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김경일 원장 “AI 시대, 인간이 지켜야 할 창의성과 균형”

게임뉴스 | 정재훈, 강승진 기자 | 댓글: 1개 |



AI 시대, 게임의 미래를 논의하는 ‘2025 게임과학포럼’이 8월 26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게임과학연구원과 구글코리아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이 공식 후원했다.

포럼은 ‘AI가 바꾸는 창작, 미래가 묻는 균형’을 주제로 진행됐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게임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하고, 기술과 문화, 산업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했다.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은 “AI가 창작의 영역을 넓혀가는 지금, 기술과 사람의 균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포럼이 게임의 본연 가치를 되새기고, 국내 산업의 미래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


AI와 인간의 역할 구분


김경일 원장은 현재의 AI가 패턴을 인식하고 규칙성을 찾아내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속의 이상한 장면을 발견하거나, 기존 데이터에서 벗어난 사례를 식별하는 데는 이미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패턴에서 벗어난 순간부터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시작된다”고 말하며, AI가 해내지 못하는 지점이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 발휘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한계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본질과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즉, 예측 불가능성과 모호성은 인간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며, 이는 AI가 결코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AI의 발전은 인간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고유의 사고와 창조성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 어느 시점 화풍을 바꾼 피카소를 Ai는 절대 학습하지 못한다


언러닝과 새로운 지식의 가능성


강연에서 김 원장은 학습(learning) 못지않게 ‘언러닝(unlearning)’의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학습을 통해 방대한 지식을 쌓고 있지만, 이미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받아들이는 데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간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지식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은 바로 이 언러닝 능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의 교육이 주로 지식 습득에 초점을 맞췄다면, 21세기의 교육은 불필요한 지식을 버리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통해 AI와 인간의 관계가 경쟁이 아니라 보완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특히 게임은 이러한 언러닝 과정을 촉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정해진 패턴을 비우는 '언러닝'이 AI의 현 과제


창작과 게임의 의미


김경일 원장은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게임은 끊임없이 피드백을 제공하는 학습의 도구”라며, 인간이 주체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게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에 피드백이 더해지면 게임이 되고, 게임에서 피드백을 제거하면 노동이 된다는 정의를 통해 게임과 학습의 본질적 연결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게임이 인간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한국 사회를 예로 들며, 디지털 기술이 게임적 요소를 통해 개인이 주체적으로 경험을 설계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육이 정해진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게임이 자발적 학습과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 교육과 학습은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노동과 게임의 관계도 동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


강연의 마지막에서 김 원장은 인간이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소개했다. 사람들은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비교적 정확히 설명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10년을 예상할 때는 항상 변화의 속도와 규모를 축소해 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인간이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기회를 놓치며, 결과적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와 게임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제공하는 분석 능력과 게임이 만들어내는 피드백 구조가 결합한다면, 인간은 미래를 더 크게 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김 원장은 프랑스 작가 폴 브뤼자의 말을 인용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는 이 문장을 통해, AI와 게임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인간의 삶의 태도와 선택을 바꾸는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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