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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와라버지가 디시 와우를 시작한 이유

아이콘 Robot
댓글: 14 개
조회: 1237
추천: 11
2026-09-30 15:21:47
제가 와우 포에버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클래식이 다시 나와서가 아닙니다.

저는 클래식 특유의 분위기나 월드 자체는 좋아하지만, 예전에 했던 게임을 거의 그대로 다시 하는 것에는 크게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포에버처럼 클래식의 기반은 유지하면서도 그래픽이나 시스템은 달라지고, 앞으로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끌렸던 건 레벨이 60에서 끝난다는 것, 그리고 수직적인 콘텐츠를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방향이었습니다.

저도 장비 맞추는 재미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레이드보다는 전장을 훨씬 많이 하는 유저라서, 장비를 맞추는 것 자체보다 힘들게 맞춘 장비로 얼마나 오래 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예전에도 장비를 어느 정도 다 맞춘 뒤 전장을 계속 다녀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레이드는 새로운 보스와 새로운 공략에 도전하는 재미가 큰 콘텐츠라면, 전장은 같은 전장을 가더라도 상대가 매번 다르고 상황이 달라지니까 저는 수백판을 반복해도 크게 질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힘들었던 건 장비를 맞추는 과정이었습니다.

겨우 이번 시즌 장비를 다 맞추고 이제 좀 즐겨볼 만하면 다음 시즌이 나오고, 또 새로운 장비를 처음부터 맞춰야 했습니다.

그게 몇 번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나는 게임을 즐기려고 하는 건가, 계속 장비를 따라잡으려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한동안 와우를 떠나서 롤이나 히오스같은 게임을 했던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히어로즈는 접속하면 바로 제가 하고 싶은 게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템이 없기때문에 실력으로 승부보는 곳이었죠.
반면 와우는 제가 좋아하는 전장을 제대로 즐기기 전에 장비를 맞추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포에버의 방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장비 파밍이 없어졌으면 하는 게 아닙니다.

힘들게 맞춘 장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수직 성장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건 장비만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테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확장팩과 지역이 계속 나오면서 예전에 있던 지역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장소가 됩니다.
저레벨 지역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예전에 중요한 장소였던 곳들도 점점 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저는 그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성장의 끝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더라도 기존 지역이나 던전, 필드, 전장 같은 콘텐츠가 지금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이전 것을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월드 위에 새로운 것이 조금씩 쌓이는 방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포에버를 해보니 그래픽도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필드와 배경이 좋아져서 그냥 돌아다니면서 경치를 보는 재미도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포에버에서 가장 기대하는 건 결국 이런 겁니다.

계속 다음 것을 쫓아가야 하는 와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그 캐릭터로 오래 놀 수 있는 와우.

새로운 콘텐츠가 없는 게임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콘텐츠는 계속 나오더라도 지금까지 내가 해놓은 것, 내가 맞춘 장비, 내가 돌아다녔던 지역들이 너무 빨리 과거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한테는 그게 포에버라는 이름과도 가장 잘 어울리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Lv71 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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