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세취호전', 아마 90년대 후반 게임을 좀 하던 유저들이면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당시 진지하게 깊이 파고들어야 했던 턴제 RPG 트렌드와 달리, 호랑이 권사 아타호가 무도대회에 가는 동안 겪는 여러 사건을 유쾌하고 속도감있게 풀어낸 작품이었다. 술고래 아타호에 운이 지지리도 없는 스마슈, 그리고 못말리는 두 명을 붙들고 다니는 여장부 린샹의 조합이 풀어내는 개그에 '맹호룬룬권' 같은 묘한 센스의 기술은 그 시절 게임을 플레이했던 유저들 사이에선 아직도 짙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환세취호전의 IP 라이센스를 슈퍼캣이 확보, 모바일로 재해석한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21일 CBT에 앞서 지스타 2024 넥슨 부스에서 시연할 기회가 마련된다. 또다른 고전 '바람의나라'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바람의나라:연'을 선보이고 4년 넘게 유지해온 슈퍼캣이, 이번에는 고전 2D MMORPG가 아닌 캐주얼 턴제 RPG를 어떤 식으로 모바일에 담았는지 현장에서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다.
게임명: 환세취호전 온라인
장르명: 캐주얼 RPG
CBT 개시일: 2024. 11. 21.
시연 버전: 지스타 시연 빌드개발사: 슈퍼캣
서비스: 넥슨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이미 '바람의나라: 연'을 통해 검증했던 것처럼, 슈퍼캣은 '환세취호전 온라인'도 고전의 감성을 고스란히 살린 특유의 그래픽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보여줬다. 아타호가 뒹굴거리고 있던 호랑이바위 동굴의 정경부터, 아타호 특유의 맹한 표정까지도 디테일하게 담아내면서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도 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연 버전은 지스타를 위해 마련된 만큼, 원작과는 달랐다. 원래대로라면 맹호권 권법가가 무도대회에 참석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왔지만, 린샹과 스마슈가 해변 축제에 같이 가자고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소 진행이 바뀌긴 했지만, 원작 특유의 유쾌한 느낌은 살아있었다. 제4의 벽을 넘어서 지스타라고 말하려다가 황급히 해변 축제로 말을 바꾼다거나, 중간중간 린샹이 술타령하는 아타호와 남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스마슈를 린샹이 태클걸면서 끌고 가는 장면 등등. 클래식한 개그 RPG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연출됐기 때문이다.
반면 전투는 기존의 턴제 방식이 아닌 실시간 전투로 변경됐다. 취호염무, 맹호룬룬권 등 '환세취호전'하면 떠오르는 기술들을 실시간으로 연계해보는 맛을 살린 셈이었다. 어찌 보면 슈퍼캣의 전작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여기에 '태그 시스템'과 '스트라이커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에서는 아타호 혼자 다니는 것이 아니라, 린샹과 스마슈까지 3명이 파티가 되어서 전투가 진행된다. 아군 캐릭터가 전투불능이 되면 다른 캐릭터로 교체 3분 동안 교체 및 협공이 불가능하고, 3인 파티가 다 전멸하면 다른 유저가 지원해주지 않는 한 안전 구역에서 부활해서 다시 와야 했다. 이외에도 위에 '소환' 메뉴가 있는 것으로 보아 CBT나 정식 출시에서는 원작의 다른 인물들을 소환해서 파티로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 길을 막으면서 훼방을 놓는 원숭이들을 퇴치하고 안줏거리가 될 동물들을 잡으면서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필드보스 '데드 드래곤'과의 전투가 이어졌다. 이전까지의 시연은 유저 혼자서 돌아다니는 구성이었지만, 필드보스 토벌은 제한 시간 내로 그 방에 참여한 유저들과 함께 클리어할 수 있었다. 만일 제한 시간 내에 유저가 아무도 오지 않으면 혼자서 도전해야 했다.
필드보스 '데드 드래곤'은 무작위로 솟아오르는 검은 기운은 물론, 강력한 브레스와 몸 주변에 갑자기 열기를 뿜어내는 공격 등 장판기와 광역기로 무장해서 그때그때 요리조리 잘 피해다니는 것이 중요했다. 필드보스에 죽어도 페널티는 크게 없지만, 딜로스로 보상이 적어지거나 아예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딜누적을 위해선 안 죽고 꾸준딜을 넣는 게 중요했다.
데드 드래곤까지 무찌른 뒤에 아타호 일행은 해변마을에 도착, 축제에서 여러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미니 게임은 원작에도 있던 먹기 대회와 마시기 대회, 그리고 동작 수련까지 세 종류가 마련되어있었다. 먹기 대회는 만두가 많이 담긴 접시 순으로 빠르게 터치, 가장 많은 만두를 먹은 유저가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마시기 대회는 타이밍에 맞춰 맥주 버튼을 누르면 맥주를 먹게 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마신 유저가 승리했다.
이외에도 지스타용으로 따로 마련해둔 스토리가 아닌, 원작의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원작플레이', 그 옛날 환세취호전 원작이 나왔을 무렵에 게임을 했던 유저들에겐 친숙한 방식의 '기차부수기'도 이번 지스타 시연 빌드에서 구비되어있었다.
지스타 빌드는 시연 가능 시간이 15분밖에 되지 않았고, 콘텐츠가 대체로 닫혀있던 만큼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깊이 훑어보기는 다소 어려웠다. 해변 마을에 도착해서 원작플레이 잠깐 훑고 기차부수기, 그리고 미니게임 한두 개 정도 할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른 요소는 메뉴창을 통해서 일부 짐작할 수 있었다.
맛보기 정도로 짧게 즐길 수 있었지만, 그 사이에도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원작의 감성을 담아낸다는 과제 하나는 확실히 보여줬다. 완전 2D가 아닌 2.5D로 작업했음에도 어색하지 않게 고전적인 느낌을 담은 그래픽은 물론, 인물들의 대사나 전개가 원작과 다소 다른 상황임에도 그 인물들의 특색이 잘 묻어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작과 달리 실시간 그리고 자동 전투가 지원되는 일반적인 양상은 다소 아쉬울 순 있긴 하겠다. 그러나 자동으로 돌리는 일이 많았던 '바람의나라:연'에서도 선필대회 등 컨트롤이 요구되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마련했던 슈퍼캣이지 않았나. 그런 만큼 앞으로 '환세취호전 온라인'을 어떻게 다듬어갈지 기대할 만했다. 특히 지스타가 끝나고 오는 21일 CBT에서는 미처 다 즐기지 못한 콘텐츠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현장 시연 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