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올해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요 정상 불참과 동맹 탈퇴, 의제 교체 같은 연쇄 돌발 상황에 직면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2025년 정상회의 분위기와 의제가 개막을 앞두고 완전히 뒤바뀌었다.
당초 핵심 의제는 방위비였다. 나토는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방위비 5% 증액안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대응책을 핵심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나토 가입국들은 미국의 예측불허 행보에 불만을 보이면서도 일단 비위를 맞춰주며 급한 불을 끄려 했다.
하지만 22일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골치 아픈 숙제를 안고 있던 나토에 중동이라는 새로운 화약고 불씨까지 옮겨 붙었다.
나토 소속 국가 사이 균열 조짐은 이란 공습 이전부터 감지됐다.
스페인은 국내총생산(GDP) 5%를 국방비로 지출하자는 안건에 “비합리적”이라며 공개적으로 “협정 탈퇴”를 주장했다.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국가다. 지난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28%로, NATO 32개국 중 최하위였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나토에 “GDP 기준 2.1% 이상을 절대로 국방비에 지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나토는 스페인에 국방비 일부 면제 조치를 제공하는 굴욕을 감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스페인을 두고 “악명 높은 저지출국”이라 지칭하며 동맹국 정상에게 공개적인 모욕을 줬다.
회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의 참석 일정을 단축했다.
트럼프는 25일 단 하루만 회의에 참석하고 네덜란드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 현안을 조율하기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방문 차원 의미가 더 짙다. 트럼프는 앞서 17일 열렸던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도 일찍 자리를 떴다.
나토는 짧은 트럼프 방문 일정에 맞춰 주요 논의 안건을 25일 2시간 30분짜리 단일 세션으로 압축했다. 트럼프와 회담 예정이었던 한국과 호주, 일본은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모두 정상 참석을 보류했다.
이 과정에서 나토가 다룰 또 다른 핵심 의제였던 우크라이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전쟁 당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개막일 저녁 만찬에만 초대 받았다. 본회의 격인 25일 정상 테이블에는 앉지 못한다.
나토와 우크라이나 이사회 사이 실무진급 회의도 열리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안건은 물론 향후 전쟁 지원 방안에 대한 언급도 이번 회의 최종 공동성명에서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와 젤렌스키 두 사람이 불편해 할 만한 상황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해석했다.
대신 러시아를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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