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개인적인 썰을 올리니까 오랜만에 우리 둘째 고양이 자랑만 하고 가겠습니다.
항상 마중나오고 배까서 만지라하고, 뭐가 그리 할말이 많은지 항상 냐옹냐옹하는 춘장이입니다.
별 다른 이야기는 아니고, 제가 2024년 12월부터 일본취업을 준비했습니다.
사유는 뭐 제일 큰건 제가 고등학교때 일본 유학 준비했었는데, 집안 사정이 거시기해서 거센 반대로 못갔습니다
그에 대해 한이 좀 있어서, 꼭 살아보고싶다!가 있었죠.
게다가 전공이 일본이 더 크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과 와이프가 일본인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아참, 여기 예전에 글 썼던적이 있었는데 어찌저찌 난소암 걸렸던 여자친구랑 사실 지난달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 인벤에는 글을 미처 못올렸네요.
아무튼 위의 사유들로 거의 1년 넘게 일본취업을 준비를 시작했었어요.
근데 일본이 참 매뉴얼의 사회라고 별에 별게 다 매뉴얼이 있었습니다.
정장은 무조건 블랙이나 네이비 계열만 입고, 뭐 한국도 당연하지만 머리는 단정한 스타일이라던가..
여자들은 화장법까지 존재하더군요 ㄷㄷ... 게다가 경어는 이렇게 써야하고.. 어쩌고저쩌고...
그런 상태에서 한 1년 반 가까이 취준을 했는데 결국에 붙은건 정사원형태 파견회사 하나밖에 없네요 ㅡ.ㅡ
(파견회사 A의 정사원으로 소속하면서 예를 들면 제가 반도체 전공이면 하이닉스나 삼성에 가서 같이 연구하는 느낌입니다. 대신 기밀사항 때문에 너무 깊이는 못하고 기본적인 연구만 가능한 수준이라 물경력이 될 수 있다는 점)
저것 밖에 못 붙은 원인으로는,
일단 첫 번째로 일본 취업의 특징 중 하나가 절대적으로 '대학 혹은 대학원 재학생'인 사람이 유리합니다.
일본 취업 시장의 풍토 또한 워낙 구인난이라 취업이 잘 되다보니 (물론 일본도 대기업급은 구인배수가 0.4 정도입니다.), 졸업을 했는데 취업을 못했어? 넌 병신 패배자야! 취급을 하더군요...
한국은 그냥 뭐 졸업 직전에 취업하거나, 취준한다고 1~3년 시간 보내는거는 예사가 아니잖아요?
근데 일본이 저런 시스템이 박혀있다보니, 나라에서 사람 그런식으로 병신 만들지말고,
졸업자도 취업할수있게 해!라고 졸업 후 3년 이내인 사람(이하 '기졸자')도 신입 취업에 지원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강제'가 아니라 '권유'라서 사실상 현재도 스펙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걍 왠만하면 재학생을 뽑습니다.
모집요강에도 여전히 기졸자 안 뽑는 곳 많습니다. 한 100개 기업이 있다고치면 반토막 나는 것 같아요.
그마저도 계약직 경험이 있으면 안된다는 곳도 많음..
두 번째는 첫번째의 문제에 기인한 것인데, 30살 넘어가면 좋게 취급을 안 해요.
쟤들은 군대를 안 가잖아요? 그러니까 남자 여자 모두 24살에 대학졸업하고 바로 입사.
제가 박사 학위가 있는데, 한국처럼 막 석박사 8년 10년 존나게 안 굴립니다.
니가 우리 실험실에 있는 걸로 니가 하고싶은거로 아무거나 연구해서 알아서 졸업해 스타일인지라,
웬만하면 석사2년 박사4년 걍 졸업 시켜줍니다. 같은 실험실에서 석사 했으면
박사 3년이면 졸업도 가능한 곳도 많데요. 졸업 못하는 놈이 개병신 취급 받을 정도로 졸업 시켜줘요.
즉 석사는 26살에 입사하고 박사는 29살 혹은 30살에 취업이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로, 신입사원 지원을 했다가, 싹 다 털렸습니다. 한 40군데 썼는데 다 탈락.
게다가 이 신입 채용에서는
일본 놈들은 대학교 대학원 학점보다 어떤 풍부한 사회생활을 했냐 입 잘터는 놈을 좋아합니다.
신입채용 시 서류작성하는거 보면 학생때 제일 보람찬 일이 뭐였냐, 무슨 성과가 있었냐,
주로 어떤 동아리나 알바 했고 거기서 뭘 배웠냐 그런 내용을 쓰게 되어있습니다.
나 토익만점이고, 뭐 기사자격증 있고, 특허 몇개 논문 몇개 있다 이거 거의 소용없습니다.
저 대학생활의 소설을 얼마나 잘 쓰는지가 더 중요한 이상한 시스템입니다.
저는 뭐 고등학교 때부터 박사 졸업 때까지 풍부한 인싸 생활은 커녕 공부-집-공부-집만 하던 사람인데
그런게 있겠습니까??? 다 탈락하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경력직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석사했으면 연구원은 학사 2~3년차 연봉, 박사했으면 석사 3~5년차 연봉
이런거 없습니다. 그냥 저런 사회니까 박사는 그냥 석사보다 연구 좀 더 해본 놈. 취급이라
월급도 학사가 20만엔이면, 석사는 21만엔, 박사는 23만엔. 이런 수준. (대기업이나 가야지 월급 25만, 30만 줍니다)
어떤 경우는 석박사 대학원으로 퉁치고 21만엔만 주겠다는 기업도 널리고 널렸더군요 미친 진짜 ㅋㅋㅋ
심지어 박사는 저 2~3만엔 더 주는거 가지고, 월급 더 주기 싫어서 박사 안 뽑는 곳도 엄청 많아요.
(우린 박사급 없어도 충분하다가 주 사유겠죠. 대부분의 제조업 등등..)
그래서 아무리 일본을 가고 싶어도, 이런 연봉을 받고 내가 일본을 건너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지금 한국에서 받는 연봉보다는 조금은 적더라도 어느정도 충족하는 회사를 찾다보니 너무 그 수가 적었습니다.
경력직을 지원하자니 제가 졸업한지 현재 1년반, 곧 2년이죠.
하지만 일본도 경력직은? 경력을 쌓으려면 일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경력 채우라고? 같은 상황이 펼쳐집니다.
딱 보면 모집요강에 충족이 힘든 구직이 많았습니다. 충족된다 하더라도? 어 너 한국에 있네? 걍 일본인 뽑음 ㅅㄱ
꼬우면 비자받으셈 ㅋㅋ 입니다 심지어 어? 너 한국에 있네? 너 사람인 사용금지, 우린 서비스제공 못해줌 꼬우면 일본에 살면서 취준하세요. 이런 경우도 엄청 많았어요.
물론 실제로는 다른 더 좋은 경험자가 있으니까 탈락입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오죠.
그렇게 최종적으로 찾은게 정사원식 파견회사. 여기는 그나마 또 합격했습니다..ㅡ.ㅡ;;
다행히 요코하마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월급 좀 더 챙겨주고, 대신에 다른 지역으로 파견안보내고 도쿄,요코하마
내에서만 보내겠다는 조건을 받았습니다.
와이프랑 이것때문에 많이 싸웠습니다. 꼭 거길 가야되냐 진짜 거기 경력이 되겠냐.
일본인들은 왠만하면 다 정사원이 되니까 파견나가는거 엄청 안좋게 보거덩여....
(오죽하면 뭐 원룸부터 시작한다는 일본인들 조차 부모님께 인사드릴때 정사원아니면 싫어함)
3년 정도 경력쌓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다는 조건으로 겨우 합의는 봤으나..
이제 나이도 35살이고 서로 생각하기로는 더 늦으면 일본으로는 여행말고는 못 가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와이프랑 합의 하에 한국에도 구직을 딱 지난주에 시작했는데,
제 전공을 살리기에는 사실상 벤처 기업말고 없었습니다.
한 회사에서 헤드 헌터분이 연락와서 오늘 면담을 하고 왔는데요, 제가 너무 일본 취준 마인드에 오래 살아서인지
엄청나게 많은걸... 거의 그냥 2시간동안 사실상 제 논문 이야기보다는, 취업컨설팅 받고 왔습니다.
0. 면접하러 방문했을때는 약간 F성향으로 면접관들에게 인사 건네면서,
뭐 날씨가 좋네요 등등 이야기를 하면서 약간 분위기를 풀어라 지금 너무 긴장된 모습이다.
1. 지금 제 정장스타일, 헤어스타일이 그냥 박사 느낌이 전혀 없고, 무슨 학사나 석사 신입이나 영업부에
지원 온 사람 스타일이다. 베이지색 정장바지에, 그레이색 혹은 어울리는 스트라이프 자켓 입고,
결혼하셨으니까 결혼반지 끼시고, 시계도 차고, 니트 타이에, 금테안경을 끼고 가르마하는 코디를 해라.
(...시계랑 반지도..차도 되는건가..싶었습니다...그렇게 자유분방...한가...어 벤처라 그런건가...)
2. 이건 뭐 사실 일본취업에도 동일하긴 할건데, 제가 그동안 일본취준은 면접을 줌으로만 진행했고,
직무경력서 낸거에서 무슨 일했니 어쨌니 설명하는 수준이 전부였었습니다.
포트폴리오 발표 이런거 전혀 요구 안 받았어요. 그래서 너무 설명하는 식의 문구가 많고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 있는, 대본이라도 만들어서라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임할 수 있게 연습을 해라는 말씀을 계속 들었네요.
목소리 발성부터, 본인이 헤드헌터하면서 뽑은 분 중 예시인데, 어떤 사람은 마지막 면접 끝날 때
사장 옆에 과감하게 앉아서 자기를 부사장으로 뽑아라 이 포지션으로 뽑으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
부사장으로 안 뽑으면 나 나간다. 의 패기를 선사하셨다고 합니다. (그 분은 그럴만한 스펙이 되시는 분이셨고,
검색해보니 진짜 부사장인가 그렇긴 하시던데...ㄷㄷ)
발표 중에 딱 자켓 벗고 한 손은 리모컨, 한손은 주머니 딱 넣고 자신감있게 발표하는 그런 모습 등 퍼포먼스도 필요하다.
3. 이것도 사실 일본취업에도 동일한 스킬이지만 어어어..한다거나 눈알 굴리지마라.
차라리 면접관님,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을 지연시키면서
생각할 시간을 벌어라.
4. 이직 사유는 짧게, 꼬투리 잡힐거 같으면 그냥 솔직하게 뭐때문에 돈 필요하다 과감하게 까라
지원 동기는 내 지원동기말고 (일본이 이런식의 지원동기를 씁니다.) 그냥 회사가 어디가 좋고
뭐가 맘에 들어서 지원했다라고 빨아줘라..
5. 포트폴리오는 간결하고, 알아보기 쉽게, 그리고 면접관들이 내용을 더 달라하면
저를 뽑아주시면 일하면서 보여드리겠다. 라는 대사를 칠만한 구성으로(...) 만들어라
6. 그렇게 클로징이 되는 순간까지 50분정도는 걸릴만큼의 스토리텔링을 해라.
클로징할때도 뭐 별 또 연구이야기 꺼내면서 역질문하지말고,
그냥 과감하게 오늘 연구 중이실텐데도 바쁜 시간 내셔서 제 연구와 경험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든 일할 준비가 되어있으니 지금 뽑아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겠습니다. 안 뽑아주시면
경비에게 끌려나갈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라는 패기를 보여줘라
그러고 마지막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연구실을 한번 볼 수 있을까요?라고만 딱 해라.
매우 귀하고도 귀한 컨설팅을 받았네요.
물론 1년 반동안 일본식 취준에 너무 절여져있었다보니
거의 상반되는 방식의 면접 스타일이라... 약간 아 이거 그냥 면접방식도
일본이 나랑 스타일이 맞는거같아..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디톡스 받은 느낌인가..아닌가...
몇가지는 너무 과감해 보여서 취사선택해서 연습해야겠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와 정보로... 어지러워서 집 오는동안 버스에서 멀미를 했네요;;
근데 뭐 먹고 살기 위해 돈 벌려면.해봐야죠 우짜겠습니까..
일단 한국에서의 혼인신고도 마무리되면, 비자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라,
6월까지 뭐라도 합격이 안된다면 일본에 갈 계획이긴 합니다.
그럼 일본에서 으쌰으쌰 어떻게든 살아봐야죠
다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