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리자드 거쳐 젠지까지... 현직 임원이 쓴 e스포츠판 머니볼"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 단장(브래드 피트 분)은 텅 빈 경기장에 앉아 고민한다. "우리는 카지노에서 딜러를 이기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게임의 판을 바꿔야 한다." 가난한 구단이 거대 자본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 데이터를 쥐어짜고, 저평가된 선수들의 '두 번째 기회'를 찾아내는 과정은 그 어떤 홈런 장면보다 더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화려한 조명과 환호성이 가득한 e스포츠 스타디움 밖, 프런트 오피스에서도 이와 똑같은, 아니 더 치열한 생존 게임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다음 달 선수단 월급을 막기 위해 기업 임원실 문을 두드리는 현실. 이 냉혹하지만 뜨거운 'e스포츠판 머니볼'의 세계를 소설로 그려낸 이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글로벌 명문 구단 젠지 e스포츠(Gen.G Esports)의 이승용 상무다. "스포츠마케팅 지구 정복"을 꿈꾸며 미국 스포츠 산업의 밑바닥부터 훑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버워치·스타크래프트 등 굵직한 IP를 총괄했던 베테랑 마케터인 그는 이번 신간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을 통해 '소설가'라는 새로운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화려함 뒤에 가려진 업계의 진짜 얼굴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담아냈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초고를 덜어내며 완성한 이 소설에는, 실제 업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건들 속에서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이들의 열정이 담겨 있다.

현직 임원이 작심하고 쓴 이 리얼리티 소설에는 그가 본 진실과 희망이 어떻게 담겨 있을까. 이승용 작가를 만나 그가 목격한 e스포츠의 명암과 그가 담아내려 했던 e스포츠의 이야기들을 직접 들어봤다.



▲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 저자 이승용 작가

먼저 독자를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이번 e스포츠 리얼리티 소설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의 작가이자, 현재 e스포츠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승용이다. 12년가량 업계에 몸담고 있으며, 이전에는 블리자드를 거쳐 현재는 젠지 e스포츠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이전에 e스포츠 및 스포츠와 관련한 여러 책들을 작성했다. 반면, 이렇게 '프로젝트 펜타킬 어게인' 같은 소설을 작성한 것은 처음이다. e스포츠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소설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 저서들은 업계 진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실용 서적이라 타겟 독자가 한정적이었다. 더 광범위한 독자들에게 e스포츠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소설 장르를 택했다. 출판사와의 논의 과정에서도 소설 형식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일치했다.


전문 소설가가 아닌 만큼 집필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 하다.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꼈을까?
오히려 작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다만 분량 조절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사실 초고는 600페이지가 넘었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과거사와 배경 설정을 디테일하게 다 적었었는데, 이야기의 속도감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많은 부분을 덜어냈다. 구조적으로는 시즌의 시작과 끝인 '1년'을 기준으로 팀이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소설 속 사건들이 실제 e스포츠 역사의 특정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부정하고 싶지 않다. 특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가 하루아침에 폐지됐던 사건은 소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당시 리치(이재원) 선수처럼 갑자기 직장을 잃었음에도 종목을 바꿔 보란 듯이 성공한 선수들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다. 소설 속 리그 폐지 설정은 그러한 현실의 잔혹함과 재기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장치다.


독자들이 주목했으면 하는 이 소설만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인가.
화려한 무대 뒤의 '우당탕탕'하는 현실이다. 보통 e스포츠라고 하면 화려한 경기장만 떠올리지만, 팀을 운영하는 프런트는 매달 월급을 어떻게 마련할지, 스폰서는 어떻게 따올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좁은 숙소에서 24시간 붙어 지내는 선수들 간의 갈등도 실제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e스포츠판 '머니볼' 같은 현실적인 디테일을 엿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설정은 실제 인물에서 따온 부분도 있을까?
대부분 가상의 인물이지만, 작중 등장하는 기자 캐릭터 '애슐리 킴'은 실제 활동 중인 애슐리 강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티브를 가져왔다. 또한 김대호 감독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도 있다. '솔로 랭크 전사' 출신 지도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입체적으로 살려보고 싶어 캐릭터를 만들었다.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한 치열한 리스폰’이라는 주제의 의미가 궁금하다.
핵심 메시지는 '세컨드 찬스(Second Chance)'다. e스포츠는 프로게이머로 대변되지만, 빛을 보지 못한 선수나 코치, 스태프들에게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존재한다. 실패를 겪었더라도 다시 도전하여 성취를 이뤄내는 과정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 이후의 계획도 구상해 둔 것이 있나.
이미 2권에 대한 시놉시스는 구상해 두었다. 이번 책이 팀의 창단과 리그 안착을 다뤘다면, 차기작은 그 팀이 세계 대회에 도전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또한 선수 영입 전쟁을 다루는 치열한 '스토브리그' 이야기도 언젠가 꼭 써보고 싶다. e스포츠 산업은 매일 새로운 드라마가 써지는 곳이기에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혹은 책을 읽을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e스포츠라는 소재를 다룬 리얼리티 소설인 만큼 열린 마음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 e스포츠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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