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RTX 50이 와도 오공 돌리기 어렵다는데.. UMPC로 가능할까?

기획기사 | 백승철 기자 |



게임 공개부터 출시 이후의 행보까지. 게임사이언스의 최신작 '검은 신화: 오공(이하 오공)'의 흥행이 굉장합니다. 8월 20일 출시 직후 3일 만에 1천만 장의 판매를 돌파하며 기대에 맞는 기록을 세우는 중입니다. 다만, 게임에 대한 평가와는 엇갈리게도 오공 게임에서 요구하는 시스템 환경은 꽤나 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4K 해상도에 올릴 수 있는 모든 그래픽 옵션으로 설정한 오공은 RTX 4090 그래픽카드로도 60FPS이 방어되지 않는 가혹함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60FPS이 유지되지 않아도, 꼭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맞출 필요도 없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현존 최고의 성능을 갖춘 4090이 무너질 정도면 "와, 진짜 RTX 50(오공) 와야겠는데?"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그래픽 옵션 타협을 하면 적당히 돌아갔던 제 PC도 QHD 해상도에 그래픽 옵션 중간 환경에서 플레이해 보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굉음을 내더라고요.

가장 높은 설정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자연스레 가장 낮은 사양은 어떤 환경까지 되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사무용 노트북으로는 어려울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던 찰나, 더 적절한 제품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UMPC. 현재 '스팀덱 같은 거'라고 불리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휴대용 PC 맞습니다. 사무용 노트북으로 게임이 안 될 수는 있지만 게임 플레이를 위해 설계되어 출시한, 목적이 명확한 제품에서 게임이 잘 안된다면 정말 많이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픽 옵션을 타협하면 플레이할 수 있었다."입니다.







테스트에 사용된 UMPC: 레노버 리전 고 (LENOVO Legion GO)





현재 UMPC는 밸브의 스팀덱 OLED을 필두로 에이수스 ROG ALLY X, MSI의 클로, 그리고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레노버 리전 고 등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출시 시점과 가격, 그리고 게이머의 스타일에 따라 모두 장단점이 극명하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우위라고 얘기하기 어렵겠습니다.

'레노버 리전 고(LENOVO Legion GO)'는 AMD Ryzen Z1 Extreme 프로세서가 탑재된 윈도우 기반의 UMPC입니다. 세 제품 중 화면도 8.8인치로 가장 크고, 무엇보다 플레이 환경에 따라 탈부착이 가능한 컨트롤러 덕택에 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확장성이 매력이기도 한 제품입니다.

레노버 리전 고 (LENOVO Legion GO)
프로세서: AMD Ryzen Z1 Extreme
운영체제: 윈도우 11 Home
메모리: 16GB 7500Mhz LPDDR5X 온보드
저장공간: 최대 1TB PCIe 4.0 NVMe M.2 2242
배터리 용량: 2셀 49.2WHr / 컨트롤러 배터리 용량 900mah
디스플레이: 8.8형 WQXGA (2560 x 1600) / IPS / 500nit / 16:10 화면비 / 144Hz 주사율 / 터치스크린
지원 단자: 헤드폰, 마이크 콤보 / USB-C 4.0 x2(DP 1.4, Power Delivery 3.0) / MicroSD 카드 판독기
무선 환경: 2x2 WiFi 6E (802.11 ax) / 블루투스 5.2
오디오: 2W 스피커 x2 / 듀얼 어레이 근거리 마이크
크기: 40.7 x 298.83 x 131 (mm, 컨트롤러 포함)
무게: 854g (컨트롤러 포함)
구성품: UMPC 본체 / 컨트롤러 베이스 / 65W 전원 어댑터 / 휴대용 케이스
가격: 1,227,000원 (2024.09.11, 레노버 공식 사이트 기준)



▲ 검은 신화: 오공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툴을 돌려보니



▲ 최저 사양에서 평균 95%의 프레임은 55FPS로 측정되었습니다.



▲ 검은 신화: 오공에서는 플레이 환경에 맞게 '권장 화질 적용'을 설정해 주는 옵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해상도, PC와 다르게 UMPC에선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 화면이 8.8인치로 일반 모니터 대비 1/3 가량 작기에 해상도가 낮아도 좋았습니다.

컴퓨터 성능의 상향 평준화 덕분에 신작 게임도 두렵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계속해서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는 고사양의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들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거니와, 무엇보다 인게임 내에서 PC 환경에 맞게끔 폭넓은 그래픽 환경 설정을 제공하고 있는 덕택에 접근하기 더 좋아졌죠.

게임의 그래픽 효과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옵션은 역시 해상도와 그래픽 옵션입니다. 눈이 즐거울수록 요구하는 사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죠. 그 외에 검은 신화: 오공 인게임 내에서 또한 설정할 수 있는 '슈퍼 샘플링 선명도', '풀 레이 트레이싱' 등의 옵션은 이번 콘텐츠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두 설정을 최상으로 올렸을 때 RTX 4090이 부족할 정도로의 높은 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UMPC로 오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취지와는 엇나가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얘기로, 요즘 나오는 게임들의 '그래픽 옵션 낮음'은 단어가 주는 그 느낌과는 좀 다릅니다. 생각보다 볼만합니다. 물론 그와 정비례로 낮음-중간-상급 옵션 간의 성능 차이가 조금은 좁혀진 것 같긴 합니다만, FHD에서 QHD 그리고 4K로 해상도를 변경할 때처럼 부품의 두 계단은 껑충 뛰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신 해상도는 직관적으로 차이가 나긴 하죠.

다만, 컴퓨터와 UMPC 간에는 화면 크기라는 물리적인 차이로 인해 PC로 즐길 땐 타협하기 아쉬울 수 있는 해상도를 UMPC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만한 옵션으로 치부할 수 있게 됩니다.

24인치 게이밍 모니터에서도 QHD 이상의 해상도는 화면 면적 대비 오버 스펙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때문에 8.8인치, 그러니까 24인치 모니터의 1/3 정도 되는 디스플레이에서는 오히려 기본 설정되어 있는 FHD보다 해상도를 낮춰도 게임에 있어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사양적으로 이점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주사율을 기대하거나, 후술할 옵션 중 "아, 이건 양보할 수 없어!"로 타협 보기 힘든 그래픽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는 거죠.



▲ 전체 그래픽 옵션이라 볼 수 있는 '화질 등급' 옵션입니다.



▲ 이미지를 키우면 화질등급에 따라 차이가 보이지만



▲ 멀리서 보면 화질등급 - 낮음도 꽤 볼만하지 않나요?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화질등급- 울트라 / 우: 화질등급 - 낮음)




'검은신화: 오공' 내 설정할 수 있는 그래픽 옵션


힘 빠질 수 있는 얘기지만, 결론 먼저 말씀드리자면 앞서 언급한 "낮음 옵션에서도 꽤 봐줄만했다"입니다. PC에서는 뭉개져 보이고 아쉬울 수 있는 옵션들을 8.8인치의 비교적 작은 UMPC 화면으로 플레이하니 문제가 안 느껴지더라고요.

오히려 어쭙잖게 챙기고 싶었던 설정을 '중간'으로 올리고 플레이하니 조금은 과부하가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화면 전환 및 이동 시 툭툭 끊겨서 "아, 이럴 거면 그냥 낮음 설정으로 좀 더 부드럽게 플레이하는 게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옵션을 낮추고 즐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자 효과전체 빛 조명 옵션이 가장 체감되었습니다. 사실 좀 더 게이머스럽게 얘기하자면 게임을 하는 데에 오히려 두 옵션 다 낮음으로 두는 것이 게임 자체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비교해서 보면 확실히 허전하긴 하더라고요. 두 옵션 모두 생각보다 사양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는 설정이기에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다른 그래픽 옵션과는 분리되어 있는 '모션 블러' 기능은





▲ 볼 땐 좋아 보이지만, 소위 "멀미 난다"라고 얘기하는 게이머도 있죠. (상: 울트라 / 하: 낮음)



▲ 멀리 있는 피사체의 디테일을 살려주는 '시야 거리' 옵션은



▲ 비교해서 봐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멀리 있는 적이 더 빨리 식별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 피사체의 굴곡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안티 에일리어싱' 옵션



▲ 확실히 그래픽 자체가 부드러워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특히 굴곡 있는 피사체를 볼 때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 다음은 가장 난해했던 '후속 처리' 옵션입니다. 구분을 못하겠더라고요.



▲ 구분이... 되시나요?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울트라-낮음 간에 가장 큰 변화가 있던 '그림자 효과' 옵션



▲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만, 효율성을 생각하면 낮음이 더 나아 보이지 않나요?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피사체의 또렷함을 살려주는 '텍스쳐' 옵션



▲ 굴곡이 많이 진 피사체를 확인해 보니 효과가 확실합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바람을 가르는 여의봉을 느끼고 싶다면 '특수효과 화질' 옵션에 투자하세요.





▲ 다만, 생각보다 사양을 많이 타는 옵션이니 선택은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상: 울트라 / 하: 낮음)



▲ 조금 난해했던 '모발 화질' 옵션



▲ 털의 밀도도, 결도 뭐가 다른 지 잘 모르겠습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제가 느낀 '식물 화질'은 식물의 디테일보다는 양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 식물의 수가 게임 플레이에 즐거움을 준다면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그림자 효과와 더불어 큰 차이를 느꼈던 '전체 빛조명' 옵션



▲ 게임하기에는 낮음 옵션이 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울트라 옵션이 주는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 생각만큼 효과가 또렷하지 않았던 '반사 효과' 옵션



▲ 물이 굉장히 투명해질 줄 알았으나.. (클릭 시 확대됩니다, 좌: 울트라 / 우: 낮음)




마치며




▲ 고사양 게임 '검은 신화: 오공', 옵션 타협하면 UMPC에서도 가능했다!

검은 신화: 오공의 화질등급을 낮음으로 옵션 타협할 시, 레노버 리전 고 UMPC에서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오공에서 요구하는 최소 사양과 레노버 리전 고의 제품 사양을 비교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두 환경을 숫자로만 비교했을 때, 게임 플레이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메모리와 그래픽에 있어 약간 버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레노버 리전 고에 탑재된 라이젠 Z1 Extreme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이 얼추 GTX 1050ti ~ GTX 1060 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메모리는 두 환경 모두 16GB로 동일하고요. 수치적으로는 빡빡하게 딱 들어맞는다고 얘기할 수 있겠으나, 검은 신화: 오공에서는 6GB~8GB의 VRAM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플레이하는 제품의 그래픽이 좀 더 상위 등급의 부품이라거나 메모리 용량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커버가 됐겠지만, 이렇게 타이트할 경우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플레이를 하며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프레임 드랍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특정 구간에서 느려짐을 느끼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장 체감된 부분은 게임기를 켜고 첫 로딩 시간이 확실히 좀 길게 느껴졌던 것이었는데,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CPU와 SSD는 쾌적, 그래픽과 메모리는 딱 맞으나 VRAM이 모자랍니다.
(좌: 검은 신화: 오공 최소 사양 / 우: 레노버 리전 고 제품 제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AAA급 고사양 게임을 휴대용 PC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관점에서 테스트를 하고 싶어 "사무용 노트북으로 오버워치 돌려보기"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게임이 켜지지도 않더라고요.

이번 기사를 작성하며 UMPC 콘텐츠로 좀 더 유용한 혹은 재밌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공보다는 낮은 환경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그래픽을 어디까지 설정하는 것이 게이머의 눈과 UMPC 사양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일까, 언제 어디서나 PC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다소 초월적인 환경(?)에서 특화된 게임은 뭐가 있을까 등으로 말이죠.



▲ 게임은 잘 되지만, 게임을 잘 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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