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법사 사가나 제른 다르모어 사가, 그리고 그 끝에 다다를 오버시어의 강림까지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점 하나가 있다.
"오버시어가 법칙을 정해서 영원한 평화도 없고 궁극의 빛 같은 게 존재하지 않으며, 생명체들에게는 스스로의 한계가 있다는 건 알겠어. 근데 그게 창조주 격인 존재나 신에 가까운 존재랑 모든 것을 건 맞다이를 펼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인가?"
제른 다르모어가 생각하는 고귀한 생명체라면, 힘이 생긴다고 해서 다른 생명체를 지배하거나 막대한 힘으로 세상에 혼돈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에게 목표가 있다면 생명은 저마다 품은 소망이 있을 때 어떠한 소망이건 이룰 수 있어야 하는 소중한 존재이기에, 그들을 가로막는 오버시어에게 반기를 든 것이 아닐까? 설령 그 소망이 너무나 이상적이고 원대해서 비범하지 않고서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망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하는 것과 실현조차 못 해서 안타까운 것과는 '0과 1'의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이번 미션 울티마가 3챕터를 끝으로 마무리되면서 제다모씨의 다음 계획은 '오버시어의 강림'으로 밝혀졌다.
본인이 검은 마법사처럼 3명의 초월자 힘을 취해 오버시어가 되는 게 목적이라기엔, 대적자(플레이어)를 '오버시어의 그릇'이라고 부른 걸 생각하면 단순히 "내가 오버시어가 되겠다"라고 퉁치기엔 다소 모호한 편이 있다.
여기서 추측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내가 오버시어가 돼서 기존 세계를 바꾸겠다. 둘째, 오버시어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강림하면 그놈을 조진다. 셋째, 모두가 오버시어가 됨으로써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계획 3'은 대적자를 오버시어의 그릇이라 부른 점에서 착안한 것이자, 이 글의 핵심 토대가 되는 가설이다.
그렇다면 오버시어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스토리팀이 아니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검은 마법사 사가 당시의 스토리들은 주로 수학적 요소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요소가 많다.
세계엔 생명체들이 모르는 법칙이 있어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는 세계가 사실 매트릭스이며 바깥 세계가 존재함을 뜻한다. 또 철저한 계산하에 통제되고 임의로 확장되는 매트릭스처럼, 이 세계 역시 오버시어의 계산 아래 놓여 있다.
대적자 역시 우연이나 기적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철저히 시스템에 의해 계획된 존재다.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가 기적이 아닌 철저히 계획된 존재였듯 말이다. 블랙헤븐에서 깨꼬닥한 줄 알았으나 시그너스 파워로 부활해 대적자로 각성하는 과정도 1편 후반부 트리니티의 사랑으로 각성한 네오와 판박이다.
결국 오버시어는 보더리스 스토리에서 릴리가 '작은 상자'로 설명했듯, 세계의 변수와 복잡성,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계산하에 미래를 통제하는 존재다. 라플라스의 악마처럼 모든 생명체의 현재와 과거를 통제해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하는 셈이다. 영화 <매트릭스>의 오라클을 생각하면 쉽다. 오라클 역시 예지가 아니라 '개쩌는 계산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제로원(기계) 측 프로그램이었다. 오버시어가 벼락을 내리치는 신적 존재라기보다 SF 장르에 나올 법한 설정인 건, 당시 디렉터였던 강원기 씨의 이과적 취향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다시 제다모씨의 계획으로 돌아와서, 계획 1과 2는 아직 남은 사도들이나 마스테리아 설정도 있고, "아 제다모씨도 검마처럼 마냥 나쁜 놈은 아니었구나" 식의 엔딩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계획 3(모두가 오버시어가 되기)'에 집중해 보자.
대적자를 '오버시어의 그릇'이라 부른 건, 검은 마법사가 대적자를 후계자로 삼았듯 "내가 오버시어 뚜까패기 실패하면 내 후임은 너야" 같은 멘트일지도 모른다. 현재 세계관 계급을 나누어 보면 아래와 같다.
태초의 신 혹은 근원
오버시어
초월자 (세계의 법칙도 알고 세지만 오버시어 손바닥 아래)
고대신 (오버시어의 계산대로 태어난 존재 X, 일종의 버그)
필멸자 (세계의 법칙? 그런 거 몰라레후
제른 다르모어의 진짜 목적은 법칙 하에 갇힌 세계보다 그 세계를 살아가는 '생명체'에 있다. 오버시어의 법칙 아래 있는 세계는 차치하고, 가치 있는 생명만을 남기는 선별과 심판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체를 솎아낸 이후에야 오버시어를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영향력을 제거하거나, 스스로 오버시어가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거나, 아예 모두가 오버시어가 되어 세계의 영향력 자체를 없애버리는 수순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영원한 평화는 없고 생명체에게 한계가 있다는 게, 과연 신과 모든 것을 걸고 맞다이를 뜰 정도로 중요한가?"
다르모어가 생각하는 고귀한 생명은 힘이 생겼다고 세상을 지배하거나 혼돈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생명이 품은 소망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이상적이고 원대한 망상이라 할지라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믿기에 반기를 든 것이다. 그 소망을 실현하는 것과, 법칙에 막혀 실현조차 못 하고 안타깝게 끝나는 것 사이에는 0과 1이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