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없고 모든 남의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많다. 태평로를 사이에 둔 동아일보 기자들이 조선일보 앞에 와서 밥을 먹고 조선일보 기자들은 동아일보 쪽에 가서 밥을 먹는다. 기이한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 중국집에 갔다. 탕수육 하나와 짬뽕 짜장 볶음밥 등을 시켰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간장 종지가 두 개뿐이다. 우리 일행은 네 명인데 간장은 두 개. 종업원을 불러 "간장 두 개 더 주세요" 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간장은 2인당 하나입니다."
간장은 2인당 하나. 대가리 두 개당 하나.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매식(買食)이 일상인 직장인들과 매식(賣食)이 생계인 음식점 종사자들은 항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설렁탕을 주문했고 설렁탕이 나왔는데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먹은 만큼 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 식당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