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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투표용지 사태 후 선관위 직원들의 자성..."선관위 한계 고백해야"
"직원 무능해서만 아냐" "선거 경험 없이 중앙 근무" 구조적 문제 지적

지난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시사저널 임준선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진 후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일'이라는 취지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거철 업무량 폭증 등부터 사전투표 폐지 요구, 격무에 내몰린 일선 직원의 절규가 쏟아졌다. 밖에서만 들끓던 개혁 요구가 안에서도 터진 분위기다.
"졸음운전으로 죽을 뻔...그저 살고 싶었다"
시사저널이 8일 선관위 비공개 게시판 '직원소통공간'을 확인한 결과, A씨는 지난 7일 '고해성사'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송파구 등 해당 위원회 직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해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언젠가는 어디선가 터질 사고가 이번에 운나쁘게 거기서 터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직원소통공간에 찬성·반대만 누르며 댓글만 짧게 쓰고 의견을 게시해 본 적 없는 직원"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이번 사태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조직 내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다.
A씨는 다양한 대책도 썼다. 그는 "사전투표를 없애든, 사전투표를 하루로 줄이든, 투표소에서 즉시 개표를 하든, 개표를 선거일 다음날 (오전) 9시 이후에 하든, 벽보와 공보와 현수막을 없애든, (사전)투표 관리를 지자체 고유 업무로 법을 바꾸든 (해달라)"이라며 "더 이상 우리가 할 수 없는건 할 수 없다고, 불가능한건 불가능하다고 선관위 능력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솔직히 고백하자"고 했다.
선거철 업무량 폭증 문제도 나왔다. 그는 "솔직히 이번 사고가 안 터지는게 이상하다"며 "특정 시기에 살인적으로 폭증하는 업무량"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노심초사, 전전긍긍하며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게 일해야 하나"고 했다. A씨는 특히 "선거철 격무에 체력과 집중력 저하로 각종 사건·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는 졸음운전하며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다. 그저 살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 직원은 "일면식도 없는 송파구 등 수도권 및 중앙·서울 직원분들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인력과 역량만으로 안정적인 선거관리가 불가능하다고 고해성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사원 및 권익위 등의 상시 감사가 예상되고,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공중분해 됐듯이 선관위도 해체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고까지 했다.
"선거 경험 없는 직원이 중앙에서 문서만 내려보내"
B씨는 사전투표 문제를 꺼냈다. "지금이라도 대국민적으로 사전투표 관리 역량 부족을 고백하고, 국회에 사전투표 폐지 의견을 하루빨리 조직 차원에서 전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B씨는 같은 날 "사전투표율 증가에 따른 투표용지 축소 계산이 안일해서든지, 사전투표탓에 본투표일 관리 역량이 분산돼서이든지"라며 "이 모든게 사전투표 탓에 빚어진 사태임은 자명하다"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건 사전투표가 부정선거 음모론의 주축이 돼 있고, 지금 부실선거에 실망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에 더해서 과격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수위 높은 비판들이 불붙듯이 힘을 얻어간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사전투표 뿐만 아니다. 시설, 인력, 장비 등 확보 문제도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본투표 관리도 갈수록 사건사고가 늘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윗선 책임론'도 나왔다. 직원 C씨는 지난 5일 게시판에 '책임지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윗자리에 있으면 그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본투표일 당일인 지난 3일 잠실 투표소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허철훈 사무총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논란이 커지자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 총장은 5일 오후 사의를 표했다.
D씨는 C씨가 작성한 이 글에 내부 시스템을 저격하는 취지의 댓글을 남겼다. D씨는 "일선에서 선거계장으로 공직선거 국선, 지선, 대선까지 치러본 경험 없는 직원은 중앙에서 다 내려가서 경험 후 다시 받든지 해야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탁상행정만 해서 엉뚱한 문서나 내려보내지 말고 제발 몸으로 부딪쳐서 경험해보고 중앙에서 일해야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목소리는 국회 결산 검토보고서의 지적 사항과 맞닿아 있다. 국회는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해 인력 공백이 반복되는 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관위 직원 1520명조차 2022년 4월4~8일 '선거관리 혁신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조직 구성·운영이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하기도 했다(6월8일자 「선관위 직원 10명 중 8명 "우리 조직이 문제"…4년 전 부실선거 자인하고도 반복했다」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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