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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오늘따라 대각선 자리의 배불뚝이 과장님 표정이 비장해보인다

깨먹이
댓글: 22 개
조회: 16848
추천: 44
2026-09-10 09:35:46
언제나처럼 구부정한 자세로 모니터 깊숙히 빨려들어갈듯 앉아있는 대각선 자리의 배불뚝이 과장님

하지만 오늘따라 그의 뒷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 

평소 점심 메뉴를 고를 때나 보여주던 느긋함은 어디간데없고, 마치 거사를 앞둔 장수처럼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슬쩍 훔쳐본 그의 옆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한껏 달아올라 있었고, 불룩한 배가 책상 모서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마우스를 쥔 손끝마디 하나하나가 목뼈까지 팽팽하게 긴장감이 서려 있는 게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다.
과장님의 시선이 머무는 모니터 화면 밑에는 익숙한 주황색 버섯 아이콘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멈춘 화면 상단에는 직업별 개선사항이라는 굵은 글씨와 함께, 수십 개에 달하는 직업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과장님의 퉁퉁한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으며,
화면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흡사 시퍼런 사슬처럼 날카롭게 휘감기는 듯했다.
그 순간, 
그가 한숨처럼 내뱉은 혼잣말이 정적을 깨고 날아왔다.
"…… 타수가 토막이 났다고?"
바탕화면 너머로 얼핏 보이는 캐릭터의 실루엣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마우스를 쥔 손목을 홱 꺾는 그의 모습이,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쇠사슬을 거칠게 휘두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미간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그림자 속에서 화려하게 춤추던 그의 은밀한 영웅이, 
오늘 밤 단 한줄의 문장으로 차디찬 바닥에 묶여버린 것이었다.
과장님은 이내 고개를 뒤로 젖히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가 오늘 아침 출근길부터 그토록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입술을 바짝바짝 태우던 이유가 비로소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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