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 롱 런의 '서머너즈 워', 한 컴투스 직원의 이야기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좋아하는 것을 파고 들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례는 무척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생각보다 흔한 이야기다. 제조업이나 사무직 같은 경우엔 드물겠지만, 게임 같은 엔터 산업에는 이런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취미 삼아, 혹은 여가 삼아 하던 일이 업이 되어버리는 상황. 하지만, 많다는 말이 곧 쉽다는 뜻은 아니다. 첫 취직이라면 몰라도, 번듯한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박차고 꿈을 찾아가는 건 상당한 용기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컴투스 파리 지사의 디미트리 엘로인(Dimitri Héloin)은 충분한 용기를 가진 이였다.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가 유럽 시장을 강타한 이후, 그는 자연스럽게 서머너즈 워를 취미로 삼았고, 취미는 곧 업이 되었다.

그리고, '서머너즈 워'가 10주년을 맞이한 지금, 디미트리 엘로인은 컴투스 유럽 법인의 PR팀에서, 베테랑 콘텐츠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 출연을 통해 그가 보여주는 열정은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취미로서 이를 향유하던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제 명실상부 '장수' 모바일 게임이라 부를 만큼 오랜 시간 서비스를 이어온 '서머너즈 워'. 한국인도, 게임업계인도 아니었던 그가 아직도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컴투스 유럽 법인 PR팀 콘텐츠 스페셜리스트 '디미트리 엘로인'


Q. 먼저, 이렇게 서면으로나마 대화를 나누게 되어 반갑다. 간단히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줄 수 있나?

- 디미트리 엘로인(Dimitri Héloin)이다. Sheisou (셰이수)라는 닉네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컴투스 유럽 법인에서 영상 제작,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랑스 ‘서머너즈 워’ 커뮤니티를 위해 진행되는 이벤트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Q. 취미로 서머너즈 워를 즐기다 컴투스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파고들다 이를 직업으로 삼는 건 그럴싸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떻게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나?

- 입사하기 전부터 정기적으로 '서머너즈 워'관련 영상을 만들거나 스트리밍을 하고 있었는데, 2017년 즈음 컴투스 유럽 법인 측의 제의를 받았다. '제1회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를 준비 중인데, 여기서 프랑스어 캐스터를 맡아 주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당시, 유럽 시장에서 '서머너즈 워'는 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전 세계 유저들과 PVP를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인 '월드 아레나'가 막 업데이트된 상황이었으며, 컴투스는 이를 기반으로 첫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기획하고 있었다.

난 전문 캐스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서머너즈 워'를 굉장히 좋아했으며, 이를 중계할 만한 지식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일일 캐스터의 느낌으로 SWC의 프랑스어 캐스터로 참여했는데, 이 당시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의 대단한 경기들을 중계하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는 무척 귀중한 경험이었고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으며, 곧 내가 지금껏 가져왔던 취미를 일로 전환할 마음을 가질 계기가 되었다.



▲ SWC 프랑스어 캐스터로서의 'Sheisou'


Q. 기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했다 들었다. ‘서머너즈 워’ 외에도 많은 게임을 접했을 것 같은데, 다른 게임과 비교해 ‘서머너즈 워’에 더 열정을 쏟을 만한 이유가 있었나?

- 처음 '서머너즈 워'를 플레이했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처음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내부 기술, 그리고 당시 기준 독특하면서도 뚜렷한 아트 방향을 인상 깊게 보았으며, 점점 게임을 플레이하며 다양한 개성의 몬스터와 이 몬스터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해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내 마음을 잡아끈 것은 전투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전략적인 덱 구성과 스킬 활용이 필요했고, 이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는 점이 아마 아직까지 내가 서머너즈 워에 대한 열정을 지닐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Q. 동시에 ‘서머너즈 워’의 오랜 팬이자 게이머로서, 가장 사랑하는 몬스터나 콘텐츠, 혹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말해줄 수 있는가?

- PVP 콘텐츠를 무척 즐겼기에 다른 유저들과 실시간 전투가 가능한 '월드 아레나'를 무척 좋아하지만, 미궁이나 차원홀과 같은 PVE 콘텐츠도 이에 못지 않게 좋아한다. 새로운 던전이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덱과 전략을 시험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덱을 찾아낸 후, 게이머들과 소통해 공유하는 과정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 정답 없이 전략과 덱 구성을 고려해야 하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Q. ‘서머너즈 워’가 10주년을 맞이했다. 컴투스의 일원으로서, 또한 ‘서머너즈 워’의 팬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인가?

- 최근, 나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점이다.(웃음) 서머너즈 워의 10주년은 곧 내가 서머너즈 워와 함께 한 시간이 10주년이라는 뜻이기도 하며, 이 서머너즈 워는 부정할 수 없이 내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에 이르러, 지난 10년을 다시 생각해보거나, 서머너즈 워의 방송을 시작하면서 걸어온 길들을 생각하면 내 스스로가 살짝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Q. 감성적이어도 되는 것이, 모바일 기반으로 시작한 게임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비스 되는 건 여느 개발사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서머너즈 워’가 다른 모바일 게임들보다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게임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서비스하려는 의지도 물론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서머너즈 워가 지금까지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전역에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는 '서머너즈 워' 팬 커뮤니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우리, 그리고 세계의 모든 유저들은 '서머너즈 워'를 플레이하며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길드와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덱 구성과 전략을 논의하며, 게임 외부에서도 오프라인 투어나 게임 쇼,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만나 실제로 친해지며,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함께 즐기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는 건, 곧 그 주제가 더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된다.



▲ 팬 커뮤니티의 힘이 롱 런의 비결


Q. ‘서머너즈 워’와 유사한 구조의 게임이 적지 않았음에도, ‘서머너즈 워’만큼 세계 전역에서 골고루 사랑받은 게임은 드물다. 앞선 질문처럼 오랜 서비스 외에도 문화와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 각지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서머너즈 워'가 다루는 주제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머너즈 워에 등장하는 다양한 몬스터들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되었다. 성별, 인종, 지역,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의 게이머들이 서머너즈 워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엿보고, 감탄한다.

예를 들어 '가루다'는 힌두 신화의 신성한 새를 모티브로 삼았고,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서, 대왕 도깨비와 삽살이는 한국의 전통 신화와 토종견에서 유래했다. 친숙하면서도 이색적인 이 다양성이 서머너즈 워가 글로벌 씬에서 오랜 기간 서비스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Q. 모든 게임 팬들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점진적으로 더 발전하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팬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컴투스의 일원이 된 지금, ‘서머너즈 워’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해가길 바라는가?

-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서머너즈 워 또한 궁극적인 발전의 방향은 '새로운 게임 경험'을 줄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월드 아레나나 점령전 같은 PVP 콘텐츠의 경쟁을 보다 치열하게 유지하고, 던전과 시험의 탑을 비롯한 PVE 콘텐츠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도전의 깊이와 완수했을 때의 희열을 강화하면서,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Q. 전 세계의 서머너즈 워 팬들에게, 같은 게이머이자 개발팀의 일원으로서 남기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는가?

- 나 뿐만 아니라 참 많은 게이머분들이 지난 10년의 서머너즈 워를 함께해 주었다. 게임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이 되어준 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10년 또한 지금처럼 이어지고, 나아가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드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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