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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김용 부원장 무죄에 대한 하태훈 로려대 로스쿨 명예교수 법률신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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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55
추천: 10
2025-09-06 19:31:30

진술과 구글 타임라인 무엇이 정확할까

하태훈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전 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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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사방에 남기며 산다.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으로 생성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디지털 기기에 찍혀 저장되기도 한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고 나의 동선이 디지털화되어 기록된다. 휴대전화기 위치정보,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일정 관리 앱, 건물 출입 기록, 고속도로 요금소, 주차장이나 음식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 곳곳에 그물망처럼 설치된 CCTV,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통해서 나의 과거가 고스란히 복구된다. 대형 할인점 계산대에서 긴 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돈까지 세어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이나 그 편한 하이패스를 아직도 달지 않은 운전자를 이해할 만하다. 과거를 들춰보지 못하게 흔적을 덜 남겨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따라 해야 하나 자문해 보기도 하지만, 편리함 때문에 나중에 어떻게 될 값에 아날로그로 돌아가지 못한다. 집 안도 위험하다. 집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방안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로봇청소기 카메라의 영상이 증거로 내밀어질 수 있다. 보안이 취약해 사생활이 노출될 우려까지 있다고 한다. 

 

디지털 파놉티콘 세상

 

이렇듯 우리는 디지털 파놉티콘에 살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중앙 망루에서 수감자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한 원형 감옥에 갇힌 신세라고 말할 수 있다. 감시탑은 없어도 집 밖을 나선 순간 사방에서 감시의 눈이 개인의 일상을 지켜보고 흔적을 어디엔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전자 감시 사회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행동에 제약을 받거나 감시받는다는 인식 없이 산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장점도 있다. 범죄 예방에도 기여하고 범죄 수사에 한몫하는 디지털 흔적이다. 수사와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된다. 살인율이 현저히 떨어진 이유가 어디서든 CCTV가 지켜보기도 하고, 아무리 현장에서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아도 디지털 흔적이 흩어져 있어 금세 발각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소지한 휴대전화기가 나의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를 기록으로 남겨 민·형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중한 증거로 사용된다. 예컨대 구글 타임라인 정보가 현장부재증명이나 출입 증명으로 이용된다. 특정 시각에 특정한 장소에 있었다는 위치정보를 가사사건에서 배우자의 불륜 증거로 내밀기도 한다. 징계 취소소송에서 근무지 이탈 여부를 증명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디지털 증거 없이는 수사할 수 없을 정도다. 디지털 증거의 수집이 수사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증거는 삭제 및 변경 등 증거 조작이 쉽고, 원본과 사본의 구별이 어렵고 복제도 가능하므로 과학적 증거라고 해서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증거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집 절차의 적법성이 확보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무결성, 진정성, 신뢰성, 원본성 등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이 같아야 하고,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매체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된 문건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 능력과 정확성도 담보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의 입장 이다. 

 

구글 타임라인 정보의 현장부재증명

 

디지털 증거로서 구글 타임라인이 형사 법정에 자주 등장한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 사건,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등에서 혐의를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취지로 구글 타임라인 정보가 활용된 바 있다. 무결성과 정확성이 인정되어 주요 증거로 받아들여진 일도 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용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5. 2. 6. 선고 2023노4029 판결)에서도 쟁점이 되었다. 피고인은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검찰이 지목한 일시와 장소가 구글 타임라인 기록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 기록을 알리바이를 증명하거나 검찰 측 증인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구글 지도 타임라인은 연동된 휴대전화기의 위치정보를 기록해 어디를 방문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성에서 제공하는 GPS 정보, IP 주소, 기기의 센서 데이터, 연결된 인터넷 공유기와 기지국, 블루투스 기기 등 기기 주변의 사물에 대한 정보 등을 수집하여 위치를 파악한다. 휴대전화기의 전자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에 의하여 즉시 생성된 인증 기록이므로, 조작 가능성이 있는 다른 디지털 증거와는 달리,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속한다. 

구글 타임라인 정보도 디지털 증거이므로 증거능력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구글 타임라인 정보를 증거로 제출했다면 동일성과 무결성은 피고인이 제출한 디지털 증거가 타임라인 정보에 저장된 것과 동일한 것인가(원본과 사본의 동일성), 그리고 그 정보가 법원에 제출되는 과정은 물론 저장된 원본으로부터 추출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변경되지 않았는가(무결성)를 확인해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타임라인 정보의 원시데이터에 대하여는 작동 원리가 불투명하다는 점(구글의 데이터 저장·처리 방식이 공개되지 않고, 위치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무결성’과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타임라인이 사용자 동선과 방문 장소, 시각 등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규명할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시데이터 자체의 수정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면서도 무결성을 부정했다. 따라서 구글 타임라인 정보는 증거능력이 없고 부재증명(알리바이 증명)의 증거로도, 나아가 탄핵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항소심은 재판부가 선임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추가 감정을 하거나 전문 감정인을 소환해 신문하는 절차도 없이 감정서를 배척했다. 구글 타임라인 정보의 원시데이터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한 구글 사실조회도 하지 않았다. 심리미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이 제출한 구글 타임라인 정보의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원시데이터는 최초 수집된 채로 남아 있고, 수정되지 않는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취득된 즉시 또는 그 직후에 이루어져 정확성이 보장될 수 있고, 적어도 원시데이터의 생성과정에서 기록자의 주관적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어 그 정확성이 기계적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타임라인 정보와 같이 기계적으로 생성되는 위치정보는 미국 증거법에서도 ‘전자 프로세스 또는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인증 기록’으로서 ‘진정성이 자명한 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오병두, 구글 타임라인 정보의 증거법적 검토, 홍익법학 제26권 제2호 2025). 마찬가지로 우리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의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그 증거능력이 판단되어야 한다.

 

디지털 위치기록과 기억에 의존한 진술 신빙성 

 

과거 증거의 왕이 자백이나 진술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정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디지털 흔적으로 어디엔가 남아 있다. 과거가 정확하게 복구될 수 있는 것이다. 손에서 떨어져서는 하루도 살 수 없는 휴대전화기에 전자적·기계적으로 생성되고, 구글이 이를 인터넷으로 전송받아 자신의 서버에 저장된 위치 기록뿐만 아니라 검색기록,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은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을 정확히 되살려 준다.

 

그렇다면 수억 원 대의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건네주면서 날짜와 장소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을까, 아니면 구글 타임라인 정보가 더 믿을 만한가. 기억에 의존한 진술은 객관적이지 않고, 진술을 번복한 적 있는 사람의 진술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협박이나 회유로 허위 자백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라면 신빙성이 더 떨어진다. 공소사실을 증명할 유일한 증거인 정치자금 공여자의 진술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이 금품수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에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의 디지털 위치정보와 기억에 의존한 증인 진술이 서로 상충할 때 무엇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구글 타임라인 기록이 수사와 재판에서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대법원 상고심의 객관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하태훈 명예교수(고려대 로스쿨)·전 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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