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넥슨 퇴사 후 1인 개발자로...'ASCII Survivors'로 느낀 게임 개발과 AI

게임뉴스 | 김병호 기자 | 댓글: 1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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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을 전공한 청년이 게임 업계에 들어온 건 순전히 "좋아하는 걸 하자"는 결심 하나였다. 레드덕에서 레벨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그는 넥슨GT, NC를 잠깐 거치고 넥슨 코리아에 몸 담았다. 그리고 레벨 디자인으로 시작해 시스템 디자인과 개발 전략 연구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해 왔다.

그런 그가 작년 초 회사를 나왔다. 게임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 꾸준히 스터디해온 AI 기술이 "이 정도면 접목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바뀐 시점이 한꺼번에 맞물렸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ASCII Survivors'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장르에 ASCII 코드 문자만으로 구성된 비주얼을 결합한 이 게임은, 설명만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기획처럼 들린다. 몬스터도, 총알도, 폭발도, 전부 텍스트 문자다. 문자 코드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본인 말마따나 "말도 안 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인벤은 지난 5월 12일 성남 정자역 인근에서 김주석 개발자를 만났다. 약 70분에 걸친 대화는 커리어 이야기로 시작해 AI 활용의 구체적인 방식과 그 한계, 표기 논쟁의 복잡한 속살, 인디 개발자의 생존 전략까지 넓게 퍼져나갔다. 성공한 인디 개발자의 무용담이 아니다. 대형 회사를 나와 혼자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담담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다.


'도시계획'이라는 전공이 '레벨 디자인'에 도움이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이미지 입니다 ©제미나이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그동안의 경력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름은 김주석, 현재 '인디고 볼텍스'라는 명의로 개인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경력은 12년 정도 됩니다. 첫 회사가 레드덕인데, 거기서 레벨 디자이너로 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 넥슨GT, NC소프트를 잠깐 거치고 넥슨 코리아에서 꽤 오래 일했습니다.

레벨 디자인으로 시작했지만 시스템 디자인과 개발 전략 연구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게임 개발에 참여해 왔고, 넥슨 코리아에서는 직군 면접 위원을 잠시 맡기도 했습니다.

그 뒤에 넥슨 게임즈로 잠깐 옮겼다가, 좀 더 실험과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밖에서 시도를 해볼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뭔가 말하고 나니까 있어 보이는 말만 한 것 같은데(웃음), 뭐 그런 흐름이었습니다.


전공이 도시계획이셨는데,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많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도시계획이라는 게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잖아요. 레벨 디자이너로 맵을 만들다 보면 '사람이 어떤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동선은 어떻게 되는가' 이런 걸 생각할 때 전공에서 배운 감각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거 같습니다. 막상 맵을 만들다 보니 게임에서는 이런 식으로 보여질 수 있구나 싶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현실 공간을 통해 배운 걸 게임 개발에서의 공간을 다루는 방법으로 여러 회사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셈입니다.


레벨 디자이너라는 직군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 조차도 정확한 개념은 잘 모릅니다.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국내에서는 RPG를 많이 접하다 보니 "레벨 디자인이면 캐릭터 레벨 올리는 거 디자인하는 건가요?"라는 농담 같은 이야기도 있었어요.

게임에서 레벨(경우에 따라서는 맵, 미션, 스테이지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목표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말합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미니어처 게임에서 지형 고도의 높이를 표현하던 'level'이라는 용어가 던전의 깊이라는 개념으로도 사용되었고, 난이도 단계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 확장되며 최종적으로 게임 공간의 어떤 단위를 통칭하는 용어가 된 셈이죠. 국내에서는 레벨 디자인이라는 용어보다 맵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더 많이 쓰이는 경우가 예전에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한 마디로 하면, 플레이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그 활동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로 그 공간 자체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레벨 디자인 경력이 희소한 만큼 언제든 다른 회사로 가실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1인 개발을 선택하신 이유가 뭔가요?
"게임을 완성하기 위한 다양한 부분을 가능한 경험해 보고, 상업적 목표에 대한 업무 경험까지 넘나들면서 게임 개발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AI에 대한 개인 연구를 하면서 기존의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깊은 접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나와서 연구와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고도 엔진'과 '아스키 코드'로 만든 'ASCII Survivors'



뱀서류 재미를 아스키 코드로 담아낸 'ASCII Survivors ©인디고 볼텍스

나오셔서 처음으로 만든 게임이 'ASCII Survivors'인데, 어떤 게임인지 소개해 주시고,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게 됐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이번에 스팀에 런칭한 'ASCII Survivors'는 뱀파이어 서바이버 스타일의 게임인데, 비주얼이나 게임 표현 대부분을 아스키 코드로 구성한 게임입니다. 화면 전체가 글자들만 날아다니는 거예요. 내 캐릭터가 어떤 글자인지도 사실 헷갈릴 정도인데(웃음), 그 속에서 살아남는 게임이에요. 10분간 버티는 기본 모드, 무한히 진행하는 엔들리스 모드, 조건을 걸어서 살아남는 모드 등을 넣었고, 무기나 적의 비주얼까지 전부 아스키 코드로 만들었습니다.

기획 계기는, 다양한 뱀서 라이크 게임들을 모바일이든 PC든 계속 플레이하고 분석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거 아스키 코드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 로그라이크 게임들도 좋아했던지라 아스키 비주얼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떠올랐는데, 막상 찾아보니 아스키 비주얼로 된 뱀서 라이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실험적으로 해보고 싶은 거니까 한번 해보자' 싶었죠. '문자 코드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습니다(웃음).


게임 개발에 고도 엔진을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커리어 대부분을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해왔거든요. 이번엔 초기 게임이기도 하고 실험적인 프로젝트이니 다른 걸 써보고 싶었어요. 고도 엔진은 예전부터 주변 오픈소스 활동하시는 분들이 "앞으로 대세는 고도다"라고 많이 얘기했었고요. 고도에서 최근 가장 유명한 게임으로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2'가 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에 AI를 개발에 접목해보는 실험도 같이 해보고 싶어서 고도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직접 써보시니 고도 엔진이 어떻던가요? 언리얼과 비교해서요.
"점수를 매기라니 제일 민감하지 않을까요(웃음). 언리얼을 주로 써왔던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면, 100점 만점에 80~90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장점은 확실해요. 스터디할 때 가볍다고 느꼈는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가볍고 경쾌하게 개발이 가능하더라고요. 특히 2D 게임 만들기에는 정말 좋은 엔진이라고 생각해요. 오픈소스이다 보니 플러그인이나 소스 접근이 자유롭고, 엔진 코드 자체가 명확해서 파고들기 좋아요.

단점이라면 레퍼런스가 아직 부족한 편인 것 같아요. 답변이 아쉬운 경우가 많아서 코드를 열심히 뜯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3D는 언리얼 대비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못 할 수준은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엔진이라고 생각하고, 개발이 처음이라면 고도 엔진도 선택지로 충분히 고려할 만합니다.


앞으로도 고도 엔진을 계속 쓰실 것 같으세요?
"2D 게임을 계속 하고 싶거나 가볍게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고도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이번 경험으로 고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요. 앞으로도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AI와 게임 개발 — 활용, 한계, 그리고 표기 논쟁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제미나이

AI가 발전하는 것을 보시고 나오셨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이번 개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인공신경망이 떠오르면서 그 이후로 꾸준히 스터디를 해왔어요. 게임 내에서의 사용만이 아니라 게임 개발 과정에 대한 AI의 접목도 생각해 볼 수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느꼈죠.

이번에 가장 핵심적으로 도움이 된 건 개발 속도와 반복의 효율을 높이는 부분이었어요. 플레이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설을 빠르게 실험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됐고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사운드 작업이에요. 이 게임이 터미널 비주얼이다 보니 8비트 사운드가 어울릴 것 같았는데, AI를 통해서 제가 원하는 형태의 8비트 사운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툴을 직접 빌드했어요. 그 툴로 기반 사운드를 만들고, 제가 편집해서 원하는 감성으로 다듬었습니다. 원하는 방식의 툴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AI를 활용하면서 부정적으로 느끼거나 주의해야 한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결국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재미와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걸 AI에게 다 맡겨버리면 창작자의 어떤 의향이나 디렉션 없이 그냥 생성된 결과물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AI에게 맡기지 않을지"를 먼저 설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이 게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어떤 재미를 주고 싶은가, 그 결정까지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가를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건 결국 창작자의 몫이에요.

그 관점에서 게임의 규칙을 설계하고, 플레이를 최적화하고, 기술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AI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진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AI가 아무리 좋다 해도 거기엔 경험과 기술적 판단이 밑받침이 돼야 하니까요. 또 리소스 생산 과정에서 AI 활용에 대해 굉장히 다양한 시각들이 있다 보니, 그 부분은 개발하면서 더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사운드 작업 관련해서, AI가 만든 툴로 만들었다는 게 표기 문제로도 이어지지 않았나요? 실제로 스토어 페이지에 기재하셨다고요.
"맞아요. 결국 툴을 만들고 그걸로 조정한 것도 저고, 편집도 제가 했는데, AI가 만든 툴을 이용했으니 AI가 생성한 거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길 수 있거든요. 상당히 민감한 주제라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스토어 소개 페이지에 "사운드 일부는 AI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직접 제작했습니다"라고 명시했어요. 처음부터 굳이 속이거나 아닌 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AI로 만들었다'는 걸 표기하는 것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AI가 출력한 결과를 그대로 쓰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내가 10% 정도 수정했다면, 20% 정도 수정했다면, 더 나아가 거의 다 고칠 정도로 수정했다면, 이건 AI로 만든 걸까요? 표기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의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스팀이 지금 AI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각국 정부나 플랫폼의 정책 가이드라인을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보는지 실제로 경험하게 된 일이 있었어요. 레딧의 어떤 채널에 홍보를 해볼 수 있을까 싶어서 관리자에게 쪽지를 보냈어요. "나는 생성형 AI를 쓴 게 아니라, AI로 툴을 만들어서 그 툴로 사운드 에셋을 만들었는데, 이것도 AI 콘텐츠로 보느냐"고요. 그랬더니 "AI가 조금이라도 관여됐다면 저희 채널에는 맞지 않습니다"라고 칼같이 선을 긋더라고요. 생성형 AI를 직접 쓴 것도 아닌데, AI에 대해 선을 확실히 긋는구나 싶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예요. 퀄리티가 좋으면 AI 활용도 괜찮다는 유저도 있고, 조금이라도 관여되면 안 된다는 유저도 있어요. 칼같이 잘라 말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


AI가 게임 개발자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발자들이 체감하는 공포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저로서는 어떤 입장을 쉽게 대변할 수 없겠지만, 공포감이 느껴지는 건 무리가 아니에요. 결국 AI는 도구인데, 그 도구로 인해 위협을 받는 셈이니까요.

소비자의 감은 날카롭다고 봐야 해서, "이거 AI가 대충 만든 거 아니야?"라고 느끼는 경우와 "AI인데 진짜 잘 만들었네?" 심지어 "이거 AI였어?"라고 느끼는 경우가 분명히 갈리거든요.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는 것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앞으로 뭐 먹고 살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함께 작용되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저도 AI에 도움을 받아서 자료를 수집할 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개발 쪽도 비슷한 고민이 있겠죠?
"맞아요, 결이 비슷한 것 같아요. 결국 이게 옳다 그르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한편에서는 생산성을 높여주는데 이건 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생산성이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를 뺏아가는 거다라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에요.

저도 이것이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라고 쉽게 예단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분들은 회사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시기도 하고, 실제로 채용 공고에 AI에 관한 것도 있다 보니 게임 개발자들도 "AI가 우리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받아들이는 게 무리는 아니라고 봐요.



AAA냐 인디냐 — 업계 양극화와 인디의 생존 전략




AAA 아니면 인디로 ©캡콤, Team Cherry

최근 게임 업계가 AAA 대작 아니면 인디 게임으로 양극화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 그리고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세요?
"퀄리티나 규모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분명히 있으니까, 대규모 게임 개발의 축은 계속 유지될 거라고 봐요. 동시에 개발 접근성이 좋아지고 게임을 알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인디, 소규모 개발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결과고요. 다만 중간 규모가 없어진 게 아니라, 소규모 그룹으로도 과거의 중간 규모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보니 인디와의 경계가 흐려진 면이 있다고 봐요.

결국 상업적 목적을 생각하는 게임이라면 비용 고민을 안 할 수 없는데, 마케팅은 투입이 많을수록 닿는 채널의 깊이와 넓이가 넓어지는 구조예요. 아무리 AI를 잘 써도 그 한계는 있고요. 그러다 보니 더더욱 인디는 더 날카롭게 갈고 닦아서 이 게임에 꽂힌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정도로 만들거나, 아니면 우리 게임에 오면 이것도 저것도 다 있어라고 주장할 만한 대규모 게임을 만들거나, 이런 식으로 양극화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게, 팬덤화된 개발 커뮤니티를 미리 형성하는 게 지금 인디의 생존 전략의 하나가 되는 것 같아요. "저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라면 나도 해볼 것 같아"라는 공감대를 사전에 만드는 거죠. 단순 페스티벌이나 인디 패스 출점도 비용이다 보니, 비용을 절약하면서 팬덤을 구성하는 쪽으로 가는 게 전략의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결국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그 게임이 그 누군가에게 닿아야 가치를 가지는 거고, 닿게 하는 과정이 비용이잖아요. 소위 마케팅 영역인데, 이 부분에서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갈수록 더 넓은 채널에 닿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중간에 낀 회사들은 적정 규모의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렵고, 알리기 위한 비용도 과거보다 더 많이 들고. 그래서 결국 양극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나마 최근엔 가볍게 플레이해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기면서 작은 게임들도 알려질 채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긍정적인 변화라고 봐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는 곳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ASCII Survivors'를 출시하고 나서




ASCII Survivors ©인디고 볼텍스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되셨나요?
"순수 개발 기간은 약 2개월 정도 됩니다. 정확히는 한 1.5개월이긴 한데, 이것저것 사정이 있어서요. 스팀에 출시하기 위한 과정이 있다 보니 전체로는 3개월 정도 됩니다.


출시하고 나서 만족도는 어느 정도 되세요?
"이번 프로젝트는 솔직히 매출이나 홍보보다는 실험에 가까웠어요. 나오면서 생각했던 것들, 'AI를 개발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내 디렉션을 유지하면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가' 이걸 실증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 관점에서 보면 나름 만족도가 꽤 있어요. 아스키 비주얼이다 보니 리소스 생산 속도는 일반적인 게임보다 훨씬 빨랐던 게 사실이고, 과거에 비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AI를 어떤 식으로 다루면 내 디렉션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걸 어느 정도 실증했다고 생각해요.

스팀 큐레이터나 방송하신 분들의 반응을 보면, 그래픽이 없다는 점에 놀라면서도 "뱀서 라이크의 본질적인 재미는 느낄 수 있다", "아스키 비주얼인데 나름의 감각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비록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아스키 비주얼로도 제대로 만들면 사람들이 좋게 본다는 걸 확인한 것 자체가 의미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그래픽을 넣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없는 건 아니지만(웃음), 혼자서 이런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였어요.


이 인터뷰를 보고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실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정말 사서 플레이해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이 게임을 통해서 1인 개발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이나,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에게 뭔가 전달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저 역시 이 게임을 만들면서, 아스키 코드 비주얼이지만 뱀서 라이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특이한 게임이 있었구나'라는 감성 정도는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많이 팔리지 않았더라도(웃음) 그 마음은 변함없어요.



1인 개발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1인 게임 개발을 꿈꾸는 분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많은 경우 게임을 만들면서 대박의 꿈을 안 가질 수는 없겠지만, 결국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발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게임을 만드는 본질을 놓치기도 쉬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AI로 그럴싸한 게임의 모습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근데 발상을 바꿔보면, 오히려 과거보다 더 깊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가 된 거라고 생각해요. 아스키 비주얼로도 게임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면, 이제는 도구의 장벽보다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에 더 오랜 고민과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해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뭐 말이 팔리지도 않았는데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웃음).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가요?
"당연히 다음엔 아스키 비주얼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주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지금도 몇 가지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들이 있고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느낀 건 게임의 규칙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깨뜨려서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거예요. 그 실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진 게 저에게는 가장 큰 변화예요. 게임 아티스트 분들과도 AI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이번 프로젝트가 극적인 결과를 보이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개발 과정의 다양한 실험을 짧은 시간에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다음 게임을 만들거나 다른 무언가를 하게 됐을 때 더 다양한 준비를 사전에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AI 모델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는데, AI가 극적으로 창작자를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AI를 써서 자신의 창작력을 극대화해 무언가를 표현하겠다고 할 거니까요. 지금은 과도기 그 자체예요. 과거 어느 때보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시대이고, 속도가 빠를수록 혼란도 크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앞으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를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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