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인벤 자유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수다] 빅뱅 전 팬소설) 메이플스토리: 황야의 메아리 2화

누가퍼갔냐
댓글: 1 개
조회: 835
추천: 1
2026-09-07 00:16:40
메이플스토리: 황야의 메아리 2화
1장 귀환의 꿈 (2)





플린은 자기가 방금 나온 집을 뒤돌아 살폈다.

버섯집. 버섯 모양으로 만든 집이 아니었다. 커다란 버섯으로 만든 집이었다.

방 구분이 없는 작은 실내에, 버섯의 갓 부분에 만든 다락방이 전부인 곳이었다. 바닥에는 마루를 깔아놨다. 책상과 책장이 하나씩 있고 잠시 누워서 쉴 수 있는, 딱딱한 게 흠인 나무 침대도 있었다.

벽난로까지 있어서 불을 지피면 우둘투둘하고 둥근 내벽을 따라 온기가 흠씬 퍼졌다. 밖에서 보면 지붕 역할을 하는 갓에 굴뚝이 달려 있었다.

그렇다 해도, 분명히 버섯이었다. 플린은 버섯집이 가끔 지나치게 낯설었다.

버섯집은 높이가 5미터는 되었다. 버섯집 뒤에는 그보다 세 배는 높은 나무가 버티고 서 있어서, 버섯집과 플린이 서 있는 땅에 초록빛 그늘을 칠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버섯이 이렇게 커질까. 이것도 여신의 뜻이 반영된 걸까. 물론 세상에 경이는 많이 있었다. 서쪽 바다 끝에는 안개에 둘러싸인 신선들의 땅이 있었다. 남쪽 루더스 호수에는 시간이 멈춘 왕국이 있고, 지금도 용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고대의 힘을 과시했다.

그런 웅장하고 신비한 것들에 비하면, 들판에 자라난 거대한 버섯들은, 솔직히 우스웠다. 사람들이 이 일대를 버섯동산이라 부르는 것도 당연했다. 눈앞의 버섯집보다 훨씬 큰 버섯이 수백수천 개는 있었다.

플린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버섯집을 나올 때 챙긴 지도가 손에 쥐어 있었다. 그는 등에 멘 가방에 지도를 말아 넣었다. 겉옷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버섯집의 문을 잠갔다. 문 한가운데에 순찰대의 표식이 있었다. 방패 그림이었다. 오른쪽에는 세로줄 무늬, 왼쪽에는 버섯 하나가 그려진 삼각 방패를 둥근 햇살 무늬가 감싸고 있었다.

플린은 버섯집 옆 말뚝에 묶어둔 줄을 풀었다. 말이 푸르릉 소리와 함께 고개를 털었다. 플린이 가볍게 말의 목을 쓰다듬은 뒤 훌쩍 뛰어올랐다. 말은 플린이 고삐를 잡고 당기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말이 며칠동안 질주에 고팠을 거라고 플린은 생각했다.

방향은 남쪽. 버섯동산을 가로지르는 남(南) 케토 강 방향이었다.

평원에 자라난 풀들이 플린의 말과 함께 달렸다. 붉고 푸른 꽃들이 번진 물감처럼 플린의 시야를 스쳤다. 구름 없는 하늘 아래 들과 산과 숲이 보였다. 동쪽 지평선을 막 뚫고 올라온 해가 아직 졸린 눈을 비빌 시간이었다. 앞으로 반나절은 달려야 하지만 플린은 저도 모르게 기분이 들떠 있었다.

화살통에 꽂힌 화살들이 갈대처럼 흔들거렸다. 플린은 피로한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지는 듯했다. 등에 멘 석궁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숲에 들어섰을 때 플린은 개울을 찾아 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달렸다. 개울은 다른 개울을 만나 점점 넓어졌다. 방향은 좌우로 자주 바뀌었지만 결국은 남쪽으로 향해 있었다. 개울이 얕은 강이 되었을 때 숲이 끝나고 들판이 펼쳐졌다. 언덕을 파먹은 강물이 골짜기를 만들어냈고, 플린은 철퍽철퍽 물 위를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골짜기에서 벗어나자 저 멀리 남 케토 강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작은 숲들이 평원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다. 버섯도 있었다. 기둥처럼 길쭉하고 갓이 붉은 버섯, 사람보다 조금 작은 버섯들이 서너 개 뭉쳐 있는 것, 또 다른 버섯집도 보였다.

하지만 플린의 시선이 놓인 것은 평원을 여러 차례 가로지르는 목책들이었다. 플린의 지시에 따라 순찰대원들이 나무를 베고 끝을 날카롭게 깎아 목책을 세웠다. 마을을 지키는 몇 겹의 방어선이었다.

주변에 돌이 부족했다. 돌을 나를 인력은 더 그랬다. 남 케토 강의 빠른 유속과 넓은 강폭만으로도 마을을 지키기엔 충분하다고 다른 순찰대원들은 말했다. 하지만 플린은 안심하지 않기로, 아니 방심하지 않기로 했다.

첫 번째 목책의 관문에 이르렀을 때 주주가 목책 위 난간에 서 있었다. 주주가 활을 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순찰대 표식이 그려진 녹색 깃발이 옆에서 같이 흔들렸다.

플린은 말을 멈춰 세웠다. 두꺼운 통나무 문이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주주가 플린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독수리가 날아왔어요.”

“독수리?”

플린은 주주에게 지적할까 싶었다. 독수리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슨 독수리인지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닌가.

주주가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독수리 말고요.”

“빨리 말해.” 플린이 말했다.

“남동쪽에서 온 독수리예요. 그럼 무슨 독수리겠어요?”

“실버 호크.” 플린이 혼자만 들을 수 있을 목소리로 말했다.

관문이 위로 충분히 올라가자 플린은 빠르게 말을 몰았다. 뒤에서 주주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헬레나님에게 전해줘요! 말 먹일 밥 부족하다고!”

플린은 손을 흔들어 보였다. 관문이 내려가며 나무껍질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플린은 두 개의 목책과 관문을 더 지났다. 남 케토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다시 목책 하나를 지났다. 목책을 지키고 선 순찰대원들이 플린을 보자 경례했다.

플린은 말 먹이 외에도 부족한 것이 있는지 물었고, 화살과 시위와 골무, 단검과 부싯돌과 가죽끈, 사람 먹을 밥, 부족하지 않은 걸 찾는 게 더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삼스러울 것 없었다. 순찰대는 언제나 모든 조건이 열악했고 책임은 지나치게 막중했다.

플린이 마지막 목책에 이르렀을 때 해는 중천에서 하얗게 이글거렸다. 아까 떠난 버섯집의 나무만큼 크고 오래된 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었다. 굵은 줄기가 여러 가지로 나뉘는 지점에 작은 버섯집이 둥지처럼 얹혀 있고, 버섯집에 난 작은 창문으로 순찰대원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나무 사이에 관문이 있었다. 마을의 정문이기도 했다. 순찰대원들은 미리 관문을 열어두고 있었고, 플린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목책에 둘러싸인 마을의 큰길이 나타났다. 양옆으로 버섯집이 육안으로도 수십 채는 늘어서 있었다. 주황색 갓, 갈색 갓,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점박무늬 갓 등 마을의 집들은 특별하게 꾸민 것이 없음에도 소박한 화려함을 드러냈다.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집은 다른 집 세 채를 합친 것만큼 컸다. 버섯 위에 또 다른 버섯이 자라 이층집처럼 보이는 집도 있었다.

큰길에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길이 넓어서 지나갈 공간은 충분했지만 그래도 플린은 말의 속도를 늦추고 걸었다.

플린을 알아본 주민들이 하나둘 손인사했다. 플린도 인사했다. 일주일동안 떠나 있던 사이 마을에는 짐수레가 많이 보였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말이 끄는 수레에는 여물로 쓰기 좋은 건초 더미가 한가득이었다. 길 옆에 세워진 수레에는 쇠로 된 우유통과 곡식 상자, 과일 상자가 쌓여 있었다.

길을 반 정도 지나자 왼쪽에 시장 입구가 보였다. 플린은 잠시 멈춰 서서, 큰 표지판이 달린 시장 입구 너머를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넓은 길에 버섯집들이 양옆으로 늘어섰다. 가게의 천막들이 펼쳐져 정오의 시커먼 그림자를 그리고 있었다.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아 보였다. 지나는 사람도 줄었다.

플린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지나면서 본 짐수레들은 팔기 위해 가져온 것들이 아니었다. 이미 팔렸거나, 팔리지 않아 도로 가져가는 것들이었다.

큰길에는 사람이 많았다. 여전히 플린에게 인사를 했다. 일주일 전과 다른 점이라면, 다들 걸음은 느려졌는데 다리가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마을을 빙 둘러싼 목책이 눈에 들어왔다. 순찰대의 녹색 깃발이 목책 곳곳에서 휘날렸다. 목책을 더 세워야 하는 걸까. 하지만 플린은 마을에 들어오기까지 네 개의 목책을 지났다.

“왜 표정이 그러우?”

허리 굽은 노파가 플린에게 말을 걸었다.

“아침밥이 소화가 안 돼서요.” 플린은 거짓말을 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러지. 쉴 틈이 없잖우?”

노파가 듬뿍 미소를 담은 얼굴로 말했다.

“헬레나님 만나러 가는 길인가?”

“그렇습니다.” 플린이 대답했다.

“별 건 아니지만, 고맙다고 전해주라우. 헬레나님 아니면 누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겠어.”

노파가 말했다. 꾸며낸 말이 아니라는 걸 플린은 잘 알고 있었다.

미소로 대답한 플린이 말의 옆구리를 찼다. 달리기 시작한 말이 빠르게 사람과 집을 스쳐지났다. 정면으로 나무가 보였다. 마을 한가운데 서 있는 큰 나무였다. 독수리는 저기에 가 있을 거라고 플린은 생각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무는 순식간에 거인처럼 커졌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대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으며 헬레나도 옛날에 한 번쯤 봤을지 모른다는, 그게 사실이라면 팔백 년 넘게 살아온 고목이었다.

나무 위에도 버섯집이 있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원래부터 나무에 자라난 버섯이 그만큼 커진 거라 했다. 그런 버섯이 세 개였고, 버섯끼리 뭉치고 엉켜 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창문 하나가 열려 있고 거기에 무언가 앉아 있는 형체가 보였다. 플린은 눈이 좋았다.

공식적으로 저곳은 궁수 교육원이라 불렸다. 군사 조직을 양성하고 있다는 의혹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을 헬레나의 집이라고 불렀다.







플린이 고삐를 당겼다. 말이 멈춰 섰다. 궁수 교육원 마당에서 순찰대원들이 활쏘기를 연습하거나 앉아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플린을 발견한 순찰대원들이 경례했고, 플린은 하던 일 마저 하라는 투로 손을 저었다.

말을 마구간에 들여보낸 플린이 옷을 툭툭 털었다. 흙먼지가 뽀얗게 피어났다. 땀냄새가 심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플린은 허리에 찬 화살통을 한 번 꽉 조이고 등에 멘 석궁도 고쳐 멨다. 바람에 엉킨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는데, 궁수 교육원 입구를 지키던 순찰대원이 말했다.

“헬레나님 안에 계세요.”

그러면서 큭큭 웃는 것이었다.

플린은 웃지 않았다. 순찰대원은 어깨를 살짝 올렸다가 내렸다.

플린이 궁수 교육원 문을 열었다. 문은 나무 밑동이 갈라진 틈에 있었고, 그 안으로 좁은 계단 통로가 나타났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실내가 있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나무로 도배해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사방에 달린 유리창으로 헤네시스 마을의 평탄한 풍경과 오후 햇살이 들어왔다.

한쪽 벽에 순찰대 표식이 그려진 초록색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다. 그 앞의 널찍한 나무 탁자에도 같은 색깔의 넓은 천이 깔렸다. 탁자 위에 어지럽게 쌓인 서류와 책들 사이로 헬레나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두색 머리카락이 물처럼 묽은 햇살로 빛났다. 머릿결 사이로 튀어나온 뾰족귀는 그녀가 수천 년을 산 요정임을 말해주었다. 헬레나는 어떤 종이를 물끄러미 보는 중이었다.

열린 창문에 은색 털을 가진 독수리, 실버 호크가 석고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헬레나의 독수리였다.

플린이 헛기침을 했다. 헬레나가 고개를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멍한 표정이던 그녀는 곧 플린에게 밝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마침 잘 왔어요, 플린.” 헬레나가 말했다.

플린이 허리 숙여 경례한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 실버 호크가 플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짙은 노란색의 눈동자가 한 번의 흔들림 없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플린이 탁자 앞에 섰을 때 헬레나는 들고 있던 종이를 옆으로 치웠다. 뜯어낸 봉랍이 종이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연두색 봉랍이었다. 플린은 누가 보낸 편지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헬레나가 플린의 시선을 의식한 듯 말했다. “편지는 천천히 얘기하고. 먼저 보고할 게 있으면 말해줘요.”

플린은 다시 헛기침을 했다. “오는 길에 네피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게 있습니다.”

“뭔가요?” 헬레나가 물었다.

“헬레나님께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플린은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헬레나도 웃음을 못 참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플린은 그녀의 감은 눈에서 자라난 짙은 속눈썹을 흘깃 보았다. 속눈썹은 머리카락보다 조금 어두운 색이었다. 늦은 오후의 풀밭 같았다.

“저도 고맙다고 전해줘요. 다른 건요?” 헬레나가 물었다.

플린이 말했다. “주주가 말 먹이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실은 그것만 부족한 게 아니지만요. 오는 길에 건초 더미를 쌓은 수레가 몇 개 보이긴 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진 않겠죠.”

헬레나가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밭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서쪽 평원은 물론 상황이 심각하지만, 우리 마을 주변의 경작지는 피해를 많이 안 봤어요. 케토 강 동쪽은 백작이 잘 지키고 있는 데다 그쪽 수확량은 늘 괜찮은 편이니, 부족한 건 거기서 사들이면 돼요.”

“사람이 부족한 게 문제군요.”

플린은 한산한 시장 길을 떠올리며 말했다.

헬레나가 말했다. “많이들 떠나고 있어요. 왕국을 포함해서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물론 순찰대가 있지만, 순찰대가 이 넓은 평원을 다 지킬 순 없어요. 헤네시스 인구도 조금씩 줄고 있어요. 밭을 갈 사람도 자연히 줄고요. 오면서 빈집이 안 보이던가요?”

플린은 입술을 혀로 살짝 적셨다. 오는 길에 골목까지 한번 살펴보고 와야 했었다. 실버 호크가 가져왔을 소식과, 헬레나를 보려는 마음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헬레나가 말을 이었다. “남부 전체가 살기 위험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사람들은. 백작이 다스리는 동쪽 지역까지 포함해서요.”

“그럼 다들 어디로 가는데요?” 플린이 물었다.

“북쪽.” 헬레나가 말했다. “거긴 드레이크의 공격을 받을 일이 없고 국왕이 있는 수도와 가깝죠. 저번 주에는 전쟁도 종결됐고요. 이곳 남부도 왕국의 땅이기는 하지만, 백작을 제외하면 남부를 다스리는 자는 아무도 없어요. 영주들은 자기 성에만 틀어박혀 있거나, 수도에 가서 자금과 병력을 얻을 궁리만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거지만요.”

해가 구름에 가려진 듯했다. 궁수교육원 내부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실버 호크가 날개를 펴더니 쏜살같이 창밖으로 날아갔다. 헬레나는 미동 없이 플린을 보고 있었다.

“다른 건요?” 헬레나가 물었다.

“말씀하신 곳에 가서 살펴봤습니다.”

플린이 가방을 풀어 그 안의 지도를 꺼냈다.

탁자 위에 펼치자 헤네시스 평원의 약도가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그 위에 플린이 그린 굵은 선들과 글자 몇 줄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있는 헤네시스 마을은 지도에서 조금 남쪽에 있었고, 남 케토 강이 지도를 좌에서 우로 횡단했다. 플린이 일주일 간 머물렀던 버섯동산의 집이 지도 정중앙에 있었다.

헬레나는 지도를 손으로 집었다. 양끝을 가볍게 붙잡은 채 한동안 지도에 그어진 표시들을 보고 있었다.

플린은 탁자 오른쪽에 놓인 편지에 자꾸 시선이 갔다. 연두색 동그란 봉랍. 어서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플린의 보고가 우선이었다.

헬레나가 지도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손에서 풀려난 지도가 빠르게 제 몸을 둥글게 말아버렸다. 헬레나는 숨을 한 번 내쉰 뒤 말했다.

“세계수로 향하고 있군요.”

플린은 착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헬레나는 마을에서 북쪽으로 반나절 말을 달리면 나오는 언덕으로 플린을 보냈다. 버섯동산에서 제일 높은 언덕에 있는 나무는 버섯집 뒷문과 연결되어 있었다. 뒷문을 열면 나오는 나선 계단을 오른 뒤 나무의 굵은 가지에 묶인 사다리와 발판을 올라가면, 잎이 수북한 나무 꼭대기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버섯동산은 물론이고 남부 평원을 폭넓게 둘러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일종의 자연 감시탑이었다.

일주일 전 출발한 플린은 버섯집에 도착해 말을 말뚝에 묶어놓고,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냈다. 잠을 잘 때만 버섯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고 밥은 나무 위에서 간단하게 먹었다. 음식을 씹고 삼킬 때도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징후를 관찰했다.

북쪽에는 구름에 닿을 만치 솟은 세계수가 있었다. 남쪽에는 남 케토 강과 헤네시스 마을이 있었다. 동쪽으로 북 케토 강의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이고 서쪽으로는 숲과 산맥이 펼쳐졌다. 서쪽이 눈에 띄게 피해가 컸다. 멀리서 봐도 숲의 나무가 쓰러져 이곳저곳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들판에도 땅이 짓이겨지고 풀이 무더기로 뽑힌 자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다른 순찰대원이라면 알아볼 수 없었겠지만 플린은 눈이 좋았다. 요정의 눈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헬레나를 빼면 순찰대에서 플린보다 눈이 좋은 사람은 없었다.

플린은 밤이 되면 서쪽으로 말을 달렸다. 드레이크는 야행성이었고 밤에 많이 움직였다. 드레이크들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알려면 멀리서 그들이 지나간 흔적을 관찰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그들을 볼 필요가 있었다. 밤눈을 밝히며 플린은 일부러 드레이크 무리를 찾아다녔고, 위험한 때도 있었지만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다른 순찰대원들을 만나 드레이크들의 동향을 묻기도 했다. 들판에 선명하게 새겨진 발자국의 수와 방향을 지도에 기록하고, 버섯집에 돌아와서는 드레이크의 주된 이동 경로를 선으로 그어 표시했다.

헬레나가 지시한 게 바로 이것이었다. 드레이크의 움직임을 알아내 자신에게 보고할 것. 일주일 동안의 임무였다.

헬레나는 돌돌 말린 지도를 서류 더미 위에 놓았다.

플린이 그녀에게 말했다.

“세계수가 있는 북쪽 방향으로 드레이크들이 향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긴 어려웠습니다. 북쪽은 산이 많고 사람의 손을 안 탄 숲도 넓어서, 저 혼자 북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내긴 힘듭니다. 하지만 북쪽으로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헤네시스가 공격을 덜 받는 거군요.” 헬레나가 말했다.

플린은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물론 케토 강이 막아주고 있긴 하지만, 드레이크들의 목적이 단지 먹이 사냥이라면 서쪽에만 머물 이유가 없어요. 드레이크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곡물도 가리지 않고 먹어요. 서쪽은 산과 숲이 많죠. 중앙에는 헤네시스처럼 밭이 펼쳐진 마을이 여럿 있고요. 백작이 다스리는 기름진 동쪽 땅은 말할 것도 없어요.”

“슬리피우드에 사냥감이 많을 것 같지도 않은데요.”

플린이 말했다. 슬리피우드는 세계수 주위에 있는 거대한 숲을 말했다. 플린이 말한 '사람의 손을 안 탄 숲'보다도 더 안쪽에 있는, 음침한 거목들이 태곳적의 침묵을 지키고 있는 금단의 숲이었다.

헬레나가 플린의 말에 공감하는 눈빛을 보냈다.

“세계수로 향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이 문제가 순찰대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평원을 비우고 슬리피우드로 원정을 갈 수도 없어요. 슬리피우드에 드레이크들을 영영 가둬놓을 수도 없어요. 그리고 드레이크들이 그곳을 서식지로 삼아, 번식하고 새끼를 낳는다면······.”

플린은 다시 편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헬레나는 아직 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지는 이제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플린은 물어보았다. “뭐라고 답신이 왔나요?”

헬레나는 말없이 플린에게 편지를 건넸다. 직접 읽고 판단하라는 의미였다. 실버 호크를 남쪽으로 날려 보낸 지 두 달 만의 답신이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존경하는 나의 스승, 헬레나. 당신께서 처하신 시급하며 곤혹스러운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저희 나름대로 기울여 보았습니다. 당신께서는 긴 서두를 좋아하지 않으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용왕께서는 드레이크가 빅토리아로 이동하는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저를 포함한 사제들의 긴 설득도 용왕의 뜻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과정과 세세한 사정을 적어 알리고자 합니다······.’

플린은 더 읽지 않았다.

헬레나가 말했다. “백작이 상단을 보냈다고 했어요. 주주가 말한, 우리에게 부족한 물건들은 그때 충당할 수 있을 거예요.”

“공짜로요?” 플린이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청구서를 쓰는 형식을 취하겠죠. 언제 대금을 받아야 하는지는 모호하게 적어두겠지만요.” 헬레나가 담담하게 말했다.

플린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무의식적으로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정적이 길어지는 사이 창밖으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헬레나의 귀가 쫑긋 움직이는 걸 보니 그녀도 바깥 소리에 예의주시하는 것 같았다.

헬레나가 물었다. “플린. 우리 마을로 오는 드레이크 무리는 없었죠?”

플린이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헬레나가 말했다. “그럼 다른 마을에서 온 지원 요청이겠군요.”

문을 세게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계단을 빠르게 밟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헬레나님!"

계단을 올라온 닉시가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양볼에 들러붙었다.

“무슨 일이죠, 닉시?” 헬레나가 물었다.

“드레이크요.” 닉시가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요. 많아요. 아직 멀긴 한데. 일단은 보여요.”

헬레나는 재빠르게 탁자 아래에 있던 장궁과 화살통을 챙겨 들었다. 그녀는 닉시를 앞질러 궁수 교육원 계단을 내려갔다. 닉시가 울상을 지으며 뒤따랐다.

플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드레이크들은 서쪽에서 사냥을 이어가거나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헤네시스 마을로 오는 경우는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책을 곱씹을 때가 아니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플린은 손에 쥔 레고르의 편지를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했다. 그는 가방에 편지를 돌돌 말아 넣었다. 봉랍이 떨어졌지만 플린은 미처 못 보고 계단을 질주하듯 내려갔다.





각주:

1) 본작에서 ‘헤네시스’라는 이름은 두 가지를 뜻합니다. 첫째는 빅토리아 남부의 평원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다만 작중 인물들은 ‘남부’, ‘남부 평원’이라는 말을 좀 더 자주 씁니다. 둘째는 헬레나가 머무는 평원 중심부의 마을을 말합니다. 본작에서는 원래 빅토리아 남부 평원을 헤네시스 평원이라고 불렀다가, 헬레나가 이곳에 머물기 시작하고 주위로 마을이 생기면서 그 마을을 헤네시스라고도 부르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이는 원작에서도 엘나스 마을과 엘나스 산맥, 무릉 마을과 무릉도원의 이름이 혼용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2) 원작의 헤네시스 로고는 뚜렷한 의미나 유래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순찰대의 표식이라는 설정은 본작의 창작입니다.

3) ITCG에서와 달리 본작의 플린은 안경을 쓰지 않습니다.

4) 뾰족귀가 엘프 요정의 특징이라는 것은 본작의 창작입니다. 원작에서는 일부 엘리니아의 요정(윙, 로웬, 에뜨랑)과 오르비스의 요정(웡키) 또한 뾰족귀를 갖고 있습니다. 본작의 엘프 요정은 날개가 없습니다.

5) 헤네시스는 원작에서 농업과 목축업이 주력 산업인 마을입니다. 필드 곳곳에서 건초더미, 울타리 너머의 작물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을의 리나 집에는 금속제 우유 통이 수레에 실려 있고, 필드에는 사과나 토마토로 추정되는 붉은 열매를 실은 수레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타의 돼지 농장이 퀘스트 지역으로 존재합니다. 헤네시스 공원의 분수대, 마을 바닥이나 벽면에 보이는 배수구를 보면 수자원이 풍부하며 상하수도시설까지 잘 갖췄습니다. 높은 생산성과 발달한 기반시설은 헤네시스에 시장이 따로 있을 만큼 많은 유동 인구가 생겨난 조건으로 보입니다.

6) 가이드북 『메이플스토리 퍼펙트 가이드 16』(시공사, 2003)에 따르면 헤네시스는 “세계를 떠돌며 방랑 생활을 하던 궁수들이 정착할 곳을 찾아 세웠다는 마을”로 설명됩니다. 헬레나가 그중 하나였다는 내용은 없지만, 과거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2004.10.3)에서는 궁수 직업군을 설명할 때 “헤네시스 마을의 원로이자 전설적인 영웅인 헬레나”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헬레나는 헤네시스에 오랫동안 머무른 것이 사실이며, 어쩌면 마을이 세워질 때부터 함께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7) 버섯동산이라는 장소는 원작의 메이플 아일랜드와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2곳 있지만, 본작에서는 남부 헤네시스 평원의 중심부를 가리키는 지명으로만 쓰입니다.



Lv1 누가퍼갔냐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