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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비

아이콘 순백의구름
조회: 4679
추천: 4
2017-05-10 23:24:59


단비
현재 → 다음이야기





-세계-

 4월에 내리는 단비가 일대를 촉촉이 적시고 있는 낮이었다. 우산에 작고 동그란 면적만큼 나만의 작은 세계가 만들어졌다. 아스팔트 위를 톡톡 놀고 있는 단비의 잔향이 코끝을 스치며 나의 세계를 지나치고, 우산 위를 통통 뛰어오르며 장난치는 단비의 콧노래가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갔다. 개구쟁이처럼 발목을 부여잡는 단비의 끈질김에 약간 질색하기도 한다.

 세상은 단비와 우산과 나로 나뉘어져 있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가벼웠다.

 바지주머니에서 「위잉~」 하고 스마트폰의 진동소리가 조용히 세계를 노크해온다. 누구지?

 스마트폰을 꺼내 들자, 화면에 친숙한 그녀의 이름이 보였다. 천천히 통화 화면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되었다. 그러자 스마트폰 너머로 단비가 부셔지는 소리와, 친숙하고 밝은 여자 목소리가 불협화음처럼 시끄럽게 섞여 들려왔다.

 「난데, 지금, 어디야?」

 주위를 살피며, 세상을 자각한다.

 “우리 학교 정문 앞에 있는 편의점 근처. 지금 집에 가고 있는 중이야.”

 「…….」

 스마트폰 너머로, 언제나 무신경하지만, 밝았던 그녀가 침묵하자, 단비의 조잡한 하모니가 침묵을 대신했다.

 “왜 그래?”

 「……사실, 지금 우산이 없어서 그러거든, 데리러 좀 와줘라~.」

 “……어딘데?”

 「그 길을 쭈~~욱 내려가면 있는 버스정류장.」

 “……못 가.”

 그리고 그녀는 내 세계를 가볍게 간섭했다.




 -변화-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가슴팍까지 늘어트린 검은 머리칼과 끝 부분만 살짝 웨이브를 준 롱헤어. 어디를 다녀온 건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하얀색 바탕의 미니 원피스와 희미하게 칠한 화장으로 곱게 꾸민 얼굴.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 배시시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어, 왔어?”

 “하아…….” 그녀의 당당함에 오히려 인사보다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녀가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일어서자,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좌우로 흔들거린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 온다더니, 역시 왔네?”

 “그냥, 지나가는 길이기도 해서 들린 것뿐이야.”

 “흐음~, 너네집이랑 반대 방향인데도?”

 “…….”

 단비가 조금만 더 굵었다면 이대로 숨을 수 있었을까?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이 오늘따라 유달리 짓궂게 느껴진다.

 “에잇~!” 그녀가 달려들어 내 세계의 장벽을 넘어왔다. “자, 가자!”

 “어디로?” 나는 질려버릴 듯한 그녀의 당당한 행동에 모든 주도권을 뺏겨버렸다.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 집으로 가야지!”

 “…….”

 나와 그녀를 태운 우산 속 세상은 천천히 옮겨간다. 단비의 잔향이 그녀의 달콤한 향기에 묻혀버리고, 단비의 아스팔트를 연타하는 소리와 자동차 타이어에 들러붙는 소리가 나와 그녀의 세상을 세계로부터 단절시켜놓는다.

 “아아!! 거기 젖는다!” 그녀는 조금씩 젖어가는 나의 어깨를 가리켰다. “비에 안 젖게 좀 붙어봐.”

 그 말에 내가 최대한 우산 안쪽으로 붙어보려고 했지만, 그게 답답했던 건지 한 치수 정도 떨어져있던 그녀가 강제로 팔짱을 끼면서 젖고 있던 어깨를 우산 안으로 끌어들였다.

 “답답하기는. 그냥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고 그녀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팔짱은 그냥 푸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나는 그녀가 팔짱낀 손을 쳐다봤다.

 “왜?”하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그녀의 표정은 개구쟁이들처럼 순진무구했다. “기분도 내보고, 좋잖아?”

 “……단순한 친구끼리 기분 내서 어쩌려고. 아무튼, 걷는데 불편해.” 하고 나는 그녀의 팔에서 팔을 빼내려고 했다.

 “에잇~!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더욱 힘을 주며 엉겨붙었다.

 그녀가 무리하게 팔짱낀 손을 더욱 조이면서 우산이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그 틈을 노린 단비들이 하강한다.

 “……그래그래, 하아…….” 나는 그저 포기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하며 가만히 걸음을 옮겨갔다.

 세계는 지금, 이래저래 당당한 그녀와 이래저래 휘둘리기만 하는 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추억-


 역시 걷는데 불편하다보니 그녀와의 팔짱은 몇 분을 채 걷지도 못하고 풀어졌다. 그러나 우산 밖은 여전히 장난을 좋아하는 단비로 채워져 있어서 그녀와 어깨를 붙인 채 나란히 걸어가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너네집이 어디더라?” 그녀가 가는 데로 걷고 있던 내가 문득 생각나서 물었다.

 “뭐~!? 너 그것도 모르면서 가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찡그린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너네집 근처라고, 근처.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당당히 우리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겠어?”

 목 근처까지 「너는 그러고도 남아」라는 말이 올라오며, 성대를 간지럽혔지만, 좋아, 참아냈어.

 그러고 보니 주위로 보이는, 어린 애들로 언제나 들썩이는 분식집과 문방구, 아주머니들이 가끔씩 모여들며 작은 모임의 장을 만드는 마트는 점점 내 눈에 익어가고 있는, 내가 자취하면서 살고 있는 집 근처 풍경이기도 했었다.

 “저기 좀 봐봐.” 그녀가 멀찍이 문방구 앞을 지나가는 어린 애들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키는 어린 애들은 속이 다 비치는 비닐우산과 노란색 우비, 그리고 노란 장화로 완전무장하여, 빗물들이 모여들면서 도시에 만들어내는 작은 호수를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넘고 있었다.

 “왜 그러는데?” 하고 내가 물었다.

 “어릴 때 생각이 나지 않아? 저걸 보면 「아~ 나도 저랬지」싶기도 하잖아.” 하고 여전히 어린 애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그녀가 말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어릴 때는 다들 저랬나하고 궁금해지더라구.” 

 나는 대충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흠, 나도 뭐, 대충은 저렇게 지냈지 않았을까?”

 “대충은 뭐야, 대충은!” 그녀는 나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 치면서 짓궂게 말했다. “조금은 대답에 성의을 보이라구!”

 그녀에게 치일 때마다 우산이 흔들거리고, (주로 나의)어깨와 머리카락에 빗물이 들어왔다. 나는 어떻게든 우산이 흔들리지 않게 두 손으로 손잡이의 균형을 잡은 뒤 다시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아니, 내가 너랑 처음 만난 것도 고등학교 때였잖아? 그런데 저 애들을 보니까, 그것도 벌써 옛날 일이구나, 싶어지잖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제 나이에 맞지 않는, 마치 추억에 젖은 할머니의 포근한 시선과도 같게 느껴졌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비가 오는 날에도 마트 앞에서 꿋꿋하게 작은 모임을 형성하는 대단한 아주머니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하고 그녀는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저기 계시는 아주머니들이 보면, 우리도 네가 말하는 저 어린 애들이지 않을까? 그것도 훨씬 오래된.”

 “아하하하…….” 그녀는 민망한지 헛웃음을 짓고,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우리들은 아직도 스무 살밖에 안 된 꼬맹이들이지…….”

 민망해하는 그녀의 행동은 사자의 재롱처럼 아직까지도 낯설게 느껴진다.

 “……뭐 그래도, 옛날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아? 지금이 아니면, 생각도 안 나잖아.”

 마치 그녀와 내가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기억처럼.

 뭐가 웃긴지 갑자기 밝게 웃는 그녀.

 “맞아! 언제 치매에 걸릴지 모르는 일이잖아?”

 “……그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가 세상을 오랫동안 적시고 있다. 세상은 풋풋한 냄새로 가득 차있고, 사람들의 사이의 간격은 끈덕지게 달라붙는 습기로 더욱 밀착되어 간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어린애처럼 느긋하지만, 어른처럼 다급하게 좁혀가고 있었다.






 -난폭운전 -



 덕지덕지 이어진 구름이 서로의 발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지나가고, 태양은 자취를 감춘 채 남모를 휴일을 만끽하고 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말이야.” 그녀가 재미있는 게 떠올랐는지 갑자기 실실 웃으면서 신나게 얘기했다. "우리, 지금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니?"

 "영화라고?"

 나의 변변찮은 물음에 그녀가 다시 쿡쿡하고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었다.

 “방금 전에 말이야. 친구들이랑 멜로영화를 봤었거든? 그런데 거기에서 우리랑 똑같은 상황이 있었어.”

 불안한 생각이 물속에 퍼져나가는 물감처럼 머릿속에서 번져갔지만, 애써 아닐거라는 자기체면으로 떨쳐내며 물었다.

 “……무슨 상황인데?"

 “우중충한 날씨에 단둘이서 연인처럼 다정하게 붙어있는 이런 상황!” 하고 말하는 그녀가 장난치듯 어깨를 바짝 밀착시켰다.

 그런 그녀의 말과, 애꿎게도 나에게 엄청난 민폐로 작용하고 있는 이런 상황덕분에, 나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그 영화가 현실과는 180도 다른 망상이라는 걸 절절하게 느끼고 말았다.

 “이게, 다정하게라고?” 하고 내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말은 듣지도 않고 무시한 채, 뭐가 신나는지 계속 실실 웃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있잖아, 그 영화에서는 폭주족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때문에 파팟! 하고 물벼락을 얻어맞는, 뭐 그런 웃기지도 않는 장면이 있었거든!”

 “아니, 왜 갑자기 그런 불길한―.”

 말을 이어가기 무섭게 자동차 한 대가 고속도로라도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 곁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거기에 덧붙여, 자기가 마냥 전지전능한 예수님인줄 아는지 물세례까지 가득 뿌려준 덕분에 온몸은 젖고, 옷들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말았다.

 “으아아아~ 젖어버렸다.” 하고 그녀가 눌러 붙은 미니 원피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떡하지?”

 다행히도 그녀는 난폭운전으로 당한 수모는 그냥 넘겨버린 것 같았다. 나도 순간적으로 화가 났지만, 내 앞에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취하는 그녀 덕분에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길 수가 있었다.

 “하아……. 어떡하긴, 그냥 이대로 집에 가야지.” 하고 나는 몸과 밀착해버린 옷들을 떼어내며 말했다.

 “그래도 찝찝한데…….” 그런 그녀가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는 어느 학자처럼 밝아진 표정으로 손뼉을 짝 치면서 말했다. “아, 맞아! 여기서 너희 집까지 금방이지 않아?!”

 그녀의 손에서 단비로 만들어낸 조잡한 악기는 캐스터네츠처럼 울리며 내 정신에 대고 또렷하게 경고한다.

 “그렇기는 한데……, 설마 우리 집으로 가자는 건 아니지?”

 “설마라니, 남자가 쪼잔하게 젖었다고 싫다는 거야?” 하고 그녀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너, 여자 맞지?”

 “그러면 네 눈에는 내가 남자로 보이니?”

 진심인 걸까? 아직도 그녀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너희 집까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뭐어~~~.” 그녀는 진심으로 싫다는 듯이 눈썹까지 찌푸려가며 말했다. “너희 집은 바로 이 근처고, 우리 집은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단 말이야!”

 “우리 집 바로 근처라면서.”

 “5분 더 걸어야한다고! 이렇게 젖은 채로, 5분씩이나!”

 그러면서 나에게 다섯 손가락을 펴며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즐겁게 물장구치는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거기다가 감기까지 걸리면 네가 책임질 거야?”

 “하아……. 그래그래. 가자, 가.”

 “그리고 집에 남는 옷 좀 있어?”

 “하아…….”

 단비는 포옹하듯 끈덕지게 세상과 엉겨붙어있다. 지붕 위를, 도로 위를, 간판 위를, 사람들 사이를 흐르고, 서로를 달라 붙게 만든다. 모두에게 흐르며, 또 끈덕지도록 달라붙은 단비는 어느새 우리의 사이로도 흘러 들어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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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투표하로 길을 걷던 중에 생각나서 써본 소설이에요. 아, 길을 걷다가 멍청이처럼 혼자 실실 웃으며 가서 죄송합니다.

 참고로 ,4컷 만화 같은 느낌을 주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짤막하게 적어보았는데, 조금 매끄럽지 못한 문장력에 제 자신이 실망하고 말았어요. 퇴고 작업을 약간 거치기는 했지만, 그 과정 조차도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네요. 거기에 소설로 4컷 느낌이라니, 아닌 거 같아요.

 소설은 전체적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써봤어요. 생생하지는 않지만, 남성의 주관적으로 시선으로 말이죠. 약간 불친절한 설명이 읽는 분들의 상상력을 끌어낸다고 생각하면서 써보기는 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 자취했었던 집 주변 풍경을 토대로 적어봤어요. 진짜 주변에 있는 게 문방구랑 분식집이랑 수다쟁이 아주머니들의 모임 장소만 기억나서 큰일이었네요. ㅠ.ㅠ
 참고로 난폭운전에 진짜 비를 끼얹어 본 적이 있었어요. 아직도 그 자식은 죽여버리고 싶네요.

 원래 뒷얘기도 구성해보았지만, 계속 "메차쿠챠하였다." 같은 내용이 떠올라 버리네요. 하하.......

 부족한 소설이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땅히 올릴 때도 없고 해서 여기에 올려보네요. ㅠㅠ

인벤러

Lv78 순백의구름

네이버 블로그 운영 중: https://blog.naver.com/zkdls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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