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15년 공백 '스케이트', 캔버스를 더 채워야 한다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EA 스포츠의 또다른 대표 프랜차이즈, '스케이트'의 리부트가 지난 17일 출시됐습니다. '스케이트' 시리즈는 2007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2010년 '스케이트 3'까지 출시된 스케이트보드 게임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시리즈입니다.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와도 자주 비교되지만, 아케이드성을 강조한 토니 호크에 비해 '스케이트' 시리즈는 실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듯한 느낌을 한층 살린 현실적인 조작감과 물리 엔진으로 호평을 받았죠.

그랬던 시리즈가 개발 스튜디오인 블랙 박스의 해체로 흐지부지됐던 만큼, 팬들은 2020년 '스케이트'의 후속작 개발 소식에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타이틀을 '스케이트' 리부트로 확정하면서 개발 방향을 잡고 4년 동안 다듬은 끝에 얼리액세스로 모습을 드러냈죠.

※ 본 체험기에는 게임 특성상 위험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Please Do Not Try This at Home.




MMO에 부분유료화, 접근이 좀 더 쉬워진 '스케이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MMO로 변했다는 점입니다. 원래 스케이트 시리즈는 패키지 게임이었지만, 이번에는 한 세션에 150명의 유저들을 채워서 같이 플레이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바꾸었죠.

그렇게 바꾼 것이 초반에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유저끼리 충돌 판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산 반스테르담의 규모 대비 인원 수가 적은 편이라 그렇게 마주칠 일은 드물었죠. 챌린지도 파티를 맺어야만 같이 플레이할 수 있었죠. 마치 150명의 유저를 로비에 모아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 로비가 도시 규모로 크고 기상천외한 트릭과 퀘스트가 가능하다는 게 좀 다른 점이지만, 어쨌든 서로가 그리 신경 쓰지 않고 곳곳에 있는 챌린지를 해금하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식입니다.



▲ 트릭하다가 충돌하는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되지만 움찔하게 되는 건 사람 본능일지도



▲ 쓰읍 젯 셋 라디오와 SSX 트리키로 다져진 컨트롤이면 저걸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ㅂㄷㅂㄷㅂㄷ

그러다가 조금씩 스케이트보드에 익숙해지고 시야가 트일 때부터, '스케이트' 리부트가 지향하는 방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이트' 시리즈는 온갖 제약을 뚫고 기상천외한 묘기들을 시도해보는 것이 특징인 게임입니다. 가상의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그럴싸한 코스가 있다 싶으면, 거기서 플립이나 그라인드 트릭을 이리저리 짜보면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핵심이죠.

그리고 이를 단순히 혼자서 누리는 게 아니고, 자신이 성공한 트릭을 편집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스케이트' 시리즈의 또다른 핵심입니다. 자체적으로 영상 편집 기능도 있어서 영상 편집 툴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하이라이트 부분만 따서 자신만의 트릭을 뽐낼 수도 있죠. 물론 트릭에 국한되지 않고, 실패 장면이나 이상한 오류들을 코믹하게 편집해서 개그 영상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Skate3 Slam' 같은 키워드를 쳐보면, 해외에서는 그런 유형의 영상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죠.



▲ 플레이하다가 그때그때 리플레이를 저장, 편집해서 멋진 장면을 뽑아낼 수 있으니



▲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럴싸한 트릭을 쓰면 리플레이 기능으로 편집하는 맛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케이트' 리부트가 부분유료화, MMO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유저들이 다 같이 왁자지껄 노는 '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죠. 게임 외적으로 영상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길을 가다가 소위 쩌는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다른 유저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 그 스팟을 찾아서 트라이하거나 혹은 어처구니없이 슬램하는 모습을 직관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틀인 셈입니다.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 많은 유저를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었죠.

그리고 좀 더 챌린지를 도전해서 레벨이 오르면, 여타 샌드박스 게임처럼 길거리에 하프파이프나 벽 같은 걸 설치해서 기상천외한 코스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유저들이 좀 더 익숙해지면 각종 하이라이트 스팟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 초보라 뭐가 가능할지 가늠이 안 갈 때, 다른 유저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며 여러 트릭을 따라하는 맛이 있다


여전히 손맛 있는 트릭의 맛과 '슬램'까지 살린 재미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스케이트' 시리즈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플릭 잇'이라 불리는 특유의 조작감입니다. 사실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은 그간 정말 다양하게 나왔지만, 대다수가 네모나 세모키, 혹은 X나 Y키 등 트릭키를 누르면서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빙글빙글 도는 아케이드식 조작법을 채택했죠. 트릭을 앞세운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토니 호크의 프로 스케이터', 스노우보드로 그 묘미를 담아낸 'SSX', 인라인 트릭을 아케이드 스타일로 펑키하게 녹여내면서 많은 비디오 게임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준 '젯 셋 라디오' 등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대표작들이 그렇게 조작법의 기틀을 잡았고, 대부분 그 완성도 높은 스타일을 따라가는 형태였거든요.

'스케이트'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격투 게임의 커맨드 시스템처럼 우측 아날로그 조작법에 트릭을 할당하고, L2나 R2에 보드를 잡는 '그립'을 더해서 자신이 원하는 트릭을 직접 그에 맞는 커맨드를 정확히 입력해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플립 트릭이 보드를 잡고 몸을 확 젖히는 '메소드'인데, '스케이트'에선 그게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R2를 입력해야 하는데, 좌측 아날로그 스틱 회전을 조금이라도 일찍 넣으면 꼬여서 다른 트릭이 나가거든요.



▲ 기초적인 트릭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살짝 꼬이지만, 그게 또 스케이트보드의 참맛일지도?



▲ 모르겠으면 바로 커맨드 메뉴로 넘어가서 트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캐주얼하고 심플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좀 엇갈리긴 합니다. 그냥 편하고 간단하게 멋진 트릭을 보여주면서 놀고 싶은데, 그런 소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야만 챌린지를 통과할 수 있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딥하게 파고들 요소는 유지하되, 챌린지는 점수 혹은 큰 카테고리만 성공 조건으로 두면서 유저들의 부담감은 낮췄습니다. 즉 챌린지 점수는 간단하게 챙기면서 각종 세부 트릭은 점차 숙달하면서 스케이트보드의 참맛을 알아가는 레벨 디자인을 완성한 셈이죠.






▲ 전작과 달리 이번엔 보드 트릭은 물론 걷고 달리기, 파쿠르까지 신경을 썼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케이트보드뿐만 아니라, '파쿠르' 그리고 스케이드보드를 타다 보면 종종 나오는 '슬램'이라는 요소에도 집중했습니다. 스케이트 시리즈가 그간 스케이트보딩을 실감나게 구현하고자 노력한 건 좋은데, 스케이트보드 타기 외에 여러 시스템이 미달이었다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뛰기와 달리기는 물론, 어지간한 곳은 벽을 타고 올라가거나 점프-플립으로 아크로바틱한 파쿠르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익숙하지 않은 '슬램'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하자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그런 걸 말하는 용어입니다. 아직 미숙하다는 증거인 만큼 보통 '슬램'을 하기 싫어하는데, 이번 '스케이트'에서는 아예 슬램까지도 챌린지 요소로 넣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아예 슬램으로 떨어져서 지정된 위치로 골인하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도전들도 있었죠. 앞서 해외에서 이전 시리즈의 각종 스팟을 찾아서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던 것을, 다른 유저들도 이번에는 직접 트라이해보면서 '스케이트' 시리즈 특유의 물리엔진의 참맛을 느껴보라는 신선한 시도로 보였습니다.



▲ 보통은 보드 타다가 어디 박거나 넘어지는 걸 슬램이라고 하는데



▲ 해외 유저들이 전작의 물리 엔진을 극한으로 쓴 개그 요소를 이렇게 챌린지로 넣어버렸을 줄이야 ㄷㄷ


15년 기다림 끝 리부트 '스케이트', 공사는 더 필요하다





스케이트보드나 인라인 트릭이 낯선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스케이트' 시리즈는 해외 특히 서구권에서는 팬들이 후속작을 내달라는 요구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전작 스케이트3가 2010년 출시됐으니, 15년 동안 팬들이 얼마나 갈증을 느꼈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아쉽게도 현재 얼리액세스 단계의 '스케이트' 리부트는, 그 오랜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일단 얼리액세스 딱지를 달고 나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콘텐츠가 너무 부족합니다. 스토리가 없는 건 둘째치더라도, 뽑기나 챌린지로 구할 수 있는 의상도 종류가 썩 많지 않아서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엔 애매합니다. 샌드박스 요소도 아직 적어서 무언가 거창한 걸 뽑아내기엔 부족하고요.

더 큰 문제는 초반 시작하고 기초적인 조작법 튜토리얼을 한 뒤에 중간중간 쓸데없는 공백들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조작법과 상점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서는 챌린지나 주요 다른 기능들의 설명이 바로 이어져야 하는데, '스케이트'는 굉장히 뜸을 들입니다. 실제 처음 접속해서 거의 한 시간 동안 길거리를 이리저리 쏘다니고 나서야 튜토리얼 이후에 도전하게 될 챌린지를 마커로 알려줬거든요. 그렇다고 미리 가서 챌린지를 해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화면 상단에 카운트다운까지 써있는 걸 보면 주요 챌린지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 반스 콜라보는 나름 괜찮긴 한데 그외에 눈에 띄는 의상이나 보상은 적다



▲ 초반 튜토리얼 끝나서 이제 챌린지 알아보러 가는데



▲ 라디오 내레이션으로 이상한 소리만 들리고 챌린지는 좀 시간이 지나야 개방된다



▲ AR 프로그램 완료하기 미션은 경로가 조금만 벗어나도 가이드 라인이 사라진다

심지어 트릭의 주요 요소인 '그립' 튜토리얼도 일정 시간이 지나서야 알려주다 보니, 텐션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커맨드를 보고 직접 하면 되긴 하지만, 다른 지역의 샵이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빨리 해금하고 싶어서 챌린지로 넘어가고 싶어도 매번 예기치 않게 브레이크가 걸리는 꼴이었습니다. '그립' 튜토리얼을 보고 나서야 열리는 챌린지도 있고, 그 챌린지까지 다 클리어해야 그 다음 미션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그냥 무작정 길거리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하염없이 타면서 기다리게 하는 방만한 운영이 이어졌거든요.

원래 그런 게임이라고 넘어가기엔, 해금되지 않은 맵 곳곳을 보면서 이걸 대체 언제 풀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힐 정도로 갑갑해집니다. 손이 안 되거나 해서 못 풀면 모를까, 의도적으로 개방을 안 하는 식으로 딜레이와 브레이크를 자꾸 거는 행태를 보면 부족한 걸 자꾸 감추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쾌함이 느껴집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스케이트'는 여전히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도파민 터뜨리는 코믹한 재미까지 선보이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아직 뼈대만 구축한 느낌입니다. 그 뼈대마저도 얼기설기 엮은 탓에 보강 공사가 필요한 판이죠.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EA가 장기적인 업데이트를 예고했다는 점일 겁니다. 그게 과연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적어도 좀 더 업데이트가 쌓인 다음에 '스케이트'를 접하는 걸 권장합니다. 지금 당장도 목적성 없이 단순히 스케이트보드 타고 노는 재미는 일품이긴 한데, 쭉 길게 즐겨야 할 '게임'으로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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