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하는 인디게임, 어떻게 만들었을까?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4개 |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하 인디페) 올해 Top3 개발사와 인기게임상 수상 게임사가 13일 '개발자와의 대화'를 통해 성공 노하우를 공유했다. Top3에 오른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콘코드 신명진 대표,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인기게임에 선정된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모두 "자신이 만들면서 즐거운 게임을 만들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월 4일 인디페 결승전은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됐다. 온라인 행사에 국내 유저만 2,600여 명이 참여하고 플랫폼 방문 수는 6,700여 회에 달했다. 이외에도 33만 건 이상의 게임 '라이크'가 발생하고 개발사 각 온라인 부스에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재생이 21,000여 회를 기록하는 등 개발사와 유저 간 교류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다.

이번 인디페 Top3 개발사 모두 1인 개발자라는 특징이 있다. 또 수상작들 대부분 동물과 힐링이 주요 콘셉트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나온 독특한 경향이라고 평가했다.





Q. 이번 수상작 개발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많은 유저가 게임을 일주일 정도 플레이하면 대부분 삭제한다더라. 내가 지금까지 개발했던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다마고치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반려게임'이란 컨셉을 생각했다. 고양이를 캐릭터로 사용한 이유는 8살 된 딸 아이가 고양이를 키우게 해달라고 졸랐다. 진짜 고양이는 키우지 못하고, 게임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개발이 시작됐다. '고양이와 스프'를 만들어주니 딸이 더는 고양이를 키우게 해달라는 말은 안 하더라. 개인적으론 지난 10년간 게임을 만들어오면서 내가 많이 지쳤다. '고양이와 스프'는 내 힐링을 위한 게임이기도 하다.

콘코드 신명진 대표 = 김동규 대표는 반려게임이라고 했는데, 나는 실제로 반려묘 '마루'가 영감을 줬다. 평소엔 내가 마루를 지켜주는데, 반대로 마루가 날 지켜주는 존재가 되면 어떨지 생각했다. 개발하면 고단함이 온다. 그럴 때 마루 얼굴을 슥 보면 힘이 난다. 게임 스토리를 즐겨보면 마루가 게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 동물 게임을 구상하면서 손님까지 동물로 할지 고민했었다. 결과적으로 동물이 더 많은 장점이 있어 선택했다. 일단 귀엽다. 그리고 실제 동물 특성을 잘 녹이면 더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거로 생각했다. 일례로 우리 게임에 등장하는 손님 중 집에서 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돼지가 있다. 또 키가 커서 잠복근무를 하지 못하는 기린이 등장한다. 느린 달리기 때문에 운전을 배워 스피드레이서가 된 거북이도 있다. 동물 캐릭터가 스토리를 더 극대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오랫동안 회사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게임이란 매체에 한계를 느끼곤 했다. 지쳐가고 있었다. 혁신적인 게임이란 무엇일지 고민했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퇴근길 랠리'는 지난 몇 년에 걸쳐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다.

▲ 퇴근길 랠리

Q. 1인 개발사로서 어려운 점이 있을텐데.

콘코드 신명진 대표 = 적지 않은 나이여서 두려움과 망설임이 있었다. 그래도 스스로가 재밌어할 게임을 만들고자 시작했다. 1인 개발은 고단한 일이다. 다른 개발자의 창의력이 높은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있다.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그림 그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에셋 리소스를 활용하며 작업했다. Top3 선정 이후부터는 일정이 촉박해져서 그림 그려줄 사람을 찾고 있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개발을 오래 할 수록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목소리를 내가 어려워지는 거 같다. 그래도 자기 소신대로 저질러버리는 패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다른 1인 개발사도 같겠지만 혼자서 개발하면 내가 바른길로 가고 있는지 답을 찾기 힘들다.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협의할 대상이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 않을까?

▲ 고양이와 스프

Q. 이번 인디페가 진행된 메타버스 참여 소감을 듣고싶다.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 메타버스 행사장 내 숨겨진 다양한 요소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또, 오프라인 행사에선 다른 부스에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 메타버스에선 비대면임에도 많은 개발사가 편하게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유저가 10분 넘게 보이스채팅으로 콘텐츠 개발에 심도 있는 피드백을 줘 인상깊었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플랫폼 디자인이 좋았다. 기능에 대해 아쉬움은 있었으나, 배경과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좋아서 아쉬움이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콘코드 신명진 대표 = 개발자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비대면 행사에선 유저와 개발자가 소통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메타버스의 실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메타버스로 진행된 6회 인디페 행사 모습

Q. 인디페를 준비하면서 강조한 포인트가 궁금한데.

콘코드 신명진 대표 = 행사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SNS 광고를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 수상에 큰 욕심은 없었다. 처음에는 Top20에만 들자는 생각이었다. 게임 개발은 플레이하는 재미와 로그라이크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바일에서 한 손으로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퇴근길 랠리'는 예쁜 모습과 달리 오랫동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뜯어고쳤다. 인디페 시점에는 겨우 새로운 게임을 즐길 정도였다. 볼륨은 프로토타입에 불과했다. 일단 올해 참가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 보통 게임 개발이 막히면 다른 게임의 재미 요소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나는 내 게임에만 있는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퇴근길 랠리'는 경찰 요소가 도입되면서부터 재밌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가 높이 평가받은 거 같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나는 인디페에 세 번 참여했다. 지난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는 잔잔한 게임을 출시해 Top20만 노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인디페가 독창성, 혁신성, 인디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축제여서 좋은 성과를 얻은 거 같다.

▲ 더 웨이 홈

Q. 인디페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 인디페 참여 전에는 구글플레이 기준 10만 다운로드였다. 행사 이후에는 누적 25만 다운로드로까지 증가했다. 유저가 늘었다. 인디게임개발사가 가장 힘들어하는 게 홍보다. 인디페는 참여만으로도 홍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워낙 많이 받아서 업데이트가 지연되는 감이 있다. 정식 출시 때 받았던 피드백은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인디페 이후 베타 테스터가 60배 이상 늘었다. 지금 저의 개발력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신이 없으나 즐겁게 개발 중이다. 유저심사위원 피드백을 기반으로 게임을 다듬고 있다. 유저심사위원이 게임 출시 때 자기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봐주길 바란다.

콘코드 신명진 대표 = 수상 이후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줬다. 좋은 콘텐츠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행사에서 받은 좋은 피드백이 많아서 공식 출시에 반영하려고 한다. 맵, 스킬, 시스템, 다양한 챕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고양이와 스프'는 동남아 지역에서 2만 명을 대상으로 인디페 전 테스트를 했었다. 행사 후에는 구글스토어 배너 노출과 김성회 유튜버의 'G식백과'에 영상이 올라간 덕으로 현재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 이상을 달성했다.


통하는 인디게임이란 무엇일까? 유저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개발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해달라

콘코드 신명진 대표 =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 때 말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떠오른다.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가장 개인적인 것을 만드는 게 유저의 사랑을 받는 길인 거 같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게임을 만들수록 만든 게임이란 무엇인지 점점 모르는 거 같다. 한두 개 만들었을 땐 어느 정도 노하우를 인터뷰를 통해 말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할 정도로 창피한 일이다. 답을 아는 개발자가 있을까란 생각도 든다. 신명진 대표 말처럼 그냥 자기가 잘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게임을 만드는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거 같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신명진 대표 말에 공감한 김동규 대표 말에 공감한다. 개인적으론 일반게임, 인디게임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냥 유저는 재밌으면 하는 거 같다. 재밌는 게임은 잘 만든 게임이다. 잘 만들려면 인디게임이든 비인디게임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 좋아하는 걸 하면 저절로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 얼마나 유저와 소통할 수 있는지에 달린 거 같다. 계속 리뷰를 받고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게임이 나아지는 걸 느낀다. 유저와 소통하고,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면서 유저가 좋아하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 생각하는 인디게임의 정의, 인디게임의 정신이 무엇이라 여기는지 궁금하다.

Q. 퍼니이브 김제웅 리더 = 개발자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 유저와 재미를 공유하는 거로 생각한다.

소은게임 문홍재 대표 = 게임산업 역사를 보면 지금의 인디게임 시장은 항상 있었다. 개인적으로 즐겼던 게임 중에 90년대 일본 작품 '다크 세라핌'이 있다. 이것도 1인 개발이다. 소규모로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개발사는 항상 있다. 그런 흐름이 지금의 인디게임인 거 같다. 정의하기 어려우나 유저가 딱 해보면 '아 이건 인디게임이구나'라는 게 있다.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단순히 상업/비상업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외압이 중요해 보인다. 외압에 따라 전체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순수창작처럼 개발자가 마음껏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게 인디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정신 또한 그렇다. '인디게임은 이래야 해!"라는 것 없이, 정해진 것 없이 개발자가 만들어가는 게 인디정신이라 생각한다.

콘코드 신명진 대표 = 앞의 말처럼 독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로부터 독립되면, 인디게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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