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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각하며 보는 유희, 애니메이션 음악

아이콘 작은찻집
댓글: 10 개
조회: 5053
추천: 26
2015-04-14 18:44:45

 *영상자료와 플래시 자료가 많으니 컴퓨터로 봐주세요.




0. 글을 쓰게 된 계기



 ‘색’이란 것도 그렇고 샤프트의 연출도 그렇듯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모든 것은 저에게 있어서 마치 열지 않은 도넛 상자처럼 보기만 해도 침이 흐르고 흥미가 돋는 요소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도넛을 먹고 칼럼을 적었죠. 

 이번에 저의 구미를 당긴 주제는 ‘음악’이었습니다. 노래로 기억이 나는 애니메이션도 있고 노래가 애니메이션의 주제인 경우도 있고, 노래만 남은 애니메이션도 많죠. 그만큼 노래는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요소고 사람들에게 해당 애니메이션의 생명력을 높여줍니다.

 이번 칼럼은 저와 같이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음악’이란 요소가 어떤 효과를 주고 관계가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는 분과 함께 서로 이견을 조율하고 정보를 편곡했습니다. 형식은 대화 형식입니다. 이건 마치 A4 종이 대신 오선지에 글을 적으라는 것 같이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마치 바이올린과 피아노처럼 서로의 음색은 다르고 선호하는 음역도 달랐지만 그렇기에 서로의 음을 맞춰가고 화음을 찾아가며 만들어진 하나의 악곡 같은 이 칼럼은 저에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 그럼 우리 노래 한 번 들어보실래요?



1. 음악의 현상학 & 악기의 色



 소리는 사람마다 들리는 게 달라요. 간접 심리를 위한 음악도 사람에 따라서는 직접적인 긴박감을 주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고요. 글에도 사람마다 색을 읽을 수 있듯이 음악도 자기만의 특색 이 존재해요.

근원적 청상으로 보면 소리의 에코스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음악을 듣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음악을 떠올리면 그 음이 알아서 흥얼거려지며 마음속에서 곡이 연주되는 경우예요.

음성이나 음악이 문자로 표기되는 방법은 물론 존재하는데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현상의 하나로 음성이나 음악이 재현되는 것을 청현상이라고 해요.  



 글을 읽어보고 생각이 났는데, 특정 감정과 특정 악기는 짝이 있는 것 같아요.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비장한 장면에서 자주 쓰이고 피아노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죠. 
 
 이와 관련해서 ‘배음’이라는 개념이 있던데 원론적이라서 전 어렵더군요.

 

 쉽게 풀이하면 배음은 소리가 가지는 자연적 현상이에요. 악기에서 어떤 음이 소리가 날 때 ‘들을 수 있는 음(바탕음)’과 ‘들을 수 없는 음(부분음)’이 있는데 이를 합쳐서 배음이라고 음악계에서 정의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조금 더 보충하자면 아날로그 악기가 내는 모든 소리는 진동으로 전달되어요. 피아노든 기타든 건반이나 현을 튕겼을 때 나는 소리는 음이 하나가 아닌 여러 음이 동시에 나와요. 하나만 들리는 이유는 가장 진폭이 강한 음이 들리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탕음과 부분음의 차이겠네요. 

 배음은 주어진 주파수의 1/3, 2/3의 정배수 소리를 동반하고 자연음은 모두 진동이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의 요소에요. 악기마다 음색이 다른 이유도 배음이 다르기 때문이죠. 가장 낮은 음역을 가진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를 풍부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낮은 음역일수록 배음이 많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디지털 악기의 전자음이나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모든 소리는 부분음이 없고 바탕음만 존재해요. 그래서 음악가들이 디지털 악기의 음악은 무미건조한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바탕음을 감싸는 부분음이 없는 점이 소리를 풍부한 게 아닌 얕게 느끼게 해서요. 



 조금 더 보자면 악기마다 고유의 음과 진동수, 정배수의 진동이 존재한다는 거니까 특정 악기로 특정 감정을 잡아내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피아노도 그렇지만 플루트나 클라리넷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적혀있었어요.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존재해요.

 장조는 즐거움, 자신감, 사랑, 평온함 등의 감정을 느끼고 단조는 슬픔, 두려움, 절망, 미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든다고 하네요.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38. 滲んだ月



  이 노래를 들어보니 음과 음 사이가 길게 느껴져요. 마치 손가락으로 건반을 꾹꾹 누르는 느낌이 들어요. 


 

 클리어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은 안 나는데 이별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배경음악이에요. 스타카토와 레가토 사이에서 끊을 듯 끊지 않고 하는 게 느린 박자로 이어지고 있고 그 음들이 애절하다는게 느껴지잖아요.
 
 음악의 영역은 세월이 지나 점점 넓어졌고 여러 장르와 격과 률이 존재하지만,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 곁에 존재해요. 가장 가까운 K-POP부터 우리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인정받고 말이죠. 

 음악도 말처럼 그 고유의 색이 존재함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네, 그러네요.



 2. muse

 

 그러고 보니 요즘은 J-POP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합쳐 놓았지 않았던가요? 차트까지 올라가는 거 보면요. <러브라이브>의 곡 ‘Snow halation’이 계속 차트 1위를 유지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가끔 차트에 애니메이션 음악이 아이돌 음악 위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 그런 거 같아요.

 

 보면 애니메이션 음악 자체들이 특색 있고 다채로운 음이 많은 건 사실이네요. K-POP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 똑같은 음인데 말이죠. 

 

 장르에 따라서 선호하는 음악도 다르고 덥스텝 등 독특한 장르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보이죠. 그런데 애니메이션 음악도 70년대에는 ‘아니메 송’이라는 양식이 존재했어요.


 <이웃집 토토로> 엔딩 - 이웃집 토토로
 ‘아니메 송’ 양식은 위의 영상처럼 해당 캐릭터의 이름을 반복하거나 가사와 보컬에 이름과 성격을 넣는 형태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요즘은 이런 양식이 잘 안 보이고 가끔 옛날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기 위해서 저런 형태의 주제가를 빌리는 경우가 보여요



호빵맨! 이 점은 음악의 불가청성 기능을 생각하고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이건 추측이니까 패스할게요.



 저는 이걸 라이트모티프의 하나로 생각해요. 

 한 등장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음악적 어법이라고 정의되고 풀어 적으면 캐릭터의 개성을 나타내는 음이에요. <북두신권>에서 켄시로가 마지막 일격을 날릴 때 등장하는 배경음악이 생각나네요.

 
 
 ‘강한 어린이의 친구 우리우리 호빵맨. 세균맨 혼내주는 우리 호빵맨~’ 이렇게 캐릭터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인가요.

 

 조금 더 풀어 적으면 오페라, 악극, 표제음악 등에서 어떤 인물, 감정, 사물 등과 결부되어 사용되는 동기로, 그 후 같은 대상이 등장할 때마다 라이트모티프가 다시 나타나요. 기본적으로 반복되는 특성이 있으면서 나타날 때마다 변화, 변조되면서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 주도적 기능을 하는 모티프에요. 

이렇게 한 주제곡을 변화, 변조하면서 반복하는 라이트모티프는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 유도하는 동시에 통일된 느낌을 주어요. 위의 ‘아니메 송’ 양식보다 더 적합한 예시가 생각났어요. 아래에 있는 세 노래를 봐주세요.





<테라포마스> OST - Terraformars#1



 <테라포마스> OST - Terraformars#2 




<테라포마스> OST - Terraformars#4


 
 

 얼마 전 끝난 애니메이션 <테라포마스>의 OST에요. 테라포밍 중인 화성에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게 자란 괴물 바퀴벌레와 능력자들이 싸우는 내용인데요. 해당 주제가는 우주에서 무럭무럭 자라나서 우주선을 타고 온 지구인들을 잔인하게 짓뭉개는 괴물 바퀴벌레들의 주제가에요. 

 다양한 상황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지구인들을 잔인하게 잡는 바퀴벌레들의 위엄과 공포를 음악에 담고 있고 그 점을 조금씩 변주시켜서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통일시키는 느낌을 주어요. 
 
 해당 캐릭터가 가지는 성격을 하나의 음악 코드로 만들어 그것을 빠르게 하거나 무거운 음색으로 변조하여서 1쿨이라는 짧은 분량에서 등장한 타이밍마다 넣어두는 것은 작품의 통일성을 마치 리본으로 묶듯이 꼭 모아주는 것은 물론 시청자들이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나 1쿨짜리 단편들은 주제곡 하나를 정하고 그걸 여러 가지 버전으로 편곡해 작품이 가지는 느낌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쉽게 보면 감정 기복의 차이일까요? 아까 말했던 음악의 감정 유발 기능과 동일 선상으로요. ‘편곡’이잖아요? 기본적으로 깔린 베이스의 음을 바꿔서 다른 박자, 텐션(감정&긴장)을 바꾼다는 건데 그럼 듣는 사람들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달라지겠죠. 상호주관적으로요. 


 전 이게 비슷한 코드를 계속 활용함으로써 작품을 하나로 꼭 묶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네요. 쉽게 정리하면 라이트모티프는 이끄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서 이끈다는 건 작품에 나오는 인물, 사건, 사물, 감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끔 이끄는 것. 일까요?

  네. 맛있게 정리되었네요.

 

 문제는 이 기법 자체가 곧잘 쓰이는 게 아니라 과거였고 지금 현재에서는 거의 사용 안 되는 것이라는 거군요. <호빵맨>의 가사를 기준으로 보면 모티프 그물망이라는 것도 있네요.

 그건 무엇인가요?

 

 노래의 플롯 자체가 이야기 전체를 감싸는 촘촘한 그물을 형성한다고 나와 있어요. 반대로 연상 모티프라는 것도 존재하는 데 기능 자체가 플롯 전개에 국한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해요. 결론적으로 모티프를 사용하는 것은 모티프 안에서 목표가 정해지고 이야기의 끝이라는 거네요. 

<호빵맨>만 봐도 이야기는 나쁜 세균맨을 혼내주고 빵 떼 주고, 누구에게나 친한 친구 호빵맨이라는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반복되요.

 <호빵맨> 같은 단선적인 플롯을 넘어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걸까요. 
 
 
 
 그런 걸 생각해 봤을 때 모티프 기법은 애니메이션의 방향성에 한계를 주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곡 자체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강하고 뒷 내용을 미리 알게 되므로 독자들의 흥미를 오히려 잃게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길 테니까요.

 


<잔잔한 내일로부터> 1기 ed - 아쿠아 테라리움

 
<잔잔한 내일로부터> 2기 ed - 세 잎의 매듭 트랙




 나기의 곡들은 대부분 추상적인 가사가 가득했으나 이번만큼은 가사 속에서 노골적으로 앞으로의 전개를 암시하기도 했죠. 

 과거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옴니버스식의 작품이 많았죠. 듣고 보니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도 옴니버스식이고 캐릭터의 성격을 음악으로 나타내는 모티프 기법을 사용한 근래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이란 애니메이션 작품이 눈에 띄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개념이어야지 혼자 튀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잘 안 쓰인다는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3. 음악과 영상의 경계선

 
 그렇담 아까 이야기 중에서 애니메이션 음악은 지원의 개념이라고 하셨는데요.

 겨울 왕국의 라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몇몇 장면들은 애니메이션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같은 위치에 있다고 저는 생각해서요. 노래와 캐릭터가 같이 움직이니까요. 아래 영상에서도 엘사의 손동작이나 발 구름이 음악에 맞춰져 있죠. 

 


 <겨울 왕국>OST - Let it go


 

 음, 겨울 왕국 작품의 장르가 뮤지컬 판타지에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들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봐요.

 뮤지컬은 음악과 함께 즐기고 음악으로 시작되고 음악으로 끝나요. 스토리는 오히려 그 반대로 음악을 서포트 한다고도 볼 수 있죠. 음악에서 스토리가 나오고 음악으로 끝나죠. 비슷한 애니메이션으로는 <마크로스 프론티어> 정도가 있겠죠? 

 언제나 중간중간 전투 장면과 일상 사이, 그리고 사랑이야기 사이에 항상 노래가 빠지지 않으니까요.

 

 정리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기법을 ‘미키마우싱 기법’이라고 하더군요. 

화면의 움직임이나 자유롭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음악 효과와 일치시키는 기법이에요. 이름 자체는 <증기선 윌리>의 미키 마우스에서 따왔어요. 미키마우싱 기법은 음악과 영상 내의 동작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것이에요. 정서적인 톤이나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이 기법은 그것보다 동작과 리듬의 정확한 일치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라이온 킹>OST - Circle of life


 위의 영상을 보시면 노래에 맞춰서 동물들이 고개를 들거나 낮은 벌판에서 높은 고지 위로 올라서거나, 엎드린 몸을 세우는 모습이 나타나요. 영상 50초 부분에서 기린 가족이 나오기 전에는 노래 자체도 읊조리는 잔잔한 분위기에 동물들의 모습도 먼 거리에서 보여주어서 영상과 음악을 일치시키고 있어요. 
 노래 사이에는 폭포 소리나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음향을 추가해서 사실성을 높였죠.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판타지아>는 이것에서 더 발전해 악기가 가진 음색을 하나의 시각적 색채로 표현해 영상으로 나타내어 음악이 영상이고 영상이 음악인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목관악기들은 주로 갈색, 청색, 보라색 등의 낮은 채도와 한색 계열을 사용하였고 금관악기는 강한 음색에 걸맞게 적색, 노란색 등의 높은 채도의 난색 계열을 사용했어요.
 위의 예시에서 <판타지아>를 제외한 , 등은 음악과 영상의 시퀀스를 맞추는 동시에 가사를 통해 이야기를 보충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본다면 애니메이션에 있어 음악은 지원의 개념이 아닌 같은 선 위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것 아닐까요?    

 

 그렇군요. 일반적인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은 작품 자체를 지원하는 개념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좋은 음악은 영상 밑에 흐르고 그 영상 속에서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흘러야 한다. 혼자 튀어선 안된다. 혹시나 그런 작품을 만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어요.

쉽게 표현하면 음악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고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음악이 아주 좋아서 음악의 멜로디는 생생한 데 그 작품의 내용이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고 말해요.'

작품의 영상과 음악 자체가 불협화음이 아니라 서로 잘 조화롭게 어울려야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거에요.

좋은 음악은 애니메이션의 미디어 안에 포함되어있는 하나의 범주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걸 벗어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가장 좋은 애니메이션 음악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음악과 영상이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을 때, 그 작품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 음악도 함께 연상될 때, 작품 내에서 음악이 생각날 때 그 영상도 함께 떠오를 때

우리는 좋은 작품이자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물론 반론의 여지도 있죠. 예술은 각 작가의 자유로운 표현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방향으로 창조되고 이어져 왔으니까요.

'애니메이션' 또한 예술 표현을 마음껏 인정할 수 있는 장르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시도했고 여전히 시도하고 있어요.



<신의 인형> OP - 불완전연소



 영상의 표현 방법이 섬세하고 새로운 방식을 보여 줬어요. 노래도 제법 좋았는데 작품 자체는 인지도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죠. 이같이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앞으로도 무한할 거에요.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언제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융합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분석을 어느 정도 해본다면 나름대로 규칙적인 요소는 존재했어요.

 1. 음악이 작품을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에 가깝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2. '불가청성의 원리' 음악은 들리되 들리지 않아야한다는 것. 들리는데 어떻게 들리지 않을 수가 있는가? 라고 하는 모순이 생기지만 이것은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어요.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효과음, 음악, 각 캐릭터의 목소리를 따로 의식하며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감상하게 되죠. 우리가 음악이 흐르는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인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음악은 실제로 들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지 심리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음악이 영상을 방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작품을 몰입해서 볼 수 있게 되죠.

 이것은 영화 음악을 비롯한 음악 작곡가들이 말하는 '불가청성의 원리'와 정확히 상통해요.

 음악이 작품 내에 어떤 프레임 밑에 깔리고 재생될 때에는 어떤 음악이든 그에 맞는 역할이 주어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음악은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걸까요.


 

 음악가들이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지금도 지켜야 하는 암묵적인 규칙이랄까요. ‘브금 크라운’이란 이명을 가진 <길티 크라운>의 노래는 많이 언급되는 편이지만 스토리를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기억을 못 하죠.


 

 비슷한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음악 심리학 중에 마스킹 기법이란 게 있더군요. 카페에서 음악을 틀어 주변 소음을 줄이고 거리가 가까운 두 사람만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래요.


   그거 어디선가 봤는데 말이죠.  

 
 제가 읽은 책 중에 <음악 심리학>에 있던 내용이에요. 

 정확히는 어떤 음을 듣고 있을 때, 다른 음이 어느 정도 크게 들리면 원음의 감도가 줄어들거나 들리지 않는 현상이에요. 사람은 비슷한 크기의 소리가 있을 때는 낮은음을 더 잘 인식하고 크기가 높은 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는 낮은 소리를 잠시 인식 못 하는 것을 마스킹 효과, 사운드 마스킹이라고 해요. 

만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장면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 이야기를 청자에게 안 들리게 하기 위해 제 삼자가 크게 소리를 질러서 그 이야기 내용을 묻어버리는 경우가 있죠. 이것도 마스킹 효과 중 하나에요.

더욱 높은 소리를 사용해서 낮은 소리를 가리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높은 소리가 사라지면 들리지 않던 낮은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어요. 모의고사를 칠 때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잠이 들기 전 시계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유도 마스킹 효과로 볼 수 있어요. 

이전 주제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애니메이션 음악이 지원의 개념으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마스킹 효과로 설명하자면 늪은 배경음악들이 오히려 캐릭터들의 대사를 묻어버려서 스토리 이해에 지장이 오기 때문이겠죠?  

 

 그게 음악도 듣는 거리 방향에 따라 들리는 게 다르다고 하더군요. 뒤에서 들리는 것과 앞에서 들리는 것, 헤드폰이나 이어폰 등이 그렇죠.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도 그렇다고만 조사했지 깊게 파지는 않았어요. (후무룩) 

 음악 자체에서 기능적 요소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마 헤드폰을 쓰고 집중하는 것이거나 영화관일 거에요. 장대한 스크린에 담긴 배경이나 인물 감정의 흐름을 잘 잡아내고 그걸 음악으로 형상화할 가장 적합한 장소이자 아이템이죠. 

 

 확실히 이전에 극장에서 <추억의 마니>를 보았을 때 음악도 그렇지만 제 기억 속에는 노 젓는 소리, 주스가 담긴 물병을 흔드는 소리, 토마토를 자르는 소리가 정말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네요.

 

 그랬죠. 영상이 보여주는 프레임들 사이에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마법을 부린 작품이에요. 음악의 기능적 역할이 가장 크겠죠?

 

 그럼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던 음악의 기능에 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4. 음악의 기능

 

 음악의 기능적 요소는 총 3가지. 물리적, 기술적, 심리적 기능으로 나뉘고 심리적 기능에 위에서 언급된 마스킹 기법을 추가해도 될 것 같아요. 

 물리적 기능은 시공간을 확인시키거나 캐릭터의 동작과 상태를 표현하는 음악적 기능을 담고 있어요.

 시공간은 말 그대로 작품 내의 배경이며 그 음악이 흘러나올 때 그 시간과 공간 사이에 색채를 불어넣어 그 전개에 대해 소리로 설명해 줍니다.

 캐릭터의 동작과 상태를 표현하는 것의 음악은 역동감과 템포의 조합이죠.

 여러 감정을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에 음악과 템포가 맞아떨어진다면 우리는 흥미진진하게 재밌게 혹은 손에 땀을 쥐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소리'에 꽤 민감할지도 몰라요.

 심리적 기능은 직접 심리, 간접 심리로 나뉘고 직접 심리는 음악이 말 그대로 직접 감정을 나타내 주는 것을 말해요.

 기쁨, 환희, 슬픔, 비참함, 분노, 등 우리가 가진 모든 심리적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그것이 영상의 장면을 뒷받침해줄 때 완성이 되는 것이죠.

 문제는 어떤 감정이라도 하나의 종류가 아닌 여러 복합적인 심리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음악 또한 세세한 감정의 흐름을 잘 잡아내어 음악으로 형상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요.

 간접 심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에 초점을 맞춰야 해서 직접 심리보다 더 어렵다고 해요.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OST - 13. インストール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26. Hurtle down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28. Uneasy premonition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37. 見えない視線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38. 滲んだ月


 

 어떤 장르에도 사용되는 이 심리는 음악을 통해 우리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죠. 스릴러나, 미스터리, 왜곡계도 마찬가지에요.

극 중 인물들이 웃고 있고 평화로운 장면일진데 긴장되거나 애매한 느낌의 음악을 흘림으로써 이 작품에 풀리지 않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각인, 고조시키는 역할을 음악이 맡고 있어요.

이런 기능을 이용해 장르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 우리는 더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기술적 기능음악의 연속적, 불가청성 기능으로 나뉘어요.

연속적 기능은 음악이 계속 흐르는 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음을 말해요. 시공물인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가 가장 적합한 데 다시 돌려보신다면 아마 같은 음악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전후를 왔다 갔다 하는 주인공을 볼 수 있어요.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OST - 30. Y.U.I.S


 

 시간의 공백이 생길 경우 음악은 하나의 주제가 흐르는 기법을 사용해야 보는 사람에게 어색함을 주지 않고 그 시간의 흐름 자체를 크게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를 보게 되니까요.

불가청성 기능은 말 그대로 앞에서 말한 불가청성의 원리와 같아요. 음악이 의식적으로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 언제나 음악은 작품을 돋보이게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죠.

 
 

 앞서 말한 심리적 기능을 보충해 좀 더 깊게 알아보면 마스킹 기법 이외에도 배경음악이 가지는 효과는 이미지 유도 효과감정 유도 효과가 있어요. 

 이미지 유도 효과는 배경음악이 배경에 대한 인상을 바꾼다는 의미에요. 평소에 의식하지는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여기에서는 이런 음악이 어울린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어요. 인도 음식점에서는 인도 특유의 음악이 어울린다거나 어린이 놀이방에서는 발랄한 동요가 어울리죠.

 이 점은 예상 청자의 ‘각성도’와 연령대를 고려하게 만들어요. 우선 각성도는 ‘기분이 고양되었다’거나 ‘기분이 편안하다’는 의식 상태를 이야기해요. 장르, 음량, 템포 등이 모두 각성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상 청자의 기분이 고양 되었으면 하는가, 아니면 편안해졌으면 하는가를 염두에 두면 좋아요.

 애니메이션도 제작 당시 장르라던가 예상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서 작품을 만들죠. 

 음악도 그것에 따라서 분위기를 맞춰가고요. 개인적으로 이미지 유도 효과가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바로 ‘광고 음악’이에요. 20초의 예술이라 불릴 만큼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구매욕을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하죠. 

 그렇게 만들어진 광고 음악은 몇 십 년 동안 기억하게 되어요. 최근에 음료수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서 포카리하면 생각나는 노래인 ‘나나나~’를 없앴다가 큰 반발을 듣고 다시 ‘나나나~’를 추가한 것을 보면 광고음악이 주는 이미지 유도 효과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정 유도 효과는 말 그대고 청자의 감정을 유도하는 효과에요. 다른 자극에 비해서 청각은 짧은 시간에도 감정을 유도할 수 있어요. 이런 이유는 음악이란 것이 뇌에서 고등 인식을 담당하는 부위가 아닌 원시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대뇌 변연계를 중심으로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클래식을 예로 들어보면 클래식의 섬세한 선율을 듣고 구분하거나 화음, 리듬을 지각하려면 음악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 음악 괜찮다.’라고 느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이미지 유도 효과가 광고에서 중요한 점이면 감정 유도 효과는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어요. 다양한 배경 음악을 활용해 해당 캐릭터의 심정을 공감하거나, 플롯의 절정부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줘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 2부 전투조류> OST - Avalon


 감정을 유도하는 음악적 연출을 잘한 애니메이션으로 전 <죠죠의 기묘한 모험> 2부를 들고 싶네요. 2부의 메인 악역인 기둥의 사내들이 등장할 때 사용되는 노래 장르는 예전에 유행하던 ‘덥스텝’이에요. 

 위의 OST는 기둥의 사내들이 자신의 힘을 발휘하면서 주인공을 위협할 때 등장해요. 덥스텝 특유의 귀를 찢는 느낌이 죠죠 2부의 팝아트 적인 연출과 더해져 시청자들을 긴장시키는 동시에 죠죠의 ‘기묘한’느낌을 잘 살렸다고 저는 생각해요. 

 
 

 

 

 저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OST Pugna Cum Maga를 추천할게요.
독특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곡이고 리듬과 가사가 묵직한 데 그 사이사이 흥겨우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영상과 합쳐졌을 때 이 음악은 정말 완벽해졌다고 봐요.

 5. 꼬리말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각적 요소만을 정보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청각적 요소를 활용한 시각적 요소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 하는군요. 여러 감각을 사용해서 집중력과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은 수험서에서나 학습지의 구석에서 읽어볼 만한 글이죠.
이번 칼럼은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을 바라보기도 하였고 영상이라는 영역을 기준으로 애니메이션 음악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자료 조사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둘은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교집합이 안 보였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둘은 마치 시계 속 톱니처럼 맞물려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종합 예술의 시곗바늘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전문적 지식, 많은 영상 링크와 플래시 파일이 읽는 분들에게 마치 냉수에 올려놓은 나뭇잎 하나처럼 걸리지는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서로 가장 좋아하는 추천곡을 하나씩 올리고 짧은 소감을 올린 후 이 길었던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곡은 최근에 종영된 애니메이션 <롤링☆걸즈>의 삽입곡 ‘夕暮れ ’입니다. 마지막회에 크레딧이 올라오면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이 곡은 해당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던 ‘여행’의 끝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적인 면에서 전달력이 부족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인지라 마무리를 장식하는 이 노래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네요.



이 영상. 직접 만들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곡은 게임 음악 라크나로크 OST - Theme of prontera + Theme of Payon  입니다.

이번 칼럼에 다뤘던 곡들이 일렉트로닉 후크송이나 JPOP, 디즈니, 등의 곡이었고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매우 아름답고 한국적인 맛이 녹아있는 곡들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노래 하나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을 남기고 마음속 오르골을 열어주고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질 때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잠시나마 시간과 앉아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6. 짧은 소감
 
 합동 칼럼이란 독특한 소재. 음악 하면 떠오르는 전문가들의 영역. 이전에 적은 <색과 애니메이션> 칼럼이 얼핏 떠오르는 주제였습니다. 두 칼럼 모두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든 칼럼이네요. 색 칼럼은 색채디자인학과 교수님에게 자문을 구했었으니까요. 
서로의 문체를 지키면서 의견을 나누는 대화형식을 만드는 게 어려웠지만, 상당히 의미 있고 재미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발이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네요. 기쁩니다. :D 
 
 이번 칼럼의 기획의도를 가지고 찻집님께 자문한 것은 접니다 :D
기존의 칼럼의 규칙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과의 정보와 견해차를 조율하면서 재밌게 비빔밥처럼 비벼보고 싶었죠.
그 시작은 장난스러웠지만, 완성까지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았고 진지함만이 가득했답니다.노력의 결과가 이 칼럼이고 성취감이 가득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노래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밌었다면 좋겠네요.
















Lv79 작은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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