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웰이 말하는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 클래식 월드의 미래
메이플 유저들에게 잉크웰로 더 잘 알려진 넥슨 아메리카 CPO 오한별이 넥슨 아메리카 팀의 제이미와 만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클래식 월드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두 서비스가 어떻게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잉크웰과의 대화
최근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클래식 월드다.
클래식 월드는 이용자들을 메이플스토리의 과거 시대로 다시 데려가는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지만, 단순히 옛날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넥슨 아메리카 CPO이자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에게 잉크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오한별이 있다.
오한별은 과거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하고 디렉터를 맡았으며, 이후 글로벌 프로덕션 업무를 담당했다. 미국 넥슨에서는 서구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임 개발을 이끌었고, 엠바크 스튜디오와 함께 더 파이널스와 아크 레이더스의 개발 과정에도 오랜 기간 참여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다시 메이플스토리로 돌아왔다.
넥슨 아메리카 홍보팀은 오한별에게 왜 다시 메이플스토리로 돌아왔는지, 클래식 월드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물었다.
제1장 지금까지의 여정
메이플스토리에서 세계로, 그리고 다시 메이플스토리로
질문
먼저 아직 잉크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메이플스토리와 정말 오랜 인연이 있으시죠
잉크웰
물론입니다.
저는 넥슨 아메리카 CPO이며 현재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총괄하고 있는 오한별입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제 경력의 시작부터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넥슨코리아에서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한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를 맡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사실상 위젯 스튜디오 마지막 세대의 일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 담당 범위가 넓어졌고, 나중에는 여러 해외 지역의 메이플스토리를 총괄하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메이플스토리는 단순히 한동안 일했던 게임 정도가 아닙니다. 제 커리어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게임이 만들어지고 성장해 가는 과정뿐 아니라, 오랜 기간 라이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문제와 변화까지 함께 경험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알고 있는 제 이력은 아마 여기까지일 겁니다.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밖에서 쌓은 경험 역시 지금의 저에게 그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질문
이후 미국으로 옮기셨는데,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잉크웰
미국으로 옮긴 뒤에는 몇 년 동안 메이플스토리와 떨어져 새로운 책임을 맡고, 메이플스토리와는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들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저는 제작 부문 부사장으로서 넥슨의 서구권 게임 제작을 이끌었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되던 여러 신작의 제작과 개발 관리 전반에 관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큰 변화를 겪은 시기였습니다.
오랫동안 메이플스토리라는 하나의 프랜차이즈 안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여러 새로운 게임 스튜디오와 함께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각 스튜디오는 전혀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었고, 개발 문화도 달랐으며, 제작 방식도 서로 달랐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게임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고, 게임 제작에 적용하는 기준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질문
그중 하나가 엠바크 스튜디오였죠?
잉크웰
맞습니다.
약 5년 동안 엠바크 스튜디오와 매우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더 파이널스와 아크 레이더스가 개발 초기 단계에 있을 때부터 함께했고, 개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게임을 실제 제작 단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제게는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엠바크 스튜디오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정말 많고, 게임의 품질에 대해서도 굉장히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완성도 높은 글로벌 게임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반복 작업, 협업과 절제가 필요한지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더 파이널스와 아크 레이더스는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 됐고, 그 여정을 처음부터 함께할 수 있었던 덕분에 저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대형 게임 제작 과정과 품질 관리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마다 이용자들이 게임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리고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그 경험은 지금도 제가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질문
더 파이널스가 출시될 즈음 다시 메이플스토리로 돌아오셨습니다. 어떤 이유로 그런 결정을 내리셨나요?
잉크웰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웃음)
그때는 이미 메이플스토리를 떠나 다른 프로젝트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됐고,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종류의 게임들을 만드는 경험을 정말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크 레이더스 역시 여러 차례 큰 방향 전환을 거친 끝에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형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당시 개발팀은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가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해외 시장을 다시 중요하게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제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다시 맡아줄 의향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시 메이플스토리로 돌아가는 것이 나에게 맞는 선택일까? 지금 내 커리어에서 그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오랫동안 다른 프로젝트를 해왔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메이플스토리는 여전히 넥슨의 가장 중요한 지식재산 중 하나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다시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감정적인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오랜 세월 게임을 아껴온 정말 헌신적인 이용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용자들과 함께라면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단순히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전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내 커리어의 이 시점에서, 어쩌면 나보다 이 게임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메이플스토리 밖에서 얻은 경험을 제가 깊이 아끼는 게임에 다시 가져올 수 있다면 저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제2장 새로운 비전초지역화와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바라보는 더 넓은 시각
질문
2024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의 초지역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셨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더 큰 구상을 갖고 계셨나요?
잉크웰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진행 중인 모든 계획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큰 방향은 이미 상당히 명확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2024년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의 현지화를 더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건 훨씬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어떤 서비스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각 시장 이용자들의 기대와 플레이 방식을 어떻게 게임 자체에 직접 반영할 것인가?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의 현지화 개념을 넘어서는 초지역화라는 개념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본을 가져와 다른 지역에서 잘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서비스하는 시장의 이용자들을 훨씬 깊이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그런 차이를 게임 시스템과 서비스 구조 자체에 반영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은 당시 이야기했던 방향을 실제 게임과 서비스로 구현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돌아온 뒤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잉크웰
먼저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조직과 제작 구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3년 동안 팀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엠바크 스튜디오와 함께 일했던 경험은 우리가 어떤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부족한지, 각 분야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 제한된 자원 안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았습니다.
새로운 시스템도 만들고 싶었고,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고 싶었고, 오래된 콘텐츠를 다시 살펴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소통 방식도 개선하고 싶었고, 새로운 플랫폼과 더 많은 언어도 지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 시간과 인력은 언제나 제한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가진 자원 안에서 최대한 많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질문
초지역화는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 건가요?
잉크웰
기존의 현지화는 보통 하나의 원본을 가져와 번역하고, 특정 지역에 맞게 일부 수정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비스하는 각 시장의 이용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게임 시스템과 서비스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초지역화입니다.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원본을 각 지역에 맞게 바꾸는 단계에서 벗어나, 각 지역 이용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 잘 맞는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경험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 목표는 특정 시장 하나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로벌 서비스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각각의 이용자들에게 더 잘 맞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한 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해답이 다른 모든 지역에도 당연히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지역별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더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메이플스토리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메이플스토리가 새로운 지역과 새로운 이용자 집단으로 계속 확장되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질문
그런 변화가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잉크웰
초지역화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 이후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는 이용자 수와 서비스 전체 규모 양쪽에서 계속 성장했고, 해마다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미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메이플스토리와 우리 팀에 기대하는 수준에 아직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선택한 방향 자체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는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 3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의 미래를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는 언제 서비스 종료할까?” 같은 이야기도 꽤 자주 나왔습니다.
처음 그런 글들을 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그런데 커뮤니티를 자세히 보기 시작하니 그런 이야기가 전혀 드물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업데이트, 밸런스, 운영을 둘러싼 논쟁과 비판은 많습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러 면에서 오히려 건강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 곧 없어지는 거 아니냐” 같은 식의 극단적인 비관론은 과거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보기가 상당히 드물어졌습니다.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대화가 점점 “이 게임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에서 “이 게임을 어떻게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추진해온 방향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그런 결과가 클래식 월드 개발에는 어떤 영향을 줬나요?
잉크웰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전진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를 고민하면서 서비스 전체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문제가 점점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20년 넘게 서비스됐고, 그동안 엄청난 양의 콘텐츠와 시스템이 쌓였습니다.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이용자에게는 그것이 엄청난 깊이를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10년이나 15년 전에 메이플스토리를 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려고 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다시 하고 싶은데 지금 게임은 너무 복잡해 보여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복귀한 이용자들도 수많은 시스템과 게임 요소에 적응하지 못해 비교적 빠르게 다시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처음 접하는 신규 이용자 역시 이런 복잡성 때문에 메이플스토리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들어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현재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도 신규·복귀 이용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메이플스토리라는 세계에 들어오는 또 하나의 입구를 만들 여지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좀 더 단순하고 접근하기 쉬운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 입구 말입니다.
동시에 초창기 메이플스토리의 보다 단순한 경험을 다시 원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메이플스토리에 들어오는 또 다른 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단순하게 만들자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메이플스토리를 경험하는 또 다른 방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초기 진입장벽이 더 낮아서 복귀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메이플스토리와 다시 연결될 수 있고, 신규 이용자 역시 메이플스토리의 매력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경험 말입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한 클래식 월드의 근본적인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월드를 통해 새로운 이용자들이 메이플스토리 생태계로 들어올 수 있다면,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자체도 함께 성장할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당연히 팀 전체가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3장 왜 클래식 월드인가?과거를 그대로 복원하지 않으면서 만드는 또 하나의 메이플스토리
질문
일부 이용자들은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옛날 메이플스토리를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월드도 그런 방향인가요?
잉크웰
클래식 월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20년 전 메이플스토리를 일대일로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클래식 월드 개발팀에는 저뿐 아니라 초기 메이플스토리 게임 디자인에 깊이 관여했던 네미, 빅뱅 이전부터 메이플스토리의 아트 방향을 이끌었던 임 박사, 그리고 초창기 메이플스토리에 직접 참여해 게임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네미와 제가 함께 기본적인 방향과 구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했던 베테랑들이 하나둘 다시 돌아와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면, 그때 클래식 월드를 만들면서 무엇을 다르게 했을까?”
우리는 초창기 메이플스토리가 줬던 감정과 핵심 경험은 보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술적 한계나 개발 일정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고,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던 이야기와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아이디어를 클래식 월드에서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를 복제하는 것보다는, 초창기 메이플스토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가능성을 이어서 발전시키는 것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 클래식 월드가 서로 경쟁하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잉크웰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 클래식 월드는 애초에 서로 굉장히 다른 경험과 플레이 방식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현재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는 깊이 있는 캐릭터 성장, 정교한 시스템, 다양한 콘텐츠, 전투의 손맛과 지속적인 성장에서 오는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투의 재미, 빠른 성장, 깊이 있는 캐릭터 육성, 현대적인 게임 시스템의 다양성과 정교함을 좋아하는 이용자에게는 현재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반면 클래식 월드는 조금 더 느긋하고 사회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자기 속도대로 세계와 주변 사람들을 즐기는 데 더 큰 비중을 둡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천천히 성장하거나, 그냥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게임 플레이의 의미 있는 일부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클래식 월드를 가끔 메이플스토리 안에서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목표는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 클래식 월드가 서로 경쟁하거나 이용자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취향과 플레이 방식을 가진 이용자들을 모두 메이플스토리로 받아들이고,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전체 이용자층을 함께 넓히고 싶습니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더 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경험
방대한 콘텐츠와 시스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도전 요소
깊이 있는 캐릭터 성장
전투와 지속적인 성장
클래식 월드
현대적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
보다 느긋하고 사회적인 경험
세계를 탐험하고 친구들과 다시 만나는 경험
느리지만 의미 있는 성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질문
‘천천히 즐긴다’는 것이 클래식 월드의 중요한 철학처럼 보입니다.
잉크웰
맞습니다.
내부에서는 가끔 “천천히 즐기는 것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요즘 많은 온라인 게임은 굉장히 빠른 성장, 끊임없는 업데이트, 경쟁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클래식 월드를 조금 다르게 만들고 싶습니다.
잠시 게임을 쉬었다가 돌아왔을 때 “이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네”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구와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그냥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초창기 메이플스토리를 기억한다면, 당시에는 레벨업만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마을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배를 함께 기다리거나, 특별한 목적 없이 돌아다니다 새로운 장소를 발견한 경험도 모두 의미 있는 추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 월드를 통해 그런 감각을 다시 가져오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방향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너무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고, 조금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더 빠르고 현대적인 플레이와 폭넓은 콘텐츠를 원한다면 현재의 글로벌 메이플스토리가 있으니까요.
모든 메이플스토리가 모든 이용자에게 똑같은 종류의 재미를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업데이트 속도도 현재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는 다르겠군요?
잉크웰
그렇습니다.
우리는 콘텐츠가 준비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내놓는 방식으로 클래식 월드를 운영하고 싶지 않습니다.
각 성장 단계와 그 주변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 경험을 이용자들이 충분히 즐길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또한 클래식 월드 특유의 단순함을 유지하려면 콘텐츠 위에 콘텐츠를 빠르게 계속 쌓아 올리는 것이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여러 향후 업데이트를 준비해두었고, 새로운 콘텐츠 역시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빨리 공개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클래식 월드라는 경험에 이 콘텐츠를 추가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은 언제인가?”입니다.
질문
출시 이후 클래식 월드는 과거 메이플스토리의 업데이트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나요?
잉크웰
아닙니다.
3차 전직이나 일부 지역처럼 순차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콘텐츠는 그런 방식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메이플스토리의 모든 콘텐츠를 당시와 똑같은 순서로 다시 추가할 계획은 없습니다.
일부 콘텐츠는 선별해서 가져오고, 일부는 클래식 월드에 더 잘 맞도록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 것입니다.
지난 비공개 온라인 테스트에서 이미 몇 가지 사례를 보여드렸습니다.
잊힌 골짜기와 시민권 시스템 같은 콘텐츠는 클래식 월드를 위해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정식 출시 때도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하나를 더 만나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보스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메이플스토리 페스트에서 할 이야기가 없어질 수도 있겠네요. (웃음)
10월 메이플스토리 페스트에서 출시 이후 로드맵을 좀 더 자세히 공개할 예정입니다.
질문
과금 역시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클래식 월드가 언젠가 페이투윈 게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습니다.
잉크웰
그런 우려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페이투윈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마다 굉장히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클래식 월드의 과금 방향을 설명드릴 수는 있습니다.
클래식 월드 같은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들인 시간 자체가 성장의 핵심적인 일부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에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캐릭터의 능력치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캐시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꾸미기 아이템과 적절한 편의성 아이템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금 때문에 이용자가 “내가 지금까지 게임에 투자한 시간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느끼게 만들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도 클래식 월드가 건강하게 장기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과금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4장 장기 서비스를 위한 기반
앞으로 10년, 그 이후까지 바라보는 준비
질문
클래식 월드가 단기적인 추억팔이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이 차이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잉크웰
우리의 주된 목표가 단순히 옛날 메이플스토리를 그리워하는 이용자들의 단기적인 수요를 활용하는 것이었다면,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상당히 달라졌을 겁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는 다국어 지원, 맥 운영체제 지원, 게임패드 지원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능들은 모두 상당한 개발 자원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성과만 생각한다면 그 자원으로 퀘스트 하나를 더 만들거나 보스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이용자들에게 훨씬 눈에 잘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기간은 출시 직후 몇 달 정도가 아닙니다.
3년, 5년, 10년 뒤 더 큰 그림 속에서 이 게임이 어떻게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클래식 월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전체의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메이플스토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성공이나 실패에 지나치게 크게 반응하기보다는, 몇 년 뒤에도 사람들이 이 게임을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월드는 추억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추억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는 아닙니다.
질문
현재 클래식 월드 개발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클래식 월드를 만들기 위해 기존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팀의 인력을 빼온 건가요?
잉크웰
기존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팀을 줄여서 클래식 월드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로벌 메이플스토리 조직을 계속 유지하고 확대하면서 추가 인력을 채용했고, 클래식 월드를 위한 별도의 개발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프로젝트 극초기에는 네미와 제가 주로 초기 기획과 개발을 맡았습니다.
이후 과거 메이플스토리 개발에 참여했던 베테랑들도 다시 돌아와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는 클래식 월드만 전담하는 소규모 팀이 따로 있으며, 글로벌 메이플스토리와 클래식 월드 관련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 클래식 월드에 제가 원하는 만큼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사람은 항상 부족합니다. (웃음)
하지만 프로젝트가 잘 성장하고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그 결과가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근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자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궁극적으로 클래식 월드가 메이플스토리의 장기적인 미래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시나요?
잉크웰
메이플스토리가 앞으로도 10년, 20년 동안 계속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지금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약 10년 전 기념행사에서 저는 언젠가 메이플스토리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웃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그 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전에 메이플스토리를 했던 사람들이 이제 부모가 됐고, 자기가 자라면서 즐겼던 게임을 자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시점이 됐습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내년의 메이플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뒤에도 사람들이 메이플스토리를 이야기하게 하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글로벌 메이플스토리를 계속 개선하는 것도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도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클래식 월드 역시 그 과정의 일부입니다.
클래식 월드는 과거를 돌아보는 게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저는 클래식 월드를 메이플스토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마지막으로 클래식 월드를 기다리고 있는 이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잉크웰
클래식 월드는 여러분이 기억하는 메이플스토리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들이 메이플스토리에서 사랑했던 감정과 경험은 존중하면서도, 당시에는 만들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고 싶습니다.
어떤 이용자에게는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으면 합니다.
또 다른 이용자에게는 처음으로 메이플스토리를 경험하게 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우리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클래식 월드가 단순히 “옛날 메이플스토리를 다시 했던 곳”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던 또 하나의 메이플스토리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만들고 싶은 클래식 월드입니다.
인터뷰에 함께해주신 잉크웰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모든 메이플 이용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보여드릴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가 우리를 다음에는 어디로 데려갈지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문
https://www.nexon.com/maplestory/news/general/45681/inkwell-on-the-future-of-global-maple-story-and-classic-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