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즉시 국무총리 최규하와 국무위원들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밤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김재규는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비상사태라는 이유로 계엄 선포를 요구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자기와 선이 닿아있는 정승화가 계엄사령관으로서 실권을 잡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유고 즉 박정희가 죽었다는 말만 하고 그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계엄선포를 요구하는 김재규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결국 신현확을 비롯한 여러 국무위원들이 계엄선포에 끝까지 반대, 중앙정보부장의 서슬이 퍼런 강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이에 시해현장의 목격자였던 비서실장 김계원이 마음을 바꾸어 국방부장관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일변, 김재규는 비밀리에 체포되고
국무위원들도 직접 병원을 찾아가 그 사망을 확인한 뒤에야 정식 국무회의를 거쳐 새벽 4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다.
느닷없이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에서도 계엄선포는 끝까지 그 절차를 지켜서 이루어졌다.
윤석열은 계엄이라는 중대결정을 그 실체적 요건은 말할 것도 없고 절차적 요건을 무시해버린 채 진행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를 한 것이고
목적범인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서 계엄선포의 절차적 요건 결여로 이미 탄핵소추 인용이다.
지금은 이재명 같은 인간이 권력장악하는 것을 막고 안정과 성장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통보수의 회복을 도모할 때이지
대통령직 파면은 당연하고 내란죄로 감옥에 가느냐 여부만 남은 윤석열이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은 조국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단죄하고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당선을 막은 큰 공은 있으나
애초부터 보수우익의 가치관과는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보수우익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자리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버겁고 불편했을 것이다.
진정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수우익이라면 그렇게 느닷없는 청와대 이전이나 의대증원을 강행할 수 없는 것이고
훈련병 치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렇게 입 싹 다물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월호는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진실을 인양하라면서 세금받아 처먹는 위원회 운영하면서, 몇 달 되지도 않은 훈련병의 비극은 지금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냐?
진정 좌익 적폐를 처단할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문재인 감싸면서 친중친북 세력을 유지시켜줘서는 안 되었고
사필귀정이 될 이재명 재판에 큰 영향을 줄 비상계엄을 이렇게 선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