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한 마리에 19만 5천 원, 뜯어보면 이렇게 된다
**19만 5천 원.** 2024년 한국이 길고양이 한 마리를 중성화하는 데 쓴 세금이다.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일단 쪼개 보자.
2025년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흥미로운 사실을 시인했다. **19만 5천 원 안에서 포획비가 약 8만 원을 차지한다.** 전체의 약 40%다. 나머지 11만 5천 원이 수술비·마취비·입원비·귀끝 자르기(중성화 표식) 비용으로 쓰인다. 그런데 국감장에서 지적된 건 “수술비가 오히려 덜 반영된다”는 것이었다. 수의사들은 “수가가 낮다”고 불만이고, 시민들은 “세금이 너무 많이 나간다”고 비판한다. **같은 19만 5천 원을 두고 양쪽 모두 불만인 이상한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돈의 주인이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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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돈의 경로를 따라가 보자 — 두 주인과 빈자리
TNR이라는 말은 Trap(포획) - Neuter(중성화) - Return(방사)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이 세 단계가 각각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친다.
**첫째, 수술을 맡는 쪽: 수의사와 동물병원.** 마리당 약 11만 원이 여기로 간다. 지자체가 지정한 동물병원이 수술을 한다. 2024년부터 대한수의사회는 “TNR 우수병원”을 추천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동물병원을 규제·평가하는 쪽과 수술비를 받는 쪽이 같은 단체 안에 있게 된 셈이다. 행정학에서 이런 구조를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심판이 선수를 겸하는 상황이다. 담합이 실제로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그렇게 흘러가기 쉬운 설계**인 것은 분명하다.
**둘째, 포획을 맡는 쪽: 동물보호단체와 캣맘 네트워크.** 마리당 8만 원이 여기로 간다. 의정부시 공고문은 “동물병원, 민간단체” 둘 다 수행기관으로 모집한다고 명시한다. 포획은 누구든 “자격이 있는” 민간단체가 맡을 수 있다. 그 자격은 어떻게 생기는가? 여기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에서 동물보호법 자체가 동물보호단체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개정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식 기록한 연혁에 따르면, 2001년부터 동물보호단체의 제안을 바탕으로 법 개정이 추진됐고, 2005년엔 “동물보호단체 합동안”을 입법예고했다. TNR을 담는 제도의 뼈대를 설계한 사람들이, 이후 그 제도에서 포획 사업을 위탁받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한 석사논문은 이 구조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끌어모아 이해관계를 조정·치환하는 장치”라고 학술적으로 표현했다. 일반 언어로 옮기면, **규칙을 만든 사람이 그 규칙 안에서 돈도 번다는 이야기**다.
두 명의 주인이 있다. 그럼 세 번째 자리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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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어 있는 세 번째 자리
**납세자, 생태계, 지역주민.**
이 셋이 마땅히 앉아야 할 자리가 있다. 그런데 비어 있다.
납세자는 돈을 내지만 성과를 측정할 지표가 없다.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몇 퍼센트 중성화율을 언제까지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2025년까지 공식화하지 않았다. 2029년 40% 달성이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담겼지만, 국제 학계가 권하는 75%에 한참 못 미친다. 지금 260억이 들어가 40%를 만든다면, 75%에는 그 두 배 가까운 돈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계산을 누가 하고 있는가? 명확하지 않다.
생태계는 말을 못 한다. 마라도의 뿔쇠오리가 죽어도 뿔쇠오리는 협의체 회의에 나올 수 없다. 2023년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반출 작전이 벌어졌을 때, 그 결정의 법적 근거는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문화유산법의 우회로였다. 동물보호법의 설계에 처음부터 “생태계 보호”라는 관점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국가유산청이 뒤늦게 개입했지만, 예산과 의사결정은 여전히 농식품부에 있다.
지역주민은 민원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 민원은 줄지 않는다. 충북 청주시의 데이터가 가장 명확하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중앙정부가 청주에만 106억 8,200만 원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86건에서 **455건으로 다섯 배가 늘었다.** 거제시 독봉웰빙공원에 설치된 공공급식소 주변으로는 월 2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 세운상가 인근에서는 상인 300명이 단체로 민원을 냈다.
세 자리가 비어 있는 동안, 예산은 2017년 48억에서 2024년 260억으로 5.4배가 되었다. 17년간 공식 감사원 감사는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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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리고 여기서 반복되는 과학적 사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는 동안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TNR이라는 방법 자체가 설계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제 학계의 여러 인구통계 모형이 하나의 수치를 공유한다. **71%에서 94%.** TNR이 실제로 고양이 개체군을 줄이려면, 해당 군집의 이 정도 비율을 중성화한 상태로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그 아래로는 번식이 회복돼서 개체수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국의 실제 중성화율은? 2020년 서울을 포함한 6대 광역시에서 **13% 이하**였다. 역치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2022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현장 실험이 이 문제를 실증했다(『PNAS』, 2022). 연구진이 80%를 달성한 구역에서도 인근 지역에서 중성화되지 않은 고양이가 이주해 들어와 개체수가 줄지 않았다.
마리당 단가를 올리든 내리든, 예산을 늘리든 줄이든, 이 돈을 **여기저기 조금씩 흩뿌리는 방식으로는 역치를 돌파할 수 없다.** 그럼에도 17년째 같은 방식으로 돈이 나간다. 왜 방식을 안 바꾸는가? 돌아가서 다시 보자. 두 주인이 앉아 있고, 세 자리는 비어 있다. 방식을 바꾸자는 압력이 작용할 자리가 그 비어 있는 세 자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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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7년째 미뤄진 의무 등록제
이 구조에서 가장 이상한 장면 하나를 보자.
**반려견은 2014년부터 의무 등록이다.** 키우는 사람은 마이크로칩을 심어서 반려견을 국가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과태료가 나온다.
**반려묘는 2026년 오늘까지도 자율이다.** 2018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2년 전국 확대됐지만, 여전히 의무가 아니다. 2023년 신규 등록 반려묘는 전국에서 **13,184마리**에 불과했다. 국내 반려묘 추정치(약 250~300만 마리)의 0.5%도 안 된다.
왜 미뤄지는가? 공식 설명은 “과태료 집행이 어렵다, 외장형 칩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면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불편한 가설이 존재한다. **반려묘 등록이 의무가 되면 길고양이가 줄어든다.** 유기·유실이 줄어들면 길에 사는 고양이가 줄어들고, 그러면 TNR 사업의 규모도 줄어든다. 구조·입양·중성화 수요가 함께 줄어든다. 한 평론은 “동물단체의 존립 기반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의심한다.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의혹 수준에서 제기되는 가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가설이 구조적으로 성립 가능한 설계 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17년간 의무 등록이 미뤄지는 동안, TNR 예산은 5.4배가 되었다. 이 두 사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한 번쯤은 누군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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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른 나라는 어떻게 설계했는가
짧게만 보자.
**싱가포르**는 2024년 9월부터 반려묘 등록을 **의무화**했다. 그 뒤에야 길고양이 TNRM(TNR + 관리) 프로그램을 전면 가동했다. 4개월 만에 24,000마리가 등록됐고, 그중 97%가 중성화된 상태였다. 공급원을 틀어막고 존재하는 군집을 줄여가는 설계다. 이 나라는 특정 단체에 독점을 주지 않았다. CWS·SPCA·LUNI 등 **복수의 단체**를 공식 파트너로 지정해 견제 구조를 만들었다.
**독일**은 2,000개가 넘는 지자체가 **사육자 자부담 의무 중성화**를 조례로 시행한다. 길고양이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반려묘 사육자가 자기 돈으로 푸는 방식**이다. 공공 예산에 대한 지대 왜곡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은 ‘지역고양이(地域猫)’ 제도로 운영한다. 중요한 건 설계 순서다. **주민 합의가 먼저, 사업이 그 다음.** TNR이나 급식소는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피해 당사자의 결정권이 제도에 먼저 들어가 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돈이 누구를 거쳐 가는가, 누가 결정을 내리는가의 질서가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 질서의 설계가 느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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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구조를 바꾸는 일이 단체를 해체하는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하자. **이 글은 수의사를 탓하거나 동물보호단체를 공격하려는 글이 아니다.** 수의사는 전문 지식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다. 그 수고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캣맘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대부분 자기 시간과 돈을 써서 동물을 돌본다. 그 노력은 소중하다.
문제는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다.
- 같은 사람이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 안에서 돈을 받는 구조
- 돈을 내는 납세자, 피해를 입는 생태계, 민원을 겪는 주민이 결정 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구조
- 성과지표 없이 예산만 5.4배로 늘어나도 감사가 없는 구조
- 17년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과학적 지적이 반복돼도 방식이 바뀌지 않는 구조
이 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수의사와 단체를 악당으로 모는 것과 같은 일은 아니다. 오히려 **정당한 전문성과 정당한 봉사를 구조적 지대(rent)와 분리해내는 일**이다. 현재 한국 TNR 사업은 이 둘이 뒤섞여 있고, 그 뒤섞임의 비용을 납세자와 생태계와 민원을 겪는 주민들이 대신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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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60억의 무게를 다시 묻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260억 원은 큰돈이다.** 그리고 **19만 5천 원**은 한 마리의 고양이 앞에서 쪼개져야 하는 돈이다. 수술비로, 포획비로, 두 주인의 손을 거쳐간다.
- 그 돈으로 고양이는 정말 줄어드는가? 과학은 “이 방식으로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 그 돈으로 뿔쇠오리는 보호되는가? 마라도 사건은 “별개의 법을 우회해야 한다”고 답한다.
- 그 돈으로 민원은 해결되는가? 청주의 데이터는 “민원은 오히려 다섯 배가 됐다”고 답한다.
- 그 돈은 누가 감시하는가? 17년간 감사원 감사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돈은 누구를 위한 돈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매년 260억을 배정하는 것은, 행정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TNR을 당장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다. 구조를 열어 보자는 주장이다. **두 주인 옆에 비어 있는 세 자리를 채우자.** 납세자가 성과를 측정할 지표를 만들고, 생태계 보호의 관점을 제도 안에 넣고, 주민들이 공공급식소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 반려묘 등록을 의무화해 공급원을 끊자. 수의사회와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을 유지하되, 그 옆에 독립 감시 패널과 복수의 참여 단체를 두자.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쯤 감사원이 이 260억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게 하자.
17년이 지났다. 공공의 돈이 흐르는 방식을 다시 그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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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2025년 국정감사 기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법 연혁,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논문, 『PNAS』(2022)·『Conservation Biology』 논문, 『데일리벳』·『한국일보』·『충청리뷰』·『헤럴드경제』 등 언론 보도, 싱가포르 NParks·독일 동물보호연맹·일본 환경성 자료 등을 종합해 작성되었다. 본문에서 “의혹”으로 표현된 내용은 구조적 가능성의 수준에서 기록된 것이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위법행위를 주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