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심장왕 리처드 1세
천재적인 전략가였던 살라딘을 십여 년간 괴롭혔고, 몇몇 전투에서는 승리를 거둘 만큼 전략적인 안목 또한 훌륭했지만, 전술가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정도였다면 무인으로서의 능력은 진정 초인에 가까웠음
항상 전선에 나서서 자신의 부하들보다 맹렬하게 칼을 휘둘러댔는데, 살라딘의 병사들이 튼튼하게 만들어 놓은 전열이 리처드가 나타나기만 하면 무너졌다. 수만 명이 얽혀 힘싸움을 하는 전장에서 일신의 힘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던 희대의 용장. 그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살라딘이 전열이 마구 무너지는 것을 보며 어이가 없어서 저 자가 바로 사탄 아니냐?라는 슬픈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리처드 1세의 적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일 수도 있다. 동생 존의 반란을 지원하던 프랑스 왕 필리프 2세는 리처드 1세가 신성로마제국에서 풀려났다는 말을 듣고 존에게 "악마가 돌아왔으니, 네 목숨은 네가 챙기기 바람."이란 편지를 보내놓고 재빠르게 존을 버리고 자기 살 궁리만 하기 시작했다.
야파 전투당시 리처드가 말을 타고 전투를 치르다 말이 죽어버리자, 그냥 칼 한 자루 쥐고 우랴! 하면서 병사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게 된 살라딘은 "리처드 같이 위대한 왕이 병사들과 어깨를 맞대고 싸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 부하를 시켜 그에게 가장 좋은 말을 가져다 주라고 했다. 리처드는 그 말을 받고 감사를 표하고는, 말을 탄 뒤 방금 전 감사를 표한 살라딘의 병사들을 썰기 시작했다. 둘은 실제로 얼굴을 마주대고 만난 적은 없고 사신이나 편지로 교류했다. 둘은 서로를 상대방 진영에서 가장 훌륭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리처드가 돌아올 땐 예루살렘을 탈환하겠다고 하자 살라딘은 "기왕 뺏길 거면 당신같은 훌륭한 사람에게 뺏기는 게 낫다"고 대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