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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디 게임 한국 유통의 통곡의 벽, 게임콘텐츠 등급 심사

겐쥐킹
댓글: 16 개
조회: 9074
추천: 25
2024-10-28 04:23:50
안녕하세요, 인디게임 관련 소식을 전하는 1인 인디 언론사를 운영중인 이정범이라고 합니다.
뉴스를 퍼온 것이긴 하지만, 제가 쓴 것이니 저작권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현재의 논의는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게임 심사비가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3억 달러를 들여 만든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심사비가 180만원이지만 제작비 지원 없이 본인의 차고나 방에서 혼자 아등바등 게임을 만든 해외 인디 RPG게임이 심사를 받으려면 그 심사비로 두 배를 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아래는 기사 전문입니다. 


   최근 게임물 등급 심사가 사실상의 사전 검열 성격을 띠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21만 여명의 청구인을 필두로 헌법소원이 청구되었다. 심의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게임 유통 가능 여부가 좌우되고, 헌법상 보장된 다양한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이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위헌 소지가 다분한 사전 검열의 성격 외에도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게임물 등급 심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느끼는 것은 바로 심사 비용이다. 현재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가 가정용 PC로 1인 개발을 진행하며 게임 유통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개발자들이 여러 역경을 거쳐 게임을 개발한 후 유통을 위해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 제일 먼저 직면하는 현실은 본인의 피땀의 결실이 장르나 서사와는 무관하게 사실상의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하고, 그 검열 비용을 본인 호주머니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에서 제공하는 등급 심사 비용 기준에 따르면, ‘PC로 출시하고 네트워크 기능이 있는 비한글화 RPG 게임’의 심사 비용은 부가세 포함 3,564,000원이다. 한글화된 게임이나 국산 게임일 경우에도 심사비는 2,376,000원에 달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트리플 A’급 게임의 경우 전체 제작 비용과 기대 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창의성 하나로 시장에 뛰어든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심사 비용이 전체 제작 비용을 초과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한 심사 비용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와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제작비 총 3억 달러(한화 약 3,600억 원)를 투입해 만든 150분짜리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국내 유통하기 위해 유통사가 영등위에 지불해야 하는 심사비는 180만 원이다. 반면 자신의 차고나 방에서 온전히 혼자 게임을 개발한 해외 인디게임 제작자가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RPG 게임을 출시하려면 앞서 살펴보았듯이 게임 등급 심사비로만 그보다 두 배에 가까운 3,56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게임콘텐츠 등급분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수수료 계산 서비스 화면>


   결국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유통하려면 사전 검열을 통과해야 하고, 이 검열 비용이 상당히 높은 것이 현행 게임물 등급 심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특히 성인 대상의 게임들은 아예 한국 진출을 포기하고 심사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를 거부한 게임은 총 43건, 등급 분류 결정이 취소된 게임은 91건에 달하지만, 등급 분류 거부 및 심사비 대비 시장성을 우려해 아예 심사를 포기한 게임이 몇 건인지는 확인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검열 비용을 검열당하는 사람이 내야 하는 비상식적인 관련 정책과 법률의 개정이 시급


   잠시 시선을 출판물로 돌려보면, 출판물은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등급 심사를 받는 구조이다. 또한, 심의 과정에서 저자나 출판사에게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영상물과 게임은 심의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시중 유통을 위해 반드시 등급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심사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점에서 출판물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그 범위가 제한적이고 창작자나 출판사에게 비용을 전가하지도 않는 출판물 심의도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영상물과 게임물의 등급 분류의 경우 그 시장의 규모가 큰 영상물 및 게임물 산업에 공익을 핑계로 관련 기관이 검열을 통하여 지대 추구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심의 비용은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도입으로 비용 측면에서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 영상물의 경우, 자체등급분류제도를 통해 OTT 사업자가 자사 콘텐츠에 대해 국내 규정에 맞는 전체 이용가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까지 자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주요 OTT 사업자들이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 자체 등급 분류를 시행 중이다. 게임 역시 2017년부터 자체등급분류제도를 통해 일부 플랫폼 사업자를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하여 등급 분류 권한을 일정 부분 민간에 이양하였다. 다만, 게임의 경우 영상물과 달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반드시 게임관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다.

   결국,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은 어떤 경우라도 게임관리위원회에 심사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검열의 주체는 게임관리위원회이지만,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은 창작자와 플랫폼 운영자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검열로 인해 유통될 수 있었던 게임이 출시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게임물 등급 분류의 위헌 여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현재, 게임도 출판물처럼 ‘필요한 경우에만’ 심의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관련 비용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범 info@language-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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