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많은 떡밥과 새로운 적들! 신대륙 '볼다이크' 스토리 후기

게임뉴스 | 최민호 기자 | 댓글: 44개 |
간만에 등장한 로스트아크의 신규 대륙 '볼다이크'가 화제다. 엘가시아와 비슷한 방대한 분량의 스토리와 훌륭한 연출, 수많은 컷씬과 텍스트, 디테일 등은 '플리체'의 기대감을 받아내기 충분했다.

깊어진 주제 의식과 결이 달라진 스토리 연출, 후반부로 넘어온 듯한 세력 구도 등은 볼다이크 이후 스토리에도 기대감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스킵하지 않고 스토리 전체를 감상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토리다. 볼다이크 대륙은 1,520레벨을 달성한 캐릭터로 입장할 수 있다. 스토리 감상을 위해서는 플레체 대륙과 슈샤이어 전조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 볼다이크 메인 퀘스트와 향후 로스트아크에 대한 중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메인 퀘스트를 진행중이라면 주의 부탁드립니다.






▣ 드디어 스토리가 움직인다! 압도적인 후반 전개 보여준 '볼다이크'

장점 : 완결성 있는 대륙 스토리, 수많은 떡밥, 강해진 주제의식

볼다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간만에 등장한 '화끈한' 대륙이라는 것이다. 플레체, 로웬 등은 중간격 스토리로 다음 대륙 내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륙 스토리 내부에서는 완결성이 떨어져서 아쉬움을 낳았다. 볼다이크는 기대에 어느 정도 부흥해줬다는 점에서, 간만에 괜찮은 스토리 대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종 보스로서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준 후반부 혼돈의 바르칸과의 대결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혼돈의 가디언들은 그간 악마 군단장에 비해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제3의 세력이지만, 볼다이크에서 행동하는 목적과 위력, 성격 등도 모두 보여주며 새로운 적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와 함께 엘가시아부터 이어진 훌륭한 연출도 있다. 볼다이크 스토리의 다양한 측면을 잘 살렸으며, 호문쿨루스의 이름짓기나 이모티콘 형식의 감정표현 등 새로운 방식의 연출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했던 스토리 라인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엘가시아' 이후로 주인공의 '선택'을 강조하는 연출과 스토리를 통해, 로스트아크의 스토리가 후반부로 왔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했다.




▲ 연출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 엔진의 한계에도 멋진 그림이 나오는 연출들






▲ 재치 있는 방식으로 묘사한 호문쿨루스의 감정 표현


단점 : 다소 산만한 내용과 어딘가 아쉬운 결말

볼다이크는 주제 의식 측면에서는 괜찮은 스토리지만, 모험 활극의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굴곡이 있는 스토리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볼다이크의 스토리는 '베른 남부'처럼 단서를 추적해온 모험가들 앞에 강대한 적이 등장해 이를 상대하는 구조다.

베른 남부에서는 원로원의 배신이나 카마인의 등장 등, 초반부 단서 추적과 후반 클라이막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반면, 볼다이크에서는 초반부 호문쿨루스 제작, 현자 시험 부분과 후반부 가디언 침공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 현자들의 특별한 음모도 없고 복선이라고는 과거부터 이어진 미래 전망뿐이라, 숨겨진 가디언 라자람의 각성 직후까지도 혼돈의 가디언이 넘어올 것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바르칸과 가디언들이 '갑툭튀'한 느낌이다.

이렇다 보니 마레가의 희생, 세헤라데의 소멸, 현자들의 승리 선언 같은 후반 절정 부분이 잘 공감되지 않는다. 후반 전투 구도에서 주인공이 활약하지 못한 부분도 아쉬운 지점이다.




▲ 수험생들이 너무 열심히 놀아서 문제인 교감 장면



▲ "바르칸 팀장님~ 회의실 오랍니다"
사실 볼다이크를 구한건 가디언 루가 아닐까?


▣ 볼다이크 후기 : 지켜내는자로 성장한 모험가가 내린 스스로의 '선택'

그래도 볼다이크의 스토리에서 주제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장점이다. 볼다이크에서는 엘가시아에서 이어진 모험가의 '선택'이 행동하는 이유로 연결되는 것을 보여줬다.

-호문쿨루스 위에 인간, 인간 위에 가디언

볼다이크 스토리의 재밌는 점은 피조물과 창조주의 구도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호문쿨루스'를 창조해 도구처럼 다룬다. 그런 인간은 조화의 신 기에나와 빙결의 신 시리우스가 만든 창조물이다. 인간을 창조한 아크라시아의 일곱 신은 주신 루페온이 아크의 힘을 빌려 만들었다.

초월자 위에는 초월자가 있으며, 이는 '탑'이라는 공간을 통해 명확하게 구분된다. 대우림 밑바닥에는 '호문쿨루스'의 무덤이 있고, 탑에는 인간이 살고 있다. 탑의 최상층에는 초월자인 가디언 라자람과 바르칸이 자리 잡는다. 이처럼 초월자와 피조물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하고 있다.




▲ 탑 정상에 올라선 가디언과 대우림 밑바닥의 호문쿨루스


그런 점에서 스토리에 등장하는 '무능의 무덤'은 단순한 이름이 아닐 수 있다. '도구'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한 호문쿨루스는 창조주인 인간에 의해 버려져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명령을 받는다. 엘가시아에서 수백 년 동안 루페온의 신탁을 기다린 라제니스 종족의 모습과 비슷하다. 신의 부재로 '낙원'이어야 할 엘가시아는 '새장'이 되었다. 주신 '루페온'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만한 장면이다.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영원히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던 라제니스와 다르게, 볼다이크의 현자들은 다른 선택을 내린다. 그들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자신만의 능력으로 초월자에 대적해 '생존'할 방법을 찾는다. 신의 부재를 기다린 다른 종족과 다르게 볼다이크의 현자들은 처음부터 신에게 반역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 창조주인 인간에게 버려진 피조물 호문쿨루스



▲ 신 앞에서는 인간조차 '소모품'에 불과하다



▲ 왜 라제니스의 '낙원'은 '새장'이 된 걸까?
루페온이 아크라시아를 '무능의 무덤'에 버리고 간 것이라면?



▲ 인간을 창조한 아크라시아의 일곱 신들도 주신 루페온 앞에선 피조물에 불과하다


-'절대원칙'과 사명

볼다이크 스토리의 배경은 세이크리아 교단의 오만에서 시작된다. 세이크리아의 대주교 '테르메르 3세'는 실린의 아크를 탐내 로헨델에 전쟁을 선포한다. 인간과 실린, 거인의 전쟁으로 불리는 '포튼쿨 전쟁'의 시작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아크라시아의 균형이 붕괴하여 잠자던 별의 수호자인 가디언들이 깨어난다. 가디언은 순식간에 슈샤이어 대륙과 세이크리아 연합군을 초토화시켰다. 가디언들의 수장 에버그레이스는 직접 세이크리아의 수도 라사모아를 파괴하고 테르메르 3세를 죽인 뒤 루페온 신전에 있던 아크를 가져갔다. 볼다이크의 현자들이 말하는 '절망'은 모두 에버그레이스와 가디언 세력의 라사모아 침공을 말하는 것이다.

볼다이크의 현자들은 포튼쿨 전쟁에서 가디언의 힘을 보고 언젠가 닥쳐올 파멸의 미래에 대비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상아탑과 인류의 생존은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었다.

현자들의 생존 의지를 '절대원칙'으로 받은 호문쿨루스 '세헤라데'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탑을 지키기 위해 뛰어든다. 절대원칙은 호문쿨루스에게 내려진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다. 호문쿨루스가 지켜야 할 사명이자, 도구로서의 존재 의의를 상징하기도 한다. 펜은 글자를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잉크를 다 쓴 펜이 버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사명'을 다한 세헤라데는 죽게 된다.

'마레가' 현자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볼다이크의 사명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는 탑을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초월자에게 반발하려는 목적으로 피조물을 도구 취급하는 모순 아닌 모순이 발생한다. 그는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현자인 '세헤라데'와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다. 탑을 수호하기 위해 그는 목숨마저도 버린다.




▲ 인간이지만 사명에 충실했던 현자 '마레가'



▲ 세헤라데 또한 '도구'로서 스스로의 사명을 완수하고 죽는다


-'수호자'의 의미를 직접 선택한 모험가

볼다이크는 수호자의 스토리다. 볼다이크의 인물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포튼쿨 전쟁의 절망을 목격하고 초월자로부터 인류를 지키고자 했던 현자 '마레가',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토벌하는 가디언 '바르칸', 탑을 지키라는 절대원칙을 받은 호문쿨루스 '세헤라데'까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각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들의 '수호'는 스승의 사명, 세계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가디언으로서의 임무, 호문쿨루스에게 내려진 명령 등 물려받은 '사명'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이다. 원칙에 의해 행동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선택은 아니다. 모험가의 '수호'가 조금 다른 이유다.




▲ '인간이 죽는 것이 친환경'이라는 가디언 바르칸과 달리
주인공 모험가는 '지키고 싶은 것'의 의미를 스스로 정한다


'망가진 도구'는 본질을 잃은 존재다. 글자를 쓰지 못하는 펜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마레가 현자나 루페온의 시점에서, 피조물은 다시 만들면 그만인 도구다. 하지만, 볼다이크의 스토리에서 주인공 모험가는 이런 피조물도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글자를 쓰기 위해 태어난 펜도 선택에 따라 다른 의미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험가는 현자 시험을 위해 제작한 호문쿨루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다. 스토리에서 호문쿨루스와의 교감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교감을 통해 모험가는 호문쿨루스라는 도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호문쿨루스를 '지키기 위한 존재'로 인식한다. '내가 너를 호문쿨루스라 불렀을 때'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한 볼다이크 업적처럼, 모험가의 이름짓기를 통해 호문쿨루스는 특별해진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도구일 수 있지만, 모험가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엘가시아에서 모험가는 라우리엘과 에버그레이스를 통해 정해진 운명마저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볼다이크에서 모험가는 자신만의 선택을 내린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

그래서 모험가가 세헤라데에게 내린 절대원칙은 특별하다. '너를 위해 살아라'. 도구의 본질을 넘어선 가치를 모험가가 직접 부여했기 때문이다. 모험가의 선택으로 세헤라데는 부활하게 된다.




▲ 펫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하는 연출일 수 있다



▲ 마지막 절대원칙도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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