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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히나 이야기 +5

아이콘 구미
댓글: 3 개
조회: 1940
추천: 3
2016-09-23 21: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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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방프로젝트의 설정, 배경, 인물을 가져온 2차 창작입니다.

*매일 10시 경 업로드 예정입니다.


*

 

 꽃으로 만든 연약한 줄을 나무에 묶어가며 내려왔다. 가을 정도면 비바람에 씻겨나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겠지만 그 사이와 아이들 기억 사이에는 이 꽃길을 따라가면 놀기 좋아하는 요정들과 놀 수 있는 곳이라고 남아있을 것이다. 볕을 너무 쬐어 비틀거리는 아큐는 등에 업고 어색한 자세로 서당까지 내려와 소풍을 마무리했다.

 


 히나는 자신의 손을 덮어서 움직여주던 그 느낌과 맞대어서 속으로 울려오던 소리들이 겉으로 보던 그녀의 웃음보다 더 강력해서 얼굴이 새빨개진 채 집으로 돌아갔고, 유우다치는 너무 신나게 놀아서 조금 아픈지 몸을 감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서로 인사를 하고 가는 것 까지 보고서야 안심을 한 케이네는 아큐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향했지만 들리는 친숙한 목소리에 걷던 걸음을 멈춰야했다. 여름을 알리는 매미의 괴성 사이에 꿇리지 않게 큰 목소리가 들렸다.

 

  “코마치! 왜 이렇게 술 냄새가 많이 나요!”

 

  “아으... 숙취를 술로 푸느라 그랬어. 이제 괜찮아.”

 


 마루에 반쯤 누워 햇볕을 쬐며 머리를 두드리는 숙취란 괴물을 씻어내려 노력 중 이었지만 설교를 듣자 다시 머리가 아파져서 표정이 험상 굳게 변한 코마치였다. 이유 없이 머리를 긁자 시키는 크게 한 숨을 쉬고는 자신도 피안의 업무에 지친 눈을 풀기 위해 먼 산을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사신과 염마의 시선이 그녀를 바라보니 금방이라도 구멍이 뚫릴 기분이었다.

 

  “아아~ 염마 님. 반가워요오.”

 


 땡볕에 굳은 케이네의 몸을 움직이게 한 건 아큐의 목소리였다. 헤롱헤롱 했지만 늘 생령의 목소리를 들어온 그녀에게 그 정도 목소리는 굉장히 듣기 쉬운 편이였다. 그 목소리에 코마치도 반응했다.

 

  “반갑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어어, 이번에 이름이.. 아큐였었지? 반가워.”

 


 케이네는 재빠르게 탁상 옆, 자기가 어제 자던 자리에 아큐를 눕혔고 다다미 위로 올라오는 냉랭한 한기에 시원한지 그녀는 아히히 하고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동안 서랍을 열어 간단한 간식거리를 다시 준비했다.

 

  “그나저나.. 옆에 그 분은 누구신가요?”

 


 방 안에 들어올 때부터 신경 쓰이는 검은 후드의 여성에게 그녀는 물어보았다. 질문을 듣자 들썩 움직이던 후드는 여성의 몸을 더 가렸다.

   

  “아, 중유의 길에서 치안을 맡고 있는 아이카에요. 이번에 코마치가 밖에 있어서 망령 관련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던 저를 데려다 준 일 성실히 하는 사신이죠. 오늘 수고하셨어요.”



 일 잘하는 부분을 강조해서 일부로 누구 들으라고 말했다. 반응은 짖궃게 그녀가 벗어둔 신발에 흙먼지를 살살 뿌리는 것으로 돌아왔다. 볼 멘 소리 사이에 아이카는 후드로 자신의 몸을 더 감싸며 말했다.

 

  “솔직히 처음이라 많이 힘들었어요. 코마치 씨가 대단하게 느껴져요. 으, 전 할 일을 하러 가볼게요.”

 


 부끄러운 것 같았다. 날도 더운데 후드를 덮어쓰고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걱정스러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흐뭇하게 그녀와 시키를 번갈아보는 코마치, 대견하게 바라보는 시키, 여러 가지 시선이 잠시 검은 실루엣이 사라질 때 까지 비어있는 소리는 미친 듯이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그걸 찾아 배를 채우려는 산 새 소리들이 채워주었다. 과자를 올려놓고 케이네가 말했다.

 

  “그래서, 시키 씨께서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신건가요?”

 


 마루에 편하게 앉아있던 코마치가 대신 말했다.

 

  “환상향이 꼬이기 전에 피안이 먼저 꼬여버릴 것 같아.”

 


 시키는 불편한 듯 회오의 봉을 까딱까딱 흔들며 과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말은 어제 아침 이후로 피안에 없었던 코마치를 탓하고 싶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자신이기에 신경질을 억누르며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은 채 나직였다.

 

  “재판받을 시기를 놓쳐 망령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일어났었습니다. 물론 빠르게 영멸시켰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저는 생사의 이치를 어긴 셈이죠. 문제는 그 망령의 울음소리가 나머지 생령들의 액이 비어있는 틈을 울려서...”


  

 고개를 숙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이 그녀를 덮쳐서 가만히 풀죽이고 하던 말을 끝내지 못했다. 마루에 앉아 과자를 손가락으로 뜯어 깨작깨작 먹던 코마치는 입맛이 뚝 떨어져 남은 과자를 밖에 던졌다. 소리를 듣고 온 산새들이 과자를 부숴 먹었다.

 

  “케이네.”

 

  “네? 왜 그러신가요. 오노즈카 씨?”

 

  “네가 가르치던 애 중에, 유우다치라는 애. 오늘 상태 어땠어?”

 

 

 

 케이네는 익숙한 이름을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들어서 잠깐 놀랐다. 공통점이나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둘이었지만 표정이 보이지 않아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계속 먹던 과자를 밖으로 던져 마당을 새집으로 만드는 코마치를 혼내고픈 시키였지만 지금 언급된 이름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집중하고 있었다.

 

  “음. 별 이상 없었어요. 평소 안 입던 여성스런 옷을 입어서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 정도?”

 

  “그렇구나. 어제 늦은 밤에 데려다 주는데 요괴의 기운을 너무 많이 쐬었는지 애가 한 여름 밤에 덜덜 떨어서.”

 


 대충 연결고리를 안 케이네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린 시키는 벌떡 일어섰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커지려고 하는 일을 막고 싶은 생각에 분주함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느슨하게 풀어헤쳐진 코마치의 옷을 똑바로 올려 입히며 말했다. 일어서서 보니 그녀의 치마 오른 쪽에는 그녀와는 전혀 관계없을 법한 작은 술병이 메달려 있었다.

 

  “감사합니다. 카미시라사와 씨. 저는 코마치와 함께 환상향을 다니며 원인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잠깐. 아직 숙취가 덜 끝나서 힘든데.. 그거 국화차면 나 한 모금만 주면 안 될까?”

 


 시키는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고는 대답했다.

 

  “아아, 이거요? 제겁니다. 절~대 안 줘요. 그리고,. 숙취가 있다면 제가 바로 깨워드리죠.”

 


 움직이기 귀찮아 뒤로 젖혀서 방 안을 바라보던 코마치의 눈앞에 보이는 건 재판용이라면서 자기를 때리는 용도로 더 자주 쓰이는 그것이었다. 이 상태로 맞았다가는 여러모로 엄청 아플 것 같아서 재빠르게 옷을 마저 입은 후 시키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케이네가 보면서 몇 십 년 재판을 해도 저런 능청스런 부하 한 명만 있으면 질리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 옆에서 열이 식은 채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아큐를 보았다. 새들도 더 이상 떨어오지 않는 과자를 보곤 매미를 잡아먹으러 떠났고 아이들도 각자 집으로 떠나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빼고는 기분 좋은 적막함이 자리를 잡고 같이 여름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잊고 있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내가 가르쳐주고 싶은 역사와 아이들이 듣고 싶은 역사. 얼마나 없애야 그 사이에 닿을 수 있을까?’

 


 같은 시각, 비슷하게 고요함을 느끼며 그 빈 소리들을 자신의 생각으로 채워나가는 히나가 있었다. 침대에 누워 발을 동동 굴렀다. 보이지 않는 소리들도 소풍을 다녀온 이후로 거의 들리지가 않았고, 유우다치가 먼저 다가온 거였지만 그녀와 화해도 했다. 모든 게 잘 풀려 최고의 기분이었다. 거의 처음 맛본 이런 기분을 감당하지 못해 그녀는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발을 동동 굴리며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는 들어오면서부터 웃고 있는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녀가 행복한 일이면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낮술을 거하게 마시는 사람들의 술상을 차려주었다.

 

  ‘어쩌지? 뭘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일까? 내가 다찌랑 같이 하고 싶은 건 뭘까?’

 


 무언가를 스스로 해서 다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늘 귀를 막고 몸을 뚫고 지나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들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지내서 작아진 히나를 움직였던 건 늘 그녀였다. 그동안 얼마나 그녀가 섭섭해 했을까하는 생각보다 자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앞서서 달려가는 장면을 생각해보았다. 귀가 새빨개지고 콩닥콩닥 거렸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직은 잘 몰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알아나가고 싶었다. 마치 심장을 흐르는 피의 방향처럼 온 사방으로 퍼지는 호기심과 좋아하는 것 찾아보기 상상은 여름엔 더울 것 같은 솜이불을 두 손으로 꼭 잡게 만들었다.

 

  “으으으으으으... 아아!”

 


 머리가 좋은 의미로 복잡해서 소리를 질러보았다. 평소에도 작은 목소리라 크게 내봤자 보통 사람들의 성량 정도였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내는 소리였지만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지르고 나니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아직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바닥을 피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을 콩콩 내려가서 어찌 그래 미련이 많은지 실연당해서 펑펑 우는 남자에게 술을 가져다주던 엄마의 품에 안겼다.

 

  “어머, 오늘 히나 기분이 좋은 것 같네.”

 

  “엄마!”

 


 빛처럼 반짝이는 목소리가 듣기 좋고 귀여워서 자연스럽게 히나의 양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그녀는 말했다.

 

  “그래, 우리 히나 무슨 일인가요?”

 

  “내가 좋아할만한 걸 가르쳐줄 수 있어요? 다찌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무릎을 꿇어 그녀와 시선의 높이를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면 자라오면서 늘 방 안에만 있었고 소극적이었던 그녀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직접 말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가지 조림 같은 향이 강한 음식 빼고는 그저 주는 대로 잘 먹고 다니는 데로 잘 다녔고, 다찌와 친하게 다녔다. 그런 수동적이었던 자기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의미가 깊다고 생각하며 엄마는 생각해보았다.

 

 

  “으음. 히나가 좋아하는 게 뭔지 엄마도 잘 모르지만., 음.. 저어기 쌀집 아래에 나무 인형 만드는 집에 놀러 가보는 건 어때? 간다면 이야기 해 둘게.”

 

  “인형!”

 


 구미가 확 당기는 이야기였다. 히나는 밖에 잘 안 나가 피부도 뽀얗고 머리카락도 윤기나는 검은 생머리에 쪼그만해서 예쁜 인형을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 인형을 구경하고 놀면 자기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천방지축으로 노는 유우다치와 어울릴 지는 미지수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어서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그녀를 꼭 누르며 엄마가 말했다.

 

  “그렇구나. 내일 아침에 이야기 해둘 테니 우리 히나는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 아아. 네!”

 


 얼마만에 보는, 아니 아기 때 이후로 처음 보는 ‘평범하게 기뻐하고, 서투르고,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히나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대견했다. 그이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누룩이 익어가는 소리를 지켜보고 있는 때 건드리면 불 같이 화낼게 뻔해서 다른 일을 하러 갔다. 히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나니 온 몸에 힘이 도는 기분이었다.

 


 히나는 갑자기 껍데기같이 겉만 있던 속에 긍정적인 기운이 차오르는 것을 참지 못해 밖으로 나갔다. 귀를 막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평범한 아이처럼, 눈에 보이는 소리들만 들렸다. 신기했다. 다찌의 집으로 걸어가면서는 궁금증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보이지 않는 소리들 중에 웃음소리나 기뻐하는 말은 없었네.. 이상하다.”

 


 더 어렸을 적에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무서워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던 때는 밖은 정말 무섭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곳이고 거짓말이 많은 곳이라 생각했는데, 서당을 다니고 유우다치를 만나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부터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었다. 축제를 거나하게 즐기고 요괴와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며 가끔 비합리적인 일도 ‘정’이란 이름 아래에 섞이는 적당한 마을이었다. 늘 자신을 뒤따라 다니는 그 소리들 때문에 궁금증도 두려움에 묻혔긴 했지만 지금 기분으로 보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무언가를 잘 듣는 게 아니라면... 어떤 아이인 걸까?’

 


 유우다치의 집은 다른 곳보다 바구니가 가득해 알기 쉬웠다. 가게를 하고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에 걸려있던 풍등이 짤랑하고 울려서 몸을 숙였다. 문 안에는 바구니 말고도 많은 짚으로 만든 소도구들이 매달려 있거나 쌓여있었고, 나무색 벽을 보호색 삼고 있어서 먼지가 아니면 분간이 잘 안됐다. 그 사이에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가 아기를 재우면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평범한 소도구 가게인데 아저씨가 있으니 바구니 안에 뽀얗게 익어가는 만두가 있을 것 같았다.

 

  “어서 오세요. 귀여운 꼬마 공주님.”

 

  “아, 저. 그. 유우다치 만나러 왔어요.”

 


 막상 이야기하려니 입이 잘 안 떨어졌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니까 성급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이제야 들어서 표정이 복잡해졌다. 눈앞에 있는 거대하지만 푸근한 아저씨는 어떤 이야기라도 잘 들어줄 것 같지만 말하는 자신이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을 표정과 행동에서 읽었는지 아저씨는 옆의 계단으로 올라갔다. 가만히 있기엔 좀이 쑤셔서 옆에 있는 바구니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굵게 짜인 마른 풀의 질감이 거칠었다.

 

  “히나나~.”

 


 벽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묵직한 발소리와 가벼운 발소리가 엇박자로 들렸다. 유우다치의 목소리였다. 바구니를 긁던 걸 그만두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분홍빛 옷 대신 편한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두 눈이 동그래져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히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유우다치를 보자 꽉 막혀버린 입을 열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었다. 바보 같았다.

 

  “나, 인형 좋아하는데. 그러니, 내일.. 밥 먹고 같이, 인형가게 놀러 가자.”

 


 몇 번을 더듬었는지 세었다가는 잠잠해진 소리들이 다시 들릴 것 같아 관두고 그녀가 대답해주길 기다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

 


 짧게 기침을 하고 나서 그녀는 대답을 했다. 고개를 올려 그녀의 상태를 보니 얼굴이 조금 달아올라 있는 게 기쁜 건지 아니면 아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긍정의 대답을 들어서 얼굴이 풀리는 히나였다.

 

  “꼭 기억해줘. 내가 좋아하는 걸 거야. 아마도!”

 

  “푸흡. 아마도는 또 뭐야. 내일 아침에 보자.”

 

 

 기쁜 나머지 모든 행동에 힘이 들어간 히나는 고개를 크게 흔들며 말했다.


  “응!”

 


 그리고 문 밖을 나섰다. 문 닫는 소리도 경쾌했다. 그녀가 간 걸 보고 유우다치의 아버지는 계단 난간을 붙잡고 있는 유우다치를 걱정스럽게 보며 말했다.

 

  “저기, 다찌. 괜찮니?”

 


  “응, 오늘 너무 신나게 놀아서 그런가봐. 좀 잘게.”

 


 천천히 올라가는 유우다치와 그녀가 다 올라가 문 닫는 소리까지 듣고는 먼지털이를 들어 바구니를 벽과 구분시켜주던 먼지들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탈탈탈. 가볍게 털어내는 소리만이 가게 안을 채우는 조용한 오후였다. 그리고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5.

 

 카기야마의 집이 조용할 날은 없었지만 특히나 일요일인 경우는 더욱 분주하고 시끄러웠다. 주말의 저녁부터 마셔서 술자리에서 졸다가 일어나 주말의 낮을 다시 술로 시작하는 놈팽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릇을 던지다가 카기야마 씨에게 멱살을 드잡혀 쫓겨나는 요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낮술을 들이키며 펑펑 우는 쫌생이, 국수 국물 삼키듯 술을 마시고 안주를 뜯어먹는 취발이 등등 온갖 잡배들이 모여서 카기야마 부인을 고생시키는 곳이었다.

 


 그 사이 빈자리에 빼꼼하게 앉아 안주를 반찬삼아 밥을 먹고 있는 히나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니, 밥을 먹는 지도 잘 모르고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먹고 있었다. 이 밥만 먹으면 유우다치를 만날 수 있었다. 설쳤던 잠의 피로도 싹 달아나 있었다. 엄마는 이 아수라장 속에서 밥을 먹는 히나에게 미안하고 걱정스러웠지만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잘 먹었습니다!”

 


 숟가락을 소리나게 바닥에 내려놓자 옆 자리 사람과 요괴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입에 묻은 밥풀도 생각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 히나였다. 양 옆에 큰 어른들이 있어서 식탁 아래로 기어가 밖으로 나온 히나는 엄마에게 인사를 한 후 집 밖으로 나왔다.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카기야마 술도가 주변의 이웃도 그런 히나의 모습을 보고 신기하면서 남일이 아닌 것처럼 기뻐했다.

 


 마음이 밝아지니 주변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강둑에서 바지를 걷고 노는 아이들의 신나는 기분이 느껴졌고 한창 자기 물건을 팔려고 허풍을 끼워 넣는 장사꾼의 말은 익살스러워서 웃음이 나왔다. 요괴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따라 해보고 싶었고, 찌를 듯이 따끈따끔한 여름의 햇살이 익힌 과일가게 사과의 빛깔은 점심을 그렇게 먹었음에도 입안에 과육의 질감과 과즙의 상큼함이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작은 인간 마을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소리가 사라지니 이렇게 호기심을 당기는 것이 많을 줄은 몰랐다.

 


 세상만사 즐겁게 사는 요정처럼 걸어서 도착한 서당 앞에 유우다치는 나무그늘 아래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등걸에 기대어 피곤한지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가 온 줄도 모른 채 그렇게 있는 유우다치를 깨우기 위해 그녀는 평소 유우다치가 하던 대로 귓속말을 했다.

 

  “다찌~”

 

  “으.. 으음? 깜빡 졸았나.”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보였다. 원래 같으면 이미 냅다 뛰어와서 그녀를 껴안고 큰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자기를 불렀을 텐데 서로의 역할이 뒤바뀐 기분이었다. 눈을 비비고 굳었던 몸을 풀며 그녀가 말했다.

 

  “아하하. 히나나, 엄청 기분 좋은 게 바로 보이네.

   미안, 소풍날 이후로 몸이 좀 안 좋아.”

 


  “괜찮은거야? 집에서 쉴래?”

 


 고개를 젓고 히나가 뻗은 손을 잡으며 일어선 그녀는 어렴풋이 드러난 팔꿈치의 타박상을 감추며 히나에게 말했다.

 

  “으응, 히나나는 가고 싶잖아? 가자.”

 


 고개를 끄덕이고 히나는 앞서서 인형 가게로 향했다. 유우다치가 앞섰을 때는 몇 배는 빠른 발걸음 때문에 뱁새 같은 발걸음이 꼬여 넘어지기도 했지만 히나가 앞서니 평소 걸음과 다름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히나의 작은 발걸음을 앞서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을 하고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따라갔다. 작은 기침 소리가 손에 막혀 사라졌다.

 


 인형 가게는 술도가와 멀어서 그렇지 서당과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다찌네 바구니 가게도 그렇고 장식장에 오와 열을 갖추고 깔끔하게 앉아있는 인형과 줄에 묶인 채 매달려 있어서 섬뜩하기도 한 인형들이 ‘아, 여기는 인형가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와아~!!”

 

  “꺄악!”

 


 카기야마 부인에게서 소식을 미리 듣고 아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사자 가면을 쓴 주인이 가판대 위에 머리를 불쑥 드러내자 히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서 옆에 있던 인형극용 인형을 부여잡고 있자 주인과 유우다치는 웃으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워줬다.

 

  “으하하. 카기야마 씨에게 이야기 들었다. 맘껏 구경하고 가려무나.”


 

 사자 가면을 벗어서 높은 곳에 걸어놓고 갈기 같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그는 말했다. 그 말이 들리자 둘은 호기심에 눈이 반짝반짝 거리며 만화경처럼 형형색색의 인형이 빛나는 그 공간 속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인의 인상과는 다르게 인형들은 정말 예쁘고 섬세했다.

 


 히나 인형이나 고케시 같이 밋밋한 인형도 나름의 맛이 있었지만 역시 어린 여자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건 작은 드레스를 입은 이국적인 인형과 자동인형같이 신기하고도 예쁜 것들이었다. 둘이서 이야기하고 실을 건드렸다가 놀라기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인형의 먼지를 손으로 정성스럽게 털던 주인은 그녀들에게 말했다.

 

  “욘석들. 역시 내 이쁜 인형들에 빠졌구나. 암 그렇지. 아저씨가 움직이는 거 보여줄까?”

 

  “네!” “네~!”

 


 흐뭇하게 웃으며 그는 그녀들이 건드려보던 인형극 인형을 들고 움직이기 쉬운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에게 시범 겸 호객행위 겸이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바닥에 딱 붙은 의자를 두 개 가지고 오더니 그 앞에서 손에 실을 매단 나무조각을 잡았다.

 

  “자, 그럼 이 안달루시아의 한 떨기 꽃과 같은 춤을 보여주마.”

 

  “콜록콜록.”

 


 흙먼지 때문인지 유우다치는 기침을 했다. 더워서 그런지 식은땀도 흘리고 있었다. 요정 감기가 지독하게 온 건가 싶었다. 히나 쪽을 돌아보았지만 이미 그녀는 이상한 이름의 인형의 춤에 빠져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매듭 묶어주던 게 생각나네...’

 


 인형은 자기 마음대로 춤추진 못하지만 저 털보 아저씨의 손과 만났을 때, 그냥도 예쁘지만 치마폭을 휘날리며 아름다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우다치는 저 아저씨처럼 자기가 하는 행동에 로망이니 미려하다는 수사를 부담스러울 때까지 말하지는 않고 짧게 말만 했지만 지금까지 히나와 지내 온 것을 보면, 저 인형처럼 그녀가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은 옆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에 깨어나 다시 길바닥으로 돌아왔다.

 

  짝짝짝짝

 


  “어떠냐, 이 아저씨. 아니, 안달루시아 춤 잘 추지?”

 

  “네네네! 엄청! 엄청 예뻐요!”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 히나를 보고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익숙하게 흙먼지가 들어간 척 눈을 손으로 비비며 말했다.

 

  “그렇지. 예쁘지. 망할 캇파놈들.. 올드하다고, 테크놀로직한 맛이 없다고 그렇게 보더니.. 인간 눈에는 이게 예쁘단 말이다!”


  

 억울했나보다. 외면으로 보이는 생각보다 여린 마음인 것 같은 주인은 안달루시아를 내려놓고 그녀들을 다시 인형 가게 안으로 데려왔다. 그 사이에 햇빛의 방향이 변해 윗 선반에 있던 히나 인형들이 반들반들하게 밝은 색들을 내고 있었다.

 

  “내 인형의 미를 알아준 너희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주마! 맘껏 고르렴.”

 

 

 히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기 마음 그릇을 넘어서는 기쁨이었다. 유우다치와 싸운 걸 화해한 것만도 벅찬데, 의심이 들던 인형 가게는 정말 재미있었고. 이상한 단어를 쓰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아저씨가 선물도 고르게 해준다니. 볼을 꼬집고 싶었다. 그리고 유우다치를 돌아보았다. 기침을 크게 연달아서 하고 있었다.

 

  “다찌, 괜찮아?”

 

  “아. 으응. 괜찮아. 히나는 얼굴이 활짝 폈네.”

 


 자기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나보다. 가볍게 자기 뺨을 쳐서 진정시킨 후 그녀에게 말했다.

 

  “여기 엄청 재미있어서.. 다찌는 재미 없는거야?”

 


 그 말에 주인과 유우다치가 동시에 그녀를 보았다. 유우다치는 잩아지는 기침을 침을 억지로 삼켜서 죽인 후 목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 히나가 좋아하는 걸 알아보고 싶다고. 나랑은 잘 안 어울릴 거 같지만 나도 재미있었어. 그러니, 어서 인형을 고르자.”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그녀의 대답을 들은 히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작은 인형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다. 괜히 자기 가게에 먼지가 많은 것 같아 사과하는 그에게 살짝 웃고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한 유우다치도 천천히 선반의 인형들을 훑어보았다.

 

 

 같은 시간,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키와 정신적으로 피곤한 코마치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인간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환상향을 둘러보았지만 액을 흡수하는 요괴나 특이한 장소는 하나도 없었다. 물론 촉이 좋은 코마치의 뺨 털을 건드리는 기운마저도 어제부터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했다.

 

  “제가 말하고 시작해서 실례긴 하지만.. 저기 가게서 조금만 앉았다 가죠.”

 


 숨을 거칠게 쉬던 시키가 말했다. 염마가 되기 전에는 지장보살이었고, 염마가 되어서도 대부분은 책상 앞에 앉아서 지냈으니 여름의 햇살과 불지 않는 시원한 바람, 꽁꽁 격식을 차려입은 복식이 그녀를 괴롭히는 게 자기가 한 말을 잠시 철회할 정도였다. 


 노 젓는 게 일상이다 보니 자연스레 체력이 쌓여 이정도 걷는 건 쉬웠지만 자기 몸이 피곤해하는데 ‘삶과 죽음의 이치를 자기가 망치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억지로 걸어 다니는 그녀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코마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끄응.. 어짜피 내 말은 시키 님의 그 무거운 신념보다 가벼워서 안 듣겠지만 모자라도 벗는 게 어때?”

 


 그녀는 한 손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닦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땀이 흐르고 있었고 땀을 닦는 마찰열마저도 뜨거워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모자와 회오의 봉은 염마의 상징입니다. 벗는다는 건 옳지 않은 일입니다.”

 

  “하아.. 네. 네. 갑시다.”


 

 땡땡이도 일을 해야 존재하는 법이라 뱃사공 직업을 하고 있는 코마치는 이 더위에서 고집쟁이 상관이 억지로 걷는 걸음을 따라가자니 일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옷을 펄럭이면서 흐르는 땀을 말리며 양 쪽으로 논 밖에 없는 길을 걸어 인간 마을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 흔한 나무마저도 없이 광활하게 푸르른 벼만 있는 걸 보자니 은근히 기분이 나빠졌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계속 그녀의 오른쪽 치마 춤에서 찰랑이는 술병으로 향했다. 국화차라고 하기에는 마시는 걸 본 적이 없고 술 역시도 그녀가 마시기엔 기분을 좋게 하고 판단을 흐려버리니 ‘옳지 않은’것이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근데 그거.. 문지르면 소원 세 가지 들어주는 요정이라도 들어있는 거야?”

 

  “... 그런 거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상하게 숨기는 그 물건이 궁금해 그녀는 거리를 조종하는 자신의 능력을 살짝만 사용해 회오의 봉이 자신의 오른손에 닿기 전에 술병을 빼앗았다. 당황해서 두 손으로 봉을 잡고 휘두르는 걸 요리조리 피하면서 술병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익숙한 물 냄새가 올라왔다. 


 코마치는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이걸.. 여기서 어떻게 쓸려고 가져온 거야?”

 

 시키는 시선을 피했다.

 

  “... 어디에 쓰이는 지는 잘 아시겠죠.”

 

  “아니, 알긴 알지.”

 


 그녀는 모자를 잠시 벗어 모자 안에 쌓여있던 열기를 손짓으로 털어낸 후 땀을 닦고 다시 모자를 썼다. 그때도 계속 시선은 저 멀리 논에서 잡초를 뽑던 어느 아저씨에게로 의미 없이 향하고 있었다. 거의 가까워진 인간 마을의 중심가를 향해 걸어갔다.

 

  “서두르죠. 마를 것 같습니다.”

 


 의연하게 걸어가는 그녀가 신기해서 코마치는 자기도 모르게 술병의 마개를 매고 그녀를 따라갔다. 생각을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신념을 자기의 유일한 가치관으로 살고 거기에 짓눌리더라도 들고 있었던 사람이 그걸 어기는 방법을 쓸려고 하는 게 이해가 안됐다.

 

 흙냄새와 물비린내가 사라지고 사람의 땀 냄새와 발을 구르면서 생긴 흙먼지 냄새. 사람과 요괴들이 어울려 내는 소리가 들리자 코마치는 술맛이 찐하게 상상이 나서 군침을 삼켰고, 시키는 더위에 지쳤지만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워 혹시나 액을 삼키는 요괴가 있는지 느껴보았다. 그 예민함에 닿은 건 요괴는 아니고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말이다.

 

  “어어, 코마치 언니.”

 


 유우다치였다.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벽에 기대어 나른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산도깨비가 보여주던 초롱초롱한 눈빛은 어디가고 마치 기운이 뺏긴 듯 힘없는 모습이어서 코마치는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손 안에는 작은 인형이 하나 있었다.

 

  “어. 유우다치였구나. 여기서 뭐해?”

 

  “아아. 좀 피곤해서요.”

 


 시키는 천천히 다가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땀을 다시 닦아냈다. 닦아도, 닦아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때 마셨던 국화차가 그리워졌다. 한숨이 나왔다.

 

  “후우... 이 아이가 사토 유우다치군요.”

 

  “아, 안녕하세요.”


 

 손에 있는 인형은 작은 인형이 아니라 여러 개가 달려있는 아기용 모빌이었다. 조심스럽게 그걸 들어 올려 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던 유우다치는 말했다.

 

  “코마치 언니, 사신이라고 했었죠?”

 

  “어. 그랬지. 왜?”

 


 모빌을 바라보던 눈이 그녀에게 향했다.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히나에게는 말 안했지만.. 저.. 너무 아파요. 어제부터 속이 텅 비었고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오는 게.

아파요. 그래서 정신을 못 차리고 넘어졌다가 팔꿈치를 다쳤어요.”

 


 거기까지 말 하고 말을 멈추었다. 흔들리던 모빌을 꼬옥 안고 가게 벽에 기대었다. 여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목소리와 경쾌한 음악 소리가 주말의 오후를 장식하고 있었다. 다음에 할 말이 무엇인지 대강 깨달은 시키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코마치가 제지했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케이네가 떠올랐다. 주기적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알리라곤 했지만 갑작스럽게 생리적인 현상 이상으로 병이 빠르게 악화되는 건 그녀가 알 수 없었다. 그러기에 시키는 피안에 속한 자신을 케이네의 도우미 역할을 하라고 한 것이고, 그녀가 환상향 주변을 탐색하던 사이.

 


 피안에서는 액이 빠진 빈틈을 미련이 빠르게 채워 생령들을 망령으로 만들고 있었고

 구천을 떠돌던 액은 아직 약한 아이를 물들여 병들게 하고 있었다.

 


 코마치는 천천히 그녀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갔다. 히나는 학교 가는 날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날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방에 있었다. 


 마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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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79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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