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진짜' 예술로 만든 우에다 후미토의 20년

기획기사 | 박영준 기자 | 댓글: 7개 |



PS2 시절은 콘솔의 황금기라 불릴 만큼 엄청나게 많은 게임이 발매되었고 그 덕인지 상당히 독특하고 도전적인 성격의 게임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갓 핸드, 괴혼, 령 제로, 아머드코어가 있겠네요. 정말 다양한 게임들이 발매되면서 그 게임만의 특징과 게임성이 대중들에게 먹혀들어 크게 명성을 얻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주인공도 이런 독특한 게임을 개발한 인물 중 한 명이며 당시 많은 게이머와 웹진에게 찬사를 받는 영광을 누린 개발자입니다. 바로 젠 디자인의 '우에다 후미토(上田文人)'죠. 우에다 후미토는 PS1 시절부터 D의 식탁, 에너미 제로라는 게임 개발에 참여해 개발자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우에다 후미토가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떨치게 된 역사는 다음 세대인 PS2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에다 후미토가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자리에서 개발을 담당한 이코는 PS2의 런칭 타이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시 이코만의 독특한 진동 시스템과 타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성으로 게이머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그 이후에 발매된 '완다와 거상'도 수많은 게임 상을 수상할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와 게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 두 게임은 PS2 시절부터 게임을 즐긴 사람들 사이에서 한 번씩은 꼭 거론되는 명작이며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24일, 이코(ICO)가 발매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우에다 후미토는 이코의 20주년을 기념해 본인의 트위터에 이코의 미공개 자료 및 설정을 업로드 했습니다. 이를 보면서 예전에 재밌게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의 개발 작품을 소개하며 약간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 우에다 후미토가 20주년을 기념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설정 중 일부


우에다 후미토의 역사적인 첫 도약, 이코

이코는 우에다 후미토가 처음으로 감독, 개발에 착수한 작품이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우에다 후미토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게임이 되었습니다. 이코는 지금 보더라도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 담긴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주인공인 이코를 조작해 퍼즐을 풀고 달려드는 그림자를 상대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점은 다른 게임과 다른 것이 없지만 요르다라는 소녀의 외형을 한 NPC가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요르다는 연약한 소녀의 모습에 걸맞게 강력한 힘을 쓰거나 그림자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코가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줘야 하고, 막힌 길을 뚫어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호해주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다른 게임에서의 NPC나 동료는 진행이 막혔을 때 도움을 주거나 전투를 함께 해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주인공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이지만 요르다는 그와는 다른 성격을 띠는 존재였습니다.

그렇다 해서 요르다가 주인공의 짐짝 같은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행이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요르다가 손가락으로 특정 방향을 가리키며 힌트를 알려줍니다. 또한 요르다와 함께 있지 않으면 저장 장소인 소파에 앉더라도 게임의 진행 상황을 저장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이용해 요르다가 게임 내 불필요하고 거슬리는 존재가 아닌 유저에게도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점이 이코를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신선함을 제공하고 우에다 후미토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 게임의 주인공인 이코와 요르다. 둘은 우연히 만나 함께 성을 떠나게 된다.



▲ 요르다를 납치해 가려는 그림자를 피해 성을 탈출해야 한다.

유저는 이코를 통해 요르다의 손을 붙잡고 이동할 수 있는데 요르다의 팔을 붙잡고 이동할 때는 듀얼쇼크 2의 진동이 잔잔하게 울립니다. 듀얼쇼크 2의 진동 기능을 생각하면 다소 어색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 여자아이의 팔을 붙잡고 뛰어다니는 느낌을 주려는 듯한 진동 효과는 당시는 물론 지금 봐도 신선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사소하지만 신기한 기능이 이코만의 감성을 느끼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았는가 생각이 듭니다.

이코는 우에다 후미토만의 스타일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기틀이 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배경음악을 최대한 배제하고 바람이나 새가 지저귀는 소리, 캐릭터가 걷는 소리 등 작은 효과음들만으로 게임의 소리를 채워 잔잔하고 조용한 몽환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저에게 친절하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조작법만 알려주고 유저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깨우쳐 나가도록 했습니다. 이는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게임 속 주인공과 유저의 유대감을 높여 게임에 몰입되도록 함과 동시에 게임의 조용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적절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평에 비해 판매량은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다소 복잡하고 불편한 조작 방식과 PS1 기종 발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었기에 떨어지는 그래픽, PS2 런칭 타이틀이라는 점 때문인지 총판매량은 평가에 비해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판매량은 높지 않았지만 조금씩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한 번은 꼭 즐겨봐야 할 타이틀로 유명해졌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명성을 얻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보다는 유럽 등에서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이코는 추후 '이코: 안개의 섬' 이라는 소설책으로도 발매되었으며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출간 연도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현재 신간은커녕 중고 서적도 구하기 힘들긴 하지만 게임의 내용을 소설로 완전히 옮겼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고 난 후 찬찬히 소설을 읽으면 게임을 했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올리며 소설을 더욱더 즐겁게 읽을 수 있으니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이코'의 핵심인 요르다가 있었기에 후미토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제 북미판 이코 표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PS2의 한계를 넘어서는 웅장함, 완다와 거상

완다와 거상은 사실 이코의 후속작으로 '니코(NICO)'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었습니다. 실제로 공개되었던 베타 영상을 보면 '니코'라는 이름이 표시되었고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듯이 보이는 남자 캐릭터들은 전작의 이코가 연상되는 뿔 달린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개발 도중 컨셉을 바꿔버린 것인지 기존 알파 영상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의 캐릭터와 거상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베타로 공개되었던 영상에서는 4명의 남자 캐릭터가 거상을 추격해 사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최대 4인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매된 완다와 거상은 오직 싱글 플레이만 가능하며 조작이 가능한 캐릭터의 모습도 공개된 영상과는 다르게 건장하고 평범하게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완다'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전투에서 큰 도움을 주는 동료인 '아그로'라는 말과 함께 거상을 물리치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완다는 아그로의 세배쯤 되는 크기에서부터 빌딩만 한 거대한 크기의 다양한 거상을 상대해야 합니다. 거상마다 이족보행, 사족보행뿐만 아니라 비행, 수영, 벽 타기 등 다양하게 이동하며 각각 독특한 외형과 공격방식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거상을 상대할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초기 베타 영상으로 공개된 NICO. 현재 발매된 완다와 거상과는 사뭇 다르다.



▲ 한 때 어그로라고 많이 오해받았지만 진짜 이름은 '아그로'다.

PS2가 당시 타사 콘솔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며 그로 인해 완다와 거상의 프레임은 다소 불안정했습니다. 당시에는 30FPS나 60FPS의 게임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완다와 거상의 불안정한 프레임은 위험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낮은 FPS 덕분에 전투 시 박진감이나 거상의 위엄을 더욱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PS2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성으로 유저를 압도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이 묵직하고 느릿한 액션 게임이었기 때문에 운 좋게 먹혀들었다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쩌면 우에다 후미토는 이것 또한 유도한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다와 거상은 이코와 스토리 배경의 접점도 있어 유저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완다와 거상의 엔딩에서 주인공 완다는 뿔이 달린 아기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전작 이코에서 이코의 머리에 뿔이 나 있는 것을 토대로 완다와 거상과의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유저들의 추측과 의견이 난무했고 그 후에 우에다 후미토는 '이코는 완다의 수백 년 후의 후손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둘의 세계관은 공유됨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 외 게임 내에 풀리지 않은 떡밥이나 설정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는 많이 남았습니다.

그러던 중 해외의 한 유저가 완다와 거상의 데이터를 뜯어내 숨겨진 더미 데이터(실제 게임에 사용되지 않은 데이터)를 찾아내는 사건이 있습니다. 본편에서 차마 등장하지 못하고 폐기된 거상의 모습이나 정상적으로는 갈 수 없었던 구역 등이 공개되며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거상들이 폐기된 상태였고 왜 본 편에 거상이 추가되지 않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코와 관련된 떡밥이 있을까 하는 기대와 달리 그런 부분은 없었기에 팬에게는 아쉬움만 남게 되었습니다.






▲ 지금 봐도 거상의 위압감은 엄청나다고 느껴진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끊이지 않았던 떡밥 '개새'

완다와 거상 발매 이후 조용했던 우에다 후미토는 2009년, E3를 통해 개발 중인 게임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트레일러에 등장했던 캐릭터의 모습이 워낙 특이하기도 하고 전작 '이코'와 '완다와 거상'으로 보여줬던 독특한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유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이따금 조금씩 바뀐 영상만 공개되었을 뿐, 새로운 정보나 게임이 세상에 공개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E3나 TGS(도쿄 게임쇼)와 같은 세계적인 게임 축제가 열릴 때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계속 언급되었고 영상에 등장했을 때 개의 머리와 새의 몸을 한 듯한 형태 때문에 '개새'라 불리는 밈이 오랫동안 자리 잡을 만큼 개발 중이라는 소식만 띄엄띄엄 나오며 유저를 애타게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상 공개 당시 발매 예정 플랫폼이었던 PS3가 역사를 다 할 때까지 라스트 가디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 이제 와서 느끼지만 개새라는 별명은 참 잘 지은 것 같다.


6년 만에 출시한 '라스트 가디언'

그러던 2015년, 소니는 E3를 통해 드디어 그동안 많은 유저가 기다려왔던 게임의 새로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2009년도로부터 무려 6년이 지난 2015년에 라스트 가디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7분이라는 짧은 영상이였지만 라스트 가디언의 개발이 엎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실제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것만으로도 오랜 기다림에 지친 팬들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토리코의 인공지능과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AI로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우에다 후미토만의 기획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 세대를 건너뛰긴 했지만 정말 발매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발표였고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 사이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소개 영상이 공개된 지 1년 후인 2016년, 마침내 라스트 가디언이 발매되었습니다. 비록 시대착오적으로 불편한 조작감과 불안정한 FPS,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진행으로 인해 호불호가 크게 갈리며 높은 평은 받지 못했지만 다른 게임에는 느낄 수 없는 우에다 후미토만의 감성을 그리워했던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물이었습니다.



▲ 정말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기에 팬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코와 완다의 거상에서 보여줬듯이 우에다 후미토만의 몽환적이면서 신비한 분위기와 함께 독특한 생김새를 한 동료 '토리코'가 동료로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전작의 게임들과 공통점이 있는데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항상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에서는 '요르다'라는 소녀가 등장하고 완다와 거상에서는 '아그로'라 불리는 말이 등장합니다. 이 셋은 게임에 있어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요르다는 주인공이 지켜줘야 하는 연약한 존재이고 아그로는 주인공이 거상을 쫓아가거나 전투를 할 때 도움을 주는 조력자입니다. 토리코는 주인공 소년을 도와줘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게 해주거나 지나갈 수 없는 위치를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아그로와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거상을 유인하는 등의 전투에서 간접적인 도움만을 제공하는 아그로와는 달리 토리코는 소년이 큰 위험에 닥쳤을 때 구해주거나 함께 빠져나가는 등 직접적으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우에다 후미토의 손에서 태어난 점은 같지만 각자 다른 느낌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여담으로 2011년부터 우에다 후미토는 젠 디자인(Gen Design)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재팬 스튜디오와 협력하는 관계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09년에 공개되었던 초기 트레일러와 2015년에 공개된 새로운 트레일러를 비교해 보면 영상 처음에 'Creative by Gen Design' 문구가 추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우에다 후미토의 독립을 알리는 젠 디자인은 트레일러 초기에 나온다.


명가의 손으로 재탄생한 명작,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

2017년 E3에서 소니는 또 한 번 놀라운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얼마 전 소니와 파트너 계약 소식을 발표했던 블루포인트(BluePoint)에서 완다와 거상을 리메이크 발매한다는 소식이였죠. 기존 PS2의 한계로 아쉬움이 컸던 모습은 현세대 콘솔에 걸맞은 훌륭한 그래픽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당시 블루포인트는 소니의 고전 게임들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을 자주 맡았는데 결과물의 완성도가 너무 좋아 유저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었습니다. 물론 완다와 거상도 당시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없을 정도의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고 팬들은 물론 유명세를 익히 들어온 유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허허벌판이었던 배경은 푸른 빛을 띠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도마뱀과 열매는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상의 외형도 더욱더 자세하게 표현되면서 움직일 때 털이 흩날린다던가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먼지가 휘날리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훌륭한 게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세대기에 맞도록 좋아진 그래픽은 모든 것이 완벽한 리메이크로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작방식은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계승함으로써 구시대적인 불편한 조작감은 명성을 듣고 입문한 신규 유저들에게는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기존 작을 플레이하면서 추억을 가졌던 유저나 웹진에서는 훌륭한 평을 잇달아 받았으며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게임 방식은 현재 발매되고 있는 게임들과 비교해도 견줄만한 작품성으로 한 번쯤은 즐겨볼 만한 게임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 조작감이 약간 흠이긴 하지만 추억을 가지고 있는 유저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우에다 후미토가 게임으로 말하는 것

우에다 후미토가 개발한 세 게임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본연의 소리에 집중하는 듯이 비중이 크지 않은 'BGM', 항상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동료', 많지 않은 대사, 복잡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는 스토리 등은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한 독특한 요소입니다.

우선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건 항상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동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에서는 여자아이인 요르다, 완다와 거상에서는 주인공의 이동을 편히 해주거나 거상을 공략할 때 큰 도움을 주는 말 '아그로', 라스트 가디언에서는 주인공을 돕는 '토리코', 비록 종이나 생김새는 다르더라도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동료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거나 특별한 능력을 갖춘 게 아닌 평범한 주인공으로 플레이함으로써 동료와 함께 나아간다는 느낌을 더욱더 강하게 주고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에다 후미토가 개발한 게임은 캐릭터들의 대사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게임 내에서 게임의 진행을 돕는 나레이션이나 빌런 정도만이 겨우 몇 마디의 말을 하며 그 마저 대사량도 많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대사도 NPC를 부를 때의 몇 마디가 전부입니다. 대사 몇마디 없이 넓은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허하면서도 평안해지기도 하고 이따금 소름 끼치기도 하는 묘한 기분은 우에다 후미토 게임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사운드 부분에서도 우에다 후미토는 엄청난 센스를 발휘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전체적으로 BGM이 차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저 걸어 다니면서 밟는 풀이나 흙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이 휘날리는 소리 등 일상생활에서 들을 법한 자연스러운 소리 위주로만 들리며 조용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위험에 빠지거나 특정한 상황을 맞이하는 등 절정의 순간에만 BGM이 터져 나오며 게임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줍니다.

우에다 후미토가 개발하는 게임은 액션과 어드벤쳐가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 때마다 특정한 풀이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퍼즐들의 비중이 커 퍼즐이라는 장르가 더욱 적합해 보입니다. 어드벤쳐 장르인 이코와 라스트 가디언과 달리 '전투'가 메인인 완다와 거상의 경우 액션이 주된 장르인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퍼즐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맵의 지형이나 거상의 공격 방식을 이용해 거상의 빈틈을 찾아내고, 그 빈틈을 이용해 거상의 몸에 올라타 거상마다 존재하는 표식을 찾아 해당 위치로 이동해야 하는 이 전체 과정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풀어나가는 기분입니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자면 우에다 후미토가 참여한 게임들의 공통점은 조용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퍼즐 게임입니다. 조용한 분위기의 넓은 맵을 돌아다니면서 유저 스스로가 옳은 길을 찾아 나아가며 끊임없는 장애물을 지나가야 하죠. 넓은 맵에 덩그러니 주인공만 놓여 있다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항상 모험을 함께하는 '동료'를 넣음으로써 이 점을 방지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이따금 공허한 기분이 드는 분위기는 항상 옆에 다니는 NPC를 단순히 프로그래밍 된 캐릭터가 아닌 모험 중 기댈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느끼게 하여금 유대감을 강하게 만들어 주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잘 갖춰진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이코가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 후속으로 발매된 작품이 단 두 개밖에 없긴 하지만 하나하나 전부 우에다 후미토만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농후한 맛을 가진 게임입니다. 현재 우에다 후미토는 네 번째 작품을 개발하고 있으니 새로운 작품이 발매하기 전 놓쳤던 전작들을 즐겨보시며 우에다 후미토만의 매력을 천천히 즐겨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젠 디자인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미지. 맨 오른쪽은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의 모습으로 추측된다.



▲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작품은 이코다. 기회가 된다면 꼭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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