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 공원, 그리고 더위, 그리고 와우저.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갔던 오늘,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오랜만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다. 바로 일 년 만에 찾아온 지갑털이범, 무법항 거래소다.
무법항 거래소는 선정된 유저들의 부스와 블리자드 공식 스토어에서 다양한 워크래프트 물품을 판매하는 벼룩시장 형태의 공식 행사로, 게임 내 악명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수많은 와우저들의 눈과 지갑을 노리는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늘 마주친 그들의 손에는 호드 얼라이언스 할 것 없이 워크래프트 물품으로 가득했으니까.
정말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더웠던 날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후 5시가량 대부분의 판매품들이 품절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유저 부스, 그리고 줄의 끝이 안 보이던 블리자드 공식 스토어, 여기에 블리자드 음악들을 한 시간 마다 연주하던 플래직(FLASIC) 오케스트라까지 눈과 귀와 마음까지 아제로스 '필(feel)'을 가득 채울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뿐이랴, 어느덧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간 게임이다 보니 어린 자녀의 손을 붙잡고 놀러 온 가족 단위 와우저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와우저 부부, 오랜만에 아이들까지 함께 모여 자신의 지름을 자랑하는 와우저 가족들, 그리고 이 더위에도 한점 떨어짐이 없던 와우저 커플'들' 까지. 여기에 올해는 아기 멀록 노래로 콜라보를 진행한 핑크퐁도 함께해 그야말로 온 가족이 함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페스티벌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번 무법항 거래소를 보며 '게이머들'만의 축제가 아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짜 '축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그 잔디광장에는 와우에 대해, 블리자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었으니까. 그곳에는 지나가던 노부부가 실려오는 와우 배경음악에 발걸음을 멈추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모습, 귀여운 핑크퐁 인형에 엄마 아빠의 손을 끌어당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마치 캠핑장처럼 꾸며진 무법항 거래소는 저녁이 되고 점점 어두워지면서 빛을 발했는데, 지나가는 일반 사람들이 "예쁘다", "만화 속 같다", "다른 세상 같다" 는 감탄사들을 던지다 못해 나중에는 안내 판넬 앞에 한참을 서있기도 했다. 여기에 마지막 가수 정인과 하림, 라이브유빈의 녹녹하고 말랑말랑한 무대까지 함께하면서 어딘가의 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와 같은 마무리를 보여줬다.
사실 오늘 진행된 무법항 거래소는 규모가 엄청 크다거나, 볼 거리가 정말 많다거나, 그렇진 않았다. 하지만 게임 속 가시덤불 곶 최남단의 '무법항'이 떠오르는 '멋진' 행사장을 시작으로 유명 가수들의 무대까지, 누구나 쉽게 구경하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라이트한 축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리고 와우저들과 일반인들이 한 데 어울려 초여름의 더위 마저 날려버린 무법항 거래소, 그 모든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