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인벤 자유 게시판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수다] 심심해서 써보는 [에반게리온] 감상법

아이콘 Medymedy
댓글: 11 개
조회: 304
2026-10-03 08:24:10
난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명작이라고 생각함. 최근에 치지직에서 많은 사람들이 봤고 평가가 별로임. 이딴 게 뭐가 재밌냐, 어디가 명작이냐, 구시대의 과평가된 졸작일 뿐이다 등.

그래서 써보는, 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에반게리온 '감상법'임. '해석'에 집중하기보단 그냥 작품을 있는 그대로 '설명'할 것임.

위에 있는 짧은 만화가 이 글의 한줄 요약임. 에바의 정체, 사도가 쳐들어오는 이유, 아담은 뭐고 릴리스는 뭐고, 제레는 뭐하는 조직이고 겐도 아저씨의 목적은 뭐고, 이건 또 뭐고 저건 또 뭐고...

도대체가 이 작품은 제대로 설명도 안 하면서 이런 저런 알 수 없는 얘기들은 겁나 많이 늘어놓음. 보는 사람은 이해를 못함. 뭔 말인지 이해를 못하니 재미가 안 느껴짐.

왜 그럴까? 왜 계속 똑바로 설명 안 하고 난해한 얘기를 늘어놓을까. 그게 정말로 다 의미가 있긴 할까? 걍 꿈보다 해몽 아냐? 답을 알려주겠음.



안 중요해서 안 알려주는 것임


정확히는 '신지에게' 안 중요함. 아래 짤을 보자.

11화 내용中
신지는 사도랑 왜 싸워야되는 거냐 물음. 아스카는 단순하게 "공격해오니까 싸우는 거지"라고 대답함.

사도가 뭐고 왜 싸워야되냐고? 주인공도 모름. 주인공이 모르는 내용인데 우리가 알아야할까?
그래서 알 필요가 없는 거임. 그건 신지의 관심사가 아님, '어른들'에게 중요한 거지.

그럼 에반게리온은 뭔 재미로 봐야하나?

그냥 주인공인 신지에게만 이입해서 감상하면 됨. 그게 이 글에서 설명하는 '감상법'임.

-----------------------------------------------------------------------------------------------------------------------------------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둘로 나눌 수 있음.

1) 애들, 2) 어른들

에반게리온이 비관적이고 우울한 이유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서가 아님.
어른들이 애들에게 비정하게 굴어서임.

온갖 책임과 의무는 다 애들(신지, 아스카, 레이)가 지고, 어른들은 그걸 애들한테 떠맡기는 주제에 내부사정따윈 제대로 설명조차 안 해줌.

신지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유는 '어른들이 설명을 안 해주기 때문'이란 말임. 왜 싸우는지, 지면 어떻게 되는지, 다 끝나면 어떤 보상이 있는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음.

이런 불합리가 세상에 어딨음. 우리도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퇴사하잖음.

급여 적고, 일은 위험하고, 윗대가리들은 설명도 똑바로 안 하면서 시키기만 하고, 열심히 했더니 외부 사람들은 자기가 피해봤다며 나한테 욕하고. 이러면 누구라도 퇴사할 거임. 누구라도 그만두겠지. 14살인 신지가 자꾸 도망치는 건 절대 이상한 게 아님.

그런데도 의문인 건, 애들은 계속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고 사도랑 싸운단 거임.

난 왜 에바에 계속 타고 있을까

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임.
그래, 이렇게 주어진 환경이 불합리한데 얘넨 왜 계속 에바에 타지?

  • 아스카는 "난 천재임. 난 세계 최고의 에바 파일럿임"이라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며 이 불합리를 견디고,
  • 신지는 "진짜 존나 무섭고 타기 싫은데 사람들이 칭찬해주니까... 그리고 내가 잘하면 아버지랑 화해할 지도 몰라"라며 억지로 견디고 있음.
  • 레이는 사고방식이 이미 인간 범주를 벗어나서 논외.


아스카도 할 얘기 많지만, 주인공인 신지 관점에서만 '에바에 타는 이유'가 뭔지 알아보자.

[초반부]
신지는 아버지와 사이가 나쁨. 아버지 겐도가 신지를 고향에 버리고 가버렸기 때문임. 1화에서 미사토가 신지를 차에 태웠을 때, 아버지로부터 서류 받은 것 없냐고 묻는 장면이 있음. 신지가 가방에서 서류 꺼내서 보여주는데 그 서류가 어땠는지 생각남?


저렇게 종이를 다 찢어놨음. 그걸 다시 테이프로 붙여서 가져옴. 이게 신지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임. 받자마자 화나서 찢어버렸는데, 도로 붙여서 가져왔단 건 사실 아버지랑 화해하고 싶단 의미임.

초반에 신지는 이렇게 순수함. 아버지는 애정을 보인 적도 없는데, 신지는 아직 어려서 마냥 아버지랑 잘 지내고 싶어함. 겐도가 레이한테만 친절할 때 신지는 질투보단 오히려 레이에게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음. 아직까진 아버지에게 화가 나있을 지언정 미워하고 있진 않고, 아버지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고 싶어함.

에바에 타고 사도랑 싸우는 건 너무 무섭지만, 이걸 포기하고 가버리면 내가 정말로 필요없는 사람이 될까봐 꾹 참고 계속 탄 거임.


[중반부]


12화中

신지가 역대급으로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고 아버지에게 "잘했구나"라는 칭찬을 들음. 이때쯤 신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에바에 타려고 마음을 먹게 됨. 그저 '남들이 시켜서,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봐'가 아닌 '더 잘해서 아버지에게 칭찬받을래'라는 스스로 생각해낸 에바에 타는 이유가 생겼음.

이때가 신지에게 가장 행복한 때임. 너무 의욕이 앞서다 망한 적도 있지만 신지는 이제 두려움보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큼.



[중후반부]


19화中
아버지 겐도가 신지의 애정결핍을 철저히 이용했고, 그 사실을 신지가 깨닫고 떠나는 장면임. 이전까지는 신지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이었지만, 이건 처음으로 신지가 '스스로 떠나는' 장면임. 회사 일이 힘들어서 퇴사하는 거랑, 일 하다보니 좆같아져서 퇴사하는 건 다르듯이, 신지도 에바에 타는 게 이제 좆같아져서 가는 거임.

물론 신지는 결국 다시 돌아옴. 딱히 아버지를 위해선 아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하는 일에 '책임'을 느껴서 돌아온 거임. 이 작품은 '애들'과 '어른들'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걸 보면 정말로 애들이 더 어른스럽게 행동함. 그래서 이 작품이 슬픔.


[후반부]


24화中

이젠 아버지를 위해서 탄다는 이유도 사라졌고, 같이 싸우던 동료들도 다들 리타이어해버렸음. 어른 역할을 해주던 미사토는 카지가 죽은 뒤로 남 챙길 여력이 없고, 아버지는 여전히 냉소함. 리츠코는 그저 자기 분풀이로 신지를 이용해먹었음.

불쌍한 신지는 또 혼자 남게 됐고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어졌음. 여러번 말하지만 이 작품은 애들이 더 어른스럽고, 반면에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함. 물론 그 어른들도 세컨드 임팩트(준세계멸망)의 트라우마 때문에 불안정해서 그런 거긴 하지만 14살인 신지가 이해해야할 범주는 결코 아님.

'에바에 탄다는 책임' 그마저도 마지막 사도를 만나면서 완전히 소멸하고 이제 신지는

'왜 에바에 타는가?'를 넘어서 '난 여기 대체 왜 있는 거지?'로 더 어둡고 심란한 상태가 되었음.


[결말부]

에반게리온의 결말은 여기서 둘로 나뉨.
TVA 결말이 있고, EOE 결말이 있음. TVA 결말은 해피엔딩이고, EOE 결말은 배드엔딩임.


[TVA 결말]

TVA 25화, 26화가 개판인 이유, 에바랑 사도는 다 어디가고 뭔 개소리하고 있음?에 대한 답변은 이제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함. 앞서 말했듯 에바니 사도니 인류보완계획같은 소리는 신지에게 하나도 안 중요하단 말임.

지금 신지에게 중요하고 시급한 건 그저 "난 여기 왜 있는거야..."임.
나약하고 자기혐오가 심한 신지에게 이 질문은 곧 "난 왜 살고 있지"와 같음.

TVA 결말은 그에 대한 내용임. 신지가 '왜 여기 있고 왜 살아가고 있는지' 내면의 대화를 통해 답을 얻는 거임.


26화中

이유따위 없어도 난 '그냥' 여기 있어도 돼

라는 결론을 신지 스스로 찾았음.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가 나에게 뭘 기대해서도 아니고, 내가 뭔가를 해야해서도 아닌
누구에게 허락을 받아야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사랑을 받거나 관심을 받아야만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정말 내가 여기 있고싶으면 있어도 된다는 심플한 메시지임.

타인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던 신지가 이걸 깨닫자 모두 나와서 축하해줌. 여기서 중요한 건 '모두' 나왔다는 점인데, 사이가 나쁘던 아버지도, 죽은 카지와 엄마도 나옴.


이 장면 직전에 화면이 깨지는 연출이 있음.


  • 아버지랑 사이가 나쁘단 '설정'
  • 엄마가 죽고 없다는 '설정'
  • 주변 사람들이 폐인이 되고 사라져버린다는 '설정'

이런 것들은 모두 에반게리온 세계관에 나오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함.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신지고, 신지의 이야기가 바로 '에반게리온'임.

'주인공' 신지가 원하기만 하면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음. 사도따위 없고, 에바도 없고 누구랑 싸우거나 죽거나 다치는 일도 없음. 신지는 원하면 얼마든지 다른 세계에서도 살 수 있어요.

옆집 사는 아스카가 아침에 깨우러 와주고, 레이가 식빵 물고 뛰어오다 부딪쳐서 넘어지는 세계도 존재할 수 있음.



이야기의 주인공 즉, 네 인생의 주인인 너는 얼마든지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게 TVA의 결말임. 진짜로 해피엔딩이 아닐 수 없음.



[EOE 결말]

TVA 결말이 해피엔딩인데 반해 EOE 결말은 개씹 배드엔딩임.
신지는 여전히 '에바랑 사도가 싸우는 좆같은 세계'에 있고요, 이젠 하다하다 제레라는 어른들이 신지가 있는 곳을 섬멸하러 옴. 어른들끼리 어른들만의 이유로 싸우는데 애꿎은 신지랑 아스카가 죽게 생겼음.

끝에 가서 신지는 마지막 치부인 아스카를 죽이려고 하지만, 나약해서 그마저도 못하고 울어버림. 신지는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이 절망뿐인 세상에서 탈출하지도 못했음. 그래서 '기분 나쁜' 배드엔딩임.


-----------------------------------------------------------------------------------------------------------------------------------
꽁꽁 감춰놓은 설정들에 대한 해석은 하지 않았음. 에바가 뭔지, 사도는 왜 오는지, 제레는, 네르프는, 인류보완계획은, 세컨드 임팩트는, 롱기누스의 창은 뭔지...

필요하지 않으니까 안 한 것임. 정확힌 신지에게 필요하지 않은 내용들이라서.

에반게리온이 난해하고 어려웠다면 신지에게만 집중해서 보셈. 신지가 왜 힘들어하고, 왜 도망치려고 하고, 왜 다시 돌아오고, 왜 슬퍼하는지만 알면 됨.

에바랑 사도가 싸우는 이유따위는 '어른들'에게나 중요하지, 신지에게는 중요하지 않단 말임.
(번외로 신극장판에선 신지가 모든 비밀과 설정을 알고 시작함. 그래서 근본적으로 내용이 다름)

끝



3줄 요약
  • 그 복잡한 설정들 신지도 몰라요
  • 주인공도 모르는데 왜 알려고 함
  • 신지의 사정에만 이입해서 보셈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최근 HOT한 콘텐츠

  • 메이플
  • 게임
  • IT
  • 유머
  • 연예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