없이 증발
이 절차를 걷게됨
그냥 뇌빼고 보면 전형적인 학살로 보이는데
그렇게 보기엔 의문이 하나 생김
아까 스토리를 보듯이 얘네가 죽는다고 에르다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님
그리고 가두리 양식으로 학살하는게 목적이라면
굳이 '선별'을 할 이유가 없음
그냥 죽이면 됨
그런데 제른은 선별과 비선별 인원을 따로 나누는 복잡한 작업을
사도들까지 총동원하면서 진행했음
그렇다면 이 선별 작업이란게 학살이 아니라
에르다 분해와 합성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생명의 나무로 해체해서 (에르다로 만들어서)
선별자들의 양분으로써 재활용 하고 있는 거임
여기서 다시 에르다의 정체를 생각해보자
에르다가 최초로 어떻게 창조된건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
그런데 재밌는점은
명색이 생명의 초월자인 제른 다르모어조차
에르다 자체를 무에서 유로 만들어내지는 못함
그걸 만들 수 있었으면
본인만의 이상적인 에르다 생명체를 양산해서
다른 생명들을 잔가지 잘라내듯 가지치기를 했겠지
제른이 할 수 있는건
이미 존재하는 생명을 분해하고,
에르다로 재활용해서,
그 에르다를 자신이 원하는 선별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에 가까운 거 같음
그리고 초월자보다 위에는 또 다른 존재가 있음
바로
빛, 생명, 시간이라는 세계의 법칙을 관장하는 오버시어임
여기서 제른이 울티마 폴리스 마지막 씬에서
오버시어를 강림시키려는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음
에르다가 생명의 오버시어가 관장하는 질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
물론
>태초의 어둠 속
>여신이 에르다 빚어서 세계 만듬
>그 세계의 법칙을 오버시어에게 부여함
메이플 세계사가 이런 타임라인대로 흘러가는거라면
생명의 오버시어가 에르다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없음
그냥 에르다에 '생명'이라는 질서를 부여한 것 뿐
지금의 제른은 비유하자면 건축가랑 비슷함
건물을 해체할 수도 있고,
자재를 골라낼 수도 있고,
그 자재를 쌀먹해서 새로운 건물을 만들 수도 있는데
건축가라고 해서
나무라는, 태생이 정해져 있는 재질을
갑자기 비브라늄보다 단단한 재질로 재정의 해버리는
세계의 질서 자체를 거스르는 짓은 못하는 거임
에르다를 재활용 할 능력은 있지만,
에르다에 적용되는 생명의 질서 자체를 바꿀 힘은 없다는거,
그리고 제른 입장에서 그 거슬리는 생명의 질서란건
시궁창 취급 받는 생명들이 계속해서 탄생하는 거
그 법칙을 관장하는 존재가 생명의 오버시어라면,
생명의 질서를 자신이 직접 바꾸려고 오버시어를 강림 시키려는 거 같음
자기 딴에는 탄생을 축복받지 못하는 생명들을 구원하기 위해 처음부터 원천 봉쇄하는
'인류의 안락사'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건 그저 내 뇌피셜일 뿐이란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