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1차 CBT 체험기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36개 |



시프트업의 신작, '승리의 여신: 니케'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CBT를 진행했다. 처음 공개 당시부터 김형태를 비롯한 시프트업의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려낸 택티컬한 미소녀 캐릭터와 다이나믹한 신체 표현 등, 여러 면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지스타에서는 시프트업이 최초로 대형 부스로 참가, 유저들에게 대대적으로 시연 버전을 어필하면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스타 시연에서는 약 15분 가량 플레이해볼 수 있었지만, 쏘고 숨고 버스트 스킬 연계로 극딜 타이밍을 잡은 뒤 적을 요격하는 등 하이드&슛을 모바일 게임이라는 형식에 맞춰서 재해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라이브2D에서 스파인으로 바꾸면서 건슈팅 특유의 역동적인 모션과 디테일을 구현하는 한편, 라이브2D의 느낌과 특유의 비주얼도 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극초반임에도 느껴지는 스토리의 매콤하고도 알싸한 향까지, 과연 어떤 작품으로 완성해서 나올지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또한 플레이 루틴을 어떤 포지션으로 잡았을지도 궁금했다. '방주'가 당시에도 있긴 했지만, 콘텐츠를 다 잠근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짐작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정도면 사람에 따라 처음 접하는 게임임에도 플레이 루틴이 정립할 수도, 혹은 그러기엔 빠듯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니케'의 잠재력은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CBT라고 넘어가기엔, 좀 불안한 포인트도 눈에 보였다.



■ 긴박한 전장에서 아케이드식 슈팅의 재미를 극대화하다



▲ 각종 화기를 든 미소녀들의 근본 없는(?) 모습이 밈으로 돌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도감에서의 얘기다

'니케'의 특징하면 바로 엄폐물에 화기를 걸쳐서 적과 대치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일 것이다. 미소녀 캐릭터들이 어지간한 장정들도 정자세를 잡아야 반동을 컨트롤할까말까 싶은 대형화기를 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사격한다는 게 고증에는 어긋나긴 하다. 그래도 미소녀를 좋아하는 신사(?) 입장에서 일부 상황에서 쪼그려 쏴 자세를 한다고 변론을 해보고 싶어도, 그 자세도 팔꿈치를 무릎으로 받쳐서 반동을 최소화하는 게 정자세지 않나 태클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걸 보면 CBT가 시작되자마자 반동에 신체가 격렬히 떨리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팔꿈치를 안 대는 그 모습이 밈으로 자리잡은 건 군필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별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타겟 하나만 놔두고 모션과 사격 판정 그리고 장탄 수와 재장전 시간을 체크할 수 있게 한 '도감'에서의 이야기다. 조준선을 맞추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엄한 부위까지 손가락을 내리게끔 되어있다보니 여러 가지가 겹쳐서 그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서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게 한 때의 심심풀이가 아니라 '니케'라는 게임의 존재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핵심인 게임플레이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니케'는 이미 시연 버전에서부터 확고한 틀을 보여줬다. 처음 들어가면서부터 '랩쳐'라는 의문의 기계병기들이 지상을 파괴하고 장악한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미소녀 스쿼드들이 각자의 화력을 총동원해서 물리친다는 컨셉이 확실하게 눈에 보인다. 기계들이 출현해서 바로 탄을 장전, 화망을 구축하는 가운데 유저가 니케를 조작해서 사격을 하다가도 때로는 엄폐를 하거나 장전하면서 스킬로 응전하는 그 코어가 잘 갖춰져있었기 때문이다.



▲ 물론 하다보면 손이 좀 엄한 곳에 가긴 하지만, 일일이 신경쓰다간 패턴 못 끊고 전멸각이다

'니케'의 플레이 방식은 앞서 언급된 것처럼 적을 조준해서 사격하다가 엄폐물 뒤에 숨어 적의 공격을 피하는 아케이드식 슛 앤 하이드 스타일을 채택했다. 적을 조준해서 사격한다는 두 동작을 한꺼번에 소화하기 어려운 모바일 환경을 고려해서, 적을 정조준하기 전까지는 캐릭터들이 사격하지 않다가 조준선에 적이 들어오면서부터 사격하는 식으로 편의성을 갖췄다.

리얼한 FPS처럼 반동이나 탄 퍼짐을 칼 같이 계산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준선 내에서 적절히 탄착군이 퍼지면서 총을 쏘는 느낌과 편의성 사이의 밸런스를 잡은 것도 눈여겨볼 법했다. '니케'에는 소총, 샷건, 저격소총, 런처, 개틀링, 기관단총 총 여섯 종류의 무기가 있는데 무기의 종류에 따라서 그 차이를 구현, 쏘는 맛과 총기별 특징을 살린 구성도 바로 눈에 들어왔다.

사격 방식은 크게 적이 있는 지점으로 조준선을 드래그해서 맞춘 뒤 계속 누르고 있거나, 혹은 눌렀다 떼야 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구성됐다. 소총, 기관단총, 개틀링건, 샷건이 전자라면 저격소총과 런처가 후자의 방식으로 사격이 진행됐다. 두 타입으로 간소화하긴 했지만 조작법의 차이를 두면서 무기에 따라 달라지는 손맛이나 컨트롤의 묘미를 살렸다.



▲ 홀드 후 손을 뗐을 때 대물용 저격소총 특유의 묵직한 사운드까지 더해지면서 찰진 맛이 두 배가 된다

또한 초반부터 각 무기의 역할 차이가 뚜렷히 느껴지면서 전술, 전략적인 재미의 실마리도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는 소총, 근접해오는 적을 빠르게 정리하는 샷건, 연사 능력은 떨어지지만 먼 거리에 있는 적 혹은 코어를 정밀타격해서 한 개체를 확실하게 무력화하는 것에 특화된 저격소총, 뭉쳐있는 적을 정리하는 샷건, 원거리 대응은 다소 떨어지지만 비교적 많은 장탄수로 중거리까지 무난하게 커버 가능한 기관단총, 탄착군이 상당히 흔들리긴 하지만 가장 많은 장탄수로 탄막을 펼쳐서 각종 미사일을 요격하고 패턴을 저지하는 개틀링까지. 소총과 기관단총은 대부분 유사한 감각으로 쏘긴 하지만 나머지 다른 총기는 제각각 쏘는 맛의 차이가 체감될 정도였다.

단순히 화력을 총집중해서 쏘는 것뿐만 아니라 적의 집중 공격 타이밍에 타겟이 된 캐릭터를 확인, 잠시 엄폐해서 데미지를 최소화한 뒤 그 타이밍 전까지 버스트 게이지를 채워둔 상태에서 버스트 스킬과 버프를 둘러서 응전하는 전략적인 포인트도 '니케'의 묘미였다. 일종의 필살기인 '버스트 스킬'은 각 캐릭터마다 1단계, 2단계, 3단계 중 하나를 들고 있는데, 순차적으로 3단계까지 발동해야만 공격력 버프가 주어지는 '풀 버스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스쿼드를 편성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었다.



▲ 버스트 스킬은 3단계까지 발동해야 버프가 걸리는 만큼, 스쿼드를 짤 때도 유의해야 한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중간에 누가 하나 이탈하면 풀 버스트를 발동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적에게 화력을 집중하면서도 아군 누가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지, 어떤 적이 맹공을 퍼붓고 있는지 빠르게 파악해서 빠르게 제압하거나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서 엄폐 상태에서 숨을 돌리는 전술도 필요했다. 타겟이 반피 정도 남았을 때는 한 명이 죽어도 화력을 쏟아부어서 클러치를 하는 게 가능하지만,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잠시 쉬었다가 버스트 스킬 타이밍을 잡고 풀 버스트로 때리는 게 나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전술전략은 다양한 패턴으로 무장한 보스를 공략하는 '요격전'과 '협력전'에서 빛을 발했다. 마치 아케이드 게임에서 보스나 적이 로켓포를 쏘는 걸 중간에 차단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는 것처럼, 그런 패턴들을 적재적소에 차단하지 않으면 전멸기를 맞거나 스턴에 걸리게 된다. 그러니 특성에 맞는 스쿼드를 편성해 탄이 빗발치고 화포와 미사일이 쏟아지는 와중에 엄폐 타이밍과 극딜 타이밍, 요격 타이밍을 잡아서 쏴대는 전술전략적 움직임이 필요했다.



▲ 버스트 스킬, 요격, 회피 타이밍 다 중요한 '요격전', 이 판은 버스트 스킬 구성을 이상하게 들고 와서 망했다

플레이타임도 한 판에 길어야 3분 정도니, 소위 빡겜해서 클리어를 노리는 것에도 부담이 없다고 할까. 다만 적이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지는 잘 안 보이니, 그냥 감각이나 혹은 반복플레이로 패턴을 캐치하면서 순간 대응해야 한다는 게 조금 옥의 티라면 옥의 티이긴 하다. 그것도 혼란스러운 전장을 살리기 위한 기믹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긴 하겠지만, 가뜩이나 시야도 좁고 적도 몰려오니 그런 정도의 편의성은 챙겨줘서 나쁠 건 없지 않았나 싶다. 아니면 풀더빙도 지원하는 마당이니, 본격적으로 신사게임(?)답게 피격당했을 때 신음소리를 넣어줘서 그 소리로 누가 당하고 있나 알아채게끔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내가 조종하는 캐릭터가 뭘 맞고 있나는 잘 보이지만, 다른 캐릭터가 뭐에 맞았나까지 신경 쓸 겨를이...



■ "아포칼립스란 이런 것" 풀더빙에 성우의 연기력으로 감칠맛과 매운맛 살린 스토리


서브컬쳐, 특히 모바일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아포칼립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주제로 한 게임들이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소녀전선'을 비롯해 '붕괴3rd', '명일방주', '벽람항로'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고, 국내 서브컬쳐 게임 중에는 '카운터사이드', '라스트오리진' 등이 있었다. 이러한 서브컬쳐 게임은 단순히 아름다운 캐릭터 일러스트만 내세우지 않고 심도 있는 세계관과 외전, 그리고 각종 떡밥을 유저에게 성공적으로 풀어내면서 그간 국내 유저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포스트 아포칼립스류가 다 그런 성공을 거둔 건 아니더라도 대체로 그런 흐름을 만들어낸 만큼, 그 장르를 선택한 '니케'도 그만한 매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시연 버전 초반부터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줬던 만큼, 그런 전개의 임팩트를 쭉 이끌고 갈 만한 뒷심이 있나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나 비중을 두는 정도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스토리의 퀄리티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니케'의 스토리 전개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매운맛이 꽤 세고 반응이 바로 빡 올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를 하면, '라스트오리진'의 그 맛과 비슷하다고 할까.

다만 '라스트오리진'이 아예 작정하고 다 드러내면서 매운맛을 확 처음부터 얼큰하게 내는 느낌이라면, '니케'는 처음엔 살짝 매콤한 정도였다가 뒤끝이 세게 느껴지는 매운맛이다. 사령관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아서 그 옛날 인간들이 저질렀던 각종 만행을 곳곳에서 한 트럭으로 전해들으면서 상상하게 되는 그 매운맛과, 이제 막 사관학교 졸업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지휘관이 '라스트오리진'의 인간말종들 못지 않게 부조리한 인간들에게 계속 치이면서 고생고생하는 매운맛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 여기에 더빙까지 더해졌으니 분노 100배에 몰입감 100배


그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특별하지는 않다. 초짜 지휘관이 니케들과 첫 임무에 나가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뒤, 높으신 분들의 의도와 의중이 가득 담긴 각종 임무와 음모에 치이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처절함을 만끽하는 과정을 비주얼 노벨식 텍스트로 연출해냈으니 말이다. 니케들과 호감도를 쌓을 수 있으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담', 니케 개인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에피소드, 메신저 등 서브컬쳐 게임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들도 구축해둔 상태다.

물론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스테이지 방식과 달리, 제한적으로나마 필드를 구성해두고 일부 우회로를 만들거나 각종 유실물이나 EX 스토리로 가는 길을 깔아둔 차이는 있긴 하다. 그리고 메신저에는 팀원을 다 뽑은 유닛에 한해서 '단톡방'이 열려서 유닛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요소도 소소하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하긴 하다.

그것보다는, 초반부터 피가 거꾸로 솟을 수도 있을 법한 장면들을 여과 없이 배치한 것이 더 확 와닿는다. 게다가 성우들의 명연기를 가미한 풀더빙이 더해지니, 그런 장면들을 그냥 훑고 지나갔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몰입감이 든다. 특히 아니스가 지휘관에게 정신차리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은 그 처절함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 성우의 열연이 더해지니 긴박함도 100배 살아난다

물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위험한 일에 자꾸 휘말리는 전개는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이 올 수 있고,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니 확답하긴 이르다. 그렇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기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부당한 인물들의 아니꼬운 짓거리나 자꾸 숨기기만 하고 말은 안 해주는 상사에 대한 답답한 마음 등, 여러 가지가 부글부글거리면서도 그 뒤가 어떻게 될지 과연 한 방 먹일 수나 있을지 이를 악 물면서 보는 맛은 있다. 캡사이신을 들이 부은 막장의 맛이긴 하지만, 한 번 보게되면 어쨌든 끝을 보게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나 절망적이고 트롤을 일삼는 상전들이 가득한 상황에서 과연 유저가 초짜 지휘관 입장에서 니케를 이끌고 어찌저찌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함이 조금씩 피어나오는 구도다. 더군다나 포스트 아포칼립스하면 떠오를 긴박한 장면도 많은데, 그때 단순히 텍스트로 넘어가는 것과 성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지는 건 정말 몰입감의 차이가 크다.

그 사이사이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개그 스토리도 있고, 상황이 심각한 걸 조명하는 외전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양념들이 이미 갖춰진 상태긴 하다. 더빙도 거진 다 되어있어서 상태도 좋다. 다만 그것이 100% 다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메인스토리는 다 더빙이 되어있지만 돌발 이벤트 등 몇몇 케이스는 아직 더빙이 다 입혀지지 않았고, 단톡방은 그냥 채팅만 주고받고 끝나는 느낌이라서 허전하다. 아마 최근 서브컬쳐 게임이 더빙을 풀로 입히는 대신 그런 요소들을 좀 더 치밀하게 짜내는 구성을 채택하다보니 조금 적응이 안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 단톡방에서 때때로 꽁냥거리는 그 느낌이 신선한 터라 좀 더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 메신저나 돌발 스토리, 개인 스토리 등 볼 것도 많긴 하지만...더 갖고 와, 아니 다 갖고 와



■ CBT지만 언급할 수밖에 없던 최적화, 밸런스 이슈 체크가 관건

▲ 적들이 슬슬 많아지는 시점부터 조금씩 불안정하다

앞서 보듯 게임플레이에서 다소 편의성이 부족한 점도 있고, 스토리 관련 부분도 더빙이나 이런 점이 완벽히 적용되지 않긴 했다. 그럼에도 조금 더 다듬으면 그 얼개만 봤을 때는 정식 출시를 해도 충분히 호응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플레이를 쭉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전투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시간을 들여서 플레이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가 중요한 법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현재의 '니케'는 급한 안건들을 몇 개 안고 있다. 특히나 최적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간 여러 게임을 아이폰13 프로로 해봤지만, '니케'만큼이나 단시간에 발열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나마 CBT 후반에는 몇 차례 패치로 조금 나아졌고, 처음 CBT 영상을 찍었을 때는 발열 때문에 오랜 시간 계속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발열뿐이면 모를까, 프레임 드랍도 종종 발생했다. 특히나 시뮬레이션 룸이나, 챕터5를 지나서 적들이 슬슬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 타이밍에는 여지 없이 프레임 드랍을 한 번 깔고 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때 가면 그냥 적들 공격 몇 번 맞아주면 된다 수준이 아니라, 하나둘은 무조건 끌고 가버리는 자폭병들이 나오는 스테이지도 있어서 더욱 플레이 경험에 치명적이었다. 옵션을 몇 개 끄고 해상도를 낮추면 좀 더 오래 플레이할 수 있긴 하지만, 플래그쉽 모델에서 어지간하면 최고 옵션으로 쾌적하게 즐기는 걸 기대하게 되지 않던가. 그나마 다행인 건 전장의 상황이 원체 바쁘다보니 전투 화면에서는 그렇게 옵션을 타협한 흔적이 잘 남지 않았다는 점일까.



▲ 특히 시뮬레이션 룸은 처음 들어갈 때부터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버벅거림도 잦고 발열도 있다

밸런스 문제도 이번 CBT 이후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중 하나다. 샷건, 기관단총부터 소총에 런쳐, 개틀링, 저격소총까지 다양한 총기를 제각각 스테이지 특성에 맞춰서 편성해서 공략한다는 게 '니케'가 내세운 전략성의 기본이긴 하다. 여기에 스테이지 구조에 따라 화력/지원/방어형과 속성까지 고려해서 스쿼드를 편성하고, 가장 효율적인 덱을 짜서 아케이드식 쏘고 장전하고 피하는 와중에 버스트 스킬로 제때 제때 위기를 모면하는 기술을 펼치는 게 '니케' 개발진이 생각하던 전투 방식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그게 100% 온전히 작동한다고 하기엔 각 총기별로 함정 카드도 꽤 있고, OP인 카드도 뚜렷해서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다. 스테이지 구성이 가면 갈수록 다수의 적 고기방패를 뚫고 보스를 잡아내거나, 아니면 보스가 틈을 보이는 사이에 풀파워로 일점사를 때려서 그 짧은 시간에 잡아내야만 두 가지 양상으로만 흘러가는데 그 기준에 맞는 캐릭터가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뜬금없는 스마트 발도술로 웃음치트키로 꼽혔던 '홍련'은 소총 중에서 장탄수가 제일 적지만, 다수의 적에게 빠르게 맹공을 퍼부을 수 있고 전체 공격기를 버스트 스킬로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중반 이후에는 있고 없고에 따라 가장 체감 차이가 나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혔다. 반대로 '스노우화이트'는 일반공격 30회 명중시 대상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패시브에 단일 적에게 높은 배율의 적을 충전하는 버스트 스킬로 보스킬에 최적화되어있어 높은 사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 고수의 검은 하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법, 이 압도적인 성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 기분, 틀림없이...읍읍

그외에 높은 평가를 받은 캐릭터 대부분이 확실하게 다수의 적을 제압하거나, 아니면 확실한 한 방으로 적 보스를 빠르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력형이고, 지원형과 방어형은 현 상황에서 재장전을 빨리 해주는 스킬이 없는 캐릭터들은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초중반에는 전투력이 아슬아슬할 때 지원형과 방어형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은 화력형이 접전 끝에 한두 방 차이로 보스를 컷하는 묘미가 있긴 했다. 그렇지만 지원형과 방어형의 스킬은 직관적이지 않고, 버스트 스킬 빼고는 스킬을 원하는 상황에서 발동하기 어려운 데다가 자폭병 등 커버가 힘든 적은 오히려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게 편하니 가면 갈수록 채용하기는 어렵다.

협력전처럼 잡몹 신경쓰지 않고 보스의 맹공을 때로는 버티고 때로는 커트하는 공략의 묘미가 있는 콘텐츠에서는 그나마 쓸 일이 있지만, 스테이지 대부분이 1분 30초라는 시간 내에 잡몹을 일정 수 잡아내고 저지선을 유지하거나 타겟을 호출해서 파괴해야 하는 구성이다보니 현 상황에서 지원형과 방어형은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작중 네온의 말처럼 압도적인 화력으로 쓸어버리거나 아니면 모 지원가의 말처럼 피해의 근원을 제거하는 게 오히려 좋은 그런 구성 위주기 때문이다.

그런 일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트라이브 타워, 시뮬레이션 룸 등 여러 콘텐츠가 뒷받침이 되어있긴 하나, 최적화 문제에 직관성이 떨어지는 체계가 눈에 밟힌다. 일단은 새로 뽑은 캐릭터도 현재 주력 스쿼드 중 가장 낮은 레벨의 캐릭터에 맞춰서 레벨 보정해주는 '싱크로' 기능으로 빠르게 끌어올거나 중간중간 피스를 모아 종류는 랜덤이어도 등급은 SSR, SR 확정으로 받는 방식 등 보완책을 선보이긴 했다. 그러니 CBT 이후 피드백을 거쳐서 어떤 식으로 시스템이 다듬어질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 초반에야 실드 같은 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나중엔 화력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버거워진다



■ 단기간에 저력을 어필한 '니케', 정식 출시를 위해 장기화된 루틴을 고려할 때




단순 전투만 보여줬던 시연 버전과 달리, 이번 CBT에서는 캐릭터 육성 같은 루틴이 어떻게 정착될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래서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방주, 전초기지 등 콘텐츠를 선보이고 상점도 제한적으로나마 개방했다.

콘텐츠가 개방되지 않았던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는 방주에 있는 콘텐츠의 배치만 보고 데스티니 차일드의 콘텐츠 배치와 유사하다는 인상이 들었지만, 그 전반적인 얼개를 보면 최근 서비스되고 있는 서브컬쳐 게임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니케'의 방식으로 녹여낸 느낌이었다. 무한의 탑을 연상케하는 '트라이브 타워'는 이미 옛날 수집형 RPG에서도 선보인 방식이지만, 로그라이크 덱빌딩식으로 랜덤하게 나오는 버프를 짜맞춰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는 '시뮬레이션 룸'이나 맵을 탐색하고 전투를 진행하면서 여러 보상을 얻는 '로스트 섹터'는 최근 들어서 서브컬쳐 게임에서 하나둘씩 선보이는 유형의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플레이하면서 극복해나가는 콘텐츠들이 있는 것과 달리, 흔히 '숙제'라고 말하는 것이 최소화된 것이 이번 CBT에서 '니케'가 선보인 특징이었다. 보통은 성장에 필요한 재화를 행동력을 녹여서 스테이지를 반복클리어하는 하는 것이 주된 플레이 루틴이지만, 니케는 반복파밍보다는 전초기지의 싱크로룸이나 기지 방어 보상 반복플레이는 최소화하고 접속을 못했을 때에도 성장이 뒤쳐지는 걸 막는 쪽에 주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루틴은 쉬엄쉬엄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캐릭터를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니케'는 앞서 언급했듯, 결국 어느 정도 화력이 뒷받침이 되어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 화력을 얻는 과정이 앞서 언급한 방치형식 시스템을 빼면 다소 산만하게 되어있다. 스테이지를 계속 밀고 나가면서 필드의 유실물도 찾고 시뮬레이션 룸이나 로스트 섹터도 보고 요격전과 협동전을 하면서 얻은 것들로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를 교체하는 식인데,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어있지 않아서 직관성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 '뺑뺑이'보다는 시스템과 콘텐츠를 이리저리 활용하되, 놔둬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구성을 취했다

스킬 레벨 업그레이드나 기업별 업그레이드, 공통 업그레이드 등 각종 업그레이드 관련해서도 독특한 설계를 보여준 건 인상적이긴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감도는 구성이기도 했다. 특히 기업별 업그레이드나 공통 업그레이드, 역할군별 업그레이드 관련 재화도 대부분 마일리지나 피스라벨에서 얻는 구조라서 CBT가 아닌 정식 출시에서는 그것만으로 될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중간중간 피스 획득으로 재화 투입 없이 마일리지나 SSR급 획득률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중복해서 얻은 걸로 한계돌파를 하지 않으면 레벨업에 제한이 있는 구조도 무언가 눈에 밟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 CBT에서는 중복 획득으로 레벨업 한계돌파에 피스라벨로 업그레이드하는 구조를 선보였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미소녀들의 처절한 투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니케'는 지금도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다. 따로 떼어놓고 본 모션이 밈처럼 돌긴 하지만, 게임플레이 내에서는 그런 것보다 실제 전투마냥 쏘고 숨고 전술전략을 생각해서 난관을 극복하고 조준해서 쏘기 바쁘게끔 잘 구성해두었다. 김형태 대표를 비롯해 시프트업의 걸출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절망적이고 냉혹한 현실을 다이렉트로 꽂아넣는 스토리 구성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풀더빙으로 느낌을 확실히 살렸다. 미소녀, 아포칼립스, 전투, 이 세 카테고리에서 보면 '니케'는 소소한 옥의 티는 있을지 몰라도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 하지만, CBT 기간 동안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니케를 플레이할 때면 스테이지를 미는 동안은 어떻게 저 몰려오는 적들을 쓸어버릴까 고심하면서 바쁘게 손가락을 놀리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몰입하게 만드는 구성은 시연 버전에 이어서 CBT에서도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니, 이제 그 몰입감을 어떻게 길게 끌고 갈 것인지 좀 더 고민해보는 것이 '니케'에 남은 숙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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