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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보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 진보의 약속을 지켜라

아이콘 전승지기초
댓글: 2 개
조회: 1312
추천: 5
2026-10-27 17:32:51


올해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 각국의 진보 정치인과 활동가 수천 명이 모인 자리에 여든 살의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섰다. 극우가 유럽과 미주를 휩쓰는 와중에 열린 '세계진보동원' 폐막 연설이었다.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남긴 폐해의 관리자가 되어 왔습니다."
극우를 겨냥한 말이 아니었다. 자기 진영을 향한 말이었다. 룰라의 말을 풀면 이렇다. 신자유주의는 번영을 약속하고 기아와 불평등과 불안을 안겼다. 위기가 위기를 낳았다. 그런데 그 체제를 바로잡겠다며 집권한 진보는 정작 경제학 정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좌파 정부는 좌파의 언어로 선거에 이기고, 긴축을 실행합니다.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공공정책을 포기합니다. 우리가 체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했다. "그러니 지금 상대편이 반체제를 자처한다고 놀랄 일이 아닙니다."

식당에 빗대면 이렇다. 새 메뉴를 내걸고 손님의 선택을 받은 주방장이, 정작 주방에 들어가서는 전 주인의 레시피를 그대로 낸다. 손님이 다음에는 "이 식당을 통째로 갈아엎겠다"는 사람에게 표를 준다 한들 이상한가.

룰라의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그는 극우에 표를 준 사람들을 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극우는 신자유주의가 지키지 못한 약속이 남긴 불만을 흡수했다"고 말한다. 불만은 정당했고, 그 불만에 먼저 손을 내민 쪽이 극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유권자 대신 다른 곳을 가리킨다. 세금을 내지 않는 억만장자, 알고리즘을 주무르는 플랫폼,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는 신화를 팔면서 사다리를 걷어차는 사람들. 연설은 이렇게 맺는다. "불평등은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입니다. 우리를 진보로 만드는 것은 평등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룰라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세 번째 정부 역시 재정준칙 아래 지출을 묶었고, 시장의 눈치를 봤다. 그러니 이 연설은 남을 꾸짖는 훈계가 아니라 자기 손에 묻은 것을 내려다보며 한 말이다.

그리고 10월. 룰라는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에게 졌다. 3주 뒤 결선에서 뒤집었다. 그 3주 동안 그가 한 일은 연설이 아니었다. 저소득층 현금지원을 15% 올리고 선거 전에 미리 지급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빚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4월에 말로 했던 자기비판이 10월에는 예산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성은 사과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예산안에서 드러난다.

여기서 한국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의 진보는 지금 민주주의를 지키는 쪽에 서 있다. 옳은 자리다. 그러나 룰라의 질문은 그다음을 묻는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동안 집세와 일자리와 빚은 누가 말하고 있는가. 공약과 집행이 다를 때 그 차액은 누가 가져가는가. 룰라의 답은 분명하다. 비워둔 자리는 반드시 누군가 채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대개 "우리가 당신을 지키겠다"고 가장 크게 외치는 쪽이다.

룰라는 진보의 첫째 계명을 '일관성'이라고 했다. 한 가지 프로그램으로 당선돼 다른 프로그램을 집행하지 않는 것.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라는 말이다.


요약
① 신자유주의는 번영을 약속하고 기아·불평등·불안을 줬다. ② 그런데도 진보는 정통 경제학에 굴복해 "신자유주의 폐해의 관리자"가 됐다 — 좌파 공약으로 당선돼 긴축을 하고,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공공정책을 포기했다. ③ 그래서 "우리가 체제가 됐고", 반체제 자리를 극우에 넘겨줬다. ④ 극우는 그 약속 불이행의 불만을 흡수해 이주민·여성·소수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⑤ 처방은 일관성(공약대로 집행), 진짜 책임자(초부유층·조세 회피·알고리즘)를 지목하는 것, 그리고 "불평등은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https://red.org.br/noticias/discurso-do-presidente-lula-no-encerramento-da-1a-reuniao-da-mobilizacao-progressista-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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