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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퍼펙트 블루 추천

아이콘 작은찻집
댓글: 2 개
조회: 4471
추천: 3
2017-06-25 01:02:30
스포 없습니다.



 동전 뒤집기 놀이가 있어요. 동전을 가볍에 위로 튕겨 올려서 감춘 후 상대가 어떤 면이 위인지 맞추는 놀이. 튕겨 올라가기 전에 동전은 한 면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튕겨 올라가는 순간 앞면과 뒷면은 모호해지고, 손바닥으로 그것을 가리는 순간 동전의 어떤 면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상대가 분석해야 하고요. 어쩌면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함께 있어야 제 값을 할 수도 있고요. 

 <망상 대리인>, <천년 여우>, <파프리카> 등 사람의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콘 사토시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인 <퍼펙트 블루>에 대한 감상의 시작은 무리한 비유인 '동전 뒤집기'로 시작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빈약한 몸을 감추기 위해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씨앗들로 몸을 치장하길 좋아해서요. 

 이 작품은 '아이돌'로서의 미마를 버리고 '신입 배우'로서의 미마가 첫 발을 내딛으려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신입 배우'로서의 미마 덕분에 '아이돌'로서의 미마는 '인기는 그럭저럭이었지만 노래하는 것이 기뻤고 즐거웠던 아이돌'로 완성되어 과거라는 구석에 앉아 먼지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신입 배우' 미마는 가장 잘보이는 곳에 두었던 3인조 아이돌 그룹 챰의 포스터를 돌돌말아 집 구석에 두고 늘상 부르던 노래 대신에 대본에 한 줄 뿐인 자기 대사를 중얼거리기 시작해요.

 신입 배우의 길은 험난했습니다, 아이돌에서 배우가 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오타쿠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았던 '아이돌'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수 있는 선정적인 컷 씬, '아이돌' 미마를 잊지 못한 사람들의 위협 등등이 미마를 괴롭힙니다. 해바라기가 해가 뜨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듯, 현재는 고통스럽고 미래는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배우' 미마는, 과거 '아이돌' 미마를 바라보게 됩니다. 


 3인조에서 2인조로 활동하는 전 아이돌 그룹의 빈자리, 사람들의 빈정섞인 웃음소리 대신에 들리던 환호성은 더더욱 '배우' 앞에 '아이돌'의 웃는 모습과 춤추는 모습,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괴롭힙니다. 거기에다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가는 일까지 생겨납니다. 두 '미마'의 갈등은 깊어져가고 급기야 배우 미마가 살아가는 현실마저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배우 미마가 촬영하는 '드라마'는 두 미마는 물론이고, 영화를 감상하는 시청자들까지 자신과 자신의 갈등에 끌여들입니다. 프로 배우들이 촬영 전에는 하하호호 서로 웃다가도 촬영을 시작하면 진중하게 대사를 읊조리듯이, 씬 넘버도 없고 감독의 컷 사인도 없는 현실은 애매모호하게 환상과 진실을 뒤섞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갈등이 격해질수록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작품에 나오는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끓는 기름통에 빠져 익어가는 소리를 내는 찹쌀도너츠처럼 깊고 뜨거운 '푸른색'에 매료되어갑니다.


 수조에 기르는 물고기,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 드라마 대본으로 읊는 대사들, 아이돌 포스터 등등 모든 것이 단합이라도 한 듯 모든 일상적 사물이 한 입 모아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자신을 부추깁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사소하고 공통점이 없는 일상적인 사물들이 이질감이 들 정도로요. 결말부는 피날레였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자신과 싸우던 '배우' 미마의 결말. 그리고 그 결말마저 한 번 더 의심하게 만드는 에필로그의 한 마디까지.

 두 '미마'의 싸움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은 거기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지내가는 현대 사회의 자기를 바라보며, 희망찬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됩니다.




 3년 전, 애게에 칼럼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처음으로 태그를 '칼럼'으로 콘 사토시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부터 가끔 생각날 때마다 본걸 따지면 약 너댓번은 돌려본 것 같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기분이 확 들어서, 익숙한 사이트에 어색한 손놀림으로 처음에는 손이 뜨거울 정도로 빠르게 적어내려가지만 끝에는 지쳐서 엉거주춤하게 미사여구로 글을 닦는건' 같습니다. 가끔 마음이 훅 가라앉을 때, 

 이 작품을 보게 됩니다. 


 쓸 곳에 다 쓰고 남은 헝겊 조각들을 모아 이래저래 바느질로 기워낸 민망한 추천글이었습니다. 치밀한 소재들의 활용,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 관념적인 것들을 실체화 시키는 인상적인 연출 등 하나하나 빼기가 어려운 명작입니다. 


 

 여담이지만 첫 칼럼 태그의 제목이 '꿈을 꾸던'이네요. 꿈이라..  
 

 
  

  
 

Lv79 작은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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