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특집] 싸움에 진심인 자, 시공의 균열로 출근!

기획기사 | 여현구 기자 | 댓글: 3개 |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가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원작 아이온1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이번 아이온2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벤은 아이온2가 출시되기 전, 과거의 추억을 함께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득템 소식보다 기뻤던 '시공의 균열' 메시지
2008년 11월, 국내 MMORPG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아이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니지의 아성을 뒤흔들 강력한 신작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출시된 아이온. 그중에서도 유저들을 가장 열광시킨 콘텐츠가 바로 '시공의 균열'이었다.

처음엔 기자도 그렇고 아이온 유저들은 시공의 균열의 존재 조차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초반에는 레벨업이 우선이라 퀘스트 따라가느라 바빴고, 파티 사냥으로 레기온 인원끼리 모여서 재밌게 전투하는 것이 대부분. 가끔 지나가다가 포탈이 보였어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호기심 많은 유저들이 이용하는 포탈이었다.

20레벨 후반쯤, 상대 종족이 우리 땅으로 넘어왔다는 채팅창이 올라오자 다들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넘어왔지? 왜 넘어왔지? 우리도 넘어갈 수 있는 건가? 등 여러 궁금증이 생겼지만, 시공의 균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우리.

그러나 OBT 최고 레벨 30을 달성하니, 레벨업이 멈췄다. 그리고 사고도 멈췄다. 이제 뭐 하지? 라는 궁금증만 남았다. 결국 PVP 콘텐츠만 남았는데, 같은 종족은 결투 외에는 공격을 못 했다. 남은 건 상대 종족을 찾아야 한다. 어디서? 어비스는 OBT때 이용을 못 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공의 균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침, 시공의 균열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잠입 퀘스트도 클리어해야 하니 겸사겸사 시공의 균열만 이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역 채팅의 제보를 받고 달려가도 시공의 균열을 이용하긴 매우 어려웠다. 입장 인원 제한이 있었고, 제보가 이어지자마자 우르르 달려가는 사람들의 광기를 이길 수 없었다. 제일 할 만한 건 시공이 열리는 위치에 기다렸다가 열리자마자 입장하는 것. 그렇게 우리는 시공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서 수다나 떨고 결투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이 포탈이 그렇게 재밌을 줄은 초반에 몰랐다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우레


"시공의 균열이 열렸습니다" - 어디야? 어디야?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시공의 균열은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시스템 메시지로 '시공의 균열이 열렸습니다' 라고 뜨면 모두가 분주해진다. 시공이 열리는 포인트까지 이동해 열렸는지 확인하기 때문. 지역 채팅창에 누군가 "시공 열림!!!!"이라는 메시지가 뜨면 곧바로 네이버폰에 접속한 사람들과 레기온창이 온통 시공에 집중 된다.

"어디 시공열림?"

"보니깐 엘테넨 요새인데요?"

"아니... 마을 옆이자나? 벌써 닫히는거 아냐?"

"거긴 경쟁 치열해서 못 가요. 포기하죠"

"어? 황무지 시공 열려있는데? 여기 바로가자! 갈사람 채팅창에 손해봐!!"

적극적인 인원들은 네이버폰으로 실시간 대화를 하며 순식간에 파티를 만들었다. 마치 군대에서 비상 소집령이 떨어진 것처럼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갔다. 시공의 균열은 2시간마다 랜덤하게 열렸고, 인원 제한까지 있어서 늦으면 그냥 구경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 시공 찾아 삼만리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망둥


레벨 제한과 선착순 싸움의 시간
시공의 균열에는 레벨 제한이 있었다. 각 시공마다 진입할 수 있는 레벨과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레벨이 너무 높으면 저레벨존 시공의 균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이는 고레벨 유저의 무차별 학살을 막기 위한 장치였는데, 그 점을 이용하여 일부러 레벨업을 안 하는 유저도 생겨났다.

보통 주차 레벨은 최소 34레벨이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은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단계였으며, 저레벨 시공을 이용하기 최적의 레벨. 보통 혼자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34레벨을 선호했다. 그다음은 37레벨 주차가 많았다. 불의 신전에서 얻을 수 있는 크로메데의 무기 시리즈가 35레벨부터 착용할 수 있었으며, 37레벨때에도 새로운 스킬을 추가로 배울 수 있다 보니 37레벨까지 올린 유저도 있던 것이다.

그리고 주차 레벨이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레벨 차이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면 AP(어비스 포인트)를 거의 못 얻거나 조금만 얻었기 때문. 34레벨이나 37레벨로 시공의 균열을 이용하면 상대방의 레벨 대가 거의 비슷해서 AP 획득에 큰 지장은 없었다.

물론 레벨 제한 커트라인을 통과했어도, 선착순은 잔혹했다. 보통 지역 채팅창에 제보하는 경우는 딱 하나다. '나 먼저 들어갈 테니까 너희들도 빨리 와'다. 알게 모르게 시공 제보는 레기온창에서 먼저 공유하게 되었고, 선량한 유저들만 지역 채팅을 주로 사용했다.



▲ 잘못 걸리면 죽는데 다반사, 그래도 재밌다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숭이tv

시공을 통해 적진에 침투하는 순간의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천족이 마족 땅인 모르헤임에, 마족이 천족 땅인 엘테넨에 떨어지는 순간, 모든 게 적이었다. NPC는 물론이고 돌아다니는 모든 유저가 적이었으니까. 당시 문제는 천족은 마족 지도를, 마족을 천족 지도를 볼 줄 몰랐다. 어디서 저레벨 존이고 어디가 사냥터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처음 시공을 넘어간 나(혹은 우리)는 순진하게 길만 따라갔다. 당당하게 길을 걸어가니 '우리 좀 잡아주세요'를 광고한 셈. 상대 종족인 마족들은 지역 채팅으로 천족이 떴다며 제보했는지 순식간에 몰려들었고,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날개가 꺾인 우리 주위엔 알 수 없는 영어를 써가며 외계어로 소통하는 마족 유저들. 그래도 상대 진영을 침범한 것만으로도 재미는 있었다.

보통 은신이 있는 궁성이나 살성 클래스는 파티하지 않고 따로 홀로 다녔다. 특히 1:1에 강한 살성은 다수 전에서 크게 활약을 못 하고, 은신의 이점 때문에 혼자 돌아다니는 게 더 편했다. 그래서 은신 클래스들은 혼자 돌아다니며 따로 떨어진 유저들을 공격하곤 했다. 거기에 모자라 마을 근처까지 최대한 붙어서 자랑하던 유저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쏠쏠한 재미였지만, 그때는 그게 최고의 모험이었다. 실리보단 낭만과 재미가 있던 때다.



▲ 우르르 몰려가서 싸우는 재미도 있었던 그때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탱커킹


#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시공의 균열이 선착순 한계가 있다 보니, 방어하는 입장에선 상대가 언제 넘어오는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됐다. 그리고 다들 싸움에 굶주렸다. 적이 넘어왔다고? 어디인데? 앞뒤 안 가리고 먼저 달려가서 전투하고 싶었던 유저가 대부분. 천족에선 에라쿠스 사막 서부, 마족은 망각의 소금사막이 오브젝트가 없이 가장 넓은 필드였는데 이곳에서 전투를 즐겼던 유저라면 승/패를 떠나서 도파민이 터질 정도로 재밌었다.

마치 영화 속 전투에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따라온 엑스트라 병사가 된 기분. 레기온끼리 뭉쳐서 넘어온 종족들은 정말 상대하기 힘들었는데, 인원이 몰려들자 이들은 이곳저곳 도망 다니며 맨 끝자락까지 몰린 후 전멸하는 때도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였을까? 상대를 처치하고 위에서 간판을 달고 조롱하거나 점프하는 유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 처음엔 키스크 설치 없이 놀다가, 나중엔 키스크가 필수가 됐다 -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숭이tv


# 그 시절 낭만은 끝, 이젠 추억만 남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사는 시공의 인기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나보다. 처음에는 20명 내외로 제한되어 있던 인원을 대폭 늘려주면서 더 많은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게 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파티의 집합체 포스 단위로도 몰려다니며 상대 진영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잦아졌고, 저레벨 유저들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포스(공격대) 단위로 키스크를 구석에 설치하고 계속 부활하며 필드를 장악하니 골칫덩어리가 콘텐츠가 된 것. 결국 개발사는 상대 지역에서 많은 수의 상대 종족 PC를 쓰러뜨리면 '저주/'천벌' 디버프를 적용하는 등 시공을 제한하는 패치를 단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디버프가 걸리면 전체 맵 화면에 표시되어 은신도 소용없다. 그냥 몬스터가 리젠된 것처럼 미니맵에 보인다. 어비스에서 강한 클래스는 어비스에서 PvP를 즐기고 필드에서 강한 클래스는 필드에서 PvP를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재미가 사라진 것. 물론 일반 유저가 타 종족 때문에 정상적인 사냥을 못하는 상황은 이해했지만 PVP 유저들의 입장에선 조금 과한 패치라는 평이 많았다.

2시간마다 랜덤하게 열리는 작은 문 하나.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 적들로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긴장감. 그리고 무사히 돌아왔을 때의 그 성취감. 지금 돌이켜보면 시공의 균열은 아이온이라는 게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콘텐츠였다. 천족과 마족의 대립, 비행이라는 독특한 시스템, 그리고 PvP의 재미까지. 모든 게 그 작은 균열 속에 들어있었다.

레기온 채팅에서 "시공 열렸다!"는 외침을 들었던 그 시절. 네이버폰 채널에서 사람들과 함께 적진에 침투했던 그 아찔한 순간들. 그때 그 시절 아이온을 했던 유저라면 이러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온2에서도 시공 콘텐츠가 재미있길 기대한다.



▲ 시간이 지난 지금, 시공의 균열은 잊혀진 콘텐츠가 되버렸다.

✅ 아이온 특집 기사 모음

① 35레벨 유일 무기의 성지, 불의 신전에서 벌어진 그 일들
② 싸움에 진심인 자, 시공의 균열로 출근!
③ 특집 기사 3탄(9/16)으로 이어집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