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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빅뱅 전 팬소설) 메이플스토리: 황야의 메아리 2화

누가퍼갔냐
조회: 72
2026-09-07 00:16:40




메이플스토리: 황야의 메아리 2화
1장 귀환의 꿈 (2)



플린은 자기가 방금 나온 집을 살폈다. 버섯집. 버섯 모양으로 만든 집이 아니었다. 버섯으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방 구분이 없는 작은 실내에, 버섯의 갓 부분에 만든 다락방이 전부인 곳이었다. 안에 들어가면 나름 바닥에 마루도 깔아놨다. 책상과 책장이 하나씩 있고 잠시 누워서 쉴 수 있는, 조금 딱딱한 게 흠인 나무 침대도 있었다.

벽난로까지 만들어서 불을 지피면 우둘투둘하고 둥근 내벽을 따라 온기가 흠씬 퍼졌다. 지금도 밖에서 보면 지붕 역할을 하는 갓에 굴뚝이 달려 있었다.

그렇다 해도, 분명히 버섯이었다. 플린은 버섯집이 새삼 낯설 때가 있었다.

버섯집은 높이가 5미터는 되었다. 버섯집 뒤에는 삼백 년 되었음 직한 우람한 나무가 버티고 서 있어서, 버섯집과 플린이 서 있는 땅에 초록빛 그늘을 칠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버섯이 이렇게 커질까. 이것도 여신의 뜻이 반영된 걸까. 물론 세상에 경이는 많이 있었다. 세상의 서쪽 끝에는 안개에 둘러싸인 신선들의 땅이 있었다. 남쪽 루더스 호수에는 시간이 멈춘 왕국이 있고, 지금도 용들은 동쪽 창공을 날아다니며 고대의 힘을 과시했다.

그런 웅장하고 신비한 것들에 비하면, 이 들판에 자라난 거대한 버섯들은, 솔직히 우스웠다. 사람들이 이 일대를 버섯동산이라 부르는 것도 당연했다. 눈앞의 버섯집보다 훨씬 큰 버섯이 수백 개는 자라 있었다.

플린은 겉옷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버섯집의 문을 잠근 뒤 열쇠를 도로 넣었다. 나무문 한가운데에 순찰대의 표식이 있었다. 방패 그림이었다. 오른쪽에는 세로줄 무늬, 왼쪽에는 버섯 하나가 그려진 삼각 방패를 둥근 햇살 무늬가 감싸고 있었다.

플린은 버섯집 옆 말뚝에 묶어둔 줄을 풀었다. 말이 푸르릉 소리와 함께 고개를 털었다. 플린이 가볍게 말의 목을 쓰다듬은 뒤 훌쩍 뛰어올랐다. 말은 플린이 고삐를 잡고 당기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은 남쪽. 버섯동산을 가로지르는 남(南) 케토 강 방향이었다.

평원에 자라난 풀들이 플린의 말과 함께 달렸다. 붉고 푸른 꽃들이 번진 물감처럼 플린의 시야를 스쳤다. 하늘에는 뭉게구름 몇 덩이가 전부였다.

화살통에 꽂힌 화살들이 갈대처럼 흔들거렸다. 플린은 피로한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지는 듯했다. 등에 멘 석궁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만한 언덕 하나를 넘어가자 저지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남 케토 강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작은 숲들이 평원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고, 버섯들도 있었다. 기둥처럼 길쭉하고 갓이 붉은 버섯, 사람보다 조금 작은 버섯들이 서너 개 뭉쳐 있는 것, 또 다른 버섯집도 보였다.

하지만 플린의 시선이 놓인 것은 평원을 여러 차례 가로지르는 목책들이었다. 플린의 지시에 따라 순찰대원들이 나무를 베고 끝을 날카롭게 깎아 목책을 세웠다.

주변에 돌이 부족했다. 돌을 나를 인력은 더 그랬다. 남 케토 강의 빠른 유속과 넓은 강폭만으로도 북쪽을 방어하기에 충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린은 안심하지 않기로, 아니 방심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 목책의 관문에 이르렀을 때 주주가 목책 위 난간에 있었다. 주주가 활을 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순찰대 표식이 그려진 깃발이 옆에서 같이 흔들렸다.

플린은 말을 멈춰 세웠다. 두꺼운 통나무 문이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주주가 플린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독수리가 날아왔어요.”

“독수리?”

플린은 주주에게 지적할까 싶었다. 독수리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슨 독수리인지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닌가.

주주가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독수리 말고요.”

“빨리 말해.” 플린이 말했다.

“남동쪽에서 온 독수리예요. 그럼 무슨 독수리겠어요?”

“실버 호크.” 플린이 작게 말했다.

관문이 위로 충분히 올라가자 플린은 빠르게 말을 몰았다. 뒤에서 주주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헬레나님에게 전해줘요! 말 먹일 밥 부족하다고!”

플린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관문이 내려가며 나무껍질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플린은 두 개의 목책과 관문을 더 지났다. 남 케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다시 목책 하나를 지났다. 목책을 지키고 선 순찰대원들이 플린을 보자 경례했다.

플린은 말 먹이 외에도 부족한 것이 있는지 물었고, 화살과 활줄과 골무 등 부족하지 않은 걸 세는 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순찰대는 항상 열악한 상황에 있었고, 책임은 지나치게 막중했다.

플린은 마지막 목책에 이르렀다. 아까 들렸던 버섯집의 나무만큼 크고 오래된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었다. 굵은 줄기가 여러 가지로 갈라지는 지점에 작은 버섯집이 둥지처럼 얹혀 있고, 버섯집에 난 작은 창문으로 순찰대원이 쪼그려 앉아 있는 것도 보였다.

두 나무 사이에 관문이 있었다. 순찰대원들은 미리 관문을 열어두었고, 플린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목책 안에는 버섯집이 수십 채 있었다. 주황색 갓, 갈색 갓, 붉은색에 노란색 갓 등 온갖 색깔의 지붕이 보였다.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집은 저택만큼 컸고 버섯 위에 또 다른 버섯이 다른 이층집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플린이 속도를 늦추며 말을 몰자 주민들이 하나둘 인사했다. 플린도 인사했다. 맞은편에 말이 끄는 수레가 오고 있었다. 수레에는 여물로 쓰기 좋은 건초 더미가 한가득 쌓였다. 길가에 세워진 다른 수레에는 쇠로 만든 우유 통이나 과일 상자가 실려 있었다.

집집마다 굴뚝 연기가 피었다. 플린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차분해지는 자신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을을 빙 둘러싼 목책이 보였다. 마을에 오기까지 다섯 개의 목책을 지나야 했다.

이거면 된 걸까. 플린은 자기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주민들에게 같이 웃어 보이느라 애를 써야 했다.

“왜 표정이 그러우?”

허리 굽은 노파가 플린에게 말했다.

“아침밥이 소화가 안 돼서요.” 플린은 거짓말을 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러지. 쉴 틈이 없잖우?”

노파가 듬뿍 미소 담은 얼굴로 말했다.

“헬레나님 만나러 가는 길인가?”

“그렇습니다.” 플린이 대답했다.

“별 건 아니지만, 고맙다고 전해주라우. 헬레나님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겠어.” 노파가 말했다.

플린은 미소로 대답하고 말 옆구리를 발로 찼다.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정면에 나무가 보였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아주 큰 나무.

소문에 따르면 대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으며 헬레나도 옛날에 한 번쯤 봤을지 모른다는, 그게 사실이라면 팔백 년 넘게 살아온 고목이었다.

나무 위에도 버섯집이 있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원래부터 나무에 자라난 버섯이 그만큼 커진 거라 했다. 그런 버섯이 세 개였고, 버섯끼리 뭉치고 엉켜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헬레나는 최초의 순찰대원이라 할 수 있는 떠돌이 궁수들과 함께 버섯의 속을 파냈고 처음에는 자기 집으로 삼았다. 떠돌이 궁수들의 수가 많아지고 자연스레 헬레나가 순찰대의 지도자가 되자 그녀는 그 버섯집을 순찰대 본부로 삼았다.

헬레나는 공식적으로 이곳을 궁수 교육원이라 이름 지었다. 군사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는 혐의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을 헬레나의 집이라고 불렀다.



플린이 고삐를 당겼다. 말이 멈춰 섰다. 궁수 교육원 마당에서 순찰대원들이 활쏘기를 연습하거나 앉아서 잡담을 나눴다. 플린을 발견한 순찰대원들이 경례했고, 플린은 하던 일 마저 하라고 말했다.

말을 마구간에 들여보낸 플린이 옷을 툭툭 털었다. 흙먼지가 뽀얗게 피어났다. 플린은 허리에 찬 화살통을 한 번 꽉 조이고 등에 멘 석궁도 고쳐 멨다. 바람에 엉킨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는데, 궁수 교육원 입구를 지키던 순찰대원이 말했다.

“헬레나님 안에 계세요.”

그러면서 큭큭 웃는 것이었다.

플린은 웃지 않았다. 순찰대원은 어깨를 살짝 올렸다 내렸다.

플린이 궁수 교육원 문을 열었다. 문은 나무 밑동이 갈라진 틈에 있었고, 그 안으로 좁은 계단 통로가 나타났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실내가 있었다. 사방에 달린 유리창으로 헤네시스 마을의 평탄한 풍경과 오후 햇살이 들어왔다.

한쪽 벽에 순찰대 표식이 그려진 초록색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다. 그 앞의 널찍한 나무 탁자에는 온갖 종이 서류와 책이 쌓여 어수선했다.

헬레나는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두색 머리카락이 물처럼 묽은 햇살로 빛났다. 머릿결 사이로 튀어나온 뾰족귀는 그녀가 수천 년을 산 요정임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어떤 종이를 물끄러미 보는 중이었다.

열린 창문에 은색 털을 가진 독수리, 실버 호크가 석고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플린이 헛기침을 했다. 헬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멍한 표정이던 그녀는 곧 플린에게 밝은 표정을 보였다.

“마침 잘 왔어요, 플린.” 헬레나가 말했다.

플린은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실버 호크가 플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짙은 노란색의 눈동자가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플린이 탁자 앞에 섰을 때 헬레나는 들고 있던 종이를 옆으로 치웠다. 뜯어낸 봉랍이 종이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청록색 봉랍이었다.

헬레나가 말했다. “편지는 천천히 얘기하고. 먼저 보고할 게 있으면 말해줘요.”

플린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오는 길에 네피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게 있습니다.”

“뭔가요?” 헬레나가 물었다.

“헬레나님께 고맙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플린은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헬레나도 웃음을 못 참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플린은 그녀의 감은 눈에서 자라난 짙은 속눈썹을 흘깃 보았다. 속눈썹은 머리카락보다 조금 어두운 색이었다. 들판의 풀밭 같았다.

“저도 고맙다고 전해줘요. 다른 건요?” 헬레나가 물었다.

플린이 말했다. “주주가 말 먹이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실은 그것만 부족한 게 아니지만요. 오는 길에 건초 더미를 쌓은 수레가 몇 개 보이긴 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진 않겠죠.”

“밭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서쪽 평원은 사정이 많이 안 좋지만, 이쪽 경작지가 피해를 본 건 거의 없어요. 케토 강 동쪽은 백작이 잘 지키고 있으니 부족한 건 거기서 사들여도 돼요.”

“그럼 뭐가 문제죠?”

“사람이 부족해요.” 헬레나가 말했다. “많이들 떠나고 있어요. 왕국을 포함해서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순찰대가 있지만, 순찰대가 이 넓은 평원을 다 지킬 순 없어요. 헤네시스 인구도 조금씩 줄고 있어요. 밭을 갈 사람도 자연히 줄고요. 오면서 빈집이 안 보이던가요?”

플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큰길 위주로 다니느라 구석구석 눈여겨보진 못했다.

헬레나가 말을 이었다. “남부 전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백작이 다스리는 동쪽 지역까지 포함해서요.”

“그럼 다들 어디로 가는데요?” 플린이 물었다.

“북쪽.” 헬레나가 말했다. “거긴 드레이크의 공격을 받을 일이 없고 국왕이 있는 수도와 가깝죠. 저번 주에는 전쟁도 끝났고요. 이곳 남부도 왕국의 땅이기는 하지만, 백작을 제외하면 남부를 다스리는 자는 아무도 없어요.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거지만요.”

해가 구름에 가려진 듯했다. 궁수교육원 내부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실버 호크가 날개를 펴더니 쏜살같이 창밖으로 날아갔다. 헬레나는 미동 없이 플린을 보고 있었다.

“다른 건요?” 헬레나가 물었다.

“말씀하신 곳에 가서 살펴봤습니다.” 플린이 말했다.

“이 주변에서 거기가 가장 높아요. 가로막는 산도 없고요.” 헬레나가 말했다.

플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한 곳은 플린이 출발했던 버섯집 뒤의 나무였다. 버섯집 뒷문으로 나가면 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나선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오른 뒤 나뭇가지에 연결된 사다리와 발판을 올라가면, 잎이 수북한 나무 꼭대기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버섯 동산을 포함한 남부 평원을 폭넓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일종의 자연 감시탑이었다.

북쪽에는 구름에 닿을 만치 솟은 세계수가 있었다. 남쪽에는 남 케토 강과 헤네시스 마을이 있었다. 동쪽에는 북 케토 강의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이고 서쪽으로는 숲과 산맥이 펼쳐졌다. 서쪽이 눈에 띄게 피해가 컸다. 멀리서 봐도 숲의 나무가 쓰러져 이곳저곳 구멍이 난 것처럼 보였다. 들판에도 땅이 짓이겨지고 풀이 무더기로 뽑힌 자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다른 순찰대원이라면 알아볼 수 없었겠지만 플린은 눈이 좋았다. 요정의 눈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헬레나를 빼면 순찰대에서 플린보다 눈이 좋은 사람은 없었다.

플린은 일주일 동안 그곳에서 머물렀다. 나무 위에 올라가 풍경을 둘러본 뒤, 자세히 확인할 것이 있으면 거기로 말을 몰고 가서 살폈다. 서쪽을 담당하는 순찰대원들의 진술도 수집했다. 그리고는 버섯집에 돌아와 다시 나무 위에서 풍경을 둘러보았다. 잠과 끼니는 나무 아래 집에서 해결했다.

헬레나가 지시한 것은 드레이크 무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아 오라는 것이었다. 플린은 일주일 동안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이렇게 결론 내렸다.

플린이 말했다. “드레이크들은 세계수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그쪽으로만 가는 건 아니지만, 세계수를 그것들의 최종 목적지라고 봐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헬레나는 대답이 없었다. 살짝 고개를 숙인 그녀가 침묵에 잠긴 동안, 플린은 탁자에 놓인 편지를 응시했다. 청록색 봉랍이 편지지에 겨우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헤네시스가 공격을 덜 받는 거군요.” 헬레나가 입을 열었다.

플린은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물론 케토 강이 막아주고 있긴 하지만, 드레이크들의 목적이 단지 먹이 사냥이라면 서쪽에만 머물 이유가 없어요. 드레이크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곡물도 가리지 않고 먹어요. 서쪽은 산과 숲이 많죠. 중앙에는 헤네시스처럼 밭이 펼쳐진 마을이 여럿 있고요. 백작이 다스리는 기름진 동쪽 땅은 말할 것도 없어요.”

“슬리피우드에 사냥감이 많을 리도 없는데요.”

플린이 말했다. 슬리피우드는 세계수 주위에 있는 거대한 숲을 말했다.

헬레나가 플린의 말에 공감하는 눈빛을 보냈다.

“세계수로 향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이 문제가 순찰대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평원을 비우고 슬리피우드로 원정을 갈 수도 없어요. 슬리피우드에 드레이크들을 영영 가둬놓을 수도 없어요. 그리고 드레이크들이 그곳을 서식지로 삼아, 번식하고 새끼를 낳는다면······.”

플린은 다시 편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헬레나는 아직 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플린은 물어보았다. “뭐라고 답신이 왔나요?”

헬레나는 그때까지도 편지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헬레나는 플린에게 편지를 건넸다. 직접 읽고 판단하라는 의미였다. 실버 호크를 남쪽으로 날려 보낸 지 두 달 만의 답신이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존경하는 나의 스승, 헬레나. 당신께서 처하신 시급하며 곤혹스러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제 나름대로 기울여 보았습니다. 당신께서는 긴 서두를 좋아하지 않으시죠. 일의 결과부터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용왕께서는 드레이크가 빅토리아로 이동하는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제들의 긴 설득도 용왕의 뜻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과정과 세세한 사정을 적어 알리고자 합니다······.’

플린은 더 읽지 않았다.

헬레나가 말했다. “백작이 상단을 보낸다고 했어요. 주주가 말한, 우리에게 부족한 물건들은 그때 충당할 수 있을 거예요.”

“공짜로요?” 플린이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청구서를 쓰는 형식을 취하겠죠. 언제 대금을 받아야 하는지는 모호하게 적어두겠지만요.” 헬레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플린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빠르게 밟는 소리와 함께, 숨찬 목소리가 말했다. “헬레나님!”

헬레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플린도 몸을 뒤로 돌렸다. 계단을 올라온 닉시가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엉겨 붙었다.

“무슨 일이죠, 닉시?” 헬레나가 물었다.

“드레이크요.” 닉시가 헐떡이며 말했다. “북동쪽에서 몰려와요. 많아요. 여기로 오고 있어요.”

헬레나는 재빠르게 탁자 아래에 있던 장궁과 화살통을 챙겨 들었다. 그녀는 닉시를 앞질러 궁수 교육원 계단을 내려갔다. 닉시가 울상을 지으며 뒤따랐다.

플린은 입술을 깨물며 계단을 내려가려다, 손에 쥔 레고르의 편지를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는 화살통에 달린 옆주머니에 편지를 돌돌 말아 넣었다. 봉랍이 떨어졌지만 플린은 미처 못 보고 계단을 질주하듯 내려갔다.





각주:

1) 본작에서 ‘헤네시스’라는 이름은 두 가지를 뜻합니다. 첫째는 빅토리아 남부의 평원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다만 작중 인물들은 ‘남부’, ‘남부 평원’이라는 말을 좀 더 자주 씁니다. 둘째는 헬레나가 머무는 평원 중심부의 마을을 말합니다. 본작에서는 원래 빅토리아 남부 평원을 헤네시스 평원이라고 불렀다가, 헬레나가 이곳에 머물기 시작하고 주위로 마을이 생기면서 그 마을을 헤네시스라고도 부르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본편에서 언급된 ‘버섯동산’은 헤네시스 평원 중심부 일대만을 가리키는 지명입니다.

2) 원작의 헤네시스 로고는 뚜렷한 의미나 유래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순찰대의 표식이라는 설정은 본작의 창작입니다.

3) ITCG에서와 달리 본작의 플린은 안경을 쓰지 않습니다.

4) 뾰족귀가 엘프 요정의 특징이라는 것은 본작의 창작입니다. 원작에서는 일부 엘리니아의 요정(윙, 로웬, 에뜨랑)과 오르비스의 요정(웡키) 또한 뾰족귀를 갖고 있습니다. 본작의 엘프 요정은 날개가 없습니다.

5) 헤네시스는 원작에서 농업과 목축업이 주력 산업인 마을입니다. 필드 곳곳에서 건초더미, 울타리 너머의 작물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의 리나 집에는 금속제 우유 통이 수레에 실려 있고, 필드에는 사과나 토마토로 추정되는 붉은 열매를 실은 수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타의 돼지 농장이 퀘스트 지역으로 존재합니다. 헤네시스 공원의 분수대, 마을 바닥이나 벽면에 보이는 배수구를 보면 수자원이 풍부하며 상하수도시설까지 잘 갖췄습니다. 높은 생산성과 발달한 기반시설은 헤네시스에 시장이 따로 있을 만큼 많은 유동 인구가 생겨난 조건으로 보입니다.

6) 가이드북 『메이플스토리 퍼펙트 가이드 16』(시공사, 2003)에 따르면 헤네시스는 “세계를 떠돌며 방랑 생활을 하던 궁수들이 정착할 곳을 찾아 세웠다는 마을”로 설명됩니다. 헬레나가 그중 하나였다는 내용은 없지만, 과거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2004.10.3)에서는 궁수 직업군을 설명할 때 “헤네시스 마을의 원로이자 전설적인 영웅인 헬레나”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헬레나는 헤네시스에 오랫동안 머무른 것이 사실이며, 어쩌면 마을이 세워질 때부터 함께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7) 레고르가 헬레나의 제자라는 설정은 원작의 궁수 4차 스킬 퀘스트 〈보이지 않는 눈으로 쏘는 활/화살〉에서 레고르의 “눈이 보이지 않아도 심안이 있다면 맞추지 못할 것은 없다. 그 말만 믿고 헬레나님의 제자가 되어 수련을 했지.”라는 대사에 근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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