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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697만 경계선 지능인,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환경 [조금 느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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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21:48:38


경계선 지능인의 삶 ①

지능 검사 IQ 71~84 사이에 속하는 경계선 지능인은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고여덟 사람 중 한 명은 경계선 위에 있다. 평균에는 못 미치지만 지적장애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선 지능인의 이야기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 검사 IQ 71~84 사이에 속하며, 전체 인구의 약 14%(697만 명)를 차지한다. 이에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린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은 조금 느린 그들에게 막막한 미로 같다. 학습, 사회 적응 등 일상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지만,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닌 경계선 지능인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장애등급에 따른 복지 혜택이나 지원 등을 받을 수 없는 것. 우리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고충과 해결책을 짚어 봤다.

정서적 문제 많고, 범죄 노출에도 취약
경계선 지능인은 부적응, 학교 폭력 등에 노출되기 쉽다. 학업 수준이 높아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경계선 지능 아동은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다. 수업을 따라가기도, 원활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경계선 지능인 남매를 양육하고 있는 '함께하랑 사회적 협동조합‘ 신순옥 대표는 내년이면 중학교에 진학할 아들을 걱정한다. 신 대표는 "부족한 의사 전달과 대처 능력으로 학교폭력에 잘 대응하지 못할까 염려된다"며 "아이들이 금쪽이, 경지인(경계선 지능인) 등 놀림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자치구 최초로 설립된 '노원구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이하 '유센터')'에서도 비슷한 부분을 짚었다. 유센터 관계자는 "경계선 지능인이 삶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애매함"이라며 "주변의 이해가 열악한 상황에서 일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 학교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특수반에 들어가도 문제는 남는다. 특수반에 들어간 경계선 지능인은 본인의 지능 수준보다 낮은 교육과 프로그램을 받으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느낀다.

특히 경계선 지능인은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이들은 지적장애인과 달리 스스로 지능이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존감 저하 ▲우울 ▲불안 ▲대인관계 위축 등 정서적 문제가 동반되곤 한다. 성인이 된 후에는 보호자의 지도가 더욱 어려워진다. 드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손제현 원장은 "경계선 지능인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빠지기 쉽다"며 "이로 인해 사기나 보이스피싱, 가스라이팅 등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697만 경계선 지능인의 가시화, 사회적 변화로 이어져
그나마 긍정적인 건,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첫발을 뗐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많은 매체가 경계선 지능을 조명한 덕이다. 올해 4월 기준 총 93개의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76%에 달하는 71개 조례안이 최근 2년 이내에 새롭게 생겼다. 지난 7월에는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 부처 합동으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이 발표됐다. 조기 개입과 자립 역량 강화, 인식 개선을 통해 경계선 지능인의 건강한 사회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환영받고 있지만, 당사자의 가장 가까운 곳에선 실질적인 정책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8년 동안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한 유센터 담당자는 "비슷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라며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이 제공되면 100%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학교처럼 공적 교육 안에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학교가 세워지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신순옥 대표는 척박했던 개척지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자리 잡길 기대했다. 그는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경계선 지능인을 잘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전국에 있는지도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하며 "이 시기 사회에서 받는 정서적 영향이 향후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환경과 자립의 기회
경계선 지능인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건 결코 거창하지 않다. 갈 곳, 할 일, 그리고 함께할 사람이면 충분하다. 유센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 세 가지가 경계선 지능인에게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센터는 "경계선 지능인 스스로가 세상에 유일한 존귀한 존재임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사자와 사회 모두 경계선 지능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순옥 대표도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바라봐 주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특히 그는 "양육자도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챙겨야 한다"며 "어려움에만 몰입하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와 아이, 그리고 행복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도 따뜻한 마음과 기술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알을 깨고 나온 경계선 지능인을 위해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함께하랑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아동·청소년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러 지원센터에서는 평생교육프로그램, 자립지원사업 등을 기획하고 있다. 유센터는 노원구 내 유관기관, 기업체와 연계해 일자리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에는 일 경험 사업을 추진해 청년들의 자립을 돕고자 한다.

한편, 지난 8월 19일 키즈 에듀테크 플랫폼 '자란다'의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느린 학습자 조기 발견 지원 서비스'가 정부의 '2024년 초거대 AI 기반 서비스 개발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자란다는 기존 방문 돌봄 기술에 초거대 AI를 접목했다. 이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의 행동을 조기 발견하고 알맞은 돌봄, 환경을 추천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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