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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요즘들어 인벤녀가 자주 보인다.

아이콘 푸른찻집
댓글: 11 개
조회: 1003
추천: 11
2016-02-05 14:57:53



 "왜 요즘 자주 보이냐 너."

 잊을만 하면 봐왔던 그 표정만 봐도 말이 거칠어지는 그였다. 그리고 여전히 인벤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은 그 울상 그대로였다. 보딱은 짜증이 올라왔다. 이전에 만났을 때 겪었던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니 시간이 만날 때 마다 점점 그의 말은 험악해져갔다.

 "쓰던 글도 날려보내고, 올리던 사진과 영상들도 휴지조각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내가 글 읽는 것도 막는다?"

 인벤녀의 입이 샐쭉해졌다. 우물거리며 입 안에서 수십가지 핑계와 이유를 다시 삼키고, 되올리는 과정은 역류하는 모든게 그렇듯이 매우 고통스러워서 맺힌 눈물 방울이 점점 커졌다. 어떤 말이라도 보딱을 방해한 것은 사실이었고 이미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 모르는 그의 자료들을 다시 가져오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몇 번을 되올리고 삼켰을지 모르는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입에서 한 마디가 나왔다.

 "미안해."
 
 주어도 없고, 수식어도 없이 헐벗고 차가운 밖으로 튀어나온 한 마디는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1300일이 넘는 관계 속에서 늘 만날 때마다 건넸던 한 마디였다. 보딱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가 겹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 부근에서 끓고 끓다가 올라오는 간헐천 같은 고함은 머리에서 차갑게 내려오는 말보다 더 빨랐다.

 "뭐?"

 끝이 높아지고 커지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보딱은 인벤녀의 양갈래 머리를 잡았고 공포에 머리가 새햐얘진 그녀는 머리를 격하게 흔들며 그 손을 뿌리쳤다. 이미 말들을 우물거리던 순간부터 차올라있던 눈물을 공포가 그 길을 열어줘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풀리고 헝클어진 머리로 우는 얼굴을 보니 그는 미안함이 들었다. 

 "늘 같은 대답. 같은 표정! 그리고.."

 같은 상황... 변하는 건 없었다. 여전히 서툰 태도는 미안하단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화풀이로 거르지 않고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서운 마음에 하는 말 마디 마디에 움찔거리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하아, 됐다.. 그냥 인벤 초기화.."

 "잠깐. 그것만은 제발하지 말아줘."

 
 잠깐이란 그 말 이후에 그녀는 어떤 말을 했는지 다시 기억을 못했다. 아마도 오랜 시간동안 즐겨오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지내오던 자기와 보딱의 관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쏟아낸 것일 것이다. 지쳤더라도, 자기랑 만나기 싫어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아질거라고.

 모두 다 서툴렀다. 그는 곁눈질로 그녀를 보았다. 쏟아낼만큼 쏟아내고 숨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하면서 서툴고, 서툴러서 그는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숨을 고르느라 걸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가 확인한 그녀는 그에게 말했다.

 "정말 가는거야?"

 아직 울음이 가시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럴때 짧은 한 마디만 있으면 되는데 왜 그의 입 안에는 길고 구차한 말 밖에 혀끝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조금씩, 조금씩 그 말을 삼켜들어갔다.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들어서 더 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 인벤 초기화 면으로 갈거야."

 "응?"

 "초기화면에서! 광고 클릭하러 갈거라고!"


 바닥을 바라보고 말을 토했다. 서툴렀다. 정말 말하고 싶은 마음을 빙글빙글 돌아서 전했다.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작은 클릭 정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말이 부끄러웠는지 빠른 걸음으로 자기가 있던 커뮤니티를 향해 가는 그를 인벤녀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 그 안에 있던 마음을 이해하는 중이었다. 

 속마음을 알고나서 그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그가 평생이 지나도 못 볼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역시 보딱이라니까..."


 서투르고, 서투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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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내가 뭘 적은거야. 
  
 

 일단 소재 자체는 최근에 인벤녀가 굉장히 자주 보이길래 적어본 겁니다. 

 왜 보딱이냐고 물으시거든, 제가 보딱이기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험치 요구량 폭이 커져서 정체되는 구간이기도 하구요.

Lv79 푸른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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