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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소풍막은 괴물부모는 소수인데, 우리가 휘청인다. 세계는 어찌응답했나

아이콘 전승지기초
댓글: 10 개
조회: 3234
추천: 1
2026-05-03 14:09:10


# 왜 서른 명의 기쁨이 한 명의 분노에 지는가

**‘괴물 부모’ 시대, 세계는 어떻게 응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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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한국의 학교에서 소풍이 사라지고 동네 소아과의 간판이 내려가는 풍경이 다시 한 번 사회를 흔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소풍 구더기’ 발언과 개그우먼 이수지 씨의 ‘유치원 선생님’ 영상이 도화선이 됐고, 그 위에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불을 붙였다. 김 교수의 진단은 단순하면서 정확하다. **“몇 명의 학부모가 만든 결과인데, 우리 모두가 휘청이고 있다.”**

이 풍경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같은 문제에 먼저 부딪쳤고, 더디지만 답을 쌓아왔다.

## 1.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 비대칭의 구조

먼저 구조를 봐야 한다.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Mancur Olson)은 1965년 『집단행동의 논리』에서 한 가지 역설을 짚었다.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이 다수에게 분산될 때, 조직되는 쪽은 언제나 소수**라는 것이다.

학교 민원에도 같은 구조가 작동한다. 한 학부모의 분노는 집중적이고 즉각적이다. 반면 소풍을 기다리던 서른 명 아이의 실망은 흩어져 있고,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난다. 학교 입장에서는 화내는 한 명에게 사과하는 비용이 서른 명의 실망을 감수하는 비용보다 작아 보인다. 그렇게 행정은 합리적으로—그러나 비겁하게—소수의 분노를 회피하는 쪽으로 기울고, 김 교수가 ’방어적 행정(defensive administration)’이라 부른 패턴이 자라난다.

여기에 30년에 걸친 한 가지 언어 변화가 더해졌다. 한국의 공공서비스는 ‘시민의 권리’에서 ‘소비자의 만족’으로 그 언어가 재편되었다. 시민이 권리 청구자에서 서비스 소비자로 변모하는 동안, 교사·의사·복지사의 전문적 재량은 ’책임성(accountability)’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축소됐다. 보호받지 못하는 전문성은 결국 도주한다. 소아청소년과의 폐업과 교사의 조기퇴직은 그 도주의 통계적 표현이다.

## 2.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막고 있나

해외 사례를 보면 크게 세 갈래의 전략이 두드러진다.

### 영국 — 응답 의무 자체를 줄인다

영국 국영보건서비스(NHS)에는 흔히 ‘vexatious complainant policy’라 불리는 악성 민원 대응 절차가 있다. 공식적으로는 ’과도하거나 반복적인 접촉(unreasonable or persistent contact)’에 대한 정책이다. 대다수 NHS 트러스트가 적용하는 기준은 대략 이렇다.

- 절차가 모두 끝났는데도 같은 민원을 계속 제기
- 응답을 받으면 새 쟁점을 끝없이 추가
- 직원에게 반복적으로 폭언·위협
- 비합리적인 응답 속도를 요구

이런 행동이 둘 이상 확인되면 해당 민원에 한해 응답을 제한하거나 종결할 수 있다.

핵심은 절차의 투명성이다. 단순히 “응대하지 말자”가 아니라, ① 사전 경고 서한 발송 → ② CEO나 이사회 임원의 결재 → ③ 서면 통보 → ④ 복원 가능성 명시로 이어지는 다단계 절차로 운영된다. 영국 의료전문가 단체들은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민원인이 아니라 민원에 라벨을 붙여라(label the complaint, not the complainant).”** 같은 사람이 새 합리적 민원을 제기하면 그건 다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언권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발언권의 남용으로부터 발언권 자체를 지키는 장치다.

### 일본 — 교사를 혼자 두지 않는다, 그리고 단어를 조심한다

일본은 다른 길을 갔다. 2020년부터 일본 문부과학성은 광역지자체 교육위원회에 ‘스쿨로이어(スクールロイヤー, 학교변호사)’ 배치를 위한 지방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학교 단위의 변호사가 학부모 민원, 따돌림, 체벌 등에 대해 사전 자문하고, 필요한 경우 학교를 대신해 응대한다. 핵심 발상은 단순하다. **‘교사 한 명 vs 학부모 한 명’이라는 구도 자체가 문제이므로, 그 구도를 만들지 않는다.** 일본 학교 현장 매뉴얼도 같은 방향이다. 어떤 민원도 교사 혼자 응대하지 않는다, 통화는 녹음한다, 면담은 두 명 이상이 함께 들어간다, 사실관계 확인 전엔 사과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일본 교육학계가 ‘괴물 부모’라는 단어 자체를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는 점이다. 오사카대학 오노다 마사토시(小野田正利) 교수처럼 학부모-학교 관계를 연구해 온 학자들은, 이 단어가 학부모를 적으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대립을 조장한다고 본다. 단속해야 할 것은 소수의 위법·부당 행위이지 ‘학부모’라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신중함은 한국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호주 — 일선의 단호함을 상급기관이 백업한다

호주 빅토리아주 교육부는 ‘Parent Complaint Policy’를 통해 학교 단위가 아닌 주(州) 차원에서 표준 절차를 운영한다. 일선 교사 → 교장 → 지역사무소(regional office) → 독립 옴부즈만으로 이어지는 4단계 처리를 명시하고, ‘difficult, vexatious or malicious complaints’에는 별도 자문·중재 자원이 자동 배정된다. 핵심은 **상급기관이 일선의 단호한 판단을 행정적으로 백업한다**는 점이다. 학교 한 곳이 짊어지지 않는다.

## 3. 한국은 어디서 막혀 있나

여기서 진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한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는가?” 답은 의외다. **이미 상당 부분 있다.**

민원처리법 제23조는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 제출될 경우, 2회 이상 처리결과를 통지한 후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2023년 7월 서이초 사건 이후 통과된 ‘교권보호 4법’(교원지위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육기본법 개정)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제동, 분쟁조정 제도화를 담았다. 의료법은 의료인 폭행을 가중처벌한다.

그렇다면 왜 작동하지 않는가? 진짜 막힌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인센티브 구조.** 선출직 교육감과 일선 교장은 시끄러운 민원 한 건의 정치적 비용을 두려워한다. 단호한 처리에 따르는 행정쟁송 부담을 위로 흡수해 줄 상급기관의 백업이 약하면, 일선은 결코 단호해지지 못한다. 영국의 다단계 절차에 CEO·이사회 결재가 들어가는 이유, 호주의 지역사무소가 자동 개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무고에 대한 후속조치.** 무분별한 신고로 교사가 직위해제되어도, 신고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다. 신고 비용이 0인 한 신고는 줄지 않는다. 무고죄·민사 손해배상의 적극적 활용, 그리고 학교를 대신해 법적 대응을 맡을 스쿨로이어형 제도 도입은 같은 문제의 양면이다.

**셋째, ‘잃어버린 다수’의 침묵.** 학부모의 절대다수는 침묵한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조직되지 못한 욕구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실질화, 학부모 정기 설문의 의무화와 결과 공개, 그 결과를 민원과 동등한 가중치로 행정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절차—이런 장치들이 비대칭을 깨는 가장 저평가된 수단이다. 김 교수가 말한 “잃어버린 다수의 목소리 복원”은 캠페인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 4.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당장, 그리고 3년 안에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남는다.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답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미 만든 도구를 제대로 쓰는 일, 그리고 빠진 칸을 메우는 일.

**먼저 6개월에서 1년 안에, 법을 바꾸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사용설명서다. 같은 민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행정기관이 종결할 수 있다는 법은 1996년부터 있다. 그런데 학교와 동네 의원에서 어떻게 쓰는지를 몰라 30년째 잠들어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이럴 때는 이렇게 종결한다”는 표준 매뉴얼을 함께 만드는 것만으로 일선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다음은 **결정의 가시화**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실제로 학부모에게 어떤 조치를 내렸는지를 시·도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모아서 익명 통계로 공시해야 한다. “어차피 묻힌다”는 학교장의 학습된 무력감이 단호한 처리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교사 개인 휴대폰과 카카오톡으로 들어오는 비공식 민원은 응대 의무에서 빼고 1395 직통번호와 학교 대표번호로 채널을 일원화해야 한다. 통화 녹음과 사전 예약 면담은 모든 학교의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 의료 쪽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침은 사실상 폭행만 다룬다. 폭언과 반복 민원도 신고·기록 대상에 포함하는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

**그다음 1년에서 3년 안에, 법 개정을 통해 가야 할 길들이 있다.**

가장 시급한 건 영국 NHS형 ‘집요·근거 없는 민원인’ 분류 절차를 교원지위법과 의료법에 명문화하는 일이다. 단계적 접촉 제한과 외부 검증 절차를 함께 두어야 청원권 침해 시비를 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일본의 스쿨로이어를 한국형으로 옮겨 오는 일이다. 현재 전국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가 50명에 불과하다. 변호사 한 명이 학생 약 10만 명을 맡는 셈이다. 시·군·구 단위 상근 ‘교육법무관’을 두어, 교사 한 명이 학부모 한 명과 단독으로 마주하는 구도 자체를 끝내야 한다. 세 번째는 무고성 신고에 대한 약식 손해배상 트랙이다. 현행 무고죄는 ‘의심만 있어도 가능한 신고’에는 잘 적용되지 않으므로, 무혐의·무죄가 확정되면 변호사 선임비와 정신적 피해를 정액으로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따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의 ‘학기당 1회 학교민원 평가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가 제도적 통로를 가질 때 비로소 비대칭이 깨진다.**

다행스러운 건 이 모든 것이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2026년 1월 교육부·교육감협의회의 「학교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에는 이미 단기 처방의 골격이 들어 있다. 22대 국회에는 정성국·백승아·천하람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부처와 국회의 진심이 시행령과 매뉴얼의 디테일을 만드는 속도, 그것이 다음 봄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 5. 방패가 칼이 되지 않으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균형을 잊어선 안 된다. 영국 사례에서 보았듯, **모든 시끄러운 민원이 곧 악성 민원은 아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의 끈질긴 요구처럼, ‘시끄럽지만 정당한’ 민원은 분명히 존재한다. NHS 정책의 첫 줄에 적힌 원칙은 그래서 이것이다. **“민원인이 아니라 민원에 라벨을 붙여라.”** 같은 사람이 새로운 합리적 민원을 제기하면, 그건 다시 처리해야 한다.

절차적 방패가 의미를 가지려면 남용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외부에서 검증 가능해야 하며, 복원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방패가 칼로 변하지 않는다. 김현수 교수가 글에서 강조한 대로,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모든 목소리에 합당한 무게를 부여하는 기예다. 소수의 분노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결국 다수의 침묵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의 문제다. 그 무게의 균형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누가 잃는지를, 우리는 사라진 소풍과 닫힌 진료실에서 이미 보고 있다.

https://v.daum.net/v/2026050218570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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