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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가 받아본 가장 낭만적인 편지 중 하나

아이콘 백곰
댓글: 5 개
조회: 19
2026-11-04 10:14:11
지금도 만나는 대학 동창 녀석이

딱 요맘때인 가을이 폭삭 익어갈 무렵에

군대에서 편지를 보냈더랬어요


군사 우편이라고 서슬 퍼런 직인이 찍힌,

그 유난히 뚱뚱했던 편지봉투 안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고운 나뭇잎이

반듯하게 펼쳐져 물기를 전부 내놓은 채 바스락거리고 있었고


편지지 첫머리는 이런 시로 시작되었죠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그리고 그 다음장을 펼치는데 왈칵 눈물이 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곱게 접힌 그 다음 편지지를 펼치니

전지에다 손수 그린 지도였어요


학교를 중심에 놓고 그 주변을

거의 실측에 가깝게 기억에 의존해서 그렸더라구요

나와 같이 갔었던 밥집과 술집 커피숍과 당구장 서점 등을 별도 마킹해서

각각의 에피소드와 함께 그 때가 그립다고 절절하게 적혀 었었어요


여자친구가 없으니 참 별짓 다하는구나 싶으면서도 낭만적이긴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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