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6] 'HIT' 유형석 팀장 "모바일 RPG의 타격감, 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게임뉴스 | 박태학 기자 | 댓글: 37개 |




핵앤슬래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의 RPG 시장에서 '타격감'이 갖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MORPG는 장르가 태어날 때부터 강조했고. MMORPG도 점차 타격감의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다. 그리고 최근에 등장하는 모바일 RPG 역시, 홍보 문구에서 '강렬한 타격감'을 기본으로 붙이는 상황.

'히트(HIT)'의 전투 시스템을 담당한 유형석 팀장도 같은 고민을 했다. 어떤 모바일 RPG보다도 훌륭한 타격감을 전달하고자 하는 넷게임즈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더욱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했다. NDC 3일차, 강단에 오른 유형석 팀장의 강연은 일종의 기획 노트였다. 그가 히트를 개발하며 어떤 것을 고민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히트가 어떤 결과물로 나왔는지 비교해보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 넷게임즈 유형석 팀장





유형석 팀장은 '타격감은 어느 한 사람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실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싱크, 이펙트 등 타격감에 대한 기준이 다양했다고. 타격감은 감성적 영역이기에 '왜 좋은지' 정의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단지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타격감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추후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 나름대로 타격감에 대한 정의를 내려봤습니다. '입력부터 출력 단계에 이르기까지 유저가 느끼는 모든 것'이 타격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히트(HIT)'를 예로 설명을 이어갔다. '히트'는 웰메이드 액션 게임을 추구했고, 넷게임즈의 비전에 따라 최대한 많은 유저들의 타격감을 충족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유형석 팀장은 유저들이 느끼는 '타격 감성'이 크게 4가지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먼저 플레이어 입력이 있습니다.
그 다음이 캐릭터의 액션이고요.
세번째가 액션에 의한 피격,
마지막으로 네번째가 피격에 의한 피격체의 리액션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볼게요."









1. 입력

이미 자동사냥이 주류가 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굳이 입력에 신경쓸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시선도 있다. '히트'는 자동사냥을 지원하지만 어느 정도는 유저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입력에서 오는 손맛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게 유형석 팀장의 설명이다.

조작에서 오는 뚜렷한 반응성으로 타격감의 뼈대를 잡고, 직관적인 UI를 입혀 유저의 몰입도를 높였다. 타겟팅이 유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커다란 심리적 손실을 나온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최소한의 모션 캔슬 시스템도 적용되었는데 기절이나 다운 같이 조작 불가 상태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주는 것이 이 부분에 해당한다.

2. 액션

앞서 설명한 입력 반응성이 시스템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액션 반응성은 리소스와 연관되는 요소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플레이어가 키를 누르는 즉시 공격이 나가도록 만드는 것'

유형석 팀장은 유저에게 가장 노출이 많이 되는 액션으로 '첫타'를 꼽았다. 어떤 공격을 하든 첫번째 기본 공격부터 시작하는 비중이 높기에, 특히 타격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히트의 '아니카'나 '루카스'는 기본 공격의 첫타에 모션 딜레이가 없습니다. 즉, 누르는 순간 바로 공격하는거죠. 조작 반응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차지 액션과 같이 모션 딜레이를 넣기 어려운 기술은 다른 부분에서 타격감을 강조해야만 했다. 이때는 캐릭터의 동작과 이펙트, 사운드 등 모든 리소스를 활용하여 조작 반응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가 예를 든 것은 '스타크래프트1'이었다. 배틀넷에서 뮤탈리스크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경우, 서버렉으로 인한 딜레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이동과는 별개로 뮤탈의 보이스는 바로 재생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유저에게 빠른 피드백이 준다는 것.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전달하는 것이 타격감을 구성하는 1차적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액션의 구성이 단조롭거나 리소스의 퀄리티가 떨어질 경우, 유저들에게 좋은 손맛을 전달하기 어렵기에 기본적인 요소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의 전투를 맡은 개발자는 그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형석 팀장은 현재 액션 게임의 트렌드를 '빠른 템포'와 입체적인 연출'로 보았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액션 RPG는 과거와 비교해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 느린 무기의 대표격인 '양손 도끼'도 빠르게 휘두르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은 시대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의 느린 액션 게임을 지금 접한다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빠른 템포의 전투가 대세를 이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잡기, 에어본, 혹은 감각적인 카메라 연출을 포함한 '입체적인 액션'은 과거 콘솔 게임의 전유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PC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꼭 액션 장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 2D 그래픽의 '리니지'는 3D 그래픽의 '리니지2'로 넘어가면서 입체적인 맛을 선보였고, 이후 등장한 '아이온'이 하늘을 나는 시스템으로 공간감을 강조한 것이 좋은 예라고 유형석 팀장은 말했다. 즉, 단순히 타격감만 높이는 것이 아닌, 입체적인 전투를 만들어야만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3. 피격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타격 타이밍의 싱크가 잘 맞을 때 좋은 피드백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1회성 단타 공격이 아닌, 다단히트로 들어가는 기술이면 예외를 둘 수 있다는 것이 유형석 팀장의 생각이다.

"루카스의 연타 기술을 예로 들어볼게요. 애니메이션 상 타격은 5회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타격는 9회입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기술은 꼭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도 부가적인 이펙트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상 외로 좋은 타격 감성이 나오거든요."

리듬감있는 타격 템포도 손맛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연속으로 3대 때리는 스킬이 있다면, '탁, 탁, 탁'이 아닌, '탁, 타탁' 같이 엇박자로 구성하는 것이 더욱 좋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형석 팀장은 개발팀에 의견을 전달할 때 타격음 패턴을 그대로 적어서 전달한다고,

피격 이펙트의 경우 '파편 효과'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베기나 찌르기와 같은 공격 형태에 맞춰 적절한 파편 효과를 줌으로써 타격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아울러 피해 수치를 숫자로 표현하는 '대미지 플로터'도 타격감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므로, 보다 섬세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4. 리액션

"리액션은 간단히 정리됩니다. 피격된 대상의 동작을 과장시키면 되거든요. 히트의 개체 피격 모션은, 캐릭터의 뼈를 세가지 방향으로 랜덤하게 비트는 방식을 채용했습니다. 또, '스태거 시스템'도 넣었는데 이는 피격된 대상이 조금씩 뒤로 밀리는 것을 말합니다."

히트는 캐릭터가 상태 이상에 걸렸을 때도 그에 맞는 리액션을 선보인다. 에어본, 기절, 잡기 등에도 별도의 모션이 들어가 있고, 사망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러한 리액션의 다양화 역시 타격감에 연관성을 띄고 있다.





타격감의 네가지 핵심 요소를 잡은 이후에는 보다 심화된 연출을 덧입힐 수 있다. 유형석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히트'는 카메라 무빙, 슬로우 효과, 치명타 연출, 경직과 역경직, 잔상 효과, 지형 오브젝트 파괴까지 총 6가지 심화 연출이 적용되었다. 이는 타격감을 강조하는 양념 역할을 하며,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이 부분에서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클래스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도 있다. '히트'가 액션 게임인 만큼, 원거리 캐릭터인 마법사도 타격감을 강조해야만 했고, 공격 속도 버프 등을 추가함으로써 비율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양손 무기를 사용하는 '휴고'는 특유의 묵직함을 강조하기 위해 피격 시 역경직이 들어가도록 설정했다. 다수의 몬스터를 타격했을 때 따로 퍼지지 않고, 한 곳으로 몰린 상태로 밀리는 것 역시 다음 공격까지 이어지는 타격 감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핵심 요소는 아니지만 레벨 디자인에 따른 스킬 배치도 타격감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친다. RPG는 장르 특성상 초반 전투가 아닌, 후반부에 재미 요소가 몰려 있기에 초반 스킬부터 강렬한 타격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유형석 팀장은 강조했다. 이외 던전 내 몬스터 배치 등도 플레이어의 몰입과 더불어 타격감에 영향을 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투 및 타격감의 기획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유형석 팀장은 최초 전투 기획 시 개발사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R&D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핵앤슬래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의 RPG와는 다르게 외국은 '타격감'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할 국가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모바일의 경우, 역사가 짧아서 아직 무엇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각 회사마다 타격감에 대한 철학도 다르고요. 또, 1세대 MMORPG부터 즐겨온 30대 이상 게이머는 검과 방패, 혹은 양손 검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점도 참고하셔야 합니다. 절대 개발자 개인의 기준치를 대입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 타격감 요소는 적용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타격 시 카메라가 지나치게 흔들릴 경우, 일부 유저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것. 따라서 모든 타격감 요소를 다 집어넣는다고 해서 정답은 아니며, 논리적인 수용과 함께 회사의 개발 목표에 부합하는지 항상 체크해야 한다고 유형석 팀장은 강조했다.

"객관적인 기획이 필요합니다. 어린 기획자 중에서 자신의 기획력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 자신의 게임플레이 경험만 갖고는 좋은 타격감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입체적인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더 발전된 게임이 시장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강연이 마무리될 무렵, 많은 참관객이 질문을 던졌고, 그중 대표적인 질문에 유형석 팀장이 직접 답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은 진행된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원거리 캐릭터의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히트의 원거리 캐릭터로 '키키'가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유저들에게 기분 좋은 타격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관통 공격을 기본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엇는데, 전 발사체가 펑 터지는 이펙트를 강조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렇게 적용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의 한계 때문에 포기한 연출 요소가 있나요?

- 포기보다는... 재도전을 정말 많이 했어요. 히트 이전에는 캐릭터의 그림자가 실시간으로 제대로 표현되는 모바일 게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림자부터 라이팅까지 실시간으로 구현되도록 지속적으로 시도했고 결국 구현에 성공했습니다. 한계 때문에 포기한 것도 하나 기억나네요. 화면이 일그러지는 연출이 있는데, 이건 처음에 한 기획만큼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사냥 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 제가 설명한 내용에서 '입력' 파트 빼고는 다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액션 영화 보면서도 '와, 액션 죽인다!'라고 감탄하잖아요. 타격감이라는 게, 굳이 플레이하지 않아도 보는 맛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VR이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발견될 타격감 요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VR보다는 AR 쪽에서 보다 참신한 타격감 요소가 나올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기존 게임에 비해 입력 요소가 많으니까요.

위 강연에서 눈으로 보이는 타격 숫자와 실제 타격 숫자를 다르게 설정했다고 하셨는데요. 굳이 안 맞출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 실제로 9회 타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5회 타격에 연출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타격감을 살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히트는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캐릭터가 무적인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 콘솔이나 PC 게임과는 다르게 모바일 게임은 조작에서 오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화려한 컨트롤보다는, 스킬을 사용 타이밍을 이용해 전투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보았습니다. 이부분은 밸런스 팀에서 더 많이 고생해주셨습니다.

피격 후 다음 모션으로 연결될 때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어떤 원리인가요?

- 애니메이션 모션 블렌딩이라고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모든 게임 엔진에서 이 기능을 제공합니다. 동작과 동작 사이의 블렌딩 값을 다 세팅해서 자동으로 케어해주는겁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