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 사진 대신 AI 보정 사진 들고 상담하는 사례 등장
AI는 한 번에 바꾸지만 실제 치료는 부위별·단계별 접근 필요
의료진과 가능한 범위·치료 과정 충분히 확인해야
눈은 커지고 턱선은 날렵해졌다. 피부의 주름과 잡티도 사라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몇 초 만에 만든 '더 예쁜 내 얼굴'이다. 최근 이런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AI가 자유롭게 바꾼 얼굴과 실제 수술·시술로 구현할 수 있는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AI 이미지를 결과 예측본이 아닌 상담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예인 사진 대신 'AI로 만든 내 얼굴'
과거에는 원하는 외모를 설명하기 위해 연예인 사진이나 직접 보정한 사진을 가져왔다면, 최근에는 AI로 만든 자기 얼굴을 보여주는 경우도 생겼다. 오늘성형외과 곽인수 원장은 "과거에는 직접 포토샵으로 작업한 사진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AI 앱으로 만든 사진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도 "아직 많지는 않지만 보정 앱이나 AI 프로필 생성기로 만든 사진을 보여주며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묻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미용성형외과학회(BAAPS)가 지난 2일 회원들을 조사한 결과, 15%가 AI로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가져와 수술로 가능한 범위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보인 환자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학회는 특히 AI 이미지가 다른 사람의 사진이 아닌 '내 얼굴'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실제로도 비슷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AI 보정 경험이 성형수술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성인 426명을 분석한 결과, AI 기반 이미지 보정 도구를 사용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술 후 외모 개선, 흉터 감소 등 성형수술 결과를 더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AI는 몇 초면 완성… 현실은 여러 단계
AI로 만든 변화가 모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얼굴을 조금 작게 하거나 눈을 크게 하는 등 비교적 단순한 변화는 수술로 가능한 경우도 있다. 다만 원래 얼굴의 여러 부분을 큰 폭으로 바꾼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하려 하면 무리한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곽인수 원장은 "실제 모습에서 많은 변화를 준 이미지라면 과도한 목표가 될 수 있다"며 "무리한 수술은 부작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용 시술도 마찬가지다. AI에서는 주름을 없애고, 처진 턱선을 당기고, 꺼진 볼을 채우는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마다 치료법이 다르다. 표정 주름에는 보톡스, 꺼진 부위에는 필러 등 볼륨을 보완하는 시술, 처진 얼굴선에는 리프팅 시술 등이 고려된다. 서동혜 원장은 "AI에서는 피붓결, 주름, 얼굴선, 볼륨 등을 한꺼번에 좋아지게 만들 수 있지만 실제 미용 시술에서는 각각의 문제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AI에서 보기 좋은 모습이 실제 얼굴에서도 자연스럽다는 보장도 없다. 꺼진 볼을 사진처럼 매끄럽게 만들려고 볼륨을 과도하게 채우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또 실제 수술·시술 결과는 개인의 골격, 피부, 연부조직 상태, 과거 병력 등에 따라 달라지고, 이후에는 부기나 피부 반응 등 회복 과정도 거쳐야 한다.
AI 사진은 '정답' 아닌 참고 자료
AI 속 얼굴에 맞추려고 시술 횟수나 강도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 서동혜 원장은 "필러를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고, 박피성 레이저를 적절한 치료 주기를 지키지 않고 자주 받으면 피부가 민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I 사진 자체는 원하는 변화를 의료진에게 설명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수술·시술 뒤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 예측본’이나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상담할 때는 "이 얼굴처럼 해달라"고 하기보다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좋다. 가능하면 원본 사진도 함께 보여주고 ▲원하는 변화가 실제로 가능한지 ▲어떤 수술·시술이 필요한지 ▲부작용이나 회복 과정은 어떤지를 확인해야 한다. BAAPS 역시 AI 이미지와 원본을 함께 보여주고, AI로 만든 모습을 실제 수술 결과로 생각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곽인수 원장은 "결과에만 집착하기보다 그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해야 한다"며 "어떤 부분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이 불가능한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