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인플레이션 3부작 - 1부 17%의 거짓말
17% 라는 단순화의 함정
월간 골드 총생산량:
작업장 216만 + 유저 앵벌 648만(유저도 24시간 돌림... 강철유저...나이브한 거 맞나) + 인던/레이드 300만 + 레벨업 잉여 80만 = 총 1,244만 골드
이걸로 한 번 돌려봅시다.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가상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분석할 때 종종 등장하는 직관적인 계산식이 있습니다.
작업장 공급비중 = 외부 유입 화폐 / 전체 생산 화폐
이 단일 백분율을 근거로 추가 유입 화폐가 전체 생산의 17%에 불과하므로
시스템이 받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미하고, 경제 파탄을 논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결론을 도출하곤 하죠.
언뜻보면 그럴싸~하게 보입니다.
100에 17. 전체 1/5도 안 되는 규모, 83%의 압도적 정상 생산 구조가 잘 작동하고 있으니
17% 정도는 시스템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계산 모델은 수학적 기준점의 왜곡, 상태변수(저량)의 누락, 비대칭 소각률의 무시라는
치명적 구조적 결함을 띄고 있습니다.
경제학적 화폐 순환 모형을 대입해 분석하면 이 17%라는 계산식은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시스템이 감당불가능한 통화 팽창 국면에 진입했음을 가리키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단순화된 수식 뒤편에 숨겨진 구조적 오류를 단계별로 짚어봅시다.
1. 점유율(Share)과 초과 공급률(Growth Rate)의 혼동
가장 기초적인 수식의 기준점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전체 생산 중 17%라는 표현은 외부 충격이 이미 합산된, 사후적 점유율일 뿐,
기존 경제시스템이 직면한 초과 공급률이 아닙니다.
기준 생산량(정상유저 공급) : 83
외생적 충격(작업장 추가공급) : 17
경제학에서 외생 변수가 시스템에 미치는 통화 팽창 충격을 계산할 때
기준선인 분모는 항상 외부 충격이 없었을 때의 본래 경제 규모여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 경제 대비 신규 통화의 실제 팽창 압력은
실질초과공급률 = ΔM외생 / M기준 = 17 / 83 = 약 20. 48%
자신들이 만들어낸 추가 통화를 분모에 포함해 전체를 100으로 부풀린 뒤 비율을 17%로 표기하는 것은
충격의 원인을 분모에 슬쩍 합산해 파급력을 스스로 희석하는 전형적인 기준점 왜곡 수법이죠.
83명이 일하는 회사에 17명을 꽂은 후 전체의 17%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 조직이 감당하고 있던 인원대비 20%가 증가한 것이니까요.
2. 유량(Flow)과 저량(Stock)의 차원 혼동
더 본질적인 오류는 유량 변수만으로 저량에 작용하는 인플레이션을 도출했다는 점 입니다.
유량 ΔM 은 단위 시간당 새로 유입되는 화폐의 양 (월간 골드 생산량)
저량 M 은 특정 시점에 시스템 내에 누적되어 존재하는 화폐의 총량 (서버 내 총통화량)
인플레이션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새로 유입된 화폐끼리의 비율이 아니라 (ΔM작업장 / ΔM전체)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총통화량 대비 순증가 화폐의 비율 입니다.
즉 통화 팽창율 = ΔM순증가 / M기존저량
수영장에 물이 500리터에 불과한데 수도꼭지에서 1200 리터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죠.
이 경우 새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의 17%가 깨끗한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고
기존 저량 대비 유입되는 유량의 절대적 크기 자체가 수영장의 담수 용량을 완전히 압도한다는 게 본질인 겁니다.
3. 화폐 소각률(δ) 의 비대칭성과 100% 잔류
여기에 시스템 화폐 소각 메커니즘을 대입하면 두 화폐의 질적 차이가 더욱 적나라하게 나타납니다.
특정 경제 시스템에서 통화량의 순증가분 ΔM은 단순히 총생산량의 합이 아니라
생산량에서 시스템으로 회수되어 영구 소각된 양을 차감한 순잔액 입니다.
ΔM = ∑(Qi -Si) = ∑Qi(1-δi)
Qi 각 주체별 화폐 생산량
Si 각 주체별 화폐 소각량
δi : 주체별 화폐 소각률(0 =< δi =< 1)
정상 유저 집단은 화폐를 획득함과 동시에 장비 수리비, 기술 습득, 특성 재설정, 전문기술 숙련, 고가 탈것 구매, 경매 거래세금 등의 블리자드가 설계한 고정 소각로에 지속적으로 골드를 반납합니다.
작업장 집단도 장비 수리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오직 외부 현금 거래를 위한 화폐 채굴에 있습니다. 이들은 컨텐츠를 즐기지 않으므로 비싼 도핑비나 천골마 같은 사치성! 탈 것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즉, 시스템이 준비한 소각로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100% 우회하므로 소각률은 수학적으로 0에 수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비대칭성이 수식에 가져오는 결과는 파괴적입니다.
만약 기존 경제가 정상 생산 = 시스템 소각이라는 극단적인 균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균형 상태의 시스템에 작업장의 17%의 통화를 유통시킨다면
이 17%는 거의 소각되지 않는, 100% 시장에 누적되는 순수 잉여 통화가 됩니다.
결국 전체 생산량(유량) 대비 17%에 불과하더라도 시장에 영구 누적되어 통화 저량을 폭발시키는
순증가 통화량 ΔM 관점에서 작업장의 기여도는 17%가 아니라 100%에 가깝게 되는 것입니다.
4. 정적 모델의 한계와 잠재 인플레이션(Latent Inflation)
마지막 오류는 시간 지연과 통화 유통속도(V) 를 배제한 정적 사고 입니다.
화폐수량설 MV = PT 에 따라 물가P는 통화량M 뿐만 아니라 화폐의 유통속도V 의 영향을 받습니다.
외부에서 주입된 대규모 유동성은 생성 즉시 모든 상품 시장으로 확산되지 않습니다.
이를 대량 매입한 일부 상위 자본의 금고에 머무르는 동안 화폐 유통속도는 일시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이 잠복기 동안 장터의 표면 물가는 즉각 반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통화 팽창이 없어서가 아니라 화폐가 순환 회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아서 생기는
잠재 인플레이션(Latent Inflation) 형태로 갇혀 있기 때문이죠.
소각되지 않고 누적된 초과 유동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정 계기로(족쇄 떨어짐, 다음 주 또 떨어짐) 억눌려 있던 유통속도가 급등하며 갇혀 있던 통화가
일시에 실물 시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결국 17% 라는 계산식은 초과 공급률을 축소하고, 저량을 배재했고, 소각률의 비대칭성을 지우고, 화폐유통의 시차를 고려하지 않은
4중의 통계적 오류 위에 서있는 셈입니다.
다음 2부에선 명목 화폐에 대한 착시와 명목 소득의 도파민, 현정부의 강남아파트와 빌라/다세대 주택 경제학과 와우의 닮은 점, 기대 인플레이션의 잉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