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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쿄 매그니튜드 8.0 칼럼

아이콘 돌덩어리 | 댓글: 12 개 | 조회: 7654 | 추천: 5 |

 

 

 

 * 스포일러 주의

 * 긴 글 주의, 마실거 옆에 두고 보세요. 영상도 몇개 있어서 읽는데 오래 걸립니다!

 

 

 

작품 밖의 이야기

 

꾸준히 애니메이션 게시판에서 제가 주기적으로 묻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슬픈 애니메이션' '눈물 나는 애니메이션'

슬픈 감정에 잘 빠지지 않는 타입이라는 지적도 받았었죠. 마치 보통 사람은 낙엽이 떨어지면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데 저는 그 나뭇가지의 구조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번에 추천받은 작품 중에서 고른 건 본즈의 2009년 작품인 <도쿄 매그니튜드 8.0>(이하 도쿄) 입니다.  

 

 

노이타미나

 

노이타미나 10주년 기념 단편 애니메이션

 

 노이타미나(noitaminA)는 제작사가 아니라 심야 애니메이션의 방송 시간대를 의미합니다.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담았다"는 인터뷰의 내용과 같이 일반 대중이나 성인 여성을 타겟으로 삼은 작품이 많아 편히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꽤나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도 많지만 1분기 11화가 몇몇 작품에서는 걸림돌이 됩니다.

 

 1분기 11화라는 점은 분량이 적다는 뜻이고 마지막화 '만으로' 평가가 반전된 작품들이 많은 점을 보자면(마법전쟁..) 이는 애니메이션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큰 단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시청자가 보기에도

 

'할 말은 많은거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전개가 너무 난잡하다.'

 

하는게 자주 드러납니다. 8화 완결인 <BLACK★ROCK SHOOTER>, 쿨타임 돌때마다 언급하는 <갈릴레이 돈나>등이 있네요.

 

최근에는 <잔향의 테러>, <PSYCHO-PASS>등으로 다양한 장르에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시간대에 방영한다는 자체로 저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도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회를 본 순간 이건 정말 11화에 치밀하게 원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난영화

 

 '전형적'인 재난 영화 <2012>

 

 <도쿄>는 애니메이션에선 흔하지 않은 장르인 '재난'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화적 상상력이 가장 방해되는 장르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재난물의 핵심은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환경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서 영화라는 매체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저는 생각합니다.   

 

 주변 환경이 무너지고 폭발하고 으깨지는 스펙타클함

 평소에는 지나쳤을만한 사람들끼리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고 깨닫는 휴머니즘의 절묘한 조화는 영화 관람객을 사로잡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렇게 꾸준히 재난 작품은 나오게되었죠.  

 

 그래서 재난물에서는 저 두가지 지표인 스펙타클함과 휴머니즘을 얼만큼 잘 배합하는가가 해당 작품을 두고두고 볼 만한 명작인가, 아니면 한 번 영화관에서 쿠왕콰콰쾅 봤으면 끝인가로 나뉩니다.

 

 전형적인 재난영화였던 <2012> 영화관의 크고 아름다운 스크린과 크고 아름다운 스피커를 활용한 스펙타클에 비중을 더 주었고 결과는 개연성은 어딘가로 날려버린 재난 관람용 1회용 영화가 되었죠. 예고편에 쿠왕콰콰쾅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건 잊어버린걸까요.

 

 (대륙의 기상만 있으면 2년만에 방주를 만듭니다.)

<도쿄>는 마치 탕수육이 나오면 꼭 배합을 고민하게 만드는 간장+고추장+식초의 배율처럼 저 두가지 요소를 얼만큼 잘 조합했는지 궁금했고, 결과는 휴머니즘이었습니다.

 

 

 

작품의 이야기

 

도쿄 매그니튜드와 재난

 

 

 

<도쿄>에서 일어난 재난은 도쿄만 북부지역 지하 25km 진원에서 일어난 8.0도의 진도를 가진 지진입니다. 7만명의 희생자를 남긴 쓰촨성 지진과 진도가 똑같으며 지진이 일어난 후 일어나는 여진의 강도도 상당히 높아 기반이 뒤틀린 건물이 무너지거나 도로의 균열이 벌어지는 등의 사태가 일어납니다.  

 

 오다이바의 다리가 뒤틀리다 무너지고, 집이 기울고, 도쿄 타워가 기웁니다. 하지만 <도쿄>는 이런 큰 재난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배경 조성을 위한 정도로만 보여줍니다. 주연인물인 쿠사카베 마리의 딸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지방에서 일어난 커다란 화재는 오직 뉴스만을 통해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와서야 보여준 점이 그렇죠.

 

재난을 남은 부분은 대피를 하고, 구호 물자를 조달받고, 결국 죽어버린 사람들을 애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쿄>가 재난 애니메이션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작품에서의 비중 차이로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자신도 힘들면서 꾸준히 누나를 돌봐주는 속 깊은 동생인 유우코

 

 손주를 잃은 슬픔을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서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준 후루이치 할아버지,

  

 그리고 자기가 살던 지방이 화마에 휩싸였지만 급하게 가지 않고 눈 앞에서 힘들어하는 두 주인공을 끝까지 돕던

 쿠사카베 마리까지..

 

물론 새치기를 하거나 밀치거나 지인의 진료 순서를 어길려는 모습이 등장했지만 <도쿄>는 의도적으로 그 부분들은 단편적으로만 제시했습니다.  

 

 

이 비중차이가 재난물임에도 불구하고 <도쿄>라는 작품을 상당히 담백하게 느끼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 스포일러 주의보 -----------------------------------------------------------

 

 

 

죽음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이해하는 것까지

 

 

 

<도쿄>의 가장 큰 떡밥이자 핵심이자 작품의 메세지는 바로 남동생 '유우키'의 죽음을 대하는 미라이의 태도입니다.

 

 

 

 

 발단은 4화에서 도쿄타워가 무너질 때 누나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잔해를 막기 위해 몸을 던진 유우키는 정작 자신이 잔해를 맞게되고 그때부터 어지럼증과 구토, 그리고 고열 증상을 앓게 됩니다. 몇 걸음 걷는 것도 힘들어하지만 집으로 가겠다는 그 목적 하나로 유우키와 미라이, 그리고 마리는 길을 걷게 됩니다.

 

  결국 8화에서 쓰러진 유우키는 병원에 실려가게 됩니다. 고통에 몸부림 치는 환자와 죽은 자의 얼굴 위에 덮힌 작은 천, 유족들의 괴로움에 찬 울음소리와 함께 재난 속에서 유일한 가족이었던 유우키를 잃는다는 절망감이 섞여 누나인 미라이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환상을 겪습니다.

 

 

 

영안실 앞에서 사망진단서를 앞에 두고 천으로 덮인 시체 앞에 놓인 가방을 보는 장면과

 

그것이 꿈임을 깨닫고 수술실 앞에서 유우키를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죽어버리는 장면과

 

또 그것이 꿈임을 깨닫고 일어나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며 신나게 노는 유우키를 만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전개상으로는 앞의 두 장면이 꿈이고 마지막이 현실인 것으로 나오지만.. 8화에서부터 등장하는 떡밥은 유우키가 실은 죽었을거라는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결국은 현실이되고 맙니다.   눈치가 있던 사람들은 아마 여기서부터 불안했겠죠.

 

저 세 장면 중에서 첫 장면과 세 번째 장면이 현실이었던 것이죠.

 

 

 

누나가 거부한 유우키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정말이지 처참할 정도로 꾸준히 나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장면은 아마 9화의 가방일거 같네요.

 

 

 

마리의 사라졌던 가족을 되찾는 9화에서 죽은 줄 알았다가 기적적으로 딸과 어머니를 찾은 마리를 두고 미라이와 유우키는 자기들의 원래 목적지였던 집을 향해 갈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는 유우키가 가방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작은 편지를 적어서 마리의 딸인 히나에게 전해준 미라이는 의자에서 기다리는 유우키에게 갑니다. 여기서는 가방을 메고 있습니다. 단순한 작붕일 수도, 첫 장면과 두 번쨰 장면 사이에 가방을 멘 것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두고 간 가방을 마리가 가져다 주는 장면에서 유우키의 죽음과 관련된 떡밥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도쿄>에서는 4화에서 시작된 이 떡밥을 정말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제시함으로써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동시에 그 비극성을 강화시켰습니다. 재탕할 때, 8화 9화 10화를 보신다면 유우키의 누나를 배려하는 대견한 마음이 정말 기특하게 보일 겁니다.

 

 10화에서 유우키는 미라이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미라이는 이때부터

 

동생의 죽음을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동생의 이 행동들을 기억할 것인가를 고통스러워하면서 갈등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동생이 했을만한 행동들, 그러니까 자기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누나를 걱정하는 그 따뜻한 마음씨를 기억하며 동생의 죽음이란 사실을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할 것인가의 싸움이었죠. 10화 까지는 전자가 우세했지만 유우키의 말에 갈등을 하기 시작합니다.

 

 가족을 만나 재회의 반가움과 상실의 슬픔까지 깨달은 11화까지도 미라이는 아무도 없는 자기 옆 자리 책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유우키의 환영을 보고, 어머니는 유우키의 몫까지도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직까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마리가 가지고 온 가방에 있던 어머니의 생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인 삐뚤빼뚤한 초상화와 머리핀을 보면서 미라이 가족은 유우키의 죽음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로 등장하는 2분의 영상은 가히 짱구 '어른 제국의 역습'의 '히로시의 회상'장면과 맞먹을 정도로 <도쿄>를 주욱 본 사람들에게 폭풍 눈물을 선사하는 감동깊은 장면입니다. 죽음을 이해한다는 과정을 이렇게 그려낸 점에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바로 위에 항목 바로 아래에 올린 영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도쿄>의 주제는 재난이 아니라, 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서정적이면서도 점진적으로 그려낸 것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색다른 방향에서 재난을 다루었던 애니메이션인 <도쿄 매그니튜드 8.0>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전 이 작품을 정말 오래토록 기억할 것 같습니다.

 

 

 

여담

 

 

 

 1화 보고 느낀점은 "바르사?" 였습니다. 정령의 수호자와 그림체가 꽤나 비슷하고 둘의 성격이나 포지션도 비슷해서요. 찾아보니까 캐릭터 디자인은 서로 다른 사람이었네요.

 

 정말 담백한 애니메이션이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작품이 너무 좋아요.

 

 이 작품은 2009년이지만 2011년에는 진도 9.0의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났죠... 명복을..

 

 보통 재난 영화는 반정부적인 요소를 담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이 작품이다보니 내진설계가 잘 된 건물이라던가 체계적인 구호과정 등 긍정적인 요소와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가 보여주듯 상당히 현실적인 재난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2분 영상은 이 칼럼에 쓰기 위해 제가 캡쳐한 것입니다. 처음으로 동영상 캡처를 해봤네요.

 

 잘 봤습니다. 정말로.  

Lv79 돌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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