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HIT 박용현 대표, "액션은 타협하지 않았다"

인터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62개 |



소개팅 자리에서 나쁘지 않았다는 소리는 거절일까 아닐까. 착해 보인다는 평가는 호감일까 아닐까, 개성이 없다는 말은 칭찬일까 아닐까. 모두 별다른 특징이 없는 사람이 듣는 이야기다. 크게 끌리지는 않지만, 알아 볼 가치는 있다는 뜻. '판단 보류' 혹은 '거절'이다.

여기 흔하디흔한 액션 RPG가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콘텐츠, 특출난 것 없는 시스템. 평소 같았으면 '거절'했을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출시가 다가오자 관계 회사의 주식도 올랐다.

넷게임즈의 신작 '히트'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 '히트'를 대단한 특징이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한 게임으로 보긴 힘들다.

넷게임즈의 박용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나니 '히트'가 기대를 받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기본기. 기본기가 매우 튼튼한 게임이었다. 게임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요소들을 잘 알고 집중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서 도외시했던 부분까지 신경 썼다. 기대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

'히트'는 '리니지2', '테라' 등 MMORPG를 개발한 박용현 대표가 처음 선보이는 모바일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해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닷새간 진행한 프리미엄 사전테스트에서 다양한 게임모드와 UI(User Interface), 실시간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참가자 95%가 만족감을 표했다. '히트'는 11월 18일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동시 출시된다.

박용현 대표는 '히트'를 두고 "'공중콤보', '던지기', '내려찍기' 등 화려한 액션 연출과 자유도 높은 스킬 시스템을 구현해 극강의 타격감과 캐릭터 육성의 묘를 담고 있다."고 말하며 "180개 스테이지의 '모험모드'와 특수 스테이지 '시험의 탑', 요일던전 '성역'등을 비롯해 '결투장' 및 '난투장' 등의 PvP 콘텐츠 그리고 '실시간 레이드' 등 탄탄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고 간단하게 게임을 소개했다.

☞ 관련기사: [체험기] TERA 박용현 사단의 모바일 액션 RPG 'HIT', 첫 느낌은 과연?



■ 타협하지 않은 '히트' - "내 캐릭터라는 느낌이 애정이 될 수있도록"

"한 줄로 설명하자면 모바일 액션 RPG다. 모바일이란 이유로 타협한 모바일 게임이 많은데 '히트'는 타협한 게 없다."

박 대표는 '히트'를 두고 '타협하지 아니한' 모바일 게임이라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타협이란 캐릭터가 움직일때의 애니메이션과 자잘한 이펙트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해 사용자의 캐릭터가 가상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모바일 게임은 엔진이슈도 있고 리소스 제약도 있어 캐릭터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있다. 2000년도 초반 PC 게임이 그러했듯 말이다. '히트'는 이 부분에서 제대로 표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 외에도 리얼타임 싱크가 많은 PvP 콘텐츠도 타협 없이 만들어서 5분 내지 10분 정도 플레이를 해보면 다른 게임보다 낫다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부심. GDC2015에서 공개됐을 때도 ([체험기] '박용현'대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의 표준이 될까? '프로젝트 HIT') '히트'는 뛰어난 그래픽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그래픽이 좋다고 자부하는 게임들은 사방 지천으로 널려있는 현재 시장에서 '히트'는 그래픽 외에 무슨 강점을 가지고 있을까. 육성의 재미와 장비 수집과 강화에서 발생하는 재미 같은 거 말고. 사람들이 '기대작'에 거는 기대감과 관련된 것 말이다. 박 대표는 사용자가 캐릭터에 몰입하여 '가상 세계(월드)'에 있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라 했다.

"사용자가 플레이하면서 이 캐릭터가 내 캐릭터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에 있어 기본이 되는 요소다. 패미컴 시절 도트 그래픽일 때도 도트 가지고도 '내가 이 세상에 주인이야!'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PC도 그렇게 발전해왔고. 모바일 역시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게임을 접한 직후에 직관적으로 느낄 수는 없지만, 다른 게임을 하다가 '히트'를 다시 하게 됐을 때 기분이 더 좋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연결되어 캐릭터에 더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한다."



■ 다양한 모드의 순환 구조 - "피로감을 느끼지 않도록."

'히트'에는 여타 다른 게임이 그러하듯 PvE 콘텐츠와 PvP 콘텐츠를 품고 있다. 세부 내용물도 크게 다르지 않은 시나리오(모험모드)를 비롯하여 실시간 PvP, 레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견 시나리오를 거쳐 성장하고 PvP 콘텐츠로 귀결되는 보통 게임과 비슷해 보인다. '히트'가 추구하는 최종 콘텐츠는 무엇일까.

"일단은 모험모드가 제일 중요하다. 사용자가 재미와 목표를 동시에 느껴야지만, 동기 콘텐츠로 게임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험플레이가 재미있어야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고 레벨업이나 PvP도 하게 되는 것이다. 기본 플레이가 마음에 들어야 PvP, 레이드, 길드전이 동작하게 된다. 모든 것의 기본은 모험 모드다.

또한, '히트'는 최종 콘텐츠를 어떤 콘텐츠라고 특정하지 않는다. 모험 모드, PvP 그리고 레이드가 세트로 순환할 수 있게 했다. 타겟 사용자층의 나이가 많은 편이라 너무 PvP로 콘텐츠 방향을 설정하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여러 연령층이 같이 할 수 있도록 막판까지도 비중이 비슷하게 만들었다."




▲ 게임 플레이 화면

박 대표가 가장 기본이 된다고 말한 모험모드는 통상 '시나리오'로 익숙한 게임 모드다. 지금까지 모바일 개발팀들은 액션 밑에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하지만 액션 RPG에서 이야기는 당연히 스킵하는 요소이자 게임 플레이에 들어가기 전 귀찮은 컷신 정도로만 치부됐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액션 RPG 스토리 무용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히트' 역시 모험모드에 이야기를 담았다. 다들 성공하지 못한 콘텐츠를 넣는 것은 구색 맞추기일까 아니면 진정 원하는 바가 있어서일까.

"처음엔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짧은 이야기를 스테이지 앞단에 혹은 끝에 배치했는데 사용자들이 귀찮아서 건너뛰고 게임을 하는 행태를 확인했다. 그래서 스토리 컷신이 등장하는 스테이지 자체를 줄이고 등장할 때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가능하다면 일러스트에도 변화하는 표정을 다 넣고. 게임에서 이야기는 중요하다. 동기를 부여하고 방향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전달에 공을 들인 거다.

일종의 '귀찮게 안 할 테니까 한 번 나올 때 만큼은 좀 봐주지 않으련?'의 느낌이랄까. 드라마 형식으로 전달해 게임 내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야기가 더해져 게임의 재미가 배가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PvP 콘텐츠 결투장

개인적으로 만 나이로도 30줄에 들어선 터라 귀찮음에 대한 거부감 - 이를테면 동기식 PvP의 피로감이나 스테이지 마다 나오는 텍스트에 대해 귀찮음이 굉장히 강하다. 소위 말하는 '즐겜유저'로서 게임을 즐길 때도 게임 후반부 PvP를 하게 되면 피로감에 게임을 접기가 부지기수였다. 통상의 게임들이 PvP 외에는 후반부에서 즐길 거리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히트'는 모험모드에 이야기를 얹혀서 균형 있게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귀찮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동전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하드코어 모바일 게임의 '자동전투'.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각종 기법. PC MMORPG만 만들던 박용현 대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동 전투만큼은 모바일 게임에서 혁신이 맞다. 시장에 자동전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액션 RPG가 인기가 없을 것이다. 사용자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패턴, 모바일 게임을 하는 상황, 보는 재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렇다.

'히트' 역시 자동전투가 있다. 나아가 적당히 끼어드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은 완전히 알아서 깨거나 완전한 수동 조작을 해야 했는데 '히트'는 적당히 개입하고 툭툭 땡기는 컨트롤이 예쁘게 구현됐다고 생각한다. 개입에 따라 카메라 연출도 다르고…. 조작할 때와 자동전투 때의 시야 자체가 다르다."




▲ 레이드 콘텐츠



■ 처음 만드는 모바일 게임 - "시행착오를 겪고 다듬은 '히트'"

박용현 대표는 '박용현 사단'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정도로 네임드급 개발자로 자리 잡았다. 그가 참여한 '리니지2', '테라' 등 굵직한 MMORPG로 인해 '히트' 역시 기대를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모바일 게임 개발이 처음인 '초짜'.

박 대표는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게임이 흥행하는 시장이 도래했다는 믿음에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모바일 시장의 흐름이 워낙 빨라서 숨 가쁘게 개발을 진행해야만 했다. 또한, PC 개발환경과는 다른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개발 사이클이 아주 짧다는 사실이 PC 게임 개발과 비교했을 때 힘들었다. PC 게임 개발할 때는 한 사이클이 도는데 보통 2~3개월 정도 걸렸는데, 모바일 게임은 일주일에서 이 주일 정도다. 또한, 전에 해보지 못한, 이를테면 애플 검수라던가 파편화된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응하는 것들이 힘들었다. 다행히 넥슨의 도움을 받아 60종 정도의 단말에 최적화할 수 있었다.

모바일 게임이라서 좋은 점도 있다. 게임 사용자와의 거리가 굉장히 가깝다는 점인데, PC MMORPG같은 경우 게임을 다운받고, 인스톨하고 계정을 등록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용자들이 떨어져 나가곤 하는데 모바일은 그런 점이 없다. 더 많은 사용자와 함께할 수 있다.

엔진 사용 측면에서는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상용 모바일 게임이 없다 보니 모든 문제가 처음 겪는 문제였다. 그래서 에픽 본사와 함께 해결하는 등 기존의 케이스가 없어서 약간 힘들었다. 사실 우리는 시범 타자에 가깝다. 우리가 잘해놓으면 다음에 개발하는 사람들이 쉬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리얼 엔진이 좋은 이유는 툴이 좋아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리소스를 좋게 만들면 게임에서도 좋은 상태를 보여줄 수 있다. 좋은 리소스를 만들어도 좋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점은 매우 좋은 점이다. 반면 비용이 많이 든다."




▲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히트'

PC 게임 개발을 하다가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는 개발자들이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은 앞서 박 대표가 언급한 부분과 함께 UI, UX 디자인을 꼽는다. 판이한 개발환경과 플랫폼에서 기인하는 이 문제는 수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PC 게임과 비교해 화면이 작으므로, 거기서 생기는 이슈가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C 게임처럼 UI를 배치하면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바일 게임 UI는 PC 게임이랑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PC 개발만 해오다 보니 처음에는 PC 게임의 모양새가 되어서 고치는 데 힘이 들었다.

PC는 UI가 존재감을 가지는 것을 자제한다. UI가 게임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감이 없으면서도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주고자 투명한 쪽으로 발전해나갔다. 그러나 모바일은 강화, 성장 등의 이펙트가 중요한 콘텐츠라 도리어 PC처럼 단조롭게 만들면 게임이 밋밋해져 버린다.

그래서 UI 효과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여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UI를 몇 번 뒤엎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번 테스트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한 UI 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어 조금 안심하고 있다."




■ 11월 18일 출시 - "엄청난 특징은 없지만, 압도적인 품질을 자랑한다."

'히트'는 최근에 진행된 간담회([취재] HIT 박용현 대표 "모바일 RPG, 액션의 한계를 깬다")에서 11월 18일 출시를 알렸다. 앞으로 보름 정도. '히트'는 마지막 작업에 분주하다. 기종별 발열을 잡고 최적화하는 작업과 더불어 캐릭터간 밸런스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CBT에서 부각됐던 마법사 캐릭터 '키키'의 밸런스 문제 역시 출시 단에서는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다는 마법사 캐릭터, 게다가 박용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로리 여캐'이기에 이래저래 관심이 쏠렸던 밸런스 이슈다.

"게임이라는 게 사람이 만드는 거니까 밸런스 문제는 점차 맞혀나갈 수밖에 없다. 사실 모바일 게임에서 마법사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게다가 키키는 CBT 한 달 전쯤에 완성된 캐릭터라 밸런스 조정이 덜 된 상태에서 테스트를 하게 돼서 이런 말이 나온 것같다. 출시 시점에는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 등장 캐릭터인 루카스, 아니카, 키키, 휴고(시계 방향)

밸런스 문제가 부각된 것도 다른 부분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 상대적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게임에나 있는 콘텐츠와 어느 게임에나 있을 법한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학습 상태가 훌륭한 한국 사용자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특정할 수 있는 특징이 없다는 점이 '히트'의 가장 큰 약점이다. 박 대표 역시 이점을 수긍했다.

"사실 '히트'가 특징이 없는 게임이기는 하다. 특징이 있으면 사업이나 마케팅하기가 편할 텐데, 어떤 게 최고 특징이다 싶은 명시적인 요소가 없어서…. 굳이 특징을 찾자면 '히트'는 고품질의 게임이다. 다른 게임을 뛰어넘는 고품질 그래픽을 지닌 '모바일을 넘어선 모바일 액션 RPG'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게임을 하다가 다른 게임을 하면 다시 '히트'가 생각날 수 있도록 하고자 만들었으니 모쪼록 우리 게임을 즐겁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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