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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메이플 자작 소설] 빛의 그늘 - 2

택론즈
댓글: 4 개
조회: 174
추천: 1
2026-09-21 02:36:52
두 소년 소녀가 강제로 갈라져 찢겨 나간 그날 이후, 아스완의 시간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옥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신전에 끌려온 힐라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거룩한 은총이 아닌, 잔혹한 모략과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당시 아스완 신전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한 예언 능력을 지닌 전대(前代) 대무녀가 존재했다. 그녀는 어린 힐라가 신전에 들어온 첫날, 힐라의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이 아이를 당장 신전 밖으로 내치시오! 이 아이는 훗날 아스완을 잿더미로 만들고, 이 나라를 완벽한 죽음으로 몰아넣을 재앙의 씨앗이오!"

그러나 대사제 자카리아를 비롯한 탐욕스러운 사제들은 그 섬뜩한 예언을 비웃었다. 날이 갈수록 권위가 높아져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전대 대무녀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사제들에게, 그 예언은 오히려 전대 대무녀를 끌어내릴 완벽한 명분이 되었다.

사제들은 전대 대무녀를 '노망난 신성 모독자'로 몰아 신전에서 비참하게 쫓아냈다. 그리고 압도적인 치유의 힘을 가졌으나 아직 어리고 신분도 없는 지하 빈민가 출신의 힐라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종할 새 대무녀 후계자로 옹립했다.

그러나 쫓겨난 전대 대무녀가 남긴 예언의 그림자는 힐라의 삶을 처참하게 짓눌렀다.

"어디서 굴러먹던 지하 쥐새끼 따위가…"
"쯧쯧, 들었잖아. 나라를 망하게 할 재앙의 아이래."

신전의 귀족 출신 무녀들은 힐라를 철저히 차별하고 배척했다. 천한 빈민가 출신이라는 신분적 열등감과 '멸망의 아이'라는 무서운 예언은 힐라를 향한 차가운 가시가 되어 돌아왔다. 무녀들은 향로를 일부러 힐라의 발밑에 떨어뜨려 살을 태우거나, 기도실에 가두어 끼니를 굶기는 등 잔혹한 괴롭힘을 일삼았다.

그 와중에 사제들은 어린 힐라의 신성력을 사정없이 쥐어짜 냈다.

"더 짜내거라! 이 정도 신성력으로는 동쪽 결계를 유지할 수 없다!"

어두운 기도실, 촛불 아래에서 어린 힐라는 매일같이 자신의 생명력을 피처럼 흘려보내야 했다. 온몸의 진이 빠져나가고 뼈 마디마디가 쑤셔오는 통증이 덮쳐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어도, 돌아오는 것은 사제들의 냉정한 채찍질과 무녀들의 비웃음뿐이었다.

화려한 비단 옷과 향초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힐라에게 신전은 석굴보다 가혹한 지옥이었다. 아무도 그녀를 따뜻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쉬지 않고 뻗어 나오는 치유의 샘물이자, 언젠가 나라를 망칠지도 모를 찜찜한 도구일 뿐이었다.

외로움과 고통에 영혼이 바스러질 때마다, 힐라는 기도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품속 깊은 곳의 작은 조각을 꺼냈다.

신전에 끌려오던 날, 엘란의 피로 물들었던 붉은 머리카락 매듭의 남은 실타래.

힐라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작은 실타래를 꼭 매만졌다. 차디찬 신전에서 소년의 피와 땀이 베어 있는 그 실타래만이 그녀를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유일한 숨구멍이자 삶의 이유였다.

'죽지 마, 엘란… 살아만 있어 줘. 내가 버텨낼 테니까….'

힐라는 입술을 깨물며 피눈물을 삼켰다. 사제들과 무녀들 앞에서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그들의 이기적인 통제와 학대 아래에서 자신을 지켜내고, 마침내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얻어 이 가혹한 굴레를 스스로 깨뜨리리라.

힐라의 눈동자 속에서 순진했던 소녀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부러지지 않을 차갑고 서늘한 독기가 차곡차곡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아스완 지하 가장 깊고 어두운 뒷골목 '쥐구멍'.

엘란의 세상 역시 온통 핏빛과 흙먼지로 물들어 있었다.

"이따위 한심한 주먹질로 누구를 지키겠다는 거냐!"

콰앙-!

투박한 나무 몽둥이가 엘란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소년의 몸이 흙바닥을 사정없이 구르며 피를 토해냈다. 다리를 저는 사내 바란이 비틀거리며 다가와 엘란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거칠었다.

"귀족놈들이 도장에서 시합이나 하며 폼이나 잡는 검술은 도련님 놀음에 불과하다! 진짜 검이란 상대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뼈를 부숴서라도 목숨을 건지는 사투다. 신전의 정통 검술에 지하의 실전 암수를 뼈에 새겨라! 다시 일어서!"

힐라를 빼앗긴 날, 제발 싸우는 법을 가르쳐달라며 바란의 아지트 앞에서 사흘 밤낮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으면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10대의 엘란. 바란은 그런 엘란의 미친듯한 집념과 손목에 감긴 붉은 실을 보고, 자신이 버렸던 정통 검술과 뒷골목의 실전 암수를 모두 쏟아부어 그를 야수로 길러냈다.

엘란은 매일같이 지옥을 굴렀다. 귀족 자제들이 비단 옷을 입고 화려한 도장에서 검을 휘두를 때, 엘란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골목에서 목숨을 건 패싸움을 벌였고 온몸으로 싸우는 법을 익혔다.

검에 베인 깊은 자국, 몽둥이에 맞아 뼈가 비틀어진 자국, 불에 덴 자국.

소년의 피부는 수년의 세월 동안 징그러울 정도로 빽빽한 흉터로 뒤덮였다. 어릴 적 가냘프고 순박했던 소년의 형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오직 단 하나의 집념으로 완성된 거칠고 굳건한 야수만이 남았다.

매일 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 속에서 의식을 잃어갈 때마다 엘란은 손목에 감긴 붉은 매듭을 입에 물었다.

"기다려, 힐라…."

엘란이 거친 숨을 내쉬며 핏빛으로 물든 검을 다잡았다.

"내가 네게 다다를 때까지… 반드시 견뎌내."

성벽 아래 지하 석굴의 두 아이는 그렇게 각자의 지옥을 견뎌내며, 서로를 향해 닿을 가장 강인하고 날카로운 칼과 방패로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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