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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애국심마저 바닥" 숨진 훈련병 분향소, 폭염 속 검은옷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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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00:15:07




"자꾸만 청춘들이 바스러져가는데 국가는 언제까지 분향소만 차리게 할 건가요?" - 시민 추모객 권진혁(28·남성)씨
"분향소가 너무 작아서, 그 작은 모습이 숨진 그 아이 같아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 아들을 군대에 보낸 김아무개(50대 여성)씨


19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 가혹한 얼차려로 숨진 육군 12사단 훈련병의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반복되는 군 사망사고와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군의 대처에 한 목소리로 분노했다. 같은 날 강원 인제군 12사단에선 고인이 '참석할 수 없게 된' 신병교육대 훈련 수료식이 열렸다.

눈물 젖은 손수건과 국화 들고 "생때 같은 목숨이..."

따가운 햇살과 찌는 듯한 더위를 무릅쓰고 검은색 옷차림을 한 시민들은 용산역광장 분향소에서 줄을 선 채 추모 차례를 기다렸다. 이들 손에는 국화와 눈물을 닦기 위한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고 박아무개 훈련병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전에서 열차를 타고 온 시민, 휴가를 나온 군인,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에 모였다.

분향소엔 영정 대신 '고 박○○ 훈련병'이라고 적힌 명패가 놓여 있었다. 분향소 바로 옆에는 훈련병 어머니가 고인이 입대할 때 쓴 편지와 숨진 이후 심경을 담은 편지, 고인이 입영식 당시 어머니를 업고 있는 모습의 사진도 세워져 있었다. 추모를 마친 사람들은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을 보던 한 중년 남성은 "생때 같은 목숨이 저렇게"라며 탄식했다.

추모객들은 눈물을 닦아가며 젖은 손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다음과 같은 추모 메시지도 남겼다. 

"당신의 이름으로 '젊은이들이 웃으며 집에 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도할게요."
"친구여 너를 잊지 않으마."
"입대할 땐 대한건아 죽고 나면 방해만 되는 고깃덩어리. - 국방부 - "


"고문으로 인한 살인" "국가는 분향소만 차리게 할 건가"... 진상규명 촉구도

이날 첫 번째로 분향한 권진혁씨는 "분향소가 세워진다는 소식을 접한 뒤 대전에서 바로 열차 티켓을 끊고 올라왔다"고 했다. 권씨는 "생각이 참 많아지는데, '바스라진 청춘'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분향소에서 추모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이젠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닌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분향소를 멀찌감치 지켜보던 김아무개(50, 여성)씨도 "저도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 정말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큰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가 너무 작아보여서, 그 작은 모습이 마치 그 아이(고인)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조금만 더 일찍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그런 강압적 지시들을 막을 수만 있었더라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훈련소 조교 출신 김아무개(남성)씨는 "입소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적응 중인 훈련병들에게 완전군장을 시키고 얼차려를 했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 특수부대도 그렇게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훈련을 위한 규정들이 마련돼 있는데도 가해자(중대장)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애를 잡으려고 했다"며 "개인 의견이지만 고문치사로 인한 살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군 '병영생활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또는 단독군장 상태에서는 보행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구보(달리기)를 시켜선 안 된다.  

김씨는 "채상병 사건 등을 포함해 상관들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는 죽음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솔직히 애국심마저 바닥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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