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K로 돌아온 문과의 희망

리뷰 | 전세윤 기자 | 댓글: 5개 |



여러분들은 ‘1앨런’이란 값을 아십니까?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코인인 줄 아시겠지만, 사실은 놀랍게도 게임(?)입니다. ‘앨런 웨이크’는 PC판이 출시된 이후, 험블번들과 같은 게임 키 번들 사이트에서 무려 ‘1달러 (당시, 1,200원)’에 판매되었거든요. 당시 인지도가 나름 있었던 앨런 웨이크인지라 이를 본 유저들은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해 1달러 = 1앨런이란 공식을 세웠습니다.

네, 지금 1달러를 약 1200원으로 환산한 상태에서 계산하면 ‘23앨런에 0.16666666666667앨런’이나 듭니다. 그렇습니다. ‘27800원’. 이번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의 가격입니다. 이제 1달러 공식을 아신 여러분들이라면 생각하실 겁니다. “굳이 앨런 웨이크를 27800원을 주고 다시 사야하나?” 하고 말이죠.

아, 여러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저 안티팬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제작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의 팬입니다. 맥스 페인 1편의 패키지가 집에 있고 앨런 웨이크는 PC판 클리어, 외전격인 아메리칸 나이트메어도 클리어, 퀀텀 브레이크도, 컨트롤도 전부 엔딩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앨런 웨이크가 리마스터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네요.

저도 사실 이제와서 리마스터가 된 앨런 웨이크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버렸습니다. 약 24앨런을 주고 산 셈인데, PC판 클리어 전적도 있는 사람이 지금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를 살 가치가 있을까요? 당시, ‘그림자를 빛으로 물리쳐 적을 없애는 게임’으로 유명했고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과 소설과도 같은 내러티브로 호평을 받았던 앨런 웨이크. PC판을 20시간 플레이해봤던 제가 직접 검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명 :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드
장르명 : TPS
출시일 : 2021.10.05.
개발사 :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 에픽 게임즈 스토어
플랫폼 : PS4, PS5, XSX|S, XBO, PC (Epic Games)

▶ 관련 링크: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 오픈크리틱 페이지

▲ 신명나는 '고대 신의 아이들' 노래도 들어보세요!
(출처: 유튜브 'Old Gods of Asgard' (Poets of the Fall) 채널)



와! 4K 화질, 60프레임!... 그래서 PC판과의 차이점은요?

다른 곳에서는 XB360과 이번 리마스터 판을 비교했는데 당연히 리마스터 판이 나을 수 밖에 없습니다. XB360판이 원작이긴 하지만, 당시 720p에도 한참 모자라는 해상도가 아니냐며 갑론을박이 많았거든요. 그렇기에 리마스터판이 당연히 좋아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PC판! 사실 이미 PC판을 가지고 있던 점도 한 몫했습니다.

PC판에서는 1080p는 기본으로 지원하며, 4K 해상도도, 60프레임도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사실상 완전판이나 다름 없는 PC판과 이번 리마스터판의 차이점이 뭔지 잘 감이 안 잡혔는데, PC판의 저품질 텍스처들을 전부 고품질로 교체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캐릭터 모델링의 외견도 싹 다 바꾸었고요. 단순한 리마스터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그 질감의 차가 컸습니다.



▲ 前 원작 / 後 리마스터
리마스터는 흐릿한 효과를 부여한 것 같네요. 쨍해보이는 건 원작이지만 그래픽의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 前 원작 / 後 리마스터
앨런이 성형을 좀 했네요. 원작은 좀 더 수척하다면 리마스터는 조금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눈으로만 봤을 때는 큰 차이점이 없어보이지만, 상세히 비교해보면 그래픽의 품질 변화가 확 느껴집니다. 그리고 PC판은 XB360의 컷신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컷신의 해상도가 상당히 낮게 느껴졌는데,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컷신의 흐릿함이 완전히 선명하게 잡혀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레메디가 힘 좀 들였군요.

다만, 현재 앨런 웨이크의 바뀐 모델링은 호불호가 조금 갈리고 있습니다. 바뀐 현재가 더 좋다는 의견과 모델링이 광원을 잘 못 받고 있는 듯하다란 의견도 있었죠. 그래서 원작과 비교를 좀 해보았는데 앨런의 그림자가 가려지는 것은 원작도 비슷해보입니다. 다만, 리마스터판은 조금 어색함이 느껴지긴 하네요.



▲ 前 원작 / 後 리마스터
둘 다 영상으로 찍은지라 화질이 살짝 흐릿한데, 텍스처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 前 원작 / 後 리마스터
차이점을 아시겠나요?



PS5로 체험! 듀얼센스는 잘 작동하나요?

이번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는 PS5로 체험해봤습니다. 역시 차세대기라고 느꼈던 '듀얼센스'로 체험해보기 위함이죠. 물론 PC판으로 한 번 클리어했으니, 이번에는 콘솔판으로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듀얼센스로 플레이 해본 소감이 어떻냐고요? 물론 만족했습니다! 신기능인 '적응형 트리거'와 '햅틱 피드백'이 전부 지원되었고, 게임에 잘 녹여냈거든요. 특히 '손전등'을 땡길 때의 맛이 아주 특별합니다. 손전등을 땡길 때, L2 트리거가 울리면서 반응하는데, 그 전에 살짝만 힘을 주면 걸리는 느낌을 받는데, 거기서 멈추면 손전등을 세게 비추지 않은 상태에서 조준만 할 수도 있습니다.

총기의 형태에 따라서 방아쇠의 감압 느낌을 다르게 부여한 '컨트롤'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햅틱 피드백도 제대로 적용되어서 진동이 마치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로 인해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는 듀얼센스의 기능을 훌륭하게 활용해낸 또 하나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 손전등을 땡길 때의 손맛이 아주 죽입니다



▲ 회피 판정이 널널한 대신에, 아슬아슬한 시간에 써버리면 맞을 수도 있답니다



변한게 없다! 브라이트 폴즈!

이제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요? 앨런 웨이크는 XB360으로 출시된 2010년 게임입니다. 이제 10년이나 지났기에 지금 하기엔 조금 낡아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손전등으로 '적의 그림자를 물리쳐' 없앤다는 창의적인 액션 플레이와 소설을 읽는 듯한 스토리텔링, 앨런 웨이크의 작가적인 독백 덕분에 아는 게이머들은 충분히 아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물론 재밌다는 호평도 많이 받았죠.

다만, 그래봤자 앨런 웨이크죠. 경험 자체는 똑같습니다. 즉, 예전에 플레이해봤던 게이머가 굳이 '다시 구매'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고, DLC 1/2도 클리어하셨다면 앨런의 이야기를 다시 경험해보는 것 밖에 즐길 거리가 없습니다. 전작에서 수집요소를 전부 충족하지 못했다면 원고 등의 수집요소를 이번 기회에 전부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합니다.

만약 처음 해보는 게이머라면 이번 리마스터로 구매하셔도 충분합니다. 게임의 평가는 이미 보증되어 있고, 참신한 플레이와 몰입되는 스토리를 통해 브라이트 폴즈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 저런! 앨런 웨이크의 신작이 안 나오는군요!



▲ 타이밍 맞춰 X버튼을 눌러 조의를 표해주세요

처음보시는 분들에게 앨런 웨이크를 설명드리자면, 우선 앨런 웨이크는 게임 내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자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작가로서의 능력을 잃고 슬럼프에 빠진 앨런은 장기간의 휴식을 위해 조용한 시골, '브라이트 폴즈'로 이사옵니다. 하지만 그가 들어간 별장에서 아내, '앨리스 웨이크'가 실종되어버리고 그녀를 쫒아간 앨런 웨이크는 돌연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 자신을 쫒는 수수께끼의 '그림자 괴물'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앨런 웨이크는 '빛, 그림자, 원고지'. 이 세 가지만 기억하셔도 좋습니다. 빛을 그림자에게 비춰 적에게 총을 쏘아 없애고, 원고를 주워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이죠. 원고는 수집 요소로 등장하며 어려움에 해당하는 '악몽 난이도'에서만 주울 수 있는 원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보통이나 쉬움 난이도를 추천합니다. 이 게임, 안 그래도 상당히 어렵거든요. 손전등을 이용해서 그림자를 벗겨내야 하는데, 손전등의 배터리가 다 되면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앨런을 덮치거든요.

이 세 가지를 잘 기억해주시고 열심히 그림자들을 없애면서 길을 찾아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변인들은 앨런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당연히 믿지 않을 수 밖에 없기에 앨런은 비밀로 한 채, 아내를 찾아다니게 됩니다. 그림자들을 쏘면서 '살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그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먼저 그림자들을 쏘지 않으면 그림자가 앨런을 쫒아오니깐요. 과연 어둠에 쌓인 그림자는 무엇이고, 앨런은 대체 왜 그들에게 쫒기는 걸까요? 궁금한 내용은 게임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 저쪽 동네가 무너졌단 소식을 듣고 구경하러 갔죠. 그러고 오니 제 집이 무너진거예요.

▲ 샷건? 조그만한 리볼버 하나면 충분합니다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는 수면 속으로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그림자로 무장한 브라이트 폴즈의 주민과 맞서싸우는 앨런 웨이크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2010년에 나온 만큼, 고전적인 모습을 보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였고 스토리텔링 기법은 직접 경험해보거나 '원고'를 보는 것으로 양쪽으로 접근이 가능해 흥미를 유발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수집 요소와 높은 난이도는 게임 플레이를 지치게 만들죠.

솔직히 감상은 이전 PC판과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이 작품은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선 '1앨런'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준해서 쏜다라는 슈팅 게임의 기초를 따르면서도 그림자를 빛으로 물리치지 않으면 적을 쓰러뜨릴 수 없는 독특한 기믹은 게임 종료까지 익숙해지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항상 새롭죠. 나중에는 굉장히 쓰러뜨리기 어려운 적이 나오기도 해서 모아둔 '조명탄'을 한 번에 써야할 정도입니다.

다만 앨런 웨이크를 이미 플레이 해본 사람들에게는 어떤 경험을 받고 싶은가에 따라 답변이 크게 갈립니다. 만약 앨런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거나, 인게임의 직접적인 변화를 겪고 싶으신 분들은 변화 요소가 비주얼 밖에 없는 리마스터판을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듀얼센스'의 기능을 최대한 느껴보고 싶다면 이번 리마스터판을 구매해봄직은 하다고 생각하네요.



▲ 비주얼도 좋아지고 깔끔해지긴 했으나



▲ 팬들은 리마스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후속작'을 원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는 '충실한 변화'만을 추구했습니다. 그래픽, 비주얼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는 그대로 살렸죠. 예전의 경험을 살리고 싶은 사람에겐 이만한 결과가 없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원했던 사람에게는 실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너무 준 나머지, 원작과 달라지는 것보다는 이렇게 '원작에 충실한 형태'로 남는 것 또한 좋을 것 같군요.

여담으로 이번 작품은 '에픽 게임즈'의 지원을 통해 탄생되었습니다. '컨트롤' 또한 에픽 게임즈가 독점 출시를 위해 약 125억 원을 지급했다고도 들었죠. 한동안 앨런 웨이크의 후속작은 퍼블리셔들이 응답해주지 않아 소식이 끊어지게 되었는데요. 레메디는 이를 포기하지 않고 컨트롤의 두 번째 DLC, 'AWE'에 앨런을 간접적으로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리마스터도 컨트롤처럼 에픽 게임즈의 지원을 받았고 앨런 웨이크의 리마스터화된 모습은 마치 '컨트롤'의 앨런과 흡사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 쯤되면 '2편'을 제작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이번에도 에픽 게임즈의 자본력에 기대야 할 것 같네요. 부디 이번 리마스터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2편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 이제 더 이상 기억이 안 나기 전에 후속작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끝났군요. 집에 돌아가보도록 합시다. 이미 주변엔 사람들도 다 집으로 돌아갔고 불을 끄고 돌아가면 되는 셈이군요. 밖은 이미 어둡지만... 여기가 '브라이트 폴즈'도 아니고, 분명 괜찮겠죠!... 그쵸?





▲ 이미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리뷰를 마친 나는 저 멀리 비춰진 빛을 찾아내었다



▲ 그 빛은 따듯했지만, 주변은 매우 음산했다. 마치 어두운 '수면' 같았다



▲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종이. 원고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나는 소설을 써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종이를 집어들고, 불길하게 감도는 기운을 억누른 채,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목: 항상 후미등을 켜두어라.

불길하게 엄습해오는 어둠. 나는 어둠이 싫었다.
그렇기에 빛을 이용해 어둠을 쫒아내는 게임, '앨런 웨이크'를 좋아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오늘은 그 게임을 끝내고, 업무로 부여된 리뷰까지 마친 뒤였다.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일어난 나는 멀리서 비추어지는 빛을 목격해버렸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만약 '그것'이 맞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일어날 위험을 미리 예지하고 회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 자연스럽지 않은 환경을 회피할 만한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에는 빛이 감도는 '원고'가 있었다. 그 게임과 똑같았다.
이 쯤되면 알아야 했다. 손전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원고를 집었다.
빛의 유혹에서 벗어나질 못한 것이다.

그러나 원고에 적혀있는 글은 영화, 샤이닝에서 보았던 글귀였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eon a dull boy'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원고를 읽고 뒤를 돌아봤다.
그것은 '그림자'였다. 그리고 그림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대로 나는 눈을 감았다.
내 예상이 맞다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 ...... 뎃?
  • '문돌이' 앨런의 장점을 살린 스토리
  • 몰입력 있는 배경, '브라이트 폴즈'
  • 손전등과 빛, 어둠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
  • 완벽한 '듀얼센스' 지원
  • 당연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볼 수 없음.
  • 수집요소를 통달해야 이해하는 이야기 구조
  • 보통으로도 힘든 난이도 조절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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